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하치만과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 적이 있다면24
 
 
 
 
 
 
⑥카와사키 사키는 불쑥 사과한다.
 
 
 
 
"음……"
 
부드러운 햇살이 눈꺼풀을 건드려, 나의 의식이 떠오른다.
 
몸을 뒤척이며 천장을 쳐다보니 모르는 천장이었다. ……………………어째서?
 
문득 옆을 쳐다보니 흑발의 미소녀가 조용히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라고할까, 유키짱인데.
 
뭐야 이거 아침짹? 아침짹이야? 아무리 봐도 아침짹이지? 엄청 아침 짹이지?
 
아,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생각해내. 생각해내라 나. 어제는 분명, 유키짱이 사는 맨션에서 문화제 실행위원회 작업을 정리하는 얘기를 하고, 조금 옛날 얘기를 했다.
 
그 후에 저녁 먹고나서 작업에 들어가고. 그랬더니 의외로 빨리 정리가 되서 목욕하고나서 잤다. 유키짱이랑. 아니, 아무리 그래도 목욕은 같이 안 들어갔다.
 
나는 침대에 누웠더니 엄청 편안해서 바로 잤다.
 
유키짱은 어땠을까, 그렇게 생각했더니 그녀의 눈이 끔뻑 뜨였다.
 
"잘 잤어, 유키짱"
 
아직 수면 중인지, 멍하니 몇초 동안 서로 쳐다보는 형태가 됐다. 하지만 서서히 각성했는지, 유키짱의 눈이 점점 뜨여진다.
 
"…………………에엣!? 하, 하치군!?"
 
유키짱이 뛰쳐일어나서 나와 거리를 둔다. 왠지 그 반응, 상처입는데…….
 
"어, 어째서 하치군이……?"
 
"어제 잤잖아?"
 
내 말에 유키짱이 사고를 돌린다. 그 명석함을 이용해 바로 그녀는 어제 일을 떠올린 모양이다. 납득한듯한 표정을 바꾼다.
 
"――앗, 그랬었지……………………그럼, 그것도……꿈이 아니구나"
 
유키짱이 중얼중얼거린다. 다 들리거든, 그거라는건 뭐야!
 
그런 나의 마음속 딴죽을 무시하고 유키짱이 침실에서 나간다. 무심코 나는 물었다.
 
"어디 가는거야?"
 
"아침 만들거야. 하치군도 먹을거지?"
 
물론, 이라고 대답하니 유키짱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아침을 다 먹고 준비를 하고나서 우리는 함께 맨션을 나왔다. 갈아입을 옷이 들어있던 가방도 갖고 갈까 했지만 세탁해주는 모양이라서 오늘은 그대로 유키짱의 맨션에 두기로 했다.
 
학교까지 이동하는 동안 유키짱은 내내 기분이 좋아 보였다. 명백하게 표정에는 나오지 않지만, 조금 입가에 미소가 떠올라 있다.
 
"이렇게나 즐거운 통학은 처음일지도 몰라"
 
"……그런가"
 
그러면 나도 기쁘다고 솔직하게 생각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는 신발장에서 유키짱과 헤어졌다. 신발을 바꿔 신으니,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힛키, 얏하로!"
 
"어"
 
뒤돌아보지 않아도 바보같은 인사로 누구인지 파악했다. 그보다 힛키라고 부르는건 한 명밖에 없으니까.
 
아니나다를까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유이가하마가 있었다. 잠부족인지 피어나는 다크서클을 감추듯이 화장을 짙게 하고 있다.
 
"……너무 무리하지마"
 
"힛키도. 그래서, 어땠어?"
 
대충 물어보지만 뭘 묻고 있는건지는 대충 알고 있다.
 
"뭐, 덕분에. 고마워, 유이가하마"
 
정말 너에게는 고개를 들 수 없어.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하니 조금 볼을 붉히면서도 함박 미소를 짓고 유이가하마가 대답했다.
 
"에헤헤, 다행이다. ――그럼 나 먼저 갈게!"
 
그렇게 말하고 기운차게 유이가하마는 가버린다. 기운의 G는 시작의 G인가. G는 뭐지……혹시 가하마 씨의……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는 아니……겠지?
 
D의 레콩기스타인건지 E의 레콩기스타인건지, 그 대답을 알 수 있는 날은 올까. 어쩌면 모두가 F가 될지도 모른다.
 
 
바보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도 자기 교실로 향하기로 했다.
 
 
 × × ×
 
 
하루하루 문화제가 가까워져갈때마다 소부고등학교 전체가 열을 띄어간다.
 
오늘은 하루 통째로 전일준비다. 여기까지 오는데 긴듯한 짧은듯한. 일단 당분간 일하고 싶지 않소이다.
 
교실 안에선 남자를 중심으로 무대 세팅이 착실하게 되어가고 있다. 그 옆에선 카와사키가 헤드폰을 끼면서 의상 수선을 하고, 미우라와 유이가하마가 붉은 조화를 달고 있다. 한가해보이는 여자는 모여서 조화를 양산하고 있다. 얇은 종이를 하리센처럼 접어서 한 가운데에 모아서 펼치는거군.
 
토츠카와 하야마는 둘이서 대사 음독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는 이렇게까지 계속 모두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던걸로 알거라 생각하지만 멍때리고 있다. 하지만 내가 위원장이 되어버린걸 알고 있는지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는다. 아니, 단순히 나의 셀프 돌맹이 스위치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것 같지만.
 
그러자 의장 수선을 일단락이 났는지 카와사키가 나한테 온다.
 
"……수고"
 
"아니, 너야말로"
 
난데없이 의장계에 발탁되었는데 이래저래 하고 있으니까 카와사키도 열심히 하고 계시다.
 
"……미안하네, 문화제 실행위원으로 뽑힌거 막지 못해서"
 
카와사키가 내 옆에 앉으면서 대답을 한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젓는다.
 
"지금 꽤 즐거워. 그러니까 신경쓰지마"
 
"…………………알았어"
 
카와사키가 고개를 홱 돌리면서 한 마디만 대답을 했다. 솔직하지 않은 녀석, 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일어선다.
 
"그럼 슬슬 갈게. 의상 맞추기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
 
"그쪽도 열심히 해라?"
 
나는 손을 휙휙 흔들면서 교실을 나갔다.
 
걷고 있으니 어느 교실도 활기로 넘쳐있는게 보였다.
 
지금까지 외톨이로서 있기 괴로운 며칠간을 보내왔지만 지금은 실행위원장이다. 인생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고 가니, 마찬가지로 활기 넘치는 교실이 보였다.
 
회의실이다. 바쁘게 사람이 드나들고 있고, 안에는 이미 유키짱이 척척 일을 나누고 있었다. 뒤에선 하루짱이 메구리 선배와 일정을 맞추고 있다.
 
……하루짱은 그 날 이래로 평범하게 나에게 대하고 있지만, 후일에 코마치에게 『더는 하루 언냐를 슬프게 해선 안 된다?』라고 혼났다. ……정말로 나는 폐를 끼치기만 하는구나.
 
"안녕하세요"
 
얼렁뚱땅 섞여 들어가려고 했더니 모두에게 『지금까지 뭐하고 있던거야 싸쟈아!』라는듯한 시선을 받는다. 진짜로 죄송합니다.
 
"중역출근이네"
 
유키짱이 나를 흘낏 노려본다. 하지만 그 정도로 화난건 아닌 모양이다.
 
"진짜 미안"
 
나는 일단 사과하고 위원장석 앞에 서서 서류를 손에 든다.
 
――거기부터 끊임없이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위원장, 홈페이지 테스트 업 완료했는데요"
 
"좋아, 이걸로 실제이행 부탁합니다"
 
하나 처리하면 또 하나가 내밀어진다.
 
"위원장, 유지 쪽 기재가 부족해요!"
 
"통제부는 유지대표자와 교섭. 관리측 판단으로 빌려둬. 이쪽에는 보고만 하면 돼"
 
"히키가야, 유지 리허설이 길어지고 있어"
 
"오프닝 리허설, 뒤로 미루는 수 밖에 없군"
 
한 차례 지시를 다 내리고 있으니 지금까지 열심히 하던 유키짱이 한숨을 쉬었다.
 
"수고했어 유키, 노시타"
 
"……………딱히 평소대로 부르면 될텐데"
 
하마터면 평소 호칭으로 부를뻔해서 말을 더듬으니 어째선지 불만스럽게 나를 노려봤다.
 
"히키가야, 유키노. 수고했어"
 
"우옷"
 
"꺄악"
 
그렇게 말하고 하루짱이 나와 유키짱을 동시에 안아온다.
 
"분하지만, 내가 실행위원장이었을때 보다도 실무는 잘하네에. 정말, 둘 다 잘했다고 생각해"
 
"응, 정말로 그래. 유키노시타 뿐만 아니라 히키가야도 참 열심히 해줬어"
 
메구리 선배가 하루짱의 말을 잇는 형태로 말한다.
 
유키짱의 집에서 자고온 이래, 그녀는 자신의 힘만이 아닌, 곤란할 때는 나에게 자주 상담하게 됐다.
 
나 자신도 아는 범위에서 대답해가자, 그 모습을 목격한 문화제 실행위원 멤버는 나에 대한 평가를 고쳐준 모양이다. 서서히 그 분위기는 개선되어가, 지금은 나에게 질문해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덕분에 상당히 일이 편해졌다. 지금은 가슴을 펴고 내가 위원장이다 라고 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메구리 선배. ……그리고. 고마워, 하루짱"
 
마지막은 하루짱의 귓가에서 말하자 그녀는 부끄러운듯이 끄덕인다.
 
"으, 응……에헤헤헤, 핫짱♪"
 
"……하치군?"
 
기뻐하는 하루짱의 옆에서 유키짱이 내 팔을 있는 힘껏 꼬집는다. 엄청 아프다.
 
그런 모습을 메구리 선배가 한숨을 쉬면서 쳐다본다.
 
"……정말, 그런 여자 홀리는 점만 없으면 히키가야는 완벽한데"
 
그 말에 주위가 동조하듯이 끄덕인다. 에, 뭡니까 이 분위기…….
 
 
――어쨌든간에 마침내 내일부터 문화제다. 마음을 다잡고 가야한다.
 
 
 
 
 
 
⑦지금 바로 소부 고등학교는 최고로 축제를 열고 있다.
 
 
 
 
 
 
암흑 속에서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울려퍼진다. 펼쳐진 암막은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가리고 있다.
 
손목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9시 57분. 슬슬 시간이다.
 
『――개연 3분전. 개연 3분전』
 
귀에 끼운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록잡무 멤버다. 그리고나서 몇 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 노이즈가 끼인다.
 
『――유키노시타입니다. 각 인원에게 통달. 온타임으로 진행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즉시 보고를』
 
유키짱이 말을 끝내고 통화가 끊겼다.
 
그리고 나서 각 부서의 보고가 오른다. 그 보고를 받고 유키짱이 한번 더 보고한다.
 
『――알겠음. 그럼 신호까지 각자 대기』
 
무대 옆에 나는 위원장 인사가 있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다. 작은 창으로 보자 수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암흑 속이라서 뭔가 거대한 생물이 꿈틀거리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든다면 테츠오우. 쿠라다 테츠오가 아니다. 그쪽이라면 태양의 아들이니까 분명 눈부시다.
 
개연까지 1분 남았다. 체육관에 정적이 찾아온다. 다들 군침을 삼키고 지켜보고 있는걸까.
 
『――10초전』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듣는다.
 
『9, 8, 7, 6――――5초 전』
 
확실하게 그건 해준다.
 
『4――3――』
 
카운트 다운 소리가 사라졌다. 그래도 카운트는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무대 옆에서 올려다보니 2층 PA실의 바깥 창으로 유키짱이 스테이지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음 가운데 내 시계가 10시를 가리켰다.
 
 
 
순간, 스테이지 위에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빛이 폭발했다.
 
"너희들 문화제 하고 있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갑자기 스테이지에 나타난 메구리 선배에게 관객이 들뜬다.
 
"치바의 명물 춤추기와―――――――――――――!?"
 
"축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스, 슬로건이 침투해온다……!
 
"같은 바보라면, 춤추지 않으면―――――――――!?"
 
"손해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메구리 선배의 훌륭하고 수수께끼 콜 & 리스폰스로 인해 학생들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바로 폭음으로 댄스 뮤직이 흐르기 시작한다.
 
오프닝 아웃이 시작한 것이다. 댄스 동호회와 치어리딩부 모두의 협력으로 인해 메구리 선배의 마이크 퍼포먼스의 열광이 식지 않은채 학생들이 흥분을 보였다.

……슬슬 나갈까. 이 가운데에 하는거냐, 난이도 엄청 높은데……하는 수 밖에 없군.
 
 
『히키가야 위원장. 스탠바이합니다』
 
유키짱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인컴을 온하고 입을 열었다.
 
"알겠어"
 
나는 각오를 굳힌다. 하루짱은 아니지만 각오완료, 정면에 응격 준비 완료다.
 
댄스팀이 아래측으로 내려가고 위측에 선 메구리 선배가 나를 불러낸다.
 
"――그럼 이어서 문화제 실행위원장의 인사가 있겠습니다"
 
나는 무대 중앙까지 걸어간다. 천명을 넘는 학생들의 시선을 한손에 받는다.
 
중앙 위치까지 도달하고 나는 발을 멈췄다. 그리고 무대위에서 학생들을 쳐다본다. 이런, 무릎이 떨릴것 같은데.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되버린다.
 
어떻게든 힘내서 무선 마이크를 손에 들고 나는 말을 했다.
 
"문화제 실행위원장 히키가야입니다. 아니, 까놓고 말해 메구리 선배가 너무 띄워서 저 엄청 하기 힘든데요?"
 
내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다행이다, 이걸로 먹히지 않았으면 재기못할뻔했어.
 
"여러분, 이 날을 위해 준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안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우리가 즐기지 않으면 손님도 즐길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킨다. 다음 말을 하기 위해.
 
 
"전력으로 문화 하자 짜식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문화한다는게 뭐야, 라며 자신에게 태클을 넣으면서 오랜만에 전력으로 소리를 질러서 기분 좋음을 느꼈다.
 
나의 인사가 끝나고 다음 진행으로 넘어간다. 무대옆으로 돌아갈때 이어폰에 노이즈가 들렸다.
 
 
『――하치군, 멋졌어』
 
 
목소리 주인은 틀림없는 유키짱. 2층으로 시선을 주니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서 나는 인컴을 온했다.
 
"――모두에게 다 들리고 있거든?"
 
내가 인컴을 끈 후, 유키짱이 얼굴을 양손으로 덮는걸 제대로 확인했다.
 
 
 × × ×
 
 
오프닝 세레모니가 끝나고, 마침내 문화제도 본방송. 이틀 행해지는 가운데 일반공개는 2일째 뿐이다. 첫날인 오늘은 교내에서만 한다.
 
그래서 나로 말하자면. 문화제 실행위원이라서 순찰을 돌아야하지만 유키짱한테 『너는 사진이라도 찍으렴』하고 기록잡무의 일인 사진촬영을 떠넘겨졌다. 어째선데.
 
하지만 다른 멤버는 왜 내가 이렇게 됐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라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키짱이 흘낏 노려보자 바로 사그라들었지만.
 
뭐, 순찰 도는 김에 찍으면 되나, 라고 생각하며 나는 떠맡기로 했다.
 
그런고로 우선 자기 교실로 가기로 했다. 그러자 이미 상연하고 있는 모양이라, 접수에 유이가하마가 혼자 턱 앉아있었다. 왠지 주인을 기다리는 개같아서 재미있는 광경이지만, 그래도 난데없이 사진을 찍는건 실례인가.
 
"여어"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앗, 힛키! 앗, 뭘 찍는거야!?"
 
마치 주인을 발견한 개같은, 만면의 미소를 짓고 이쪽을 쳐다보는 유이가하마를 찰칵, 사진에 찍었다.
 
"아니, 굉장히 좋은 얼굴이라서. 이거 봐"
 
나는 디지털 카메라 화면을 보여준다. 유이가하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이, 이거 지워줘! 왠지 되게 부끄럽잖아!"
 
"자자, 일단 유키짱에게 찍은 사진 확인해줘야 하니까, 곤란하면 삭제할거 아냐"
 
"……그럼 상관없지만"
 
내 말에 마지못한 느낌으로 끄덕인다. 그 밖에도 사진을 찍고 싶지만, 상연중이니까아. 토츠카랑 엄청 찍고 싶었는데. 토츠카랑.
 
"그럼 딴데도 돌고 올게"
 
"응, 또 봐"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자기 교실을 떠난다. 자, 팍팍 찍어갈까.
 
 
나는 반을 순서대로 돌면서 사진 허가를 받고서 찍어간다. 파인더 너머로 보는 학생들은 모두 즐거워보인다.
 
하지만 즐거운일만 있는건 아니다. 손님을 처리하지 못해 점점 행렬이 생기는 반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수습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을때.
 
삐익- 하고 날카로운 휘슬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메구리 선배가 있었다. 평소의 포근포근한 분위기가 아닌, 엄격한 인상을 받는다. 무심코 찰칵.
 
"다들, 잘 부탁해"
 
그녀의 호령과 함께 어디에선가 학생회 임원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행렬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뭐야 이거, 소환수 같은거야? 무심코 찰칵.
 
"대표자는 없어?"
 
그 속에 낯익은 소녀가 보였다. 유키짱이다. 똑바른 말씨로 물어서, 위압감을 느낀걸테지, 반 대표가 경직해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니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갑자기 유키짱이 이쪽을 돌아본다. 그 때, 드물게 짓궂은 표정으로 『요놈』하며 중얼거리는게 보였다.
 
"읏!"
 
무심코 셔터를 눌렀다. 찍어낸 광경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만 보여주는 표정.
 
 
 
다른 녀석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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