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그리고 아무도…

 

 

 

 

 
……10분 후.
우리는 질식할것 같을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거실에 모여있었다.

 

 


유이가하마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으로 잘게 떨고 있고…….

하야마 그룹은 자다 봉창맞아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넋나간 표정을.

토츠카와 자이모쿠자는 불안과 거북함을 합친듯한 표정으로 고개숙이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의식을 돌린다.

거실과 식당 안쪽, 주방에는 유키노시타와 히라츠카 선생님이, 유키노시타 씨의 사체를 검분하고 있었다.
지금은 모포를 덮고 있지만 거실과 식당, 주방은 이어지기 때문에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대화소리만큼은 작게 들려온다.

덜컹덜컹 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보다도 명확하게, 하지만 긴박감을 띤 음색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유키노시타, 그건……"
"저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동생으로서 언니를 이런 곳에 방치하고 싶지 않아요"
"……역시 현장보존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루노라면 합리적인 사고를 바랄터다"
"제가……언니를 방치하고 싶지 않아요. 하다못해 방까지……"

사라질것 같은 유키노시타의 목소리.

하지만 완고한 의지를 느끼게 하는 음색이었다.

"…………그런가. 그렇군. 가족으로서……동생으로서 이런 차가운 곳에 내버려둘 수는 없지. 응, 나도 도우마. 혼자선 힘들겠지"
"……죄송합니다"
"무얼, 미안할일은 없다. 그저 지금같은 말을,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살아있을때의 하루노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고 쓸쓸하다는 듯이 말하는 히라츠카 선생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가 침묵했다.

그리고 옷이 스치는 소리, 누군가가 누군가를 업는듯한 동작이 소리로서 전해왔다.

"미안하다. 조금 길을 비켜다오"

거실 구석……계단 근처에 있던 하야마 그룹에게 한 걸음 먼저 히라츠카 선생님이 주방에서 나와 말을 건다.
뒤에는 힘없이 몸을 탈력시킨 유키노시타 씨를 업은 유키노시타가 엄한 눈빛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유키노시타 씨의 몸에는 감싸는듯이 푹 모포가 덮여있다.

……하지만 모포 끝에서 살짝 보이는 그 얼굴은 온도를 잃은듯이 차가워서 그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이미 죽었으니까.
……내가 보는한,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게해서 유키노시타 씨를 옮기는 유키노시타를 다 같이 조용히 쳐다봤다.

……그런 와중에.
유키노시타의 엄하게 찡그려진 얼굴을 보고 유이가하마가 견딜 수 없었는지 작게 오열을 흘렸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선도하듯이 앞을 걷고 유키노시타에게 보조를 맞춰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계단을 올라간다.
그런 둘의 뒷 모습을 나는 그저 말없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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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일이다만. 범인 찾기보다도 신변의 안전을 우선하고 싶다. 어떠느냐?"

유키노시타와 히라츠카 선생님이 거실로 돌아오고나서 잠시.
히라츠카 선생님이 차를 확인하러 한번 밖으로 나가 돌아온 직후 몸에 쌓인 눈을 털면서 잘 울리는 큰 목소리로 분위기를 수습하듯이 입을 열었다.

돌아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던건 가는 김에 외부와 연락수단을 시험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지금 결론은 헛수고로 끝났다는것이다…….

나는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지금부터고 자시고, 사람이 죽었잖아? 그럼 경찰에 신고해야하잖아?"

미우라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듯한 소리를 당당하게 말했다.

그게 가능하면 고생은 안 한다고.
……그보다 진작에 했지.

"미우라. 전화선은 끊겨 있었어. 차는 타이어가 펑크난 모양이야. 뭐 어차피 이 눈보라로는 차는 쓸 수 없겠지만"

한번 말을 끊고 유키노시타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힐끔 눈짓을 하듯이 보고 그리고 말을 이었다.

"휴대전화도 권외고 네트워크도 통하지 않아.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눈보라가 약해질때까지……혹은 내일 저녁에는 펜션을 정리하러 츠즈키 씨가 올 예정이지만, 그때까지는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없다고 생각해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인지 감정을 일부러 죽인듯한 부자연스런 목소리로 담담하게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그, 그럼 뭐야!? 살인범이 있을지도 모르는 펜션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야한단 소리야? 농담도 아냐!"

바들바들 어깨를 떠는 미우라.
그 얼굴은 약간 경직되어 있었다.

'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있다'고 단정하는 편이 좋겠지.
이럴 경우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할 것이다.

전화선이든 차든 명백하게 악의를 느끼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해서 외부와 접촉을 끊고 싶은 이유란 무엇인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나쁜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이 막힌 끝에 '쓸데없는 발버둥'이라면 좋겠지만……낙관해야할건 아니겠지.

끝없는 사고를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끊는다.

"유미코, 진정해"
"하지만 하야토!"
"지금 초조해해도 사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그리고 지금 제일 괴로운건 유키노시타야"

처음에는 꾸짖듯이, 마지막에는 사라질것처럼 약한 목소리로 하야마는 툭 말했다.

"…………미안"
"됐어. 말려들어버린 이상 이쪽의 실수야"
"말려들었다니, 무슨 의미야 유키노시타?"

나는 수상쩍게 중얼거렸다.
……말려들었다고?

"여기는 유키노시타가가 소유하는 펜션이고 살해당한건 유키노시타의 장녀야. 그렇다면 유키노시타에 원한을 가진 '누군가'의 범행이라고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워. ……그것도 외부의 누군가"
"…………외부?"
"외부범일거야, 히키가야. 이 중에서 남을 죽일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그야……"

듣고서 빙그르 시선을 돌린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폭력은 휘두르지만 남을 죽일만한 인간은 아니다.
육체언어가 날아오는건 많이 있지만(나 한정으로) 남을 죽인다고 하면 주먹으로 죽인 사고겠지(어라? 그 경우엔 내가 피해자 아냐?).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논외다.
머리가 꽃밭이니까.
거기다 유이가하마는 뭐라고 할까……남의 아픔을 자진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녀석이다.
그런 유이가하마가 남을 죽이려고 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고 상상도 가지 않는다.

 

 


하야마도 논외.
지장없이 살고 싶은 이 녀석은 남에게 위해를 가한다……그것도 그 최상급인 살인은 금기 중의 금기겠지.

 




토베는 하야마의 떨거지 중 한 명이라 생각할 수 없을테고, 미우라는 하야마와 어느 정도 친한 유키노시타를 소홀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친밀도로 말하자면 유이가하마도 에비나도 같은 죄가 된다.
그러니까 죽일만한 동기에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에비나는……죽일 동기라고 할까 접점조차 떠오르지 않고, 이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상상되지 않는다.
뭐, 그건 다른 전원에데고 말할 수 있지만.

  

 


그리고 소심한 자이모쿠자는 남을 죽일 배짱 따윈 없고 토츠카는 천사다.

……라고는 해도 문제의 본질은 거기가 아니겠지.
중요한건 '유키노시타 씨를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상태였다' 라는 것이다.

가령 살해당한것이 주방이 아니라 유키노시타 씨의 방에서 쳐서 죽이고 그 후에 주방에 데려가서 찔려 죽었다고 보이게 하기 위해 식칼을 꽂았다, 라는 위장을 했다고 해도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건 변함은 없는 것이다.

밀실도 아니거니와 확인하지 않았지만 완전한 알리바이도 전원 없을 것이다.
거의 전원이 개인실이고 시간이나 상황상으로 생각하면 '누구라도 죽일 수 있었다'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건 전화선도 차의 펑크도 같은 일을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유키노시타가 내부범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는건 말도 안 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내부범을 딱 부정한걸까?

이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의심암귀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한거겠지.

이 이상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범인을 적극적으로 찾는 공세보다 마중이 올때까지 다같이 살아남을 소극적인 방어세를 선택했다.

본래라면 유키노시타 씨를 죽인 범인을 분위기를 뒤흔들어 초조감을 유발하는 화술로……좀 더 말하자면 자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라도 찾고 싶을텐데.

그걸 아슬아슬하게 멈춰세우고 합리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게 아마 유키노시타의 옆에서 작게 떨고 있는 유이가하마의 존재다.

실패했을때의 위험, 실행한것만으로 생기는 위험, 이 두 가지가 유이가하마와 천칭에 걸려서 위태로운 균형으로 유이가하마에게 기울고 있는 거겠지.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할 수도 없는 알리바이를 확인하여 내부범을 의심하면 그것만으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여 추악한 진흙탕 다툼이라는 상황으로 발전해버리는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게되면 유이가하마의 정신상태는 지금 이상으로 몰려버린다……그렇게 생각한거겠지.

오히려 그 이외에 이유가 없는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소극주의인 하야마도 본심은 어떻든간에 내부범을 의심하기보다 일치단결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수긍하면 일단 눈 앞의 다툼은 피할 수 있겠지.

적어도 그 계기는 만들 수 있다.

"없군……"

그러니까 나는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부터의 일을……건설적인 얘기를 하자"
"유키농……"

어디까지나 듬직하게 행동하는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하마가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세게 껴안고 엉엉 울었다.

 

 


"조, 좀, 유이가하마. ……어째서 네가 그렇게 우는거니?"
"울거야! 자기랑 관계있는 사람이 죽었잖아? 나, 하루노 언니하고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지만……그래도, 그래도! 거기다 유키농이 안 울잖아! 분명 제일 힘들텐데 울지 않으니까……그러니까 내가 울거야!"

껴안은채로 뚝뚝 눈물을 흘리는 유이가하마.
그런 유이가하마에게 당혹하여 곤란한듯한 표정을 짓는 유키노시타.

그리고 유키노시타가 살짝 헛기침하고 미소지었다.

"…………유이가하마. 실은 진정이 되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방에서 혼자 울 생각이었는데……그때는 같이 울어줄래?"
"……응. 응!"

울고있는 유이가하마를 달래듯이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유키노시타.

……뭐야, 이 백합백합한 공기……라고 얼버무릴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유키노시타 자매를 위해 내내 울고 있는 유이가하마를 그저 조용히 지켜보는 수밖에 할 수 없었다.

…………………………………………………….

………………………………………………………………………………………………………………………………………………………………………………………………………………………………………………………………………………………………………………………………"진정이 됐니?"

그리고나서 10분 이상 유이가하마는 울었다.

그 무렵이 되자 유키노시타 씨의 사체를 똑바로 보지 않고, 그렇기에 유키노시타 씨의 죽음을 어딘가 먼 현실로밖에 받아들이지 않았던 다른 녀석들도 유이가하마의 우는 얼굴로 인식이 바뀌었는지 얼마간 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유키노시타 씨를 발견한 직후 달려온 히라츠카 선생님으로 인해 모포를 덮어져서 가려졌으니까 처참한 현장을 본 인간은 실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주방을 바로 출입금지 시켰으니까.

"응……. 미안해 유키농"
"아니. 나의……우리를 위해 울어줘서 고마워.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가 미소짓는다.

"유키농……"
"지금은, 얘기를 해야해"

근지러운듯이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로부터 슥 고개를 피하고 말했다.

"주방 안쪽에 창고가 있는데. 침입자가 없는지 조사하는것과 동시에 우선 무기가 될만한걸 거기에서 조달해서, 그 후에 두 조로 나뉘어서 펜션 안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어떠니? 물론 잠긴곳도 확인할거야"

어제 펜션에 도착한 직후 미우라네는 실컷 펜션 안에 여기저기 장소에서 전파가 통하지 않는지를 시험하고 단념했던걸 알고 있었는지 휴대전화가 이어질 가능성을 섦여하지도 않고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뭐, 자기 펜션이니까 처음부터 연결되지 않는건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묵묵히 있던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걸 실천한거겠지.

혹은 귀찮았단것 뿐이거나.
……후자겠군.

한화휴제.

 

 

 



이 펜션은 1층에 거실이 있고 맞닿은 안쪽에 식당이 있다.
그리고 그 식당 오른쪽에 주방이 있고, 그리고 그 오른쪽에 창고가 있다.

창고에는 생활 필수품의 몇몇 갖춰져있는 모양이다.
위치 설명으로 돌아가면 거실 오른쪽에는 이 또한 맞닿은 복도가 있고 남녀 따로 대욕탕이 있고 화장실(개인실)이 있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펜션 양끝……요컨대 거실 왼족과 화장실 옆에 각각 설치되어 있다.

 

 

 


2층과 3층은 같은 구조로 등간격으로 5개씩 방이 늘어서고 통로 정 중앙에 쉬는 공간의 소파, 그리고 역시 오른쪽 계단 옆에 화장실(개인실)이 있을 뿐이다.

방의 순서는 2층 왼쪽부터 토베, 하야마, 자이모쿠자, 토츠카, 나 순서대로 되어 있다.

 

 


3층은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에비나, 미우라, 유키노시타 씨, 히라츠카 선생님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엑? 인원상으로 방이 하나 부족하다고?
어젯밤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같은 방에서 잔 모양이다.
너네 얼마나 사이 좋은거야.
그냥 결혼하지 그러냐?

"둘로 나뉜다는건……찬성해야겠네"

생각에 잠기듯이 팔짱을 끼고 하야마가 무겁게 말했다.

"둘로 나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잖냐. 2층, 3층을 조사할때는 방 하나씩 조사하고 방에 들어가지 못한 녀석들이 양 쪽 계단을 망보면 된다고 쳐도……1층만큼은 사각이 너무 많아"
"그건 알고 있어……"
"그럼 좀 더 합리적으로 판단해. 망보기 의미를 잃어버리면 눈도 둘 수 없어"

 

 

 



알면서 그 대답이냐.
얼마나 평화주의자야.

"…………"

씁쓸하다는듯이 입술을 깨물고 눈을 내리는 하야마.

그리고 미우라에게 노려보기 당했다.
그 눈동자 속에는 유키노시타하고는 정반대인 불꽃처럼 불타오르는 분노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무서워, 무서워. 진짜로 무서워.
그 박력에 뺨이 살짝 경직되어 무심코 한 발짝 뒤로 물러설뻔한다.

"좀, 너"
"됐어 유미코"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올발라. 내가 잘못한거야"

나에게 폭발할뻔한 미우라를 달래고 하야마는 사람 좋은 미소로 생긋 미소지었다.

"하야토……"

그리고 어째선지 미우라가 감격한듯한 젖은 눈동자로 하야마를 쳐다보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뭔가 감동할만한 부분 있었나……?
진짜로 리얼충(웃음)의 감성은 모르겠네.
머리속이 연중무휴로 장미색 꽃밭이야?
그 꽃밭, 전부 피안화로 바꿔심으면 좋을텐데.

"뭐, 다섯명씩 나뉜다면 그리 쉽게 습격당하지는 않겠지. 거기다 만약 죽일 생각이라면 나는 어젯밤에 살해당했을거다. 방문을 안 잠갔거든"

내 말에 싸악 얼굴을 창백하게 만드는 유이가하마.

 

 

 



"힛키, 믿을 수 없어! 너무 주의없어! 죽으면 어떡하려고!?"
"아니아니, 보통 죽는다고 생각 안 하잖냐……. 그건 그렇고 유키노시타, 이 펜션의 열쇠는 어떻게 되어 있어? 마스터 키라던가"
"마스터키는 장난을 칠 수 없도록 츠즈키 씨가 갖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이 자리엔 없어. 각자 자기가 가진 방의 열쇠 뿐이야. 피킹은……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려운 구조라고 들었어. 방의 밖에서 달칵거리면 들키겠지"
"유키노시타 씨의 방 열쇠는 어떻게 됐는데?"
"언니의 주머니에 들어있었으니까 내가 언니를 침대에 눕히고 문을 잠갔어. 지금은 내가 관리하고 있어"
"그런가……"

피킹을 한다고 해도 달칵달칵 소리가 울린다면 그틈에 안쪽에서 문을 잠가버리면 된다.
방 안은 일단 폭력적인 위협에서는 어느 정도 안전지대인가…….

피킹이라는 전제로 잠들지 않고 깨어만 있다면이지만.

그나저나 범인은 유키노시타 씨의 열쇠를 뺏지 않았던건가?

아니면 뺏을 필요가 없었던건가?
그렇다면…………

"그래서 팀은 어떻게 나눌거야?"

무심코 생각에 몰두하려고 했던 나에게 하야마가 말을 걸어온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사고를 끊어내고 고개를 들었다.

"나,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토츠카랑 자이모쿠자를 팀으로 하고 그쪽은 하야마랑 토베, 미우라랑 에비나, 부족하니까 히라츠카 선생님이면 되겠지. 남녀로도 잘 나뉘었군"

이쪽은 남자 둘에 여자 둘, 그리고 천사 한 명.
그쪽은 남자 둘에 여자 둘, 그리고 폭력 교사 한 명이다.
응, 내가 생각해도 완벽하게 틈이 없는 배분이다.

"……알았어. 그걸로 가자"

하야마가 모두를 빙글 돌아보고 특히 불만의 소리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내심은 그렇다치고 가볍게 수긍했다.

 

 

 



"미안해 하치만……. 창고에 갈때 거실에서 기다려도 될까? 그게,"

토츠카가 말을 흐리듯이 힘없는 시선을 공중에 종횡시키고 있었다.

"보, 본관도……가능하면 사양하고 싶다. 무, 무서운건 아니다! 그저 좀……피가 거북할 뿐이다!"

자이모쿠자가 굳세게 하지만 너무나도 한심한 소리를 큰 소리로 말했다.

 

 

 



주방에는 아직 유키노시타 씨가 흘린 피가 남아있다.
그걸 상상한건지 둘의 얼굴에서는 싸악 핏기가 가시고 있었다.

"좋아. 유이가하마, 너도 남으렴"
"하, 하지만, 유키농!"
"창고에 가서 조사하면 금방 돌아올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유키농……. 응, 미안해……"

유이가하마에게 언니의 참상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건지 유키노시타가 다정한 음색을오 미소지었다.

……토츠카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유이가하마를 위해서 스스로 말했을지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망설임없는 말이었다.

"흠. 그럼 하야마, 너도 남아라. 범인이 숨어있다고해도……넷이나 있으면 쉽게 습격하러 오진 않겠지. 바로 근처에 우리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미우라와 토베를 손으로 제지하고 하야마는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도저히 핏자국을 보고 싶지 않다는 토츠카네를 남기고 우선 거실에서 식당, 생생한 핏자국이 남은 주방을 지나 나란히 창고로 향했다.
쓸만한 무기로서는 마대자루가 셋에 쇠망치나 톱 등의 대공 도구류가 몇 점과 주방에 있던 식칼 세 자루를 찾았다.

유키노시타에게 확인해보니 유키노시타 씨에게 꽂혀있던 식칼과 합쳐서 숫자는 갖춰진 모양이다.
그렇다는건 범인은 주방에서 식칼을 조달했다는게 된다.

돌발적으로 맞닥뜨렸다고도 할 수 있다.
성가신데…….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 탈선할뻔한 사고를 되돌린다.
지금은 신변의 안전, 탐색이 우선이다.
범인은 살아남고나서 본직에 맡기면 된다.

식칼 등의 날붙이는 여차할때 '범인을 죽여버리는건 아닌가?' 라며 무서워서 쓸 수 없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 곳에 모아뒀다.
만약 앞으로 도둑에게 도둑맞으면 성가시므로 탐색을 할때는 유키노시타가 모아서 들고 다닌다는 결론으로 났지만 쓸 일은 없겠지.

그럴니까 실질 쓸만해보이는건 마대 세 자루와 쇠망치 정도였다.

그것들을 손에 들고 거실로 돌아와 남은 넷과 합류하고 나와 하야마와 토베가 마대를, 자이모쿠자는 망치를 거부해서 식당 의자를 장비하게 됐다.

자동적으로 쇠망치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쇠망치라니, 퍼스트 블릿으로 사망자가 나오는거 아냐?

뭐, 그건 그렇다치고.
탐색하는 방의 열쇠를 나누어서 이렇게해서 우리는 거실에서 둘로 나뉘어서 탐색을 개시한 것이었다.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받은 방 열쇠를 들고 확인하듯이 다른 모두를 돌아봤다.

  

 


"……알겠어?"

계단 망보는걸 게을리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1층의 탈의실과 대욕탕, 그리고 화장실을 순서대로 돌아본 후에 우리는 2층 반대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야마네와 신호를 맞춰서 3층으로 올라갔다.

지금은 3층으로 올라가 바로 방 앞에 있다.

2층을 지나간건 대욕장 등을 조사하고 있을때 2층은 하야마네가 다 조사했을거라고 계산하고 열쇠를 나눠줬기 때문이다.

과연 그 결과대로가 되어 우리는 3층에 맞닿은 방 앞에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이모쿠자, 토츠카, 유이가하마의 얼굴이 긴장으로 경직된다.
유키노시타마저 움찔 뺨을 살짝 경직시켜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복도를 곧게 쳐다보니, 반대쪽에 하야마네의 모습도 보여서 그 점은 조금 든든했지만.

……하지만 하야마놈.
토츠카의 방을 조사한다니, 진짜로 부럽, 앗, 아니, 괘씸하네!

"하치만……본관, 무서워"

1층에서 이쪽으로 그런 자이모쿠자의 몇 번째나 같은 대사를 들었다.
데자뷰 느낌이 장난이 아니다.
루프도 하는거냐.
'라다톰 마을에 어서오시오' 라고 설명하는 마을사람 A급으로 같은 대사인데.

적당히, 진지하게 대답하는것도 질렸다.

"어이어이, 검호장군. 이런때를 위한 검호장군이잖냐, 진짜로 부탁한다고"

아니, 네가 갓 태어난 아기 사슴마냥 부들부들 다리를 떨어도 귀엽지 않거든, 기분 나쁘기만 할 뿐이거든.

실제로 거수자가 있다면 이 녀석의 체격은 어떤 의미로 경이롭게 비칠테니까(밀쳐들면 빠져나올수 없을테고, 보기에 답답해보이고, 언동도 답답해보이고, 그리고 답답하니까) 선두에 세우고 싶었지만 거부당했다.

얼마나 스타일 구기는거야.

너, 정말로 검호장군이야?
중2 풍격도 안 돼네.
이런 시츄에이션이야말로 평소의 자신을 염려 용서없이 발휘하라고.
그리고 격침……안 돼, 이건 역시 농담이 안 돼.

 

 

 



"……내가 선두에 설게"

번뜩, 묵직하게 빛나는 식칼을 들고 유키노시타가 앞에 나섰다.

"잠깐잠깐. 네가 선두에 선다. 자이모쿠자, 만약의 때는 원호를 해줘. 토츠카와 유이가하마는 계단을 망보고, 이변이 있으면 큰소리로 하야마네에게 도움을 요청해주면 돼.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가만히 있어. 지금 너,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냉정하지 않아"

무서워 무서워, 그리고 무서워.
눈에서 하이라이트가 사라지고 식칼을 든 유키노시타라니, 밤길이 아니라도 만나면 맨발로 도망칠 수준이다.
그리고 붙잡혀서 뒤로 찔린다.

뭐, 외면은 그렇다치고 내심은……냉정하게 있을 수 있을리 없지.

"…………그러, 네. 그럴지도 몰라. 미안해, 히키가야. 맡길게"

순순히 사과한다니, 진짜로 너답지 않네…….

평소의 나라면 '누구냐 이 녀석' 라고 하면서 유키노시타에게 독설을 듣는 모습까지 상상해버린다.

"하치만, 조심해"

양손을 가슴 앞에서 기도하듯이 대고 큰 눈동자를 적히면서 토츠카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남자가 아니었으면 결혼을 신청할 수준으로 귀엽다.

그리고 차인다.
뭐야 그거 세상에 절망해버린다.
……이 세상에 구원은 없는건가.

"……어. 그럼 간다"

내심 동요를 밀어감추듯이 해서 열쇠구멍으로 열쇠를 집어넣고 돌린다.

달칵 가벼운 소리가 나고 손잡이를 돌렸다.
끼이익, 삐걱이는듯한 소리가 나고 문이 천천히 열린다.

 

 

 



안은 내가 묵었던 방과 같은 8다다미의 양간으로, 침대와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옷장이 있을 뿐인 간소한 내장이었다.

이 방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쓰고 있다.
융단 위로 대충 놓인 보스턴 백과 책상에 올려진 담배가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누가, 빨리 아내로 받아가줘.
안 그러면 내가 받아가버릴것 같으니까!

뭐, 그러 농담은 둘째치고.
방을 돌아보는 한, 아무도 안에 숨어있는 기색은 없다.
침대 밑을 엿보아도 그저 공간이고, 침대의 부풀음도 없었다.
일단 이불을 들춰보지만 역시 텅 비었다.

 

 



……남은건 옷장 안뿐.
함께 방으로 들어온 자이모쿠자의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되게 크게 울렸다.

"……연다"
"으, 음"

자이모쿠자가 의자를 들어올리고 나는 마대자루를 한 손으로 내밀듯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옷장을 열었다.

안에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사물이라 생각되는 옷이 몇 벌 수납되어 있을 뿐이지 아무도 없었다.
만일을 위해 마대 자루로 찔러보지만 가벼운 감촉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쉰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것 같군"
"……후우"
안도한듯이 의자를 내리고 자이모쿠자가 얼굴에 떠올린 지방 땀을 늘 입고 있는 갈색 코트 소매로 닦았다.

……이렇게나 추운데 얼마나 땀을 흘리는거야.
너무 긴장해, 그보다 힘좀 빼라.
그래선 여차할때 못 움직인다고…….
소용없다는걸 알면서도 말하고 싶어지는 입을 억지로 닫는다.

창문 잠금쇠를 확인하지만 특별히 변이는 찾을 수 없었다.
뭐 이런 눈보라 속에 장비를 갖춘다고 한들 이 창문으로는 출입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는것만으로 눈이 들어오니까 흔적도 그대로 알테고.

"……다음, 가자"
"으, 음. 본관에게 맡기게"

힘껏 자이모쿠자의 허세를 뒤로 듣고 우리는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20분 후.

우리는 펜션 안을 모두 탐색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해서 거실로 다시 집합했다.

소파에 몸을 기대어 나는 문득 생각한다.

 

 


유키노시타 씨의 방을 조사했을때……눈에 들어온 침대의 부푸러미와 약간 모포 틈새로 흘러나온 흑발과 하얀 얼굴, 그리고 유키노시타의 "언니……"라고 중얼거린 목소리와 안타까운듯이 찡그려진 얼굴이 뇌리에 남아서 그저, 그저 뼈아팠다.

"이만큼 찾아도 없었다는건 말야, 이미 도망친거 아님?"

공간을 채운 무거운 분위기를 날리려고 하듯이 토베가 최대한 밝은 어조로 말했다.

 

 

 



"응 분명 그래. 절대로 그래! 범인이 언제까지고 사건현장에 있을리 없대도! 분명 밤중에 차로 와서 차로 돌아간거야!"
"그치그치! 그렇게 생각하지?"

미우라와 토베가 가벼운 어조로 들떠오르듯이 대화를 한다.

마치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것처럼.
누군가가 추종해서 긍정해달라고 하는듯이 비치는듯이 밝은 목소리였다.

"그런거면 좋겠다만……"

나는 물을 끼얹듯이 툭 중얼거렸다.

이게 정말로 살인사건이라고 한다면, 역시 너무 긍정적이잖냐…….

"무슨 의민데!"

달려들듯이 미우라가 말했다.

 

 



"……그럼 물어볼까. 이런 눈보라 속에 차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해? 가령 눈보라가 치기 전에 와서 숨어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돌아가지? 제설차라도 없으면 무리잖아"

밖을 쳐다보니 요란하게 기세가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무서운 눈보라가 불고 있었다.
창틀 바로 아래까지 눈이 쌓여서 적설량은 가볍게 보아도 대충 1미터 이상은 될 것이다.

펜션 입구는 어째선지 계단이 있어서 그 위에 있으니까 괜찮지만 지면에 닿으면 문조자 열 수 없겠지.
더군다나 3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하얀 어둠같은 세계에서 어쩌라는거야, 진짜로.

"……확실히. 이 날씨가 계속된다면 츠즈키 씨도 내일 저녁에는 올 수 없을지도 몰라. 전화가 안 통하니까 이변을 깨닫고 제설차를 수배해서 상태를 보러와줄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래도 예정보다는 늦어지겠지……"

유키노시타가 턱에 손을 대고 떠오른걸 그렇게 말했다.

그건 츠즈키 씨가 범인이 아니었다면, 하는 얘기지만.

의미있는 시선으로 유키노시타를 쳐다보니 당연하지만 유키노시타도 깨달은 모양이라 '입다물고 있어' 라고 날카롭게 노려보아졌다.

노려보지 않아도 입다물고 있을거라고…….
이런 소리를 해도 분위기를 혼란시킬 뿐이라 의미는 없은이까.

깨닫는 인간이 의식하고 있으면 그거면 된다.
대륙의 여우섬도 아니고, 최악의 경우엔 날씨가 회복하면 걸어서라도 탈출할 수 있으니까.

"그럼 어디에 숨었다는 거잖아! 찾아봤지만 못 찾았잖아!"

미우라가 탕, 탁상에 손을 대고 히스테릭하게 소리질렀다.

"가능성의 얘기야. ……최악에 대비해야한다고 한것 뿐이야. 거기다 눈보라가 약해지면 전파가 통하는곳까지 휴대전화를 갖고 걷는것도 불가능하진 않아. 그저 이 시기는 한번 눈보라가 치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냉정하게 대답하는 유키노시타를 노려보고 입을 다무는 미우라.

그런 미우라를 달래려고 하야마가 말을 건다.

"자자, 유미코. 범인이 아직 있다고해도 우리가 이렇게 뭉쳐있는한 그리 쉽게 덮쳐올 수는 없어"
"……독가스로 모두 죽이지는 않겠지?"

…………문득.

불길한 상상을 해버린건지 토베가 얼굴을 싸악 창백하게 만들며 중얼거렸다.
그 한마디로 과잉으로 반응을 한건 역시라고 할까 미우라였다.

"이, 이런 낮은 위치에 있을 수 없어! 독가스는 기본적으로는 공기보다 무겁지!? 방에 틀어박혀서 이변을 느끼면 창문을 열면 되잖아? 하야토, 히나, 가자! 유이도!"

어이어이, 토베야……
지금 완전히 존재를 무시당했구나…….
불쌍한 놈.

그리고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무취의 독가스는 많이 있지 않나?
일산화탄소라던가.
그것들로 펜션 전체를 뒤덮이면 끝이지만.
그게 가능하면 우리는 어젯밤에 이미 죽었겠지.
허둥대는것이 목적, 이라는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군.

"……유키농?"
"나는 여기에 남을게. 독가스라는 수단이 있다면 우리는 어젯밤에 몰살당했을거야. 그렇다면 다같이 주위를 경계할 수 있는 여기에 있는 편이 나아"

온도가 없는, 유리구슬같은 눈동자와 음색으로 담담하게 대답하는 유키노시타.

그 대답은 평상시의 유키노시타의 합리적인 사고를 배신하는 것이었다.




……이 녀석, 설마.
자기 손으로 유키노시타 씨를 죽인 범인과 결착을 짓고 싶다고 생각하는건가?

"미안, 유미코. 나도 여기에 남을게"
"유이!"

한층 비명처럼 미우라가 소리를 질렀다.

 

 

 

"그치만! 제일 괴로운건 유키농이야. 곁에 있어주고 싶어!"
"…………………………으읏!"

이쪽도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는 유이가하마에게 두말을 할 수 없게 된건지 목까지 아올뻔한 불평을 집어삼키듯이 미우라는 입을 다문다.

"알았어……. 어쩔 수 없구. 그럼 하야토, 히나, 토베, 가자"

하야마와 에비나는 순간 난처하다는듯이 우리를 돌아봤다.

토베는 차분함없이 쭈뼛쭈뼛 시선을 종횡시키고 있다.

"뭐, 넷이나 있으면 안전할거라 생각하지만……. 만약 신변의 위험을 느끼면 큰소리로 외쳐라. 바로 달려가마"

히라츠카 선생님은 고섭의 선택을 하는듯이 뺨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이 이상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 문제를 사람과 함께 떼어놓으려는 판단……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잘못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단독이라면 모를까 넷이나 있으면……뭐어, 위험은 크게 감소하겠지.

마음이 맞지 않는 무리와 따로 행동해서 문제로 발전할 위험을 천칭에 걸면 그러는 편이 단연 낫다.
하야마는 잠시 미우라와 히라츠카 선생님을 번갈아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체념한듯이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희는 유미코의 방에 있을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와주세요"
"아아. 아무쪼록 단독행동은 하지 마라. 망을 본다고는 해도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우리의 눈을 빠져나와 누군가가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것만큼은 조심해라"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야마가 미우라에게 팔을 당겨져서 걸어간다.

에비나와 토베가 히라츠카 선생님엥게 호신용 마대를 둘 받고 하야마네를 따라갔다.

멀어져가는 네 발걸음에 나는 어째선지 불길한 예감을 느껴버렸다.






나아는 짜증이 나 있었다.

왜 짜증이 나 있는지는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하야토네와 합숙이 이런 형태로 엉망이 되고……그리고 유이가 나아보다 유키노시타를 우선한게 화가 난 것이다.

……알고 있다.




유키노시타는 언니를 잃었다.
그렇다면 그런 유키노시타에게 있어주고 싶다는 유이의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걸 허용할 수 없다. 나아 자신의 속좁은데 또 화가 났다.

까득, 입술을 악물고 창밖을 쳐다본다.
창밖은 여전히 새하얬다.
하얀색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자연이 격하게 이를 드러내고 덮쳐오는거라고 착각해서 그 상상에 조금 몸을 떨어버렸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나무틀과 창이 흔들려서 그 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불안이 가속했다.

"저기, 유미코. 화장실 안 갈래?"

히나가 곰실곰실 어딘가 면목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하아?"

라며 말을 하고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부터 가질 않았다.

"……미안.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가는건 좀 불안하고……"
"나아야말로 미안. 딱히 화난거 아니야. 조금 놀란것 뿐"
"나도 따라갈까?"

토베가 가벼운 어조로 웃었다.
하야토도 이쪽을 보고 있다.
부탁하면 따라와주겠지만……역시 부끄럽다.

소녀의 수치심에는 이길 수 없었다.

"딱히 됐어. 그보다 토베. 여자가 화장실 가는걸 따라온다니 섬세함이 부족한거 아냐?"
"그, 그런건 아니래도!"
"뭐, 거수자는 못 찾았고, 가깝고,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을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충분히 조심해. 무슨 일이 있으면 큰소리를 질러야한다?"

하야토가 다정하게 달래는듯한 음색으로 말했다.

그걸 듣고 내심 텐션이 올라서 내가 생각해도 단순하다며 조금 기가 막혔다.
그것만으로 '화장실 정도는 방에 달아두라고!' 라는 불평이 머리에서 사라져버렸으니까.

"응, 금방 돌아올게. 자, 히나. 가자"
"응, 고마워 유미코"

그렇게해서 나아와 히나는 같이 3층 구석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먼저 양보해줘서 고마워, 유미코"
"딱히 괜찮구. 히나가 말한거니까, 먼저 양보하는건 당연하잖아?"

화장실 물을 흘리는 소리와 손을 씻는 '솨아아아아' 하는 물소리가 그치고 히나가 화장실 문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나아는 교대하여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럼 나아가 끝날때까지 제대로 기다려줘야한다?"
"알고 있대도"

히나의 미소를 보니 어딘가 안심하고 나아는 화장실 문을 닫는다.

다음은 나아의 차례였다.
변기에 앉아 부르르 떨고 용무를 마치(여기서부터는 소녀의 사정으로 생략)고 끝나 물을 흘리고 있으니…….

그 물소리와 겹치듯이 화장실 밖에서 '푸욱!' 하는 날붙이를 부드러운 무언가에 꽂는듯한, 그런 무겁고도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이어서 풀썩, 하고 무언가가 쓰러지는 듯한, 이 또한 무거운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정적.

 

 



"히나?"

조심조심 작은 목소리로 불러본다.

"…………………………………………………………"

무음.

정적이 귀를 아프게 만들법한 무음.

오싹오싹 불길한 예감이, 수많은 벌레처럼 등을 타고 기어오른다.
사신에게 등을 싸악 쓰다듬어지는듯한, 그런 정체 모를 불안이 마음에 먹물을 떨어뜨린듯이 검게 치솟아 올랐다.

"……히나. 장난은 그만쳐"
"………………………………………………………………………………………………………………………"

대답은, 없다.

심장을 꽈악 조이는듯한 불안이 시커멓게 성장해서 낫머리를 들어 나아를 덮쳤다.
나아는 질식해버릴듯한 무거운 긴장에 더는 목소리도 내지 않고 화장실 문을 조용히 노려봤다.

지직, 노이즈가 달린다.

……이 문을 열어선 안 된다.

시끄러워.

……이 문을 열면 분명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본능이 귀에 아플만큼 경고를 했다.
전신에 식은땀을 씌운듯한 공포에 잇몸이 맞물리지 않아 딱딱 소리를 울린다.

시끄러워.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웟.

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 달리는 노이즈를 부리치려고 화장실 문에 손을 댄다.

문에 댄 손은 자신의 손이 아닌것처럼 감각이 없고, 돌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주륵, 등을 식은 땀이 흘러떨어졌다.
그것들을 얼버무리려고 노려보듯이 눈동자로 힘을 넣어 이를 악 문다.

그리고 귀에 아픈 경고음을 무시하고……문을, 연다.




……거기는 지옥이었다.

등에 식칼을 꽂혀진 히나.
눈동자에선 생기가 상실되고 있었다.
히나의 피로 무겁게 늘어져 새빨갛게 물든 교복.
그 아래에서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흘러떨어지는 피가, 생명을 0으로 만든듯이 바닥으로 피웅덩이를 퍼뜨리고 있었다.

그저, 빨갰다.
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갛고빨개서, 미칠것 같았다.
망가진 인형처럼, 손발을 내동댕이친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히나.

그 맞은편에서.
길고 매끄러운 흑발을 나부끼며.
광기에 물든듯한 망가진 미소로.
크게 뜨여진 눈동자가.
안면의 피부가 찢어질 정도로 경직된 이상한 미소가.
튄 피로 새빨갛게 물든 교복이.
그 모든것이 미친듯한 세상 속에서.




"아, 아……"

산소결핍의 금붕어처럼 뻐끔뻐끔 숨결이 흘러나왔다.

너무나도 지옥같은 참상에 성대가 마비된것처럼 비명조차 나오지 않아 얼어붙은듯이 그저 떨었다.
바들바들 잇몸이 딱딱거리는 소리가 두개골까지 차갑게 진동한다.

"꺄하……"

핏발친 눈을 안구가 날아갈 정도로 한계까지 크게 뜨고.
입술을 추악하게 말아올리며.
입가를 이상할 정도로 말아올린 광적인 미소로.
망가진것처럼 소리를 흘리는 유키노시타.
그 가느다란 손가락 끝은, 하얀 얼굴은, 교복은 튄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희고 가는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떨어진다.

……히나의 피.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미친듯이 큰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서 달려나가는 유키노시타.

나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히나의 사체에 손을 대어 눈물을 흘리는수밖에 없었다.

 

 



"어이, 무슨 일이야! 지금 목소리는 뭐야!?"

그런 절박한 하야토의 목소리를, 어딘가 먼 의식 속에서 들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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