히키가야 하치만의 문화제는 최고로 들떠오른다.【17】
 
문화제 당일 아침. 문화제 개시 전에 유지 학생이 체육관 무대에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옆에서 그걸 쳐다보고 있는데……역시 학생의 예행연습이라서 일까, 퀄리티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
 
덕분에 체육관에 있는 학생의 기세는 미묘하다.
 
"하아……처음부터 이걸로 괜찮은건가……"
 
"그러네. 이대로라면 좀 위험할지도……"
 
인컴을 하면서 일단 어떡할지 생각한다. 어떡한다…….
 
"……하는 수 없어. 내가 나갈까"
 
"뭐 생각이 있어?"
 
"아아. 성공적으로 해달라고 엎드려 빌고 울어버린다. 나같은 밑바닥 카스트 인간이 엎드려 빌기 하는걸 보면 나보다 높은 카스트 녀석들은 기쁘게 성공해주겠지. 간단하지?"
 
"……하치만……화낼거야……"
 
"노, 농담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하이라이트를 지우지마. 그런 눈으로 노려보지마, 위험해 무서워 쫄아.
 
"읏차, 예행 연습 끝났어……!"
 
이런 와중에 시로메구리 선배가 나가도 괜찮나?
 
문화제 실행위원회 전원이 각 위치에 가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무대 왼쪽에서 시로메구리 선배가 나왔다. 그 얼굴은 긴장한 얼굴이 아니라……여전히 포근한 미소였다.
 
"……에……?"
 
시로메구리 선배를 걱정하고 있으니 출입구에서 재빠르게 학생이 들어온다. 뭐, 뭐야?
 
『무슨 일이니?』
 
"글쎄……?"
 
비어있는 자리가 채워지고 모두가 조용해질때까지 가만히 무대에 서있는 시로메구리 선배.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도 그녀는 당당하게 있다.
 
그 표정은 포근한 미소일텐데 엄청난 박력이구만…….
 
"……좋아"
 
시로메구리 선배는 만족한것처럼 끄덕이고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너희들-! 문화하고 있어-!?』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 오오?
 
『치바의 명물! 춤과』
 
"""""축제에에에에에에에!"""""
 
『똑같은 바보라면 춤 춰야지!?』
 
"""""Sing a Song!!!!"""""
 
거기에서 치어리딩부가 나와서 방금전과는 마치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굉장해……"
 
있구나, 이런 사람. 자신의 분위기로, 자신의 페이스로,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기운으로……주위를 감아서 주위를 밝게 만드는 사람…….
 
아아……이 사람이……어리숙하고 얼빵하고 바보에다 얼뜬데다 일을 못하고 약삭하고 귀엽지만 전혀 약삭빠르게 보이지 않는 이 사람이……왜 학생회장이라는 대역을 맡고 있는건지, 겨우 알았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저 사람의 외모나 성격이 아니라……저 사람의 본질을 모두가 다 알고, 그러면서도 사랑받고 있다. 사랑받고 있으니까, 모두로부터 지시를 받아서……학생회장을 하고 있다.
 
이건 아마, 저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저 사람은 아무것도 생각 않고, 꾸밈없는 모습이 저 캐릭터니까.
 
이것이 얼마나 굉장한 일인가……얼마나 학생이 이해하고 있는건지 모른다.
 
하지만 나만큼은……
 
"……존경한다고……"
 
진정한 의미로 말이지…….
 
『하치만, 아까부터 중얼중얼 무슨 말을 하는거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이, 시작한다"
 
치어리딩부의 예행 연습이 끝나자, 다시 시로메구리 선배가 무대로 나왔다.
 
『그럼 이어서 문화제 실행위원장인 사가미의 인사입니다-』
 
거기에 당당하게 사가미가 무대로 올라온다. 회장의 흥분도가 올라가지만……지금의 사가미라면 괜찮겠지.
 
『소개를 받은 사가미 미나미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문화제 실행위원 모두가 오늘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학교의 여러분이…동료가, 친구가, 선생님이 이 날을 위해 얼마나 많이 움직여줫는지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유지의 여러분이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해왔는지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의 응석을 들어준, 길러준, 받쳐준 여러분을……최고의 동료, 친구라는 것을요』
 
……응? 지금 나를 보고…… 미소지은건가?
 
『……후후. 그 최고의 여러분과 함께 만든 문화제가 최고가 되는건 틀림없습니다. 이건 예상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오오오오! 들떠오르는 학생과 선생님들. ……답지도 않게 나도 텐션이 올랐다.
 
『이 문화제가 여러분의 평생의 추억이 되는걸 바라고 있습니다!
 
 문화제 실행위원장, 사가미 미나미』
 
~~~~~~~~~~~~~~~~
 
"……뭐어, 뭐랄까……너도 엄청나구만"
 
인사 후, 본격적으로 문화제기 시작됐지만 나와 유키노와 사가미는 셋이서 교실을 돌고 있었다. 뭐, 내가 문화제 사진을 찍으며 도는걸 두 사람이 멋대로 따라온것 분이지만.
 
사가미가 아까부터 보고 있던 대본을 보여달라고 해서 봤지만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요컨대 백지로 그 자리에 서서 그 인사를 했다. 이걸 굉장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럴까? 그보다 어제까지 바빴으니까 내가 인사하는걸 깜빡해서 말야-. 이야- 난감했어"
 
앗핫하, 웃는 사가미. 아니 앗핫하가 아니라고.
 
"그 정도의 인사를 하다니……성장했구나, 사가미"
 
"유키노시타……고마워. 두 사람 덕분이야"
 
……요즘 이 녀석도 좋은 미소로 웃게 됐군.
 
"아니, 모두 네 힘이야. 이유는 어떻든간에 봉사부에 도움을 바란것도 나의 지도를 따라온것도 성장한것도……모두. 이제 내가 가르쳐줄건 아무것도 없어. 다음 무대로 나아가는건 너의 힘이야"
 
"……응! ……좋아, 그럼 갈게. 나는 아직 일이 있으니까"
 
사가미는 만족스럽게 웃고 다른 문화제 실해위원 녀석이랑 뛰어갔다. 그 미소를 사진으로 찍는다.
 
나참. 좋은 미소를 짓는구만.
 
"하치만, 얼굴이 히쭉거리고 있어"
 
"어쩔 수 업서잖아. 저 사가미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으니까"
 
"……그러네. 미안하지만 하치만, 나도 일이 있으니까 이제 갈게"
 
"어"
 
유키노는 살짝 손을 흔들고 우아하게 걸어갔다. 그 모습도 일단 사진에 찍는다. ……응, 좋은 사진이다.
 
"오-빠-야-앙♪"
 
"읏차. ……코마치냐"
 
갑자기 미소녀가 껴안아왔으니까 순간 미인국이라고 생각했잖아. 코마치가 그런 짓을 하면 오빠는 충격으로 투신해버릴지도.
 
"오빠야, 카메라 들고 왜 그래-?"
 
"문화제 사진을 찍었어. 코마치는 혼자야?"
 
"으응. 친구랑 함께야"
 
"……카와사키 타이시가 아니지"
 
"타이시? 아냐아냐"
 
없나. 다행이다.
 
"아, 그럼 코마치랑 친구 찍어줘!"
 
딱히 난 취미로 찍고 있는게 아닌데.
 
"……상관없다만"
 
"아싸!"
 
코마치는 뒤에 있던 친구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이쪽을 보고 코마치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런 외모라서 죄송합니다.
 
"그럼 오빠야, 잘 부탁해!"
 
"예이예이"
 
두 사람이 초코바나나를 웃는 얼굴로 물고 있는 사진을 찍고 둘에게 보여준다. 둘 모두 만족하는 모양이다.
 
"그럼 코마치네는 갈게. 바이바이"
 
"저, 저기.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마. 조심해"
 
"아, 네!"
 
코마치와 그 친구는 미소지으며 다음 교실로 간다. 나도 교대 시간이고 마침 교실 상연물도 시작할 무렵이니까 갈까.
 
~~~~~~~~~~~~~~
 
교실의 연극이 끝나고 좋은 시간이 됐으니까 접수 시프트로 들어간다. 1시간 뿐이니까 문제 없나.
 
그나저나 그 연극은 뭐였던거야. 원작의 대사가 전부 BL로 들려오는건 내 기분 탓인가?
연극을 보러 온 여학생들의 날카로운 환성도 어우러져서 이미 그런 연극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보다 여자률 지나치게 높잖아. 왜 전체의 9할이 여자야? 에비나 말하길, 호모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는것 같다만…….
 
"후우……"
 
"아, 힛키 수고했어-"
 
"어, 유이냐. 무슨 일이야?"
 
"아니, 나도 시프트구"
 
짐을 책상에 두고 쭈욱 기지개를 한다. 그런거 그다지 공공장소에서 안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남자의 시선적인 의미로.
 
"이야-, 올해 문화제는 역시 대단하네-. 작년에도 즐거웠지만 올해 문화제는 한층 다르다고 할까. 그래 패기가 달라!"
 
"뭐야 패기라니. 견문색?"
 
"하?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렇지요-.
 
아, 유이는 상당히 주위 분위기가 신경쓰고 소문을 좋아하니까 맞는걸지도. 유이는 견문색. 틀림없다.
 
참고로 우리들 앞 말고는 강회외골격을 두르고 있는 하루 누나는 무장색. 남을 끌어당기는 의미로는 하야토랑 시로메구리 선배가 패왕색이다.
 
나? 나는 주위에서 눈치 채이지 않고 주위와 관계를 적극적으로 갖지 않으니까 패기는 쓸 수 없다. 그러긴 물론 생기가 없기까지 한다.
 
"자, 이거. 힛키 점심 아직이지?"
 
유이가 비닐봉투와 상자를 열자……뭐야, 이 사각지고 갈색은.
 
"유이. 뭐야 이거"
 
"뭐냐니, 허니 토스트잖아?"
 
잖아? 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외식은 안 하는 나에겐 미지의 음식물이다. 외식을 하지 않는데다 요즘 시기의 여자가 먹을만한건 안 먹는다. 그보다 본 적이 없다. 뭐야 이거 엄청 빵. 좀 더 빵 느낌을 지울 노력을 해라.
 
거기다 빵 한군데의 반을 쓰는건 가격상으로 비싸지 않나? 흑자로 만들려면 얼마 정도의 가치로 한거야, 이거.
 
맛있다며 떠들어대는 유이를 곁눈으로 보면서 나도 손을 댄다. 응, 빵이다. 벌꿀이 안까지 스며들지 않은데 빵은 버석버석. ……버석버석이라고 쓰면 왠지 세보이지 않아? 버서커 같아서. 아닌가, 아니군.
 
"유이는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후에? 응, 정말 좋아해!"
 
"그럼 나는 이제 됐으니까 사이카랑 먹고 와. 그 녀석도 너도 단걸 좋아하니까 마침 잘 됐잖아"
 
"우에!? 그, 그치만……"
 
"여기는 괜찮아. 다행히 우리가 담당하는 시간대에 연극은 안 하니까. 여기는 혼자서도 문제 없어"
 
"……그, 그럼……미안해, 다녀올게"
 
"어"
 
유이는 허니 토스트를 들고 안에서 휴식하고 있는 사이카에게 갔다.
 
유이는 순수해서 직진으로 달리는 바보지만……이렇게 등을 밀지 않으면 앞으로 나설 용기가 없다. 여차할때는 이쪽이 눈을 크게 뜰 정도로 하는데……유감스런 녀석이다.
 
"안녕, 하치만"
 
"……하야토냐. 수고했어. 손님도 많아서 잘 됐네"
 
"고마워. 안심했어. 이걸로 적었다면 설 입장이 없으니까"
 
"대부분이 하야토랑 사이카로 계산식을 세웠지만 말이다"
 
"……말하지마……"
 
아, 이건 꽤 진심으로 침울한 음색이다. 뭐, 확실히 저런 다수의 앞에서 대부분이 BL에 가까운 말을 주구장창 들은거다. 그야 침울해지나.
 
"일단 사진 찍어뒀는데, 필요해?"
 
"왜 거기서 내가 필요하다고 대답할거라 생각했어?"
 
그야 그런가.
 
"그럼 일단 내년 들어오는 1학년을 위한 팜플렛에는 올린다. 그건 되겠지?"
 
"아아. 문제 없어"
 
그게 우연히 손을 타고 건너가서 하루 누나의 손에 넘어가는건 문제없다는걸로 봐도 되겠지? ……되겠나.
 
"올해 문화제는 역시 즐겁네. 문화제 실행위원 사람들의 고생이 모든 학생에게 불을 지폈으니까, 이렇게나 좋아진걸지도……"
 
"우리만으로는 이렇게는 안 됐어. 불을 지폈다고 한다면 하야토의 힘도 크겠지. 톱카스트인 하야토가 적극적으로 문화제에 참가한거야. 그야 어중이떠중이도 따라오는게 당연하지"
 
"어중이떠중이라니 심한데……거기다 당연하다니, 그건 아니야. 나는 그저 하루노 누나를 뛰어넘고 싶었던것 뿐이야. 하지만 혼자선 불가능해. 그러니까 모두의 힘을 빌린거야"
 
아니, 그 말에 따라선 어지간한 어중이떠중이들은 하야토의 한 마디로 마음대로 조종당한다는 의미 아냐? 엥, 이 녀석 무서워. 자신의 능력을 이해하고서 이용하고 있으니까 더 질이 나쁘다.
 
"……왜 하루 누나를 뛰어넘고 싶은거야?"
 
"……왜라고 생각해?"
 
……그렇게 볼을 붉히고 들으면 대답은 하나밖에 없잖아.
 
"……힘내라"
 
"……아아"
 
하야토와 주먹을 맞부딪치고 있으니 하야토가 교실 녀석에게 호출받았다. 자, 나도 적당하게 가게 볼까.
 
……그러고보니……이렇게 충실하는 문화제 처음일지도…….
 
초, 중학교의 문화제는 어차피 아이들의 문화제다. 그저 단순히 행사를 담담하게 한다는것밖에 머리에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 유키노랑 하야토밖에 편은 없었고…… 하지만 두 사람이 있으면 나는 구원받았다. 보답받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있고, 모두와 함께 문화제를 만들고, 모두와 즐겁게…….
 
"……나참……"
 
정말이지, 최고의 문화제군.
 
~~~~~~~~~~~~~~~
 
가게보기도 끝나, 유키노와 만나기로 한 체육관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예행연습을 하고 있는 저글러 단체가 있었다. 역시 저글링의 프로인만큼 엄청 들떠올랐다.
 
"대단하네"
 
"그렇군. 프로의 기술을 이렇게 보면 인간이 아닌것 같아"
 
저 사람들 혹시 우주인인거 아냐.
 
"앞으로 갈까. 이제 곧 언니의 차례니까"
 
"그렇군"
 
역시 들떠오른 분위기라 가장 앞자리는 대부분이 채워져 있었지만 그 부분은 확실하다. 나와 유키노는 문화제 실행위원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다. 가장 앞자리 중의 가장 앞자리. 무대 뒤의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안하다, 가장 앞자리 제군.
 
"……음, 미안 유키노. 먼저 가줘"
 
"왜 그러니?"
 
"아니, 하루 누나의 무대라면 한 명은 확실히 부르지 않으면 안 될 녀석이 있잖아"
 
"……과연. 그럼 좋은 자리를 잡아둘게"
 
"아아"
 
유키노와 헤어지고 가장 앞자리 정중앙에 앉아있는 하야토에게 간다. 그 손에는 조금 고급스러워보이는 카메라가 쥐여져 있었다.
 
야, 이 녀석 진심이야.
 
하야토의 주위에는 평소 톱카스트 녀석들이나 하야토를 목적으로 온 여자들이 붐비고 있다.
 
……이거 말걸기 힘든데…….
 
"……응? 하치만, 무슨 일이야?"
 
"어, 어어……특등석이 있는데, 올거야?"
 
"갈게. 아니 가게해주세요"
 
빨랏. .그보다 얼굴 가까워.
 
"하, 하야하치! 역시 머스트 커플은 하・야・하・치부허억!"
 
"좀! 히나 진정해!"
 
아아, 이 녀석들도 통상대로군.
 
"하야마 선배-. 어디 가는거에요? 저도 따라가도 되요-?"
 
"응? 음-……어떡할까, 하치만"
 
"아니, 나한테 묻지마"
 
하야토를 하야마 선배라고 아양떠는 목소리로 부르는 여자를 본다. 그 여자도 나를 쳐다봤다.
 
외모는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남자에게 아양을 떨어두면 뭐든지 바칠거라고 생각하는 눈이 마음에 안 든다. 거기다 이, 남자에게 인기 있을법한 교과서대로의 미소. 그리고 약삭빠른 올려다보기.
 
……이 녀석은 요주의군.
 
"이로하, 이 녀석은 히키가야 하치만. 내 친우야"
 
"친우가 아냐.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헤에. 숭고해보이는 이름이네요"
 
숭고해보이는 이름이라고는 처음 들었다. 의외로 좋은 녀석? ……아, 이 녀석의 눈. 아무래도 좋은건 일단 칭찬해두자는 느낌의 눈이다. 중학교 동급생에 있었지-.

"하치만, 그녀는 잇시키 이로하. 축구부의 매니저야"
 
"안녕하세요! 잇시키 이로하에요. 잘 부탁해요, 선배!"
 
"그런가. 이제 더 만날 기회도 없을테니까 잘 부탁하지 않아도 돼. 야, 하야토. 이제 금방 하루 누나의 무대가 시작될거야"
 
"아, 아아. 그럼 갈게 이로하. 또 봐"
 
"아……네……"
 
하야토와 함께 무대 뒤로 가자 유키노와 하루 누나가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하루 누나의 복장은 등이 크게 벌어진 검은 드레스고, 팔이나 어깨도 노출하고 있다. 쭉빵하고 몸에 딱 맞는, 선정적이지만 하루 누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다.
 
"……예뻐……"
 
"그렇군……. ……어이, 멍때리지마"
 
"읏. 자, 잠깐. 마음의 준비가……!"
 
하야토를 밀쳐내자 조금 비틀거리면서도 제대로 하루 누나 앞에 섰다. 유키노는 그걸 보고 내 쪽으로 온다.
 
"하, 하루노 누나……"
 
왜, 하야토?"
 
"그, 게……잘 어울려, 그 옷"
 
"……응, 고마워-"
 
……저 녀석, 그거밖에 말 못하냐. 좀 더 여러가지로 얘기를 할 수 있잖아.
 
"(하야토, 파이팅)"
 
"(하야토)"
 
"……하루노 누나"
 
"왜 그래 아까부터. 엇, 우왓"
 
하야토는 그 자리에서 무턱대고 하루 누나의 손을 잡았다.
 
"무대가 끝난 후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나와 하루노 누나의……하루노와 단 둘이서"
 
 
 
 
 
 
 
 
 
 
 
 
 
 
"…………풋……앗핫하! 하-, 하핫-! 하하하하하!"
 
"……어, 어으……하루노, 누나?"
 
하야토는 하루 누나가 웃고 있는 의미를 모르는것 같다. 하지만 나랑 유키노에겐 알겠다.
 
……되게……되게 낡아빠진 소리……! 같잖은 포즈……! 이 녀석, 웃기는 센스 있네.
 
"최, 최고네-! 최고야 하야토! ……응, 고마워 하야토. 덕분에 긴장은 풀렸어"
 
"……처, 천만에?"
 
어이, 왜 거기서 비실거리는거야 너.
 
"……기대하고 있을게. 하-야토♪"
 
"……응"
 
하루 누나는 자신의 차례가 되어서 당당하게 무대로 걸어간다. 그 모습은 용감하고, 가볍고, 그러면서도 아름답다.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무대에 선것 만으로 여기가 체육관이 아니라 콘서트의 홀이 된것 같다.
 
"……역시 하루노 누나는 대단해……"
 
"아아. 그렇군. ……하지만 말이다, 하야토"
 
하루 누나에게 넋이 나가있는 하야토의 옆에 서서 그 어깨를 두드린다.
 
"그……"
 
"……그?"
 
"……그건, 아니야……!"
 
이런, 너무 웃어서 목소리가 떨려……!
 
"그, 그러, 네……푸훗……!"
 
"그, 그렇게나 심했어!?"
 
"요즘, 그런 소리를 하는 녀석은 없어. ……하지만, 그렇기에 하루 누나의 인상에는 남았어. 차여도 너는 평생 잊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잘 됐네, 하야토"
 
"차이는거 전제로 얘기하지 말아줄래……"
 
아니, 왠지 즐거워서. 미안.
 
하루 누나가 지휘를 하고 오케스트라 여러분이 하루 누나의 지휘에 맞춰서 우아하게 연주를 시작한다.
 
하루 누나의 지휘 하나로 거칠어지거나 조용해지거나 우아해지거나 매끄러워지거나 청명해지거나 아우러지거나, 그리고 가련해지는 음색. 이 사람, 마술사야?
 
"……대단해"
 
"하루 누나가 점점 인간이 아닌걸로 보여졌어. 뭐야 저 사람, 신선? 이슬 먹고 사는거야?"
 
"하루노 누나……역시 예뻐……"
 
지금까지 떠들고 있던 회장의 학생도 모두 하루 누나의 색채로운 지휘에 매료되고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빨려들어간다.
 
저 사람도……사람을 이끄는 무언가가 있구나…….
 
연주가 끝나고 웃는 얼굴로 돌아오는 하루 누나. 아무래도 만족한 모양이다.
 
"수고했어, 하루 누나"
 
"응, 고마워. 나도 오랜만에 지휘를 해서 즐거웠어"
 
"좀, 언니 안겨붙지마……정말……"
 
라고하면서 싫어하지 않잖아. 뭐야, 레즈에 근친상○? 어디의 얇은 책이야.
 
"자, 하야토. 할 얘기가 있지? 얼른 인목이 없는곳으로 고우!"
 
"엑, 잠! 마음의 준비가……!"
 
목덜미를 잡히고 억지로 납치당하는 하야토. 일단 나무삼.
 
"……하야토는 휘둘릴 타입이네"
 
"아니, 하루 누나가 휘두를 타입인것 뿐이잖아"
 
저 사람을 아내로 갖는 녀석은 모두 휘둘리겠지.
 
유키노는 내 옆에 서고 살짝 손을 내밀어왔다.
 
"……나는 너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
 
……하하. 나도야. ……하지만……
 
나는 그 손을 다정하게, 그러면서도 놓지 않도록 잡는다.
 
"……나는 너의 행복을 바라고 있어"
 
나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행복하다. 이 이상 바라면 벌을 받는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다.
 
"……후후. 내 행복을 바란다면,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겠네"
 
"……그런가. 그렇군……"
 
나에게 사랑을 준, 가르쳐준, 보내준, 이 사랑스런 사람의 소원이라면……이루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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