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과 린2
 
 
 
하나코를 안고 주변을 휙휙 걷는다.
놀랍게도 모퉁이나 갈람길에서는 하나코가 길안내를 해준다.
팔 안에서 올바른 길을 쳐다보면서 멍멍 짖는 것이다.
 
솔직히 하나코가 가리킨 길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내 팔 안에서 날뛰지도 않고 이렇게까지 얌전히 있어주면 실수해도 괜찮나 라는 기분이 든다.
 
가끔 쓰다듬어주면 눈을 가늘게 뜨며 기분 좋아해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들 하나코를 보고 싱글벙글하지만 시선을 들어 내 얼굴을 보면 그 미소가 경직된다.
좀비니 구울이니 실컷 듣지만 나는 개를 먹는 특수한 식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렇게 겁에 질린 얼굴 하지마. 나도 동물을 귀여워하는 때는 있다.
 
그런 시선을 받으면서 하나코의 길안내대로 길을 걸어간다.
음, 이번에는 이쪽인가.
 
어느샌가 하나코와 작은 모험을 즐겁다고 느끼는 내가 있었다.
이런 가게가 있었나, 하며 새로운 발견.
다음에는 코마치도 데려와보자.
가끔은 이런 식으로 잘 모르는 곳을 휙휙 걷는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하나코를 안고 걷길 몇 시간.
시각은 이미 점심을 지나, 당초의 예정으로는 이미 집에 돌아갔을 시간이다.
아무래도 하나코의 안내는 정확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뭐, 나도 즐겼으니까 그건 됐다고 치자.
 
하지만 이대로 개주인을 못 찾았을 경우는 어떡하지.
한번 집으로 데려가서 또 찾으러 올까.
하지만 집에는 카마쿠라가 있다. 하나코는 얌전하니까 괜찮을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강아지용 밥이나 화장실 등이 전혀 없다.
자, 어떡한다.
 
멍멍!!
 
이제부터 어떡할까 생각하면서 걷고 있으니 하나코가 평소 이상으로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모퉁이도 갈람길도 없다.
어쩐 일인가 싶어서 하나코가 보고 있는 방향을 쳐다보니, 길 맞은편에 꽃가게가 있었다. 아무래도 저 꽃가게에 반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꽃가게 앞으로 간다.
색이 형롱한 꽃이 있어서 아름답다.
하나코는 꽃을 좋아하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하나코가 한층 큰 소리로 "멍!" 하고 짖었다.
그러자 바로 안에서 가게 사람같은 여성이 나왔다.
나이는 나와 그리 차이나지 않을 것이다. 예쁘고 긴 흑발, 어딘가 유키노시타와 닮은 느낌이 들지만, 그녀가 더 앳된 느낌이 남아있는것 같다.
 
아무래도 되게 허겁지겁 나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녀가 개 주인이겠지.
 
"저기, 하나…그 개…"
 
개 주인같은 여성이 말을 한다.
아무래도 나는 조금 멍하니 있던 모양이다.
하나코를 잊고 있었다.
 
"어음. 하나코의 주인이야?"
"맞아"
 
내가 물으니 그녀는 바로 끄덕였다.
 
"똑똑한 개네. 얌전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던것도 하나코의 안내 덕분이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에게 개를 건낸다.
그러자 기쁘다는듯이 하나코를 껴안는다. 이렇게까지 사랑받다니, 하나코도 좋은 곳에 길러지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걸 떠올렸는지 그녀는 핫, 하며 "고마워" 라고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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