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하치만과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 적이 있다면10
 
 
 
5. 그래도 카와사키 타이시는 기다리고 있다.
 
 
 
 
 
메이드 카페에 간 다음날, 부실에는 사상최대의 인원수가.
 
대상 치료가 제대로 안 됐을때는 시점을 바꿔서 근본치료를 해야한다며 유키짱의 말로 모두 모였다.
 
나와 유키짱, 유이가하마는 뭐 부원이니까 안다. 토츠카와 자이모쿠자도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 이해한다.
 
다른 한 명, 이 자리에 있는건 부자연스러운데, 위화감 없이 여기에 녹아있는 인물이 있었다.
 
"……왜 하야마가 있는거야?"
 
창가에 하야마가 책을 읽고 있다. 웃기지마, 산뜻한 스포츠맨인데 독서라니, 치트잖아. 어째서야! 치터야! 내가 말을 하니 하야마가 책을 덮고 안녕, 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 나도 유이에게 호출받은건데"
 
"유이가하마한테?"
 
내가 돌아보니 유이가하마가 어째선지 득의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아니, 내가 생각한건데 말야, 카와사키가 변한건 무슨 원인이 있는거아냐? 그치만 원인을 알아내려고 해도, 남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렵잖아?"
 
"그렇군"
 
"그치? 그러니까 역발상으로 바뀌어서 나쁘게 됐으니까, 한번 더 바꾸면 이번에는 좋아질거잖아"
 
동전의 앞뒤도 아니고, 그렇게 간단하게 될까,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유키짱이 유이가하마에게 질문을 했다.
 
"그래서, 왜 하야마를 부를 필요가 있던거니?"
 
유키짱의 하야마에 대한 말투에는 약간 가시가 있었다.
 
……뭔가가 걸린다. 아직 떠올리지 못한게 있는걸까……?
 
 
 
『――――――는―――를―――지 않아――――』
 
 
"에이참- 유키농, 여자애가 변하는 이유는――"
 
"여자애가 변하는 이유――"
 
"――읏"
 
 
핫 하며 제정신을 차리니 유키짱이랑 유이가하마가 얘기를 하고 있었다.
 
"………"
 
그리고 방금전까지 내 상태를 하야마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도로 차리고 유이가하마에게 시선을 향하니, 어째선지 부끄러운듯 입을 열었다.
 
"여자애가 변하는 이유는……사, 사랑이라던가"
 
……엄청 부끄러운 소리를 했다!! 이건 부끄럽다.
 
"아, 아무튼! 신경쓰이는 사람이 생기면 여러모로 변하는거야! 그러니까, 그게, 계기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나…… 그래서 하야토를 부른거야"
 
"아, 아니, 거기서 왜 내가……"
 
하야마가 쓴웃음을 지으며 유이가하마에게 말한다. 이 자식, 정말로 모른다면 아무리 나라도 화낸다? 라고,생각해서 크악, 하며 노려봤더니 거의 동시에 자이모쿠자도 하야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밖에도 여자에게 사랑받을법한 녀석, 많이 있잖아. 이 중에도……"
 
그렇게 말하며 하야마가 토츠카를 쳐다보니, 순간 나를 쳐다본것 같은데, 괴롭히기냐, 이 자식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대로 용서 못해! 라고 생각해서 크악, 하고 노려봤더니 거의 동시에 자이모쿠자도 하야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 나? 그, 그런건 잘 모르니까……"
 
하야마의 의도를 눈치챈 토츠카가 얼굴을 붉히며 숙인다. 엄청 귀엽다.
 
그 모습을 보고 유이가하마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는 몸짓을 했다.
 
"응-. 사이도 인기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카와사키의 타입하고 안 맞는다고 생각해. 그 밖에는 중2는 중2구. 그러면 하야토밖에 없잖아"
 
"뭘 태연하게 나를 빼는거야. 딱히 따돌려지는건 평소대로긴 하다만"
 
"히, 힛키는 문제외야!"
 
"그래. 문제외야"
 
유이가하마의 말에 유키짱이 삐친 얼굴로 찬동한다. 나 울거 같은데. 진짜냐…… 나는 자이모쿠자보다도 사정권외였나……. 확실히 이래저래 자이모쿠자하고 잘 어울렸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뭐어, 외톨이에겐 아무도 흥미를 가질리 없나"
 
혼자 납득하고 있으니 조금 면목없다는듯 유이가하마가 입을 열었다.
 
"앗, 아니, 그렇게까지는 안 말했는데, 오히려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사정에 따라선 운다고 할까……. 그러니까 하야토에게 부탁하고 싶은데"
 
유이가하마는 『부탁할 수 없을까?』라고 양손을 모아 하야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부탁에 하야마는 조금 어깨를 움츠리며 대답한다.
 
"알았어. 그런 이유가 있다면 어쩔 수 없으려나. 그렇게 내키지는 않지만 해볼만큼은 해볼게. ……유이도 힘내"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의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 굉장하구만 이 녀석, 아무 부자연스러운 점도 없이 여자에게 스킨십을 할 수 있다니.
 
"고, 고마워……
 
유이가하마는 맞은 머리를 문지르면서 힐끔 나를 봤다. 나 보지마.
 
이렇게해서 유이가하마 발안에 따른, 지골로 하야마의 가슴 뀽 작전은 막을 연 셈이다.
 
개요는 간단, 하야마가 그 얼짱력을 최대한까지 발휘해서 카와사키의 하트를 하트 캐치하는것 뿐이다. 덧붙여서 얼짱력은 도미노 작품 잘 부탁해 얼짱력(힘)이라 읽는다. 내 안에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주륜장으로 이동한 우리들은 카와사키가 오는걸 기다린다. 물론, 우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와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그 때가 온다.
 
카와사키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패기 없이 질질 끄는듯한 발걸음으로 걷는다. 하품을 죽이듯 자전거 자물쇠를 따던 차에 타이밍 좋게 하야마가 나타났다.
 
"수고했어, 졸려보이네"
 
가볍게 말을 건다. 연기일텐데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알바하는거야? 너무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은데?"
 
하야마의 대수롭지 않은 배려에 카와사키는 하아, 라며 귀찮다는듯 한숨을 쉬었다.
 
"배려 고맙네. 그럼 나 갈거니까"
 
무뚝뚝하게 말하고 자전거를 밀고 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 등에 다정하게, 마음을 녹이는듯한 따듯한 말이 던져졌다.
 
"저기 말야……"
 
역시 카와사키가 다리를 멈추고 하야마를 돌아본다.
 
시원스런 초여름의 바람이 둘의 사이를 통과했다. 뭐야 이거, 하야마의 고유결계나 뭐 그런건가……? 갑자기 전개된 러브코메디 공간에 유이가하마가 흥미깊게 몸을 앞으로 내민다. 한편, 자이모쿠자는 질투와 증오로 몸을 태우고 있었다. 왠지 안심한다.
 
압도적인 얼짱력(힘)이 해방되어, 하야마가 반짝반짝 빛나보인다. 이, 이것이 하이퍼 화인가……! 아무래도 좋지만 하이퍼 하야마 하야토는 이니설이 트리플 H네.
 
"그렇게 강한체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아?
 
"……아, 그런거 필요없거든"
 
자전거 타이어가 돌아간다. 하지만 하야마 하야토의 시간은 멈춘 상태다. 잠시 그 자리에 남겨진 하야마는 조금 수줍어하면서 그늘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왠지 나 차여버린것 같아"
 
……………….
 
"아,아니, 수고했어……읏"
 
위로의 말을 하려고 했더니 웃음이 새어나올것 같아서 말이 막힌다. 아- 이런, 진짜 엄청웃을것 같다. 하지만, 내 옆에 잇던 녀석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타아아아아아아아아앗핫핫핫핫핫핫핫하! 차, 차였어! 차였다고! 저렇게 폼잡아놓고, 차였어! 핫핫핫핫핫핫핫하히이익힉힉"
 
"그, 그만둬 자이모쿠……큿"
 
"두, 둘다 웃으면 안 돼!"
 
토츠카에게 충고받고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자이모쿠자의 웃음소리에 따라 도무지 참을 수 없다.
 
"뭐, 뭐어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돼, 토츠카"
 
하야마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이 녀석은 정말로 좋은 녀석이군. 우리에게 협력해주는데다 이런 아무래도 좋은데서 상처까지 입고.
 
아무리 나라도 웃음을 집어삼키고, 진정하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후우. ……웃어서 미안하다, 하야마. 하지만 결과로선 이것도 실패로 끝났군"
 
나는 유키짱을 돌아보니, 한숨을 쉰 유키짱이 말한다.
 
 
"어쩔 수 없구나. 오늘밤도 남은 가게 한 곳으로 가보자"
 
봉사부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중에 가장 통쾌했습니다. 진짜로.
 
 
 
 
 
 × × ×
 
 
손목시계 바늘이 오후 9시를 가리키고 있다.
 
나는 지금 호텔 로열 오클라의 앞에 서 있다.
 
라는것도, 치바시내에 존재하는 『엔젤』이름이 붙는 가게이고, 남아있는 곳이 여기 최상층에 위치하는 『엔젤러더 천사의 층』뿐이기 때문이다. 뭐어, 처음부터 선택지가 둘 뿐이었지만.
 
자이모쿠자가 가리킨 가게의 정보를 들으면, 유키짱이 이 가게에 드래스코드가 존재할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걸 가르쳐줬다. 그리고, 드래스코드에 맞춘 복장을 준비할 수 있는건 아버지의 옷을 빌릴 수 있는 나와 유키짱, 그리고 유키짱의 옷을 빌린 유이가하마 셋만이 되버렸다.
 
유감스럽지만 참가할 수 없게된 토츠카와 자이모쿠자에게 사죄와 감사를 말하고 우리들은 옷을 갈아입은 후, 호텔 로열 오클라의 앞에서 집합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그나저나, 이 자켓은 익숙치 않다. 나의 지금 모습은 얇은 자켓에 검은 옷깃의 컬러 셔츠. 아래는 바지에 롱노즈 가죽구두. 예전 여자친구와 데이트할때도 이런 차림을 한 적은 없었다.
 
옷 코디네이트를 해준건 코마치지만, 너무 맡겨버리는건 미안해서 머리 세팅은 스스로 했다. 그것도 그, 눈의 부패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판의 안경을 장착. 뭐, 일단 이걸로 드레스코드는 돌파할 수 있겠지.
 
잠시 멍하니 기다리니 휴대폰이 울었다.
 
『지금 도착했는데, 왔어-??』
 
유이가하마한테서 왔지만, 주위를 돌아봐도 그 바보같은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기, 기다렸지……앗, 히, 힛키?"
 
왠지 좋은 냄새가 나는 미인 누님이 말을 걸었다……라고 생각했더니 유이가하마였다.
 
목 주위가 크게 파여진 심홍색의 드레스를 입고, 흐르는듯한 여성스러운 폼을 만들어낸다. 틀어올려진 머리카락, 엿보이는 목덜미에 무심코 숨을 들이켰다.
 
"히, 힛키 왠지 분위기가 완전 다르구……안경 끼고 있어……"
 
내 모습을 유이가하마가 멍하니 본다. 에, 나 뭔가 이상한 차림이야?
 
"그 쪽이야말로. 평소 별명으로 부르지 않았으면 유이가하마라고 몰랐을거야"
 
"흐-응, 그러니까 무슨 소리?"
 
히쭉거리면서 유이가하마가 묻는다. 큭, 알면서 말하고 있구만, 이 자식.
 
"……입다물고 있으면 엄청 이쁘지 않냐?"
 
고개를 홱 돌리면서 대답하니, 유이가하마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입다물고 있으면, 은 필요없잖아"
 
"모처럼 차려입은거니까 단정하게 있으렴, 유이가하마"
 
니시시, 유이가하마가 웃고 있으니 옆에 칠흑의 드레스를 입은 미인이 서 있었다.
 
매끄러운 광택을 내는 생지가 처녀설처럼 하얀 피부의 아름다움을 돋우어내고, 무릎길이보다도 위의 플레어 스커트는 다리 길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드레스로 인해 더욱 요염한 극상의 실크같은 흑발은 하나로 묶어져 가슴팍까지 늘어져있다.
 
"유키짱……"
 
무심코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응시하고 있으니, 조금 차분하지 못한 듯 ㅇ쪽을 힐끔쳐다본다.
 
"히, 히키가야도 그게, 뭐어 복장에 대해선 문제 없구나"
 
"솔직하게 멋있다고 말하면 좋은데"
 
"유,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가 중얼거린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아까전에 유키짱이 말한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모처럼 차려입었으니까, 단정하게 있으렴, 유키노시타 씨"
 
"~~~~~~~~~~~~~읏!?"
 
"쓸데없이 닮았구……"
 
"그럼 가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 유키짱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예쁘다고 생각해"
 
"…………………………바보"
 
지워없애듯 엘리베이터 부저가 울고 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최상층 버튼을 누르니, 유리로된 밖으로 위로 올라감에 따라 도쿄만을 돌아보게 되어간다. 마쿠하리의 야경에 눈을 빼앗기고 있으니, 순식간에 최상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곳은 우아하고 평온한 빛이 비추어진 바 라운지가 펼쳐져 있다.
 
"어이……진짜냐……"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 자리의 분위기가, 내가 침입하는걸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스포트라이트로 비추어진 스테이지 위에선 백인 여성이 피아노로 재즈를 연주하고 있다. 화려한 느낌이 장난이 아니다.
 
한번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그녀도 그녀대로 허둥대고 있었다.이럴때 같은 서민감각의 인간이 있으면 되게 차분해진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 별로 곁눈질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펴. 턱을 당길것"
 
유키짱이 나에게 귓속말을 하지만 의도를 몰라서 들은대로 했다. 그러자 유키짱이 내 오른팔꿈치를 살며시 잡았다.
 
"……나는 헐리우드 배우냐"
 
"조용히. 유이가하마, 똑같이 해"
 
"으, 응?"
 
영문을 모른채 들은대로 유이가하마가 내 왼팔꿈치에 손을 더한다.
 
"그럼 가자"
 
드른대로 나는 유키짱과 유이가하마의 보조를 맞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열려있는 무거워보이는 목제 문을 지나가니, 바로 집사 남성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인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남성이 먼저 가는걸 따라간다. 그러자, 일면 유리로 된 창 앞에, 그 중에서도 끝쪽에 잇는 바 카운터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거기에는 말없이 유릿잔을 닦는 여성 바텐더가 있었다. 늘씬하게 키가 크고, 얼굴은 단정하다.
 
본 적이 있는 눈물점이군, 라고 생각했더니 카와사키였다. 긴 머리카락을 묶고, 집사 차림을 하고 있는 탓에 학교에서 받는 인상하고는 또 달랐다.
 
컵 받침과 땅콩을 조용히 내밀때, 카와사키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윽, 히키가야……?"
 
"……이름, 기억해줬구나. 놀랬다"
 
내 교실에 있는 녀석이 내 이름을 외우고 있는 녀석은 거의 없는데.
 
"………………………"
 
"………………………"
 
어째선지 유키짱과 유이가하마가 노려보면서, 둘은 내 옆에 양옆에 앉았다.
 
"찾고 있었어. 카와사키 사키"
 
마음을 도로 먹은 유키짱이 이야기를 꺼내니 카와사키의 안색이 변한다.
 
"유키노시타……"
 
그 표정에는 확실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접점이 없을텐데. 하지만, 교내에서는 유명인인 유키짱은 용모나 성격도 있어서 고깝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테지.
 
"안녕"
 
카와사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키짱은 서늘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 둘 사이에 시선이 교차한다. 왜 이렇게 호전적인거야.
 
"아, 안녕-……"
 
겁먹은 유이가하마의 인사에 카와사키가 긴장을 풀고 한숨을 쉰다.
 
"유이가하마냐…… 순간 몰랐다. 히키가야도, 꾸미면 되잖아"
 
"그거 고맙네"
 
나의 대답 후에 카와사키는 어딘가 포기한듯 웃었다.
 
"그런가, 들켰나"
 
아무래도 좋아졌지만 벽에 기대어 팔짱을 긴대. 학교에서 보여주는, 나른한 분위기를 낸다.
 
"……뭐 마실래?"
 
"나는 페리에를"
 
유키짱이 주문한다. ……페리에? 아아, 탄산 미네랄 워터인가. 익숙치 않아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 나도 같은걸"
 
말하려고 했더니 유이가하마가 먼저 앞질렀다. 으윽, 나는 뭘 주문하면 돼.
 
"히키가야, 너는?"
 
카와사키의 질문에 반쯤 혼란에 빠진 나는 자포자기로 말한다.
 
"나는 MAX커"
 
"그에겐 단맛 진저엘을"
 
말하기도 전에 유키짱이 가로막았다. 카와사키는 쓴웃음을 지으며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샴페인 유릿잔에 각각 익숙한 손놀림으로 붓고, 살며서 컵 받침 위에 올렸다.
 
말없이 유릿잔을 대고 입을 대니, 기막힌 태도로 유키짱이 말했다.
 
"MAX커피, 여기에 있을리 없잖아"
 
"다행이다. 아무리 나라도 이 유릿잔에 MAX커피를 부으면 어떡하지 생각했어"
 
하지만 치바현인데 MAX커피가 없다니, 나는 인정 못한다.
 
"……뭐어, 있긴 하지만. 유릿잔은 역시 바꾸겠지만"
 
중얼거린 카와사키의 말에 내가 돌아본다. 정말? 이라는 얼굴로 묻고 있던 모양이라, 훗 웃으며 카와사키가 수긍한다.
 
그 모습을 유키짱이 도끼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옆을 보니 유이가하마도 그런 느낌이었다. 왜, 뭔데.
 
"그래서, 뭐하러 왔어?"
 
"요즘 귀가시간이 늦다고 네 동생이 걱정했어"
 
내 말에 카와사키는 쓴웃음을 짓는다.
 
"너, 그 말하려고 일부러 온거야? 수고했어. 하지만, 너한테 그런 말을 듣는 정도로 그만둘거라 생각했어?"
 
"뭐, 그 말대로지. ……저기, 왜 나이를 속여서까지 여기서 일하는거야, 라고 물어봐도 돼?"
 
마지막은 카와사키를 배려해서 음량을 낮췄다. 그러자, 카와사키는 『이미 묻고 있잖아』라며 눈을 감으면서 중얼거리고, 나를 돌아본다.
 
"딱히, 돈이 필요한것 뿐이야. 팬티 엿보기범"
 
"니것 밖에 안 봤어. 아니, 아니아니 여기선 조용히 넘어가자고? 아니, 진짜로"
 
양 옆의 둘의 눈초리가 순식간에 날카로워져서 입을 다문다. 그러고보니 두 사람의 팬티도 본 적이 있지. 검은 레이스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장난스런 진로를 쓰는 녀석에게, 이래저래 듣고 싶지 않은데?"
 
카와사키가 미간을 모으며 말했다. 언제였더라, 나랑 카와사키는 옥상에서 만났다. 그 때, 내가 쓴 직장견학 흼아 조사표를 봤던 것이다. 아아, 그러니까 이름을 기억해준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바꿀 생각이야"
 
진짜, 진짜로 가능하면 하고 싶지만,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카와사키는 내 대답에 『……그래』라고 한 마디만 말하고, 술병을 닦고 있던 클로스를 휙 하고 카운터에 던지고, 다시 벽에 기댄다.
 
"하지만, 너희 셋은 몰라. 딱히 노는 돈이 필요해서 일하는게 아니야. 노는 바보들이랑 같은 취급하지마"
 
나를 노려보는 카와사키의 눈에는 방해 하지마, 라는 굳세게 호소하는 힘이 있었다. 그 반면, 눈동자에는 눈물을 띄우고 있다.
 
 
그런 광경을 옛날에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건―――――――――.
 
 
 
"……히키가야?"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유키짱이 되묻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릿잔을 입에 댄다.
 
"――너는 '누나'지"
 
"……하? 무슨 말하는거야"
 
카와사키가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지만, 나는 그걸 가로막는다.
 
"대접 고맙다. 이제 졸리니까 이거 마시면 돌아갈까. 유키노시타네는 먼저 돌아가도 돼"
 
전표를 보고 모든 대금을 지불――으악, 비싸!? 뭐, 뭐어 어쩔 수 없나……. 지폐를 꺼내서 전표 위에 둔다.
 
"히, 힛키가 사주는거야……?"
 
유이가하마가 경악의 표정으로 말한다. 시끄러, 네 몫만 청구한다, 짜샤.
 
"……제대로 교육 받았구나"
 
유키짱이 깨달았는지, 삐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그녀의 말대로, 이건 예전 여친의 세뇌――아니, 교육 덕분이다.
 
데이트 때는 남자가 돈을 내라.
 
두 사람이 갈때, 둘이 말을 건다.
 
"나중에 메일 보낼게"
 
"알았어"
 
"응, 기다릴게"
 
둘을 배웅하고나서, 나는 유릿잔을 기울여 카와사키를 돌아본다.
 
"카와사키. 내일 아침에 시간을 줘. 5시 반에 길목에 있는 맥. 시간 돼?"
 
"왜?"
 
"조금, 타이시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라고 하면?"
 
"……뭐?"
 
카와사키의 눈색이 변한다. ――물었다, 그렇게 느낀 나는 단번에 남은 진저에일을 마시고 일어섰다.
 
"그건 내일 말할게. 그럼"
 
"잠깐"
 
 
부르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는 이 가게를 나갔다.
 
 
 × × ×
 
 
다음날 아침. 아침 5시 지나서 맥에서 꾸벅거리면서 2번째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엄청 졸려, 잠 안잤는걸.
 
그리고나서 그 가게를 나온 후에 우리는 각각 집으로 돌아갔다. 귀가하고나서 코마치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고, 나는 다시 외출해서 여기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집에 잇으면 5시에 일어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깨어있던 이유는, 하나 뿐.
 
"왔군……"
 
소리를 내며 자동 문이 열리자, 나른하게 가방을 늘어뜨린 카와사키가 나타났다.
 
"할 얘기는 뭐야?"
 
피곤한 탓일까, 평소보다 한층 기분 나쁘게 카와사키가 묻는다. 어지간한 불량보다도 무서운 느낌이 든다. 라고할까 무서워.
 
"……다들 이제 곧 모일테니까 조금 더 기다려줘"
 
"다들?"
 
카와사키가 수상쩍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다시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유키짱과 유이가하마가 왔다.
 
둘과 헤어진 직후, 나는 둘에게 메일을 보냈다. 유이가하마는 유키짱의 집에서 자는것과, 그 뜻을 부모님에게 연락할것. 그리고 아침 5시에 둘이서 길목에 있는 맥으로 올것. 이것들을 간결하게 쓴 업무연락을.
 
"또 너네야?
 
질린다는 표정으로 카와사키는 한숨을 쉰다. 그러자, 기분 나쁜건 카와사키만이 아니었다.
 
"………"
 
어째선지 유이가하마도 기분 나빠보였다. 뚱해져있다. 뭐야, 잠 부족이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한숨을 쉰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그런 사무적인 메일을 한통만 보내면 이렇게 돼"
 
"에, 그치만 유키노시타는 괜찮아보이잖아"
 
내 말에 유키짱이 도끼 눈으로 노려본다.
 
"………………………………………………이 벽창호"
 
그렇게 말하고 유키짱은 고개를 홱 돌렸다. ……에, 나 무슨 나쁜짓 했어?
 
"과연 오빠. 중요한데서 눈치 못 채네"
 
그러고 나와 유키짱 사이에 끼어들어온건 코마치였다.
 
"코마치, 갑자기 나타나서 오빠를 까는건 그만해"
 
"오빠, 보통은 업무연락을 핑계삼아서 메일을 하는거야. 업무연락만 하면 메일 하고 싶지 않은것 같잖아"
 
"코마짱도 불렀어?"
 
유키짱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묻는다.
 
"부탁할게 있었으니까. 코마치, 데려왔어?"
 
"응"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가 가리킨 방향에는 카와사키 타이시가 있다. 그래, 코마치에게 부탁해서 그를 불러온 것이다.
 
"타이시……. 너 이런 시간에뭐하는거야"
 
카와사키가 분노로도 당혹으로도 알 수 없는 얼굴로 타이시를 노려보지만 그도 양보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이라니, 그거야말로 내가할 소리야 누나. 이런 시간까지 뭐하던거야"
 
"너하고는 관계없잖아"
 
카와사키가 대화를 끊으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는 안 된다. 가족인 타이시에게는 그런 말투는 통하지 않고, 이미 주위에 우리가 있는 이 상황에선 도망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관계없지 않아. 가족이잖아"
 
"……너는 모르는 편이 좋다고 하는거야"
 
타이시가 물고 늘어지자 카와사키는 미약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로 이유를 설명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건 타이시에게만 하고 싶지 않은 사정인건가? 라는건 역시…….
 
"카와사키, 왜 네가 일하고 있는지. 돈이 필요했는지 맞춰주마"
 
내 말에 카와사키는 나를 노려본다. 가게에서 말한 내 한마디로, 내가 뭔가 눈치챘다는걸 알았을 것이다.
 
유키짱과 유이가하마가 흥미진진한 눈빛을 나에게 한다.
 
카와사키 사키가 불량하게 변한건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나서. 그건 타이시의 시점에서 본 이야기고, 카와사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는 않다.
 
카와사키가 알바를 시작한건 타이시가 중학교 3학년이 된 시점에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카와사키 타이시의 시간축에 있다는 것이다.
 
"타이시, 네가 중학교 3학년이 되고나서 뭔가 바뀐 일은?"
 
"에, 그게.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것 정도인가요?"
 
타이시는 그 밖에도 생각해내려고 하고 있지만, 이걸 들으면 충분하다. 카와사키는 분하다는듯 입술을 깨물고 있다.
 
"과연, 동생의 학비를 위해서……"
 
유이가하마가 납득했다는듯 말한 말을, 나는 가로막는다.
 
"아니. 지금 학비를 마련하고 있어선, 현재진행형으로 타이시가 학원에 다니는건 이상하잖아. 이미 타이시의 학비 자체는 문제가 아니야. ――그럼, 돈이 필요한건 누구인가, 라는게 되지"
 
"앗"
 
유이가하마가 소리를 지른다. 그걸 곁눈으로 유키짱이 입을 연다.
 
"……학비가 필요한건 동생만이 아니라는 거구나"
 
유키짱이 카와사키에게 동정의 시선을 향했다.
 
그래, 소부 고등학교는 진학교. 학생의 반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실제로 진학한다. 따라서, 고등학겨 2학년ㅇ니 이 시기부터 수험을 의식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 하기강습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녀석도 있다.
 
"너 자신이 말했잖아. 누나는 옛날부터 성실하고 다정했다고. 즉, 그런 소리다"
 
내가 결론을 말하자 카와사키는 어깨를 떨구었다.
 
"누나……내가 학원을 다니니까……"
 
"……그러니까, 너는 몰라도 된다고 했잖아"
 
카와사키는 달래듯이 타이시의 머리를 툭 두드린다.
 
언뜻보아 잘됐네 잘 됐어로 보이지만, 중요한 점이 해결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시. 이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그치, 카와사키?"
 
내 말에 카와사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나, 대학 가고 싶어. 하지만 그걸로 부모님에게도 타이시에게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흔들림없는 카와사키의 말에 타이시가 다시 조용해졌다.
 
"저기-, 잠깐 괜찮나요-?"
 
침묵을 타파한건 코마치의 태평한 목소리. 카와사키는 코마치에게 고개를 돌린다.
 
"뭐?"
 
시비조로도 보이는 카와사키의 물음에 코마치는 미소 지으며 받아흘린다.
 
"저희도 옛날부터 부모님이 맞벌이에요. 어렸을때 코마치가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었어요.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도 아무도 대답을 안해줬어요"
 
"…………"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간섭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집에 돌아가는게 싫어져서. 코마치 5일 정도 가출했어요. 그랬더니 부모님이 아니라 오빠가 마중나왔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오빠는 코마치보다도 빨리 집에오게 됐어요. 그래서 오빠에겐 감사하고 있네요"
 
누구야 그 얼짱오빠, 라고 생각했더니 나였다. 이야아, 부끄럽네 수줍어라.
 
라는건 농담이고, 뭐, 그런 적도 있었던것 같다. 라는 정도의 기억밖에 없지만. 그래도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유키짱은 핫,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카와사키는 어딘가 나에게 친밀감과 같은 눈빛을 보낸다. 유이가하마에 이르러선 어째선지 울먹거리고 있었다. 토츠미츠 씨냐.
 
"아니-, 당시부터 오빠한테 친구가 없다는건 알고 있지만요-, 이렇게 말하는 편이 포인트 높구요-"
 
"어이"
 
다 엉망이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힘빠진 표정으로 말한다.
 
"……역시 남매구나"
 
"무슨 의미냐……"
 
"그래서,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카와사키가 짜증내며 묻는다. 코마치는 동요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채 정면으로 카와사키와 마주본다.
 
"이런 느낌으로 글러먹기는 했지만, 오빠는 코마치에게 걱정 끼치는 일은 절대로 안해요. 그것만으로도 동생으로써 고맙고, 기뻐하고 있어요"
 
무심코 나에게서 숨이 새어나오지만, 그게 한숨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뭐어, 요컨대 사키 언니가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거랑 마찬가지로 타이시도 사키 언니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을거라구요? 그걸 알아주면, 동생 입장으로는 기쁘려나요"
 
"…………"
 
카와사키가 침묵한다. 그것과 동시에 나도 침묵하고 있었다. 나랑 카와사키가 같은 마음인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생각하는 점은 있는 모양이었다.
 
"……뭐어, 나도 그런 느낌"
 
타이시가 덧붙이듯 중얼거린다.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홱 돌리면서.
 
카와사키는 일어서서 살며서 타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늘 나른한 표정이 아닌, 아주 희미하게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자아, 남은건 하나. 금전 문제인데, 이건 미나미 제왕처럼 지폐다발을 척 꺼낼 만큼 변통성은 없다. 고등학생이고.
 
그러니까, 나는 갖고 있는 수패에서 유일하게 카와사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카드를 꺼냈다.
 
나의 연금술을 보여주마.
 
 
"카와사키. 너, 스칼라십이라고 알고 있어?"
 
 
 × × ×
 
 
아침 5시의 공기는 쌀쌀하다. 하품을 눌러죽이면서, 나는 멀어지는 두 그림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거리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다. 한 쪽이 멀어지면 또 맞추듯 보폭을 풀며, 때때로 웃음 소리가 울리는듯 어깨를 흔든다.
 
그 모습을 유키짱이 뭐라 말 못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제 가게에서 있던 일로 내가 하나 더 떠올린 일을 생각한다.
 
"유키짱"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가족의 수만큼, 형제자매의 형태는 있다고 생각해. 그게,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할지 망설이고 있으니, 뺨에 손바닥의 감촉이. 쳐다보니 유키짱이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는 소리 하지마. 어차피 하치군은 벽창호니까"
 
"미, 미안……"
 
부끄러워져서 눈을 피했더니, 그 앞에는 히쭉히쭉 미소를 띄운 코마치랑 뺨을 부풀린 유이가하마가 있었다.
 
"코마치네는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하세요"
 
"므으으으……………………힛키 바보"
 
둘의 모습에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긁고 유키짱이 웃었다.
 
"자, 우리도 한번 돌아갈까. 이제 3시간만 있으면 등교 시간이니까"
 
"그, 그러게……"
 
유키짱의 말에 마음을 도로 먹은 유이가하마가 어깨에 맨 가방을 다시 짊어진다. 나도 자전거 자물쇠를 풀었다.
 
"코마치, 돌아가자"
 
"응"
 
내가 자전거를 타자, 코마치가 자전거 뒤에 앉았다.
 
페달을 밟고 나는 둘에게 말한다.
 
"그럼 돌아간다. 수고했어"
 
"응, 학교에서 봐"
 
유이가하마가 가슴 앞에서 작게 손을 흔든다. 유키짱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손을 흔들었다.
 
 
둘의 반응을 확인하고 나는 페달을 밟았다. 국도 14호와 교차하는 직선을 느린 속도로 달려간다. 늘 등교시에는 방해를 하는 맞바람도, 지금은 밀어주고 있었다.
 
두 번째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때, 길을 하나 사이둔 베이커리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동시에 등 뒤에서 뱃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들렀다 갈까"
 
나의 중얼거림에 니헤헤, 라며 코마치가 상스러운 웃음소리로 대답한다.
 
"오빠 사랑해, 포인트 엄청 높아"
 
"예이예이"
 
조금 의욕이 사라지면서도 페달을 밟으니, 코마치가 말을 이었다.
 
"그치만 말야-, 잘 됐네. 제대로 만나서"
 
"……무슨 소리야?"
 
"과자 준 사람. 만났으면 만났다고 말해주면 좋을걸. 이야- 오빠, 하렘이네. 유키 언냐랑 만나지, 뼈 부러진 덕분에 유이 언니도 만나고"
 
"……………………………그럴지도"
 
후반주 말은 제대로 듣지 않고 나는 대답을 했다.
 
과연, 합점이 갔다. 지금까지 유이가하마가 가끔 말을 머뭇거리고 있던 정체.
 
내가 교통사고를 겪었을때 구해준 개 주인은 유이가하마였나.
 
"제대로 잡고 있어"
 
 
나는 코마치에게 그렇게 말하고 페달을 밟는 힘을 더 실었다.
 
 
 
 
 
 
6. 히키가야 하치만은 원래 왔던 길을, 돌아보지 않는다.
 
 
 
 
 
시험기간 1중리의 모든 일정이 종료하고 휴식이 끝난 웡요일. 시험결과가 모두 통보되는 날이다.
 
수업은 답안공개와 문제해설 뿐이라 되게 편했다.
 
하나 교과목이 끝날때마다, 유이가하마가 굳이 보고하러 온다.
 
"힛키! 일본사 점수 올랐어! 역시 그 공부 모임 대단해"
 
"다행이구만"
 
"응! 이것도 유키농의 덕분이야! 그러는 김에 힛키도!"
 
"그러는 김은 뭐야"
 
쓴웃음 지으면서 대답하지만 사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확실히 유키짱 선생님의 수업은 굉장히 알기 쉬웠지만, 유이가하마 자신의 노력이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새악했다.
 
나로 말하자면 여전히 국어 3위를 사수하면서, 수학을 비롯한 이와계 성적은 향상했다. 뭐어, 원래 한자리 수라던가 우스꽝스런 점수니까 오르는건 얼마든지 오르겠지만.
 
그리고 오늘은 시험결과 통지 뿐만 아니라 직장견학 하는 날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맞이하고 자신이 희망한 직장으로 견학하러 간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카이힌 마쿠하리 역. 이 부근은 상당한 오피스 거리이며, 뜻밖이게도 회사 본사가 있기도 하다.
 
하야마 주변에는 집단이 만들어져 있고, 토츠카의 주변에도 여자가 무리짓고 있다. 나? 말하게 하지마, 부끄러워. ……외톨이다!!
 
뭐, 편해서 좋네 라고 생각하면서 집단 뒤에 배후령처럼 따라간다.
 
하야마가 선택한건 전자기기 메이커. 거기는 단순히 회사건물과 연구시설만 있는게 아니라서, 인근에 개방된 박물관도 병설하고 있다. 그 박물관에는 전면이 빙글 둘러싼 형태의  스크린 시어터가 있는 등, 놀이성도 겸해서 갖추어져 있다.
 
마치 많은 사람이 모이는걸 꿰뚫어본듯한 선택에 나는 경탄의 뜻을 감출 수 없다.
 
거기다, 이러한 기계 계열 전시는 외톨이인 내가 혼자서 보고 있어도 되게 즐겁다.
 
트럼펫을 갖고 싶어하는 소년처럼, 유리창에 달라붙으면서 기계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두근두근 거리는 것이다.
 
나는 집단에서 적당하게 거리를 두면서 기계 무리를 돌아봤다.
 
앞에는 꺄악꺄악 잡담을 즐기는 그들과 그녀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하지만 조용한 곳에, 또각또각 딱딱한 하이힐 소리가 울렸다.
 
"히키가야, 여기에 왔었느냐"
 
히라츠카 선생님은 백의를 벗고 있었다. 여기서 백의를 입고 있으면 종업원과 구별이 가지 않기 때문일테지. 그건가, 광기의 메드 사이언티스트, 후오웅오우인 쿄우마(CV : 미야노 마모루)로 착각당하기 때문일테지.
 
"선생님은 감독인가요?"
 
"뭐, 그런 참이다"
 
라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대답하지만, 시선은 학생이 아니라 기계 쪽을 보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은 대단한데에…… 내가 살아있는 동안 건담 만들 수 있을까나아"
 
사고회로가 역시 소년이었다. 황홀하게 사랑하는 소녀처럼 강철 몸체를 매만지고 있다. 사랑합시다, 달라붙어봐요.
 
두고 갈까, 라며 생각하고 혼자 걸어가니, 히라츠카 선생님이 옆을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너는 변했구나"
 
"에, 그런가요?"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거다. 너희는 아직 발전도상중이야. 어떻게라도 변하는건 당연한거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뭐, 네 경우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가 올바를지도 모르겠지만』하며 덧붙였다.
 
"그럼 갱생종료라는걸로 보고 부활동을――"
 
"그건 안 된다. 아직 너는 '변화'한것 뿐이지, '갱생'은 하지 않았어"
 
내가 말하기 전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나는 너희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어"
 
히라츠카 선생님이 미소지으면서 나에게 말한다. 그건 아이의성장을 지켜보는 부모처럼 보였다.
 
"흠, 아무래도 메카메카로이드는 여기서 끝인 모양이군"
 
메카메카로이드는 뭐야…… 메가존23이라면 알지만…….
 
"그럼 돌아가는 길은 조심해라"
 
선생님, 그 말투라면 밤길에 당신에게 습격당할것 같습니다.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원래 왔던 메카메카로이드로 돌아간다.
 
나는 그걸 지켜보고나서 출구로 향하니, 이미 하야마네는 사라져 있었다. 서쪽 하늘이 물들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홀 주위를 돌아보니, 낯익은 경단머리를 발견했다.
 
보도블럭 위에 앉고서 무릎을 안고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 여자애. 말을 걸까 망설이고 있으니 고개를 든 여자애랑 눈이 마주쳤다.
 
"아, 힛키 늦어! 벌써 모두 갔다구?"
 
"미안, 소년하트가 빛나고 있었거든. 그래서, 그 모두는 어디 갔는데?"
 
"사이제"
 
치바 고등학생은 사이제 너무 좋아하잖아! 싸고 맛있으니까 어쩔 ㅅ 없나.
 
"……너는 안 가?"
 
"므으-! 힛키 기다리고 있던거야! 두고 가면 가여우니까!"
 
뽀로통한 얼굴로 유이가하마가 뿡뿡 화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는 다정하구나"
 
"그런 말투는 뭐야……"
 
석양이 비쳐진 탓일까 얼굴이 새빨개진 유이가하마가 고개를 홱 돌리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바보지"
 
"짱나-! 모처럼 남이 기다려줬는데! 두고 간다!?"
 
미간을 모으고 화낸다. 머리 위로 증기가 나올것같은 기세다.
 
"그런 바보니까, 아마 사고를 겪든 안 겪든 나에겐 이런 느낌으로 대해줄것 같아"
 
"힛키……? 혹시"
 
유이가하마의 눈이 크게 뜨인다. 신경쓰지 않고 나는 계속 말한다.
 
"눈치채고 있었지. 동정인가, 생각했지만, 역시 아니라고 고쳐 생각했어. 너, 바보니까. 그러니까 그, 뭐라고 할까……"
 
머리를 벅벅 긁는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게 됐다. 말도 안 돼, 국어학년 3위인 이 내가.
 
 
"――앞으로도 바보이면서 다정한……유이가하마로 있어줬으면 좋겠다고할까"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떤 유이가하마였지만, 갑자기 발꿈치를 돌렸다.
 
"바보바보 너무 그래! 여자애한테 말야. 힛키 믿을 수 없어"
 
"미안……"
 
내가 사과를 하니 유이가하마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정말로, 어떻게 해줄거야"
 
 
 
유이가하마의 중얼거림은 초여름 바람에 지워진다.
 
"유이가하마……?"
 
"자, 힛키. 사이제 가자. 기다리게 한 보상으로 뭐라도 사줘!"
 
"하, 하아!? 진짜냐……"
 
유이가하마는 나의 몇걸음 앞을 마치 스킵하듯 경쾌하게 걷는다.
 
 
다정한 여자애는 싫다. 그건 한동안 변함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보 같은 애는 옛날부터 좋아한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하기에는 충분하겠지.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7-07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