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if -2-
 
 
 
 
 
소부 고등학교 문화제 마지막날은 오늘도 쾌청하다.
 
학급에서 출점한 찻집 출근날인 히키오는 오전부터 재빠르게 교실 안에 설치된 간이 부엌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히키오는 진짜 마스터처럼 위풍당당하게 행세하고 있었다.
 
 
"여. 수고했어"
 
"응. 그렇게 생각하면 교대해줘"
 
"싫어. 그보다 그 에이프런 어울리네"
 
"응. 나는 그런점이 있으니까"
 
"자기가 말하지마"
 
 
히키오와 같은 부엌을 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유이와 히나의 강한 요망도 있어서 나는 홀에서 메이드 흉내를 내고 있다.
 
거추장하게 달린 프릴.
 
짧은 스커트와 니삭스.
 
……부끄러.
 
그보다 추워. 여러가지 의미로.
 
 
"……"
 
"보지마. 나아도 알고 있거든"
 
"풉. 놀랄만큼 안 어울리네"
 
"……쥐어짜버린다"
 
"무셧. ……자, 손님 왔어. 돌아가라 돌아가"
 
 
손을 휙휙 나한테 흔드는 히키오를 약하게 발로 걷어차고 나는 홀로 향한다.
 
……그, 그렇게나 안 어울리나?
 
 
"아, 유미코-! 도와줘-!!"
 
"유이, 너 되게 긴장해"
 
"그, 그치만 손님이 잔뜩인걸"
 
"하나하나 상대하니까 그렇잖아. 그런 구경하러 온 손님으누 물이라도 마시게 해둬"
 
"좀, 너무 무례한 소리를 하면 안 돼"
 
 
테이블 자리는 거의 만석.
 
100엔 커피나 쿠키를 위해 모인 손님……이 아니라 급사하는 고등학생 메이드를 목적으로 온 손님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보다, 왜 메이드 찻집이야? 누가 발안한건데"
 
"엥!? 유미코가 찻집이 좋다고 했잖아!!"
 
"그래! 나빠!?"
 
"에-……"
 
 
몰래 빼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유이는 얼굴을 경직시키면서도 줄어들지 않는 손님의 흐름을 처리하기 위해 홀을 뛰어다닌다.
 
힘들어보이네, 라고 생각했더니 테이블석에 앉은 어떤 남자 손님이 스마트폰을 나한테 향하고 있었다.
 
그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스마트폰을 숨기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어이, 너. 누가 촬영해도 좋다고 했어"
 
"어, 아, 그게……"
 
"도촬한거라면 나아도 잠자코 안 있을거야"
 
"……, 그, 그치만! 저기 저 사람도 찍고 있었다고!!"
 
 
그 도촬마가 황급히 손가락을 들자, 가리키는 곳에 서 있던 인물은 아뿔싸,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집어넣는다.
 
 
멋쩍은듯이 그는 묵묵히 부엌 공간으로 사라졌다.
 
 
검은 에이프런이 흔들거리며 휘날린다.
 
 
"히키오!!"
 
"……. 왜 그래?"
 
"찍었지! 너, 사진 찍었지!!"
 
"바, 바보냐. 너, 내 인격이랑 인품을 몰라? 도저히 도촬할만한 인간이 아니잖아?"
 
"의심할여지가 없을정도로 도촬마거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인간. 빈약한 발상이구만"
 
 
평소대로 모습을 가장하는 히키오의 얼굴에선 폭포처럼 땀이 맺혀있었다.
 
 
"스마트폰 내놔!!"
 
"……흥. 건내주는건 상관없지만 비밀번호는…"
 
"8.0.0.0.0. 자, 잠금 해제"
 
"자, 잠깐만!"
 
 
나는 히키오에게 등을 돌리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한다.
 
드물게도 당황하는 히키오가 뒤에서 와-왁- 거리고 있지만 나는 신경쓰고 사진 폴더를 열었다.
 
…….
 
 
"……너, 너 말야"
 
"……"
 
 
오늘 찍었을거라 생각이 드는 몇 장의 사진.
 
모두 동일인물의 피사체고 모두 메이드복을 나부끼고, 귀찮다는 얼굴로 비치고 있었다.
 
 
"호-, 헤-, 흐응-. ….…얘, 히키오. 나아 잘 어울려?"
 
"….…"
 
"우와, 이거 눈 게슴츠레하잖아. 삭제"
 
"……"
 
"이건 귀여우니까 남겨줄게"
 
"……"
 
"……뭐라 말을 해. 저기, 메이드복 입은 나아 귀여워?"
 
"……하아"
 
 
사진폴더를 다 본 나는 스마트폰을 히키오에게 돌려준다.
 
고집부리는 히키오는 팔짱을 끼면서 나를 돌아본다.
 
왜 잘난척인데.
 
 
"……뭐어, 그거 아니냐? 응. ….…안 그래?"
 
"후후. ……제대로 말해"
 
"……귀엽지 않냐?"
 
"뭐야 그 태도는"
 
"내 노력의 한계다"
 
"그럼 용서해줄게. ……그럼"
 
 
나는 히키오의 팔을 잡아다 얼굴을 가져간다.
 
키스를 하려고 하는건 아니다.
 
이렇게하지 않으면 사진에 둘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자, 귀엽게 찍었구. 나중에 나아한테도 보내줘"
 
"……예이"
 
"아, 그리고 도촬한 벌"
 
"아?"
 
 
나는 히키오의 뺨에 입술을 갖다댔다.
별로 학교에선 하지 않지만, 오늘은 특별.
 
도촬한 벌과
 
도촬해준 답례로.
 
 
 
 
 
 
"유미코도 힛키도 전혀 도와주질 않아-!!"
 
 
 
 
 

 
 
 
 
【유지】
 
 
 
 
 
 
 
 
 
 
"아으~. 긴장 된다아아"
 
"아-, 유미코-. 하로하로-"
 
 
유지 무대 뒤에선 이미 기타랑 키보드를 든 두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케이스에 든 베이스를 등에 짊어진 나도 유이의 긴장이 옮은건지 다리가 저린다.
 
 
"음, 다 모인 모양이군. 그럼 에비나는 키보드를 무대에 옮길 준비를 하고 오거라"
 
 
히라츠카 선생님의 지시대로 히나는 키보드 건반을 문화제 실행위원에게 부탁하면서 무대 옆으로 걸어갔다.
 
 
"그보다, 선생님 정말로 기타 칠 수 있어요?"
 
"흠. 공백기간이 있으니까 약간 불안하지만, 이 노래 정도라면 문제없겠지"
 
"후에~, 왠일로 선생님이 믿음직스러…"
 
"유이가하마, 너에겐 여러모로 가르쳐줘야겠구나"
 
 
선생님이 유이가하마의 목덜미를 잡고 사라진다.
 
무대 뒤는 문화제 실행위원의 우당탕탕 거리는 소음에 감싸여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손끝부터 얼어붙는듯한 차가움과 귀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함을 느끼고 만다.
 
긴장하고 있는건 당연하다.
 
나는 프로도 뭐도 아니니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더군다나…….
 
 
"……하아. 힘내라, 나아"
 
 
작은 목소리는 자신에게 말을 하듯.
 
 
굳어버린 몸을 놀래킨것은 스마트폰의 착신음이었다.
 
LINE 메세지 수신음에 나는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히키가야
【보러왔어. 힘내라】
 
 
내일은 눈이 내리려나?
 
보기 드문 일도 있구나.
 
짧은 말에는 마법이 걸려있다.
 
기분 좋고 조용한 마법은 나를 감싸듯이 자연히 얼굴을 풀어줬다.
 
 
유미코
【잠자코 봐둬!】
 
 
 
 
 
――――
 
 
 
다아앙, 중저음을 울린다.
 
튜닝도 완벽하다.
 
어깨로 맨 베이스는 차갑게 나를 반사시키고 있다.
 
4줄 밖에 없는 현은 가늘게 떨리다 점차 사그라들며 소리가 사라졌다.
 
 
"아-,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문화제 한정으로 편성한 걸즈 밴드입니다"
 
 
마이크를 탄 내 목소리는 체육관 안에 울려퍼진다.
 
신기하게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 중에서도 그 녀석은 단번에 찾아낼 수 있었다.
 
 
"……긴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얘기를 할게요"
 
 
체육관에는 적이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나아, 이렇게 되먹었구, 까놓고 말해 성격도 완전 그대로고, 잘 질려하구, ……전부 적당하게 해왔어"
 
 
솟아오르는 체온은 멈추지 않는다.
 
화조띤 몸의 원인은 그 녀석 때문이다.
 
그 녀석은 내가 보내는 시선을 깨닫고 있을까.
 
 
"하지만, 정말로 좋아하는걸 찾아냈으니까……. 진심으로 그 녀석의 전부를 원하니까"
 
 
나는 그 녀석의 모든걸, 진실된 모든것을 원한다.
 
그러니까, 들어줘.
 
내 진심과 진실된 관계.
 
 
"……. 많이 연습해왔으니까, 제대로 들어둬"
 
 
 
뷰티풀 스토리
 
 

 
 
………
……

.
.
 
 
 
 
 
방금전까지의 소음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문화제가 끝난 체육관은 그저 넓기만 하고 어둡다.
 
폐회식과 함께 끝난 문화제는 흥분과 추억만을 남기고 모습을 지웠다.
 
그만큼 해왔던 준비도, 끝나버리면 쓰레기통행이다.
 
 
높은 천장과, 붉은 석양을 반사하는 바닥.
 
 
부대위에서 쳐다보는 광경운 연주중하고는 완전히 다르게 쓸쓸하다.
 
 
하지만 싫지 않다.
 
 
아무도 없는 체육관은 마치 세상에서 한 공간을 떼어낸것처럼 조용히 나를……, '우리'를 둘러쌌다.
 
 
"……여. 교실 녀석들은 뒷풀이 하러 갔어"
 
"히키오는 안 가?"
 
"안 가"
 
"그럼 나아도 안 가"
 
 
20미터는 떨어진 곳에서도 목소리가 들린다.
 
그 녀석의 목소리는 아무리 작아도 나에게는 들린다.
 
 
"……하아. ……갈게. 얼굴만 내밀기로 할게. 그러니까 너도 제대로 가라"
 
"헤헤, 그럼 그렇게 할게"
 
"……그보다, 뭐하는거야?"
 
"추억에 잠겨있었어"
 
"너답지 않네"
 
"……어땠어? 나아의 노래"
 
"……음. 나쁘지 않았어"
 
"그치. 많이 연습했으니까"
 
"호오. 그렇게나 밴드를 좋아했나"
 
 
무대에서 뛰어내리자, 작은 충격이 다리를 타고 전해진다.
 
여기는 꽤 높았구나.
 
 
"아니거든. 좋아하는건 밴드가 아니라……, 너"
 
"하아?"
 
"히키오에게 칭찬받고 싶었으니까 열심히 한거거든!"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나는 천천히 걸어서 히키오의 옆으로 간다.
 
히키오는 와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반드시 나를 기다려준다.
 
 
"……그런가. 꽤 아름다운 목소리였고, 베이스도 좋았어. …이거면 돼?"
 
"후후, 수줍어해? 눈, 뒤집혔는데"
 
"아냐아냐. 석양빛이 내 눈을 말이다. ……이거, …그거하고 있다"
 
"그거-? 그거는 뭔데?"
 
"으-. ……거, 거 봐. 뒷풀이 가야하잖아. 얼른 가자"
 
"풉. 부끄럼감추기네. ……그럼 갈까"
 
 
팔을 껴안자 히키오는 한숨을 쉬면서도 저항을 하지 않는다.
 
문득 히키오가 다리를 멈춘다.
 
왜 그런걸까, 생각한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에 닿았다.
 
평소라면 절대로 해주지 않는.
 
 
 
 
히키오의 키스.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게 될것 같다.
 
 
 
 
 
 
"…후, …으에?"
 
 
 
"……. 그, 그거다. ……석양이 눈부셨으니까……"
 
 
 
 
 
 
 
 
 
 
-if- END
 
 
 
 
 
 
 
 
 
………
……

.
.
 
 
 
 
 
 
"라는 느낌으로 망상해봤어"
 
 
"……됐으니까 청소를 도와주겠습니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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