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의 기다림.
 
「미안, 기다렸어?」
 
 숨을 거칠게 쉬며, 소년이 미사카 미코토에게 달려왔다.
 사실은 기다리지 않았어, 오히려 여기서 기다릴 수 있다는게 기뻐서 두근두근하고, 조금 빨리 온건 분명하지만――빨리 만나고 싶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고도 싶어――그런 마음을 즐기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 사랑스런 소년의 곤란스러운 얼굴을 보고 싶어서, 조금 뺨을 부풀리면서 모양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기다렸다구. 너무해, 빨리 온다고 했으면서」
 
 그 말에, 라곤 해도 이것도 언제나의 일이라, 소년도 알고 있었다. 그런 말주고받음을 둘이서 즐기고 있었지만, 소년은 약속대로, 조금 곤란한것같은, 하지만 눈동자는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 미코토, 어떻게 하면 기분 풀어줄거야?」
 
 하고 묻는다.
 소년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못된 장난을 치는 미소를 띄우며, 쑥 턱을 내밀며 눈을 감았다.
 
「곤란한데…하지만, 미코토에겐 거스를 수 없지」
 
 말은 곤란한 척을 하면서, 목소리는 곤란하지 않았다. 눈을 감았는데도, 소년의 얼굴이 다가오는걸 알 수 있다. 그 소년, 카미죠 토우마의 손가락이, 미코토의 턱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미사카 미코토는 이불을 발로차며 몸을 일으켰다.
 
(뭐, 뭐야, 지, 지금 꾼 꿈은…. 어째서, 그, 그녀석이……)
 
 심장이 격하게 고동쳤다. 신경따위쓰지 않는 소년이 꿈 속에서, 자기에게, 아니, 자기가, 스스로 그 입술을 바라…
 그걸 떠올리고, 더욱 새빨개졌다.
 그대로 풀썩 앞으로 고꾸라져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격한 숨을 몇번이나 쉬고, 토했다. 고개를 들고 시계를 봤다. 오전 5시 50분――분명히 말해 수면부족이고,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일어나는데 지장은 없다. 아무튼 얼른 세수하자――그렇게 생각하고, 침대를 내려았다.
 거기서 겨우, 같은 방을 쓰는 소녀가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침대 위에 정좌하고 있다는걸 눈치챘다.
 
「뭐, 뭐하는거야 쿠로코?」
 
 말을 걸자 소녀, 시라이 쿠로코는 끼기기긱 하고 기계소리가 날것 같은 움직임으로 미코토를 보고,
 
「어, 언니…. 자는동안 멋진 꿈을 꾸신것 같습니다만――쿠로코는, 쿠로코는…」
 
 꿈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와, 미코토는 다시 얼굴을 새빨갛게 하곤 휙! 하고 몸을 뒤돌아봐, 세면대로 도망쳤다. 시라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한것 같았지만, 수도꼭지를 크게 열고, 물소리로 들리지 않는 척을 했다.
 
 
 그 날 미사카 미코토는, 뭘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방과후. 카미죠 토우마는 어쩐지 모르게 책방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만화잡지 발매일도 아니고, 새로운 만화가 나온것도 아니다. 참고서――는 이전에 사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카미죠가 손을 댈리는 없다. 진짜, 그냥 어쩐지 들어왔을 뿐이었다.
 가게내는 귀가길인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 선반에 손을 뻗고 있는 한 명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미사카 미코토.
 아무래도, 선반 가장 위의 책을 잡으려고 하는데, 손이 닿지 않는것 같다. 받침대는, 하고 돌아보자, 다른 손님이 쓰고 있는걸 인식했다.
 자연스레 소녀의 옆에 서서, 손 뻗고 있던 책을 집어서 건내줬다.
 
「여어 미사카. 이거지?」
 
 빈틈을 찔린걸까, 멍한 표정으로 카미죠의 손에서 책을 받아들었다.
 
「고, 고마워……」
 
 멍하게, 카미죠와 손의 책을 번갈아 봤다. 몇초가 지나서,
 
「너, 너 어떻게」
 
 작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나서, 주위를 돌아봤다.
 
「꺄아아아아앗, 언니잇」
 
「저 사람, 여름방학때 그 분 아니에요?」
 
「역시 언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여자애들의 환성이 들렸다. 카미죠는 깨닫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가게 내에는 대부분이 토키와다이 중학의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이었다. 역시 움찔한다.
 
 
 
 고개를 숙인 미사카 미코토가, 무리하게 카미죠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빠른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가려고 했지만, 반대 손에 쥐고 있던 책을 깨닫고 당황해서 계산대로 돌아갔다. 카운터에서 점원에게 책을 내밀고 지갑을 꺼내려고 했지만, 초조해서 그런지 손이 말을 잘 안듣는것 같았다.
 가격을 보니, 책 가격은 방금 편의점에서 천엔지폐를 내고 받은 거스름과 비슷한 액수고, 그 거스름돈은 주머니에 쑤셔넣었었다. 미코토는 아무래도 빨리 가게를 나가고 싶어 한것 같아서, 카미죠는 카운터에 책 값에 맞게 금액을 지불했다.
 그러자, 뒤에서 더욱 여자애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받으면서, 점원한테서 책을 낚아채듯이 받은 미사카 미코토에게 끌려가서 가게를 나왔다. 소녀가 귀까지 새빨개졌다는걸 깨닫지 못한것은, 그건 카미죠니까요 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가게를 나와도 소녀의 발은 멈추지 않고, 거기서 부터 15분은, 전속력으로 거리를 달려나갔다.
 
 
「색, 색, 색… 갑자기 뭐야?」
 
 숨을 거칠게 쉬면서 카미죠가 물었다.
 전혀 모르겠다는 카미죠의 말에, 일순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지은 미코토였지만, 소년과 눈을 마주치자 그 시선을 억지로 피하고, 뺨을 붉게 물들이며,
 
「고, 고마워…」
 
 하고 가게에서 했던 말을 재차레 중얼거렸다.
 전력질주로 달리게 된것에는 불만 한개쯤 말하고 싶었지만, 카미죠는 감사의 말을 들어놓고 나쁜 소리는 할 수 없었다.
 
「책 말야? 뭐, 신경쓰지마. 급하게 나오고 싶었던것 같고」
 
 의식하지 않았지만, 웃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조금은 곤란한것 처럼, 그래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상냥한 웃은 얼굴.
 
 
 
 두근.
 갑자기, 오늘 아침에 꿨던 꿈이 떠올랐다. 눈 앞의 웃는 얼굴이, 꿈 속에 웃는 얼굴과 겹쳐졌다. 살짝이지만 눈을 마주치자, 소년의 그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머리가 더욱 뜨거워졌다.
 
「후배들이 있었으니까――그, 그애들, 적당히 소문내는걸 좋아하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던건 아니었다. 마치 변명하듯이 입에서 말이 흘러넘쳤다.
 
「저, 저기, 너도 곤란하잖아. 이상한, 소문 나버리면」
 
 미코토의 말에, 소년은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나는 곤란하진 않지만, 오히려 곤란한건 미사카잖아? 토키와다이의 에이스가 평균고등학교의 덜떨어진녀석과 함께 있다면 말야」
 
 또, 조금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수면부족인데다 전력질주를 하고, 산소부족한 얼굴로.
 미사카 미코토의 의식은, 분명 어딘가로 날라가버렸을 것이다.
 눈 앞의 소년의 웃는 얼굴이, 지금 아침에 봤던 꿈과 리플레인했다.
 
 
 
 무심코 외쳐버렸다.
 
「그, 그런거 아냐!」
 
 
 갑작스런 외침에, 카미죠는 곤란한 표정이 더욱 곤란해졌다. 하지만, 소녀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나, 나는 너랑 함께있다고 소문 나도 상관없어」
 
「미, 미사카?」
 
 카미죠의 부름에――아냐, 그게 아냐, 어째서 그렇게 남처럼 대하는거야? 하고 소녀의 의식이 저항했다.
 
「미코토」
 
「헤?」
 
「미코토라고 불러」
 
「미사카씨? 왜 그래? 괜찮아?」
 
「그러니까, 아니야! 미・코・토! 미코토라고 부르지 않으면 싫다구」
 
 폭주하기 시작한 소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꿈에 나온 소년과, 눈 앞에 있는 진짜 소년의 구별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카미죠에게 안겨붙는다.
 
「미코토, 잖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카미죠에겐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어도 안된다. 뭔가를 하기 위해서도, 여기선 따르는게 최선책일지도 모른다.
 
「아, 아아, 그, 그랬지, 미코토」
 
 
「후훗, 제대로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안된다구」
 
 
 이렇게해서 극상의 웃는 얼굴로 어리광부리는걸 보면, 이 소녀가 빼어난 미소녀라는걸 재차 인식했다. 하지만, 이대로 있어선 안된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그렇게 생각한 카미죠였지만.
 평소엔 볼 수 없는 모습의 미사카 미코토에게, 카미죠 토우마의 정신도 줄타기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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