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sumyan―』
 
 어떤 학생 기숙사.
 카미죠 토우마의 방에는 손님이 와있었다.
 미사카 미코토다.
 언제부터 였을가, 카미죠에겐, 미코토의 레벨이 몇이다던가, 통칭이 뭐였다던가, 신경쓰지 않게 됬다.
 미코토는 집에 들이닥치자마자, 들고온 봉투에서 몇개의 식재를 꺼내들었다.
 백와인이나 로스고기, 야채를 꺼내고, 후라이팬이나 오븐을 사용해 조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방 주인인 카미죠 토우마의 앞에는 익숙치 않은 요리가 존재했다.
 테이블에 나열된 접시 위에는 야채 소테와 익숙치 않은 고기, 소스까지 있었다.
 
「저기…미사카씨?」
 
「뭔데」
 
「저기이, 이건 무슨 고기입니까」
 
「새끼양 로스트. 먹어 봐」
 
 로스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감상은 하나밖에 없었다.
 눈을 크게 뜨고 솔직한 한마디.
 
「맛있어……」
 
「정말?」
 
「새끼양 인가. 처음 먹어봤어」
 
 다시 한입.
 
「그, 그래? …그럼, 좀더 제대로 된 녀석을 만들어줄게.
 
 그 주변의 고급 요리 하나 둘이라면 나도…」
 이미 머릿 속에서 구입할 재료 리스트업을 시작한 미코토를 보고, 카미죠는 상상했다.
 만단위의 식재를 손에,
 
『이걸로 맛있기 만들어올테니까 기다려』
 
 하고, 기쁜듯이 미소짓는 날에는 이중적인 의미로 쇼크 받아 죽을지도 모른다.
 카미죠가 의자를 90도로 돈다. 미코토를 멈추기 위해 일어서려고 했지만,
 
「무긋!?」
 
 목에 걸린것 같았다.
 
 
 
「? 잠깐, 목에 걸렸어!? 무, 물!!」
 
 당황해서 미코토가 부엌으로 뛰어갔다.
 식기창을 열고 유리컵을 꺼내들고, 부엌에서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 동작은 전혀 망설임 없는 한, 카미죠의 방일 것이다.
 컵에 물을 가득 붓고, 카미죠에게 가지고 갔다.
 
「――읏!」
 
「자, 자, 마셔. 등 두드리는게 좋아?」
 
「므, 므그그」
 
「어, 어때? 괜찮아?」
 
 꿀꺽 하고 마시는 소리와 함께, 카미죠는 겨우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츠하-……카, 카미죠씨는, 어떻게든 살은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이런데서 죽으면 한번도 이기지 못한 내 입장은 어떻게 되는건데」
 
 그런 말과는 반대로, 미코토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카미죠는 아니었지만,
 
「너, 아직도 집착하는거냐? 난 승부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너 좋을대로 이긴걸로 치면 되잖아」
 
 여자 아이를 때려서 이기면 명예고 뭐고 없다. 그런건, 카미죠 토우마는 바라지 않는다.
 설령 그게 초능력자-레벨5-라도, 그게 제3위인 초전자포-레일건-이라 불리는 존재라도.
 카미죠가 그런 인간인건 싫을정도로 알고 있는 미코토였지만 어째선지 납득이――
 그때, 머릿속에 뭔가가 반짝였다.
 
「――그럼 나 좋을대로 할게」
 
「오우」
 
 남자는 두말 안해, 라고 가슴을 펴며 말했다.
 
「네가 진거야」
 
「…오우」
 
 문득, 카미죠의 머릿속에 일말의 불안감이 지나갔다.
 
(……아니, 기분탓이겠지)
 
「그럼, 벌게임 받아줘야겠어」
 
「……기분탓이 아니잖아!?」
 
「대단한건 아니야-. 물마셔주면 되니까」
 
「뭘 멋대로 벌게임을 하는……근데, 물은 뭡니까!?
 
 카미죠씨에게 약이라던가 위험한걸 먹이거나――」
 미코토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테이블 위에 놓인――카미죠가 물을 마셨던 컵을 손에 들었다.
 
 
 미코토는 컵을 손에 쥐고, 하나 결심을 했다.
 긴장하고 살짝 마른 입술을, 붉은 혀로 핥으면서 적셨다.
 가볍게 숨을 삼키자, 호흡이 떨리는걸 알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숨을 토해내고, 심호흡을 했다.
 가슴 속에서, 경종이 치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양손으로 쥔 투명한 유리 컵속에, 조금 남아 있는 물이 진동하고 있다.
 흔들리는 수면.
 미코토의 마음도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그 결심이 흔들린건 아니었다.
 분명, 뭘 해도 막을 수없는――멈출 수 없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모양이 좋은 입술을, 살짝 컵 끝에 갖다댔다.
 조금씩 컵을 기울여서――4분의 1정도 남아있던 물을 입에 머금었다.
 싸늘한 액체가 입속을 가득 채웠다.
 컵을 테이블에 뒀다. 탁 하고 작은 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묘하게 요염해서, 카미죠의 가슴이 고동쳤다.
 의자에 앉아있는 카미죠의 뺨에, 미코토의 작은 손에 더해졌다.
 전해지는 손의 따뜻함으로 카미죠가 귀까지 새빨개졌다.
 미사카 미코토가, 정면에서 카미죠 토우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똑한 코. 잘 정연된 눈썹..
 붉음을 띤 가느다란 살결.
 온기를 띤 요염한 입술.
 
(이뻐)
 
 미코토의 얼굴은 이뻤다. 분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카미죠는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한번 더 말을 걸었다.
 
「……미사카」
 
 미코토가 해야할 것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전하고 싶은게 있었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입술을 가져갔다.
 설령 지금, 이 소년이 뭘 말해도,
 
「――――」
 
 미코토는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후우」
 
 미코토가 가볍게 숨을 토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카미죠는 좀 자극이 너무 강한것 같아, 이미 끝난 지금도 멍하니 있었다.
 두 사람다 입술엔 감촉이 남았고, 몸에는 달아오르고 있는데, 입 속은 싸늘한 차가움이 있었다.
 이윽고,
 
「『후』……」
 
「후?」
 
「―――『후우』가 아냐아아아아!! 너, 너 말야, 지금, 뭐, 뭐를」
 
「…말하게 할 셈? 말하게 하고 싶어? 왜 했는지, 라고 여자에게 묻는거야?」
 
 꺄-꺄- 소란을 피우는 사이에 『그렇다면』 하고 카미죠가 빈 컵을 들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 뭐하는……」
 
(서, 설마. 다, 다시 한번 하자는건 아니겠지?)
 
 한번 하는데도 저만큼의 각오가 필요했었던 것이다. 역시 동요를 숨길수 없었다.
 그런데, 카미죠는 물을 부은 컵을 손에 들고 돌아와서――입에 물을 머금었다.
 
(잠……진심?)
 
「에, 아, 아니, 하지만…그」
 
 말없이 카미죠가 테이블에 컵을 올렸다.
 
「―――」
 
 카미죠의 양손이, 미코토의 뺨에 닿았다. 손바닥은 미코토보다도 컸다.
 힘을 너무 주지 않도록, 상냥하게 눌렀다.
 
「아……」
 
 두번째는, 조금 길었다.
 
 
 
 
 
「―――죄송합니다. 졌습니다.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나, 나도 부끄러웠단 말야! 그, 그러니까――다시 한번, 해줘」
 
 유리 컵에는, 아직 3분의 1정도 물이 남아 있었다.
 수면에 흔들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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