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폭풍 눈 날에.
전조도 없이 찾아오는 재해.
지진이나 태풍, 번개랑 폭설, 자연재해에 대항하는 술을 갖지 못한 우리들은 재해에 대해 사전예방을 다지는것 말고는 없다.
하지만, 전조도 없는 위협은 어떻게 맞서야 할까.
해답은 하나.
참는것 뿐이다.
"그래서? 히키가야. 잇시키랑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는 감상은?"
"……. 특별히. 그냥 동거인이고요"
"호오호오호오. 그냥 동거인이 같이 우산 쓰고 손을 잡고 가출을 찾으러 가고 같은 침대에서 머리를 서로 말려주는구나. 대단하네에-. 내가 생각한 동거하고는 다른거 같아"
"……하아.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에요. 유키노시타 씨"
나는 약간 긴장상태로 유키노시타 선배의 언니에게 얼그레이를 내민다.
따뜻한 컵이 카운터에 닿아 작은 소리를 냈다.
"고마워-! 얘애, 잇시키. 히키가야하고는 어디까지 갔어-?"
"헤? 아와, 아, 아, 아뇨. ……단순한 동거인이에요. 정말로"
"응-. 그 허둥대는건 수상하지만, 확실히 아직 일선은 넘지 않은것 같네. ……히키가야는 겁쟁이니까"
"어이. 다 들리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찾아와서 무슨 일이에요?"
"아니아니-, 제대로 하고 있나- 생각해서. 뭐, 여러모로 제대로 하는것 같아서 다행이야"
즐거운듯 선배를 괴롭히는 유키노시타 씨는, 풍모는 유키노시타 선배랑 닮았지만, 분위기랑 언동은 전혀 다르다.
찻집 앞에는 칠흑의 세단이 멈춰있다.
아무래도 유키노시타 씨가 기다리게 한 차인것 같다.
이 발밑 나쁜 와중에 수고많으세요.
"……확인인가요? 그거라면 하야마한테 들었을거 아니에요. 당신이 '말한대로' 일도 해내고 있어요. 문제는 없을텐데요?"
"문제는 없는데-? 그치만 문제 있어보여. ……언제까지 여기 찻집에 있을 생각이야?"
"……. 딱히요, 있고 싶어서 있는것 뿐인데요. 아니면 유키노시타 씨, 구획정리까지 하게 된겁니까? 여기를 떠나라고?"
"아하하-, 아무리 그래도 나랏일에 손은 안 대. 그치만 말야-, 히키가야가 지키고 싶은건, 이런 진부한 거였어?"
선배가 조금 화난 얼굴을 지었다.
나도 속으로 화가 난다.
이 찻집을, 이 사람에게 진부하다고 부를 처지는 없을텐데.
마른 바람이 가게 안을 감돌듯, 작은 목소리가 또렷하게 내 귀에 들렸다.
"여기는 이젠 그 녀석이랑 약속을 하기만 한 찻집이 아니야. ……어쩌다가 되기는 해도, 나랑 잇시키에게 있어선 소중한 집입니다"
바람이 멎지 않는다.
나랑 선배의 집에 큰 폭풍이 있는 탓이다.
"헤에……. 그 둘은 어떻게 생각할까. 모두의 소중한 찻집에 다른 사람이 섞여 있으면"
그 둘.
다른 사람.
유키노시타 씨의 입에서 나오는 용서없는 언동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분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한들, 이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
"어떨까요. 의외로 바로 받아주는거 아닌가요?"
"그런 안이한 생각은 너답지 않은데에"
"깊게 생각해봐도 별볼일 없으니까요"
"아하하. 과거의 자신이 반면교사인거구나"
가게내의 물품으로 변한 나는 그저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만 있을 뿐.
묻고 싶은건 많지만, 지금을 물을 수 없다.
물어선 안 된다.
유키노시타 씨는 시시하다는듯 카운터 자리에 다시 깊게 앉고, 시간을 확인한다.
"이제 시간이 됐네. 오늘은 엄마랑 식사해야해"
"……"
"그렇게 노려보지마. 유키노하고는 관계없는 회식이야. 거기다, 엄마는 네 팬이니까 그런 태도를 해선 안 돼"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네요"
"어라? 잇시키에겐 말 안했어? ……. 헤에, 그래.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건가, 아니면 무관심한건가"
"글쎄요, 이제 시간 다 됐죠? 눈길로선 교통망이 마비되었을지도 몰라요. 얼른 돌아가는 편이 좋습니다"
"네네. 또 봐, 잇시키. ……선생님도"
폭풍이 지나가고, 가게 안에는 무서울 정도의 정적이 흐른다.
선배가 유키노시타 씨가 사용한 컵을 부엌에서 씻으면서 나에게 말한다.
"왜 그래, 멍때리고"
"에, 아뇨……. 소, 소금이라도 뿌려둘까요?!?"
"저래보여도 소중한 손님이야"
"그, 그렇네요-, 아하하-"
헛웃음이 허무하게 사라진다.
선배는 나를 신경쓰지 않고 컵을 닦고 있었다.
"저기, 방금전에 말한 약…"
"잇시키"
"에, 아, 네"
"……다음에, 그 때가 오면 얘기할테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마"
"……그렇게 일방적인건, …치사해요"
"미안"
선배는 나에게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라는건가요?
그런걸 말하면 입씨름이다.
자기 의견만 들이댈 생각은 없다.
다정한 그에게는 거짓말은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다정함을 자리잡아주자.
좀 더, 그를 곤란하게 만들어주자.
"너무 치사해요! 이건 빚이에요! 다음 정기휴일에 이 빚으로서 데이트를 요구합니다!!"
"어, 아? ……. 큭, 하하하. 시원스러울만큼 악덕상업이구만. 뭐, 또 시장보는거 정도라면 어울려주마"
조금이나 그런 폭풍으로, 이렇게 편안한 장소를 부수게 할까보냐.
나는 나를 위해서도 선배를 곤란하게 만든다.
선배는 신성한 돌봐주기 좋은 체질이니까.
곤란하게 만드는 후배랑 믿음직스런 선배가, 이 공간에는 적합한 관계다.
20/42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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