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바꾸기 혁명9
 
 
 
 
토일요일을 사이두고 2월 10일 월요일, 점심시간. 지금 현재 나는 봉사부 부실에 있다.
 
……어째서? 그건 우라베에 의한 사가미의 호출에 대하는 최종확인을 하기 위해서다.
 
덧붙여 부실 내에는 6명의 학생이 있고, 평소 쓰는 긴 책상을 사이두고 앉아있다.
 
한 명은 배경에 눈의 마물을 따르게 하는것 처럼 보이는 흑발의 롱.
 
 
"……히키가야, 부르지 않는 손님이라는건 너 한명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한 명은 뚱해진 표정을 풀려고 하지 않는 경단머리.
 
 
"힛키는 꽤 절조 없다니깐"
 
 
한 명은 이 사건에 있어 당사자이기도 한 흑발 쇼트.
 
 
"아하, 아하하하……"
 
 
한 명은 그 언짢은 표정은 기본, 이미 양식미, 푸른색이 섞인 포니테일.
 
 
"………………"
 
 
한 명은 생글생글 미소를 지은 황갈색 머리카락.
 
 
선배, 왜 그래요-? 저를 빤히 쳐다보고……혹시 반했어요-?"
 
 
마지막 한 명은 물론 나……
 
 
"저기, 왜 잇시키랑 카와사키는 따라온거야? 뭐야? 충견이야?"
 
"아니-, 점심을 다 먹었다고 생각했더니 사가미 선배랑 쑥덕쑥덕하고 어딘가로 가버려서……신경쓰여서 따라왔어요"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는 혀를 살짝 내민다. ……약았어.
 
그 잇시키의 발언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 봉사부의 여중.
 
 
"저기, 힛키? 왜 이로하가 점심시간에 힛키랑 같이 있던것 같은 얘기를 하는거야?"
 
"그렇구나, 유이가하마의 말대로야"
 
 
그에 대해 내가 설명하려고 입을 열러던 순간, 옆에 앉아있는 잇시키가 손으로 제지한다.
 
잇시키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 미소를 짓고 입을 연다.
 
 
"그건 말이죠, 제가 선밸아 같이 도시락을 먹기 때문이에요. ……덧붙여 저의 수제를, 완전히 똑같은 내용의 도시락을, 말하자면 그래 페어 세트로요"
 
"좀, 잇시키"
 
"뭐에요, 선배. 거짓말은 안 했다구요?"
 
"………"
 
 
그건 확실히 그렇지만. 오늘도 맛있었지만.
 
 
"그건 사실이니? 히키가야"
 
"…………우라베는 어떡할거야? 점심시간은 한정되어 있잖아?"
 
"……힛키?"
 
"윽……사, 사실입니다"
 
 
그렇게 몰아붙이듯 무표정을 나한테 짓지 않아도……
 
 
"저기 말야, 일단 이건 그거거든"
 
"그거? 그거란 뭐니?
 
"……야, 잇시키"
 
"……에? 뭐가요-?"
 
 
나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오는 이유를 설명하게 하려고 잇시키에게 말을 하지만, 그에 비해 잇시키의 반응은 좋지 않고, 어딘가 시침떼는 듯했다.
 
 
"뭐가요라니……나한테 도시락을 주는 이유 말이야"
 
"아- 그렇네요, 그건 신부 수행을 위해서에요. 의중의 상대를 위해, 선배를 상대로 도시락을 만들고 있어요~"
 
 
내가 다시 잇시키에게 말을 하니, 잇시키는 흐르는듯이 동기를 말한다.
 
그걸 듣고 있던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석연치 않기는 하지만 납득은 한 듯이, 나와 잇시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은 어느 정도 풀어졌다.
 
애시당초 내 점심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파고들기냐. 아이한테 과보호인 교육 엄마냐.
 
 
"………그래서? 우라베에 대해선 금요일에 얘기한대로 해도 되겠어?
 
"그렇구나, 그걸로 가자"
 
"그러게"
 
"으, 응……다들 잘 부탁해. 그리고 고마워"
 
"금요일은 무슨 소리에요-?"
 
"……확실히, 조금 신경쓰이네"
 
"하아……협력을 요청한건 아니지만, 일단 잇시키랑 카와사카에게도 얘기는 해둘게"
 
 
말해두지 않으면 왠지 힐문당할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니까.
 
 
 
 
시간은 흘러 방과후.
 
나는 지금 승강구 앞에서 신발을 신고 찬바람을 맞으면서 하교중인 학생의 파도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체육관이 안전점검을 위해 쓰지 않는 모양이라, 농구부랑 배구부 등, 체육관을 사용하는 부활동 녀석들은 타교의 장소를 빌리러 가는 모양이다. ……왜 알고 있냐고? 외톨이의 좋은 귀를 무시하지마.
 
금요일에 봉사부 with 사가미가 의견을 맞춘 결과,
 
・섣불리 상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약속 장소에는 사가미 혼자 간다.
 
・무슨 일이 있을 경우에는 사가미가 주머니에 숨겨둔 스마트폰으로 나에게 빈 메일을 순식간에 보낸다.
 
・메일이 왔을 경우에는 승강구에 대기하고 있던 내가 체육관 뒤로 가면서 봉사부에 응원을 요청한다.
 
라는 계산이 됐다.
 
솔직히 불안이 없는건 아니지만……무척이나 사가미가 온경하게 상대의 복잡한 호의를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안건. 사가미에게 그런 담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나쁜 소문이 없다는 것이 구제이긴 하지만.
 
사가미를 보낸지 몇 분이 흘렀다. ……아무 일도 없이 사가미가 돌아와주면 다행인데……
 
'부-, 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떨린다.
 
……불길한 예감은 잘 맞는다고 하지만, 이럴때는 안 맞아도 좋은게 아닐까.
 
빈 메일조차 아니라니……
 
『살려줘』
 
그 화면을 보고 나는 바로 달려나갔다.
 
 
 
"안녕, 미나미. 와줬구나"
 
"……응. ……왜 부른거야"
 
"어-? 그렇게 겁먹은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잖아. 뭐, 그런 점도 귀엽지만"
 
"읏……고, 고백이라면 얼마전에 거절했잖아?"
 
"확실히 그렇네……지금도 물어보겠는데, 나랑 사귀어줄 가능성은……없어?"
 
"……으, 응"
 
"그런가-"
 
"………"
 
"그보다 미나미. 요즘 힘들다며?"
 
"……뭐가?"
 
"……소문말이야, 소문"
 
"그, 그게 뭐라는거야?"
 
"아니? 가엾다고 생각해서. 미나미는 꽤 난처한 모양이고? ……하지만"
 
"………뭐?"
 
"최근들어 미나미, 변했지"
 
"………"
 
"머리 형태도 바꿨고, 표정도 변했고, 분위기도 변했고, 행동가짐도 변했고, ……하지만 가장 변한건……그만 쫓아가는 시선일까?"
 
"……읏"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메일에도 썼지? 늘 보고 있다고"
 
"………"
 
"……하지만, 그런 미나미를 보고 있으면 짜증이나. 왜라고 생각해?"
 
"……몰라"
 
"히키타니라는 녀석에 대한 질투…………는 아닐거야. ……그저, 미나미가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게, 용서할 수 없어"
 
"……읏"
 
"내가 좋아하는건……"
 
"………"
 
"내가 좋아하는건……괴로워하고 있는 미나미야! 울고 있는 미나미라고! 고통에 겨워하는 미나미란 말이야! ……왜, 내가 미나미를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해? ……문화제 폐회식 후에 울고 있는 미나미를 봤기 때문이라고? ……뭐, 그 점에 있어선 미나미를 울린 히키타니에게 감사하지만"
 
"…………………"
 
"그러니까 그렇게 겁먹은 표정을 짓지마……참을 수 없게 되버리니까"
 
"……………읏"
 
"있젆아, 미나미. 그 소문을 퍼뜨린거, 누구라고 생각해? 아야네?"
 
"…………"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아니야. ………그거 퍼뜨린건 나니까"
 
"……엣"
 
"이야-, 최고였어. 소문에 희롱당해서 흐려져가는 미나미의 표정은. 울면서 친구에게 변명을 하는 미나미는 정말 군침이 돌았어"
 
"…………………"
 
"어라? 왜 그래? 웅크려 앉고, 자빠진거야?"
 
"……살려, 줘"
 
"아-, 말해두겠지만 오늘은 체육관에서 부활동을 하지 않으니까 도움을 불러도 아무도 안 온다고 생각해"
 
"……히키, ……가야아"
 
"……칫, ……야, 너네!"
 
"""""네, 넵"""""
 
"너희 다섯이서 미나미를 둘러싸. 도망칠 수 없도록"
 
"""""…………"""""
 
"대답"
 
"""""네,넵"""""
 
"……나참, 눈을 떼자마자 미나미? 뭘 스마트폰 만지는거야?"
 
"윽!"
 
"야, 너. 거기 토란 닮은 너 말이야……미나미한테 스마트폰 뺏어"
 
네, 넵"
 
"……왜 그래? 화면을 쳐다보고. 도움이라도 부른거야?"
 
"아, 아뇨아뇨아뇨아뇨……아무것도 아님다"
 
"……미나미?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라? 아픈 꼴을 겪기 싫으면 말이야"
 
………………"
 
"야, 너네들 기뻐해라. 다음에 미나미가 뭐 이상한 행동을 하면 동정 졸업이다. 윤간해도 좋다고? ……나는 딱히 처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건 아니니까. 미나미의 일그러진 표정이 있으면 되거든. 오히려 해주는 편이 좋을지도……"
 
"""""…………"""""
 
"대답"
 
"""""도, 동정 아님다!"""""
 
"……거기냐……음? 누가 왔나?"
 
『……어이, 잠깐 시간 되냐』
 
"너, 너는……"
 
 
 
전력질주로 체육관 뒤로 향한다. 전력질주는 좀처럼 하지 않기 때문인지 점점 허벅다리가 조여져가는 감각이 있다.
 
어떻게든 체육관 옆에 도착.
 
『도, 동정 아님다!』
 
왜 목소리가 여럿 들려오는거야? 게다가 내용……
 
체육관 뒤로 돌아서니 쭈그려 앉은 사가미와, 그걸 감싸듯 체격 좋은 다섯 명의 남자, 조금 떨어진 곳에 우라베의 모습이 보인다.
 
 
"……어이, 잠깐 시간 되냐"
 
 
말을 거니 명확한 적의를 가진 우라베의 시선과 사가미의 젖은 시선, 그리고 『우왓, 클났다, 들켜버렸어』라는 복수의 시선이 나에게 닿는다.
 
 
"너, 너는……"
 
"히, 히키가야……"
 
 
사가미에 이르러선 이미 울어버리고 있다……이건 이미 저쪽은 길티같군.
 
……하지만 적의를 나에게 갖고 있는건 우라베 뿐이고, 사가미를 감싸고 있는 다섯 명은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응? 다섯명 중에 저 둘, 어딘가에서……아, 그런가. 여름에 유도부 행사에서 봉사부에 왔던 유도부 1학년 두 명인가.
 
……왠지 모르게 알았다. 아마, 이 녀석들은 우라베에게 협박을 당해서 하는 수 없이 협력을 요청당한거겠지. 우라베는 여름까지는 유도부에 입적하고 있었고, 실력도 있었다. 운동부라는건 잘 모르겠지만, 연상에게 거스르는것도 주저할 것이다.
 
……일단 저 다섯은 무해 인정인가? 그렇다는건 우라베를 어떻게든 해야겠군.
 
 
"어이, 우라베"
 
"뭐야? 갑자기 나타나서……백마탄 왕자님인 척이라도 하고 싶어?"
 
"아니라고. 그만둬"
 
뭘?"
 
"……사가미를 놓아주라는 소리다"
 
'왜?"
 
"남을 괴롭히는건 안 됩니다라고 부모님한테 안 배웠냐……"
 
"좋아하는 상대는 괴롭히고 싶어진다고 하잖아?"
 
"……초딩이냐"
 
 
이 녀석에겐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 없나……시종 히쭉거리는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무너뜨리지 않는건 물론 점점 그 표정이 짙어지는것 같다.
 
 
"어이, 너……유도부 그만뒀다며"
 
"……갑자기 뭐야?"
 
"……네가 그만둔 요인, 불러도 되는데?"
 
"……하? 무슨 소리하는거야?"
 
"네가 그만둔 이유 알고 있어. 선배의 짓이잖아? ……나, 그 선배하고 인연이 있거든……당장이라도 부를 수 있는데"
 
"뭐야 그 허세. 누가 믿겠냐"
 
 
물론 허세긴 하다.
 
하지만……
 
 
"저기, 우라베 선배!"
 
"……뭐"
 
"저기……히, 히키, 히키타니 선배? 화, 확실히 부를 수 있을지도 모름다"
 
"……뭐라고?"
 
"여름에 행사 있었잖슴까"
 
"아아, 확실히 있었지"
 
"그거, 발안한게 거기에 있는 히키타니 선배임다"
 
 
고맙다, 이름은 잊어먹었지만 토란처럼 생긴 유도부 1학년.
 
이걸로 우라베가 기죽으면 좋겠지만……
 
 
"핫,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는건데. 애시당초 나는 이미 유도부 그만뒀으니까 관계 없어"
 
 
역시 틀렸나……여기서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이후로도 사가미에게 들러붙어서 성가시게 되버린다.
 
그보다 우라베, 이 녀석 말투가 이미지하고 다르네……메일로 봤을때는 선량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하아……히키타니, 너 방해되니까 일단 쳐 맞아라"
 
 
그렇게 말하고 우라베는 어깨를 붕붕 돌리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이런. 어떡하지? 그렇게되면 솔직히 이길 가망성이 없는데.
 
이런이런이런. 위험하다고.
 
시야 구석에서 엄청 걱정스러운듯 나를 쳐다보는 사가미가 있었다. ……그런 눈으로 봐도 무리인건 무리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이미 눈 앞에 우라베가 다가왔다.
 
찰나 구타에 대한 가드를 하기 쉽도록 자세를 잡지……만, 그 자세를 취한 오른팔을 잡힌다.
 
잡혔다고 생각하니 몸은 지면에 때려눕혀졌다.
 
 
"커헉"
 
"히키가야!"
 
 
……억? 뭐야? 등이 굉장히 아프다. 뭐야 지금? 던져졌어? 엎어치기야?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자세로 냉정해지려고 숨을 가다듬으니, 바로 이번에는 왼팔을 조여진다. ……십자꺾기냐!
 
 
"아파, 아야야야야야야야야! 아프다고! 부러져부러져부러져! 항복! 항복이라고!"
 
 
너무 아파서 무심코 그렇게 소리지르고 만다. 하지만, 그 아우성이 통했는지 우라베가 맥빠진듯 십자꺾기를 풀고 일어선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면서 발로 올려찼다. 전력으로 올려찼다. 방금전까지의 원한을 한몸에 담아서 올려찼다.
 
…………………우라베의 고간을.
 
 
"~~~~~~~~~~~~!!"
 
 
우라베는 고간을 부여잡으면서 소리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우라베는 쓰러지고 웅크린채로 콕콕 손가락으로 찔러봐도 반응이 없다.
 
……해치웠나?
 
사가미를 쳐다보니, 어째선지 안짱다리를 취하고 있는 유도부 부원에게 둘러쌓인 가운데 펑펑 우는 사가미가 있었다.
 
 
"히, 히키가야아……"
 
 
사가미는 놀란듯 상반신을 부들부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힛키! 사가밍! 괜찮아-!?"
 
 
뒤쪽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어떻게든 됐지.
 
그 목소리를 듣고나서, 유도부 1학년들은 혼란했는지 바둥바둥 움직이기 시작한다.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니, 이번에는 내 뒤쪽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멀리서도 알 수 있는, 저 가슴의 상하운동은……유이가하마 선배!"
 
"숨을 거칠게 쉬면서 점점 주위에서 떨어져가는 저 모습은……유키노시타 선배!"
 
"긴 팔다리를 구사해서 재빠르게 달려오는 저 심술궂은 포니테일은……카와사키 선배!"
 
"그 카와사키 선배를 바람막이삼듯 당당하게 달려오는건……잇시키 학생회장!"
 
"그리고……저 가련한 뛰는 모습은………토츠카 사이카 선배!"
 
 
뭐하는거야 이 녀석들……응? 그보다 토츠카? 엑, 어째서?
 
바로 뒤돌아보니 확실히 이쪽으로 뛰어오는 천사의 모습이……라고할까, 유키노시타. 저 녀석 괜찮은거냐.
 
그리고 유도부 군단은 웅크린채 움직이지 않는 토베가 아닌, 미소녀 군세에 뒷머리를 채인듯 도망갔다.
 
내가 사가미의 옆에 다가가는것과 동시에 유이가하마가 말을 걸어온다.
 
 
"힛키, 괜찮았어?"
 
"아아……어떻게든. 사가미는 이 모양이지만"
 
"……하지만,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것 같아서 안심했어"
 
"……그보다, 유키노시타. 저 녀석은 괜찮은거냐"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이제 깨달았다는듯 유키노시타에게 "유키노옹!" 소리지르면서 뛰어갔다.
 
 
"……안심했어"
 
"왜 카와사키가 있는거야?"
 
"……급우를 걱정하면 안 돼?"
 
 
그렇게 말하며 사가미를 쳐다보는 카와사키의 눈은 안도의 색으로 넘쳐 있고, 그 표정도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카와사키……너 역시 착하네"
 
"하아?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거야?"
 
 
카와사키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황갈색 목소리가 끼어들어온다.
 
 
"선배, 저도 있――"

 

"그래서, 왜 너도 있는거야? 학생회 일은?
 
"좀, 선배. 그런건 걱정했으니까 일을 내팽겨치고 온게 당연하잖아요"
 
"……어째설까, 엄청 거짓말 같아"
 
"넘해, 선배 너무해요. ……뭐, 저의 이 정열로 가득찬 행동으로 인해 의중의 상대에게 저에 대한 호감도가 오르면 좋겠다고는 조금 생각했지만요-"
 
"……그게 대부분이겠지"
 
 
하지만 이 일이 하야마에게 퍼질 정도로 공공연하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하치만, 괜찮아보이네? 나 안심했어. 부활동 휴식중에 모두가 뛰어가길래 무슨 일이 생각해서 따라왔는데……"
 
"토, 토토토츠카. 아아, 어떻게든 됐어. 던져지거나 꺾기 당하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됐어"
 
"…………에? 던져졌어? 꺾기 당했어? ……하치만이?"
 
"왜, 왜 그래, 토츠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토츠카의 얼굴은 평소의 귀여운 표정이었지만, 아까 잠깐만 수라가 보였다. 수라가.
 
…………자, 그럼.
 
 
"……사가미, 일어설 수 있어?"
 
 
주저앉은 사가미에게 물어보니 그 흑발을 붕붕 가로로 저었다.
 
 
"……그럼 등에 탈 수 있어?"
 
"……응"
 
 
그렇게 말하고 사가미는 웅크려 앉은 내 등에, 놀라 넘어진 몸을 꼼질꼼질 움직이면서 올라탔다.
 
복수의 시선이 나와, 그 등에 꽂히는 기분이 들지만……신경쓰지 않는게 상책이겠지.
 
……기절한 우라베는 어떡할까. 인기척도 없고, 내버려두고 나중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엄중주의를 받게 할까.
 
아니, 그 전에 이 꼴사납게 쓰러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둘까. 자존심 높은 이 녀석을 상대라면, 여차할때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 무서웠다.
 
 
 
 
이번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 남에게……히키가야에게 구해지고 말았다. 의지해버렸다. 본래라면 내가 혼자서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그래도 히키가야가 구해줘서 기쁘다고 느껴버리는 내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깨닫고 말았다. 깨닫고 깨달아버렸다.
 
지금 이렇게 히키가야의 등을 느낄 수 있는것 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것과 동시에 왠지 괴로워진다.
 
나는 히키가야가 뭘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이것만큼은 안다.
 
히키가야에게 있어서 봉사부는 소중한 곳이고, 소중한 존재라는것을.
 
 
"있잖아 힛키, 유키농의 어깨 잡아주는거 도와줘"
 
"유이가하마, 그건 암묵적으로 내가 무겁다고 하고 싶은거니"
 
"그, 그런건 아니야, 유키농!"
 
"왜 난데. 카와사키나 잇시키한테 부탁해"
 
"에-? 그치만 그러는 편이 유키농도 기뻐할거라 생각했는데"
 
"유이가하마? 해서 나쁜 농담과 좋은 농담이 잇다는걸 알고 말하는거니"
 
"미미미, 미안해 유키농"
 
이 둘의 대화를 보고, 히키가야는 정말로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다. 딱히 웃고 있는것도, 미소짓고 있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왠지 정말로 부드럽다. 그런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을 볼때마다 나는 가슴이 괴로워진다. 하지만, 그건 따뜻한 괴로움이 아니라, 늘 정해진 차가운 괴로움이었다.
 
 
"……사가미?"
 
"……왜?"
 
"아까부터 왠지 팔을 조으는게 좀 센데"
 
"……아, ……미안"
 
 
역시 나는 그렇게 되는걸까……고작 며칠만에 이렇게 되다니. 하지만 히키가야는. ……………아니, 지금까지 대로는 안 돼. 안 되는거야.
 
해볼만큼은 해본다. 해볼 만큼 해봐, 사가미 미나미.
 
…………우선 이미 힘이 들어가게 된 다리를 감추고, 히키가야의 등에 업혀갈까.
 
 
 
 
 
 
봉사부 부실로 돌아가, 나는 의자에 앉고 유키노시타가 타준 홍차로 겨우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유이가하마, 카와사키, 잇시키 셋은 교무실에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갔다.
 
유키노시타는 거기까지 몸이 응해주지 않았던 모양이라 평범하게 홍차를 타주었다.
 
문제는 사가미다. ……뭐야? 저 애. 봉사부에 도착한 순간, 평범하게 걸었다고 생각하니 바로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노려보기 시작했는데. ……아직 그 고개를 드는 일은 없고.
 
앗, 겨우 고개를 들었다……라고 생각했더니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자신의 허벅다리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걸 유키노시타도 보고 있었는지 한숨을 쉰다.
 
 
"히키가야, 네 시선은 맹독을 머금고 있다는걸 너는 이해하지 못하는거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부-, 부-'
 
유키노시타는 아직도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내 휴대폰에서 들리는 진동음에 제지당해서 입을 다물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왠지, 아까부터 울굴을 묻은채 사가미가 힐끔힐끔 나를 올려다보는데.
 
뭐 됐다. ……메일은 어디.
 
응? ……착신인이 사가미?
 
 
『갑작스럽지만, 지나치게 갑작스러워서 놀랄거라고 생각하지만……나는 아마, 아니 확실하게 히키가야를 좋아해.
 ……지금 생각했지만, 히키가야라는 이름은 변환이 귀찮네. 앞으로 쓰는 일도 많을테니까 사전에 등록해둬야겠어.』
 
 
여기까지 읽고 무심코 사가미를 쳐다보는것과 동시에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지는걸 깨닫는다. ……그치만, 어? 어?
 
사가미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고, 거기다 허벅다리에 얼굴을 묻고 있다.
 
 
『아마, 히키가야는 내 마음은 한때의 망설임이나 가짜라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걸로도 좋다고 생각해. 나는, 지금의 나의 이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전해두고 싶어. 전하는것만이라도 좋아.
 사귀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왜냐면 히키가야는 거절한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멋대로 히키가야를 좋아하는건 상관없지.
 이런걸 갑자기 전해버려서 제멋대로라고 생각하지만, 사이 좋게 지내주면 기쁘겠어. 엄청 기쁠거야.』
 
 
…………뭐야 이건.
 
뭐야 이건. 그 한마디로 충분하다.
 
예상도 못했다. 설령 예상했다고 해도 확신은 없었을 것이다.
 
얼굴이 뜨겁다. 몸이 뜨겁다. ……사가미도 마찬가지겠지만, 전혀 움직임을 보일 수 없다.
 
무심코 양손으로 얼굴을 덮고 하늘을 쳐다본다.
 
 
"둘 다 대체 뭘 하고 있는거니. 왠지 엄청 우스꽝스러워"
 
 
지금만큼은, 왠지 유키노시타의 매도가 무척이나 그립고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그 매도가, 왠지 폭신폭신한 내 마음을 이 자리에 매어두는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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