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하치만와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 적이 있다면4
 
 
 
 
⑥결론으로, 토츠카 사이카는 완전 귀엽다.
 
 
 
"오빠, 준비 다 됐어!"
 
아침, 준비를 마친 코마치가 기운차게 부른다. 기운의 G는 시작의 G인가. 장난치는거냐아!
 
"아니, 오빠가 커피 다 마실때까지는 기다려"
 
약간 뇌내 소재에 질질 끌리면서 말을 한다. ……그나저나 설탕 상당히 넣었을텐데, 아직 MAX커피보다는 못한다. 역시 MAX커피의 G(격하게 단맛)는 레콩기스타여…….
 
커피의 단맛에 불만을 품으면서 다 마신 나는 사랑스런 동생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럼 가볼까"
 
"응!"
 
가방을 들고 집을 나오니 뒤에서 코마치가 문을 잠궜다. 나는 그 사이에 현관에 놓인 자전거 준비를 한다.
 
――그래, 동생의 소원이란, 친오빠를 이동수단으로 부려먹는 일이었다. 유행하지 안는 말로 하면 앗시-. 요즘 힛키니 앗시니 『중간에 ㅅ 들어가는』어감으로 불리는게 많구만. 하핫. 이런, 이건 틀려먹었어.
 
내가 준비를 마치고 자전거에 탈 무렵에는 코마치도 뒤에 올라탔다. 제대로 내 허리에 손을 감고 껴안아온다.
 
"오빠, 렛츠고-!"
 
"예이예이"
 
체념한 대답을 하면서 자전거를 움직인다. 너희들, 자전거 2인승은 도로교통법에서 딱 금지되어 있으니까, 흉내내면 안 된다! 코마치는 천사니까 한 사람으로 세지 않으니까 괜찮아!
 
달려가고 있을때 코마치가 말을 건다.
 
"이번에는 사고 일으키지마, 지금 코마치도 타고 있으니까"
 
"나 혼자일때는 상관없는거냐……"
 
"증말, 삐치지마,오빠. 가끔 썩은 물고기같은 눈으로 멍때리는 일이 있으니까 걱정이야. 오빠는 코마치한테 사랑받는다구우"
 
그렇게 말하면서 내 등에 얼굴을 빙글빙글 비벼댄다. 약삭빠른게 느껴지지만 귀여우니까 용서한다. 줄여서 귀욤.
 
"아- 예이예이 나도 사랑해요-. 뭐, 조심할게"
 
"특히, 코마치가 타고 있을때는 조심해. 꽤 진지하게"
 
"옹야……"
 
기술과 단차있게 달릴까 생각했지만, 전에 했을때는 내 뒤에서 엉덩이가 아프다니 상처입는다니 큰소리로 아웅거려서 절대로 하지않는다. 덕분에 나는 주위로부터 백안시 받는 꼴이 됐고…….
 
뭐, 안전운전을 마음가지자.
 
――나는 고등학교 입학 처날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입학식에 새로운 생활에 지나치게 두근거려서 1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가버린게 실수였다.
 
7시 쯤이었나, 고등학교 근처에서 개 산책을 하고 있던 여자애의 손에서 줄이 벗겨져, 거기에 운이 나쁘게도 돈 많아 보이는 리무진이 다가왔다. ……정신을 차렸을때는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결과, 구급차로 수송받아 입원했다. 이게 나중의 외톨이 생활의 방아쇠가 된다――아니, 사고가 없어도 나는 외톨이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사고로 인해 삐까뻔쩍 새차였던 자전거는 대파. 내 왼다리는 균열골절을 해버렸다. 상처는 사고에 비해선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게 다행이지만, 입원한 동안 가족 말고 아무도 내 병문안을 오지 않았던건 구제할 길이 없었다.
 
아침부터 어두컴컴한 기분에 잠겨있으니 코마치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말야, 그 사고 난 다음에 그 강아지 주인이 집에 답례하러 왔어"
 
"에, 뭐야 그거 나 몰라"
 
"오빠 자고 있었는걸. 그래서, 사온 과자는 코마치가 책임지고 먹었습니다"
 
"……"
 
과자를 코마치의 위장에 슈우우우우웃!! 초! 익사이팅!! 하지만 나는 안 먹었어!!
 
내 상태따위 신경쓰지 않고 코마치는 계속 말한다.
 
"그치만 말야, 같은 학교니까 만난거 아냐? 학교에서 고맙다는 말한다고 했는데?"
 
……앙?
 
무심코 브레이크를 걸었다. 아읏! 비명을 지르며 코마치가 내 등에 머리를 박는다.
 
"갑자기 뭐야-?"
 
"그런건 먼저 말해. 이름 같은거 안 들었어?"
 
"음-……미안, 잊어먹었어. ――아, 이제 학교 도착이야. 코마치 갈게"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자전거에서 뛰어내려서 교문으로 달려갔다.
 
"도망쳤겠다……"
 
푸념을 토하면서 발굼치를 돌리니, 등 너머로 코마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고마워-!"
 
손을 휙휙 흔들며 나도 학교로 가기로 했다.
 
……그 강아지 주인이 있는 학교로.
 
 
 × × ×
 
 
점심 시간이 됐다. 오전 중에 체육이 있던 탓인지 배가 고파졌던 나는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매점으로 갔다.
 
특별동 1층에 있는 매점에서 점심을 산 나는 대각선상에 있는 늘 점심 먹는 스폿으로 향한다.
 
테니스 코트에선 여자 테니스하는 애가 자주연습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고 있으니 늘 벽을 마주보며 치고는 돌아오는 공을 바지런하게 쫓아, 또 친다. 그걸 쳐다보면서 점심 시간이 시작된다.
 
"……후우"
 
점심을 다 먹고 한숨을 쉬고 팩 레몬티를 마신다. 거기서 바람이 불었다.
 
……바람 방향이 변했나. 그리고 그 바람을 타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힛키잖아"
 
불어오는 바람에 치마자락을 누르며 나타난건 유이가하마였다. 라고할까 내 별명 부르는걸로 바로 알지만.
 
"왜 이런데 있어?
 
"평소 여기서 밥 먹어"
 
"헤- 그렇구나. 왜? 교실에서 먹으면 되잖아?"
 
"……"
 
진심으로 이상하다는듯 말하고 있어…… 그게 되면 여기서 안 먹어. 좀 알아주라고 진짜……! 이건 화제를 바꿔야 한다.
 
"그보다, 너는 왜 여기에 있는건데?"
 
"실은 말야! 유키농이랑 게임으로 가위바위보 져서, 벌게임?"
 
내 질문에 유이가하마가 즐거운듯 말한다. 하지만, 내 표정은 어두워진다.
 
"……나랑 얘기하는겁니까…………"
 
심해라, 꿈도 희망도 없어……죽을까.
 
"아니야아! 진 사람이 주스 사오는것 뿐이야아!"
 
유이가하마가 황급히 붕붕 손을 흔들며 부정한다. 위험해라, 하마터면 죽을뻔했어…….
 
안심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내 옆에 앉았다.
 
"유키농, 처음에는 떨떠름해했는데, 자신 없구나? 라고 했더니 승부해줬어"
 
쿡쿡 웃으면서 유이가하마가 말한다. 뭐, 유키노시타는 승부가 관련되는 순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발동하니까.
 
"그치만, 유키농이 이겼을때 말없이 작게 이겼다는 포즈 잡는거 무지 귀여워"
 
무지 귀엽다라. 뭐, 학년 1위 미녀라던가 알기 쉬운 이명이 붙을 만큼 정말로 미인이니까 뭘 해도 귀엽겠지만, 가끔 나라도 숨을 삼킬정도로 귀여울때가 있지, 그 녀석.
 
 
 
『…………………………………알아줘, 바보』
 
『――하치군, 정말!?』
 
『…………………아우』
 
 
여기 최근에 특히 귀여웠던 유키노시타의 언동을 떠올리고 있으니, 왠지 무척이나 부끄러워졌다.
 
"――힛키, 왜 그래?"
 
유이가하마가 쳐다본다. 핫, 이런 평정을 꾸려야지.
 
"아, 아니. 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했을때 받은 과자를 동생이 전부 먹었다는걸 오늘 아침에 듣고 슬퍼졌거든"
 
내 말에 어째선지 유이가하마가 말없이 나에게 시선을 보낸다.
 
"……저기, 힛키. 그 교통사고는 언제 이야기?"
 
"입학식때야. 자전거를 타고 있더니 여자애가 개 목줄을 놓쳐서. 그래서 그 개가 차에 치일뻔할때 몸을 던져서 구했어"
 
내 말에 유이가하마가 조심조심 묻는다.
 
"힛키는 그 애를 기억하지는 않아?
 
"아니, 아파서 그럴짬이 없었고. 그냥 잠옷 입고 있던건 기억해"
 
"왜 그것만 기억해!? 확실히 그 때는 맨얼굴이었구…… 머리도 염색하지 않았고…… 인상 옅었던걸까……"
 
유이가하마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전혀 안 들리는데.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아, 어-이! 사이야-!"
 
유이가하마가 테니스코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을 건다. 그에 따라 돌아보니, 방금전까지 자주 연습을 하고 있던 여자 테니스 치던 애가 땀을 닦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사이야, 연습?"
 
"응. 우리 부, 굉장히 약하니까 점심도 연습해야지……. 점심시간도 쓰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해서 최근에 겨우 OK를 받았어. 유이가하마랑 히키가야는 여기서 뭐해?"
 
"아니, 딱히 아무것도-?"
 
그렇게 말하며 유이가하마는 동의를 구하며 나를 돌아본다. 아니, 너 심부름 도중이었잖아. 싫다-. 나도 밥 먹었고. 세 걸음도 걷지 않앗는데 잊어버리다니 심하구만.
 
하지만 사이야 라고 불린 여자애는 『그렇구나』라고 말하고 쿡쿡 웃었다.
 
"사이야, 수업에도 테니스를 하는데 점심연습도 하는구나. 힘들겠다"
 
"으응, 좋아서 하는거니까. 아, 그러고보니 히키가야, 테니스 잘 하지"
 
"에"
 
뜻밖의 화제에 나는 얼빠진 목소리 밖에 나오지 않는다. 에, 그거 처음 듣는 정보인데요. 나, 무아의 경지에 든거야? 아니면 매혹 포인트는 우는 점이였던거야?
 
……라고할까, 왜 이 여자애는 내 이름을 아는거야?
 
여러 의문이 솟을때, 유이가하마가 감탄했다는듯 숨을 내쉬었다.
 
"헤에, 그래?"
 
"응, 폼이 되게 깨끗해"
 
"가, 감사. ……그래서, 누구야?"
 
마지막은 작은 목소리로 유이가하마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그랬더니 가하마 씨는 내 배려를 깨부수고 큰 소리를 질렀다.
 
"하아아!? 같은 반이잖아! 그보다, 체육 같이 했잖아!? 왜 이름 모르는거야!?"
 
"너조차도 최근에 알게된 내가 같은 반의 여자를 기억할리 없잖아.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제니퍼 씨는 기억하지만 말야"
 
아, 이런. 착한 애 같은데 기분 상하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해서 사이야를 보니, 눈동자를 적시고 있었다. 이, 이런. 너무 귀여워…….
 
"아, 아하하…… 역시 내 이름 기억 못하는구나……. 같은 반인 토츠카 사이카야"
 
"미안, 나,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으니까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었어. 이 녀석의 이름도 기억 못하고"
 
"이유가 슬퍼!? 아니, 그보다 적당히 좀 외워!!"
 
가하마 씨에게 머리를 맞았다. 하지만, 이런 대화도 부럽다는 얼굴로 토츠카는 쳐다본다.
 
"유이가하마하고는 사이가 좋구나……"
 
"에, 에에!? 전혀 사이 좋지 않아아!"
 
토츠카의 말에 유이가하마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면서 부정했다. 뭐, 상관없지만.
 
유이가하마의 태도에 토츠카는 쿡쿡 웃고 나를 돌아본다.
 
"히키가야. 나는 남자인데……. 그렇게 약해보여?"
 
"뭐……라고……?"
 
내 움직임과 사고가 정지한다. 끼끼끽, 하고 녹슨 수레바퀴처럼 천천히 유이가하마를 바라보니 한숨을 쉬면서 수긍하고 있었다.
 
진자로? 거짓말이지. 아니아니아니아니.
 
의심스런 내 표정을 눈치챘는지 토츠카가 뺨을 붉히면서 손을 반바지로 뻗는다. 그 움직임이 묘하게 요염하다.
 
"……증거, 보여줘도 되는데?"
 
 
 
……………………………………………………………………………………………………………………………. 좋아, 나는 토츠카를 믿자.
 
"미안. 몰랐닥는 해도 불쾌하게 만들어서"
 
"으응, 딱히 괜찮아"
 
토츠카는 미소로 나에게 말한다. 젠장, 귀엽잖아.
 
"그럼 슬슬 돌아갈까"
 
내 말에 유이가하마는 시계를 보고 경악한다.
 
"아, 아아아아!? 나, 나 좀 돌아갈게!"
 
그렇게 말하고 굉장한 속도로 달려갔다. 아아, 그러고보니 심부름 왔었지. 유키노시타가 부실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걸 상상하면 조금 가엾게 생각했다.
 
"그럼 우리만 교실로 갈까?"
 
"그렇군"
 
 
 
후일, 체육 시간에 토츠카와 함께 테니스 수업을 한 나는 행복한 기분이――그게 아니라, 토츠카에게 상담을 받게 된다.
 
 
 
 
 
 × × ×
 
 
"무리야"
 
유키노시타는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아니, 무리라니. 너 말야-"
 
 
 
"무리인건 무리야. ………………………………………하치군 바보"
 
마지막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볼을 부풀리며 또 귀여운 유키노시타 모드가 되어 있었다.
 
토츠카에게 테니스부로 권유 받은걸 유키노시타에게 말한게 일의 발단이다.
 
나로써는 이야기를 잘 몰고 가서, 봉사부를 퇴부하고, 거기다 테니스부에 입부하는걸 보여주고 조금씩 페이드 아웃할 생각이었는데, 썩둑 거절당했다.
 
"하지만 말이다, 내가 있을 필요성은 그렇다치고, 강심제로서 새로운 부원을 들인다는 토츠카의 생각 자체는 잘못된게 아니지"
 
내 말에 유키노시타가 턱에 손을 댄다.
 
"흠, 확실히 토츠카의 생각 자체는 잘못되지 않아. 그저 집단행동을 못하는 히키가야를 권유한게 잘못이야"
 
"으윽"
 
내 반응에 유키노시타는 쿡 웃으면서 말한다.
 
"뭐, 너라는 공통의 적을 만들어서 일치단결한다는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구나"
 
먼눈을 하면서 더욱 말한다.
 
"하지만 배제하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지, 그것이 자신의 향상으로 가지는 않아. 그러니까, 어쨌든 해결은 되지 않아. 출처는 나"
 
"과연……출처라고?"
 
"그래. 나, 중학생때 해외에서 이리로 돌아왔어. 전입했을대, 학교내 여자는 나를 배제하려고 활개를 쳤어. 그리고, 누구 하나 나에게 지지 않도록 자신을 드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어……추악해"
 
왠지 유키노시타의 지뢰를 밟은걸지도 모른다. 시커먼 감정이 등뒤에서 배어나오는듯한 착각을 한다.
 
"뭐, 너는 귀여우니까. 그렇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거 아냐?"
 
"귀엽!? …………몰라"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며 고개를 홱 돌렸다. 또 귀여운 유키노시타 모드다. 그냥 계속 그대로 있으면 좋을텐데.
 
토츠카도 뒤지지 않게 귀엽지이……여자애였으면 구혼했을텐데.
 
"토츠카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테니스부가 강해지지 않을까나. 너라면 어떡할래?"
 
내 말에 눈을 끔뻑거리며 조금 미소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모두 죽을때까지 뛰고나서 죽을때까지 휘두르고, 죽을때가지 연습, 일까"
 
"무서워"
 
반쯤 진심으로 식겁하고 있으니 부실 문이 열렸다.
 
"얏하로-!"
 
홀가분해 보이면서 머리 나쁜 인사가 들려온다. 목소리 주인은 물론 유이가하마. 얼빠진 미소를 지으며, 고민따위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뒤에는 힘없이 심각해보이는 표정을 지은 사람이 있었다.
 
자신 없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건 토츠카였다.
 
"아…… 히키가야!"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파앗, 꽃이 피는듯한 미소를 나에게 보여줬다. 귀여워.
 
토츠카는 나에게 다가와서 내 소매를 잡았다. 이런, 엄청 귀여워. 진짜 갖고 집에 가고 싶어.
 
"히키가야, 여기서 뭐해?"
 
"아니, 나는 부활동인데……너야말로 왜?"
 
"오늘은 의뢰인을 데려와줬어, 흐흥"
 
유이가하마가 가슴을 젖히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 다음에 유키노시타에게 부원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지금까지 자신만만한 행동이 한순간에 와해되었지만, 뭐 그건 둘째치고.
 
 
――토츠카의 의뢰인 『테니스부를 강하게 만드는것』은 이래저래 해서 봉사부의 의뢰로서 받아들이게 됐다.
 
 
 × × ×
 
 
 
다음날 점심시간. 나는 토츠카와, 어째선지 따라온 자이모쿠자와 함께 테니스 코트로 향하니, 이미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대기하고 있었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지, 도시락통을 빨리 치우고 우리들을 돌아본다.
 
"그럼 시작할까"
 
"자, 잘 부탁해요"
 
"우선, 토츠카에게 치명적으로 부족한 근력을 올리자. 일단 팔굽혀펴기를 죽기 일보직전까지 힘내서해봐"
 
시작부터 절호조군요, 유키노시타 씨.
 
"뭐, 금방 근육이 붙을리는 없지만, 기초대사를 올리기 위해서도 필요한거야"
 
"기초대사?"
 
유이가하마가 명백하게 뇌내로 한자변환을 못하는 태도로 중얼거린다. 여자는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기초대사를 모른다는건 의외다.
 
"요컨대 운동하기 위해서 몸을 바꿔간다는 거야. 기초대사가 오르면 칼로리를 소비하기 쉬워져. 간단하게 말하자면 장비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쓴 적이 없었던 전지가 쓰이게 되어서 파워업, 이라는 이야기지"
 
무심코 내가 말을 한다. 그러자 유키노시타가 설명하고 싶었는지 조금 유감스러워하고 있었다.
 
"칼로리를 소모하기 쉬워져……즉, 살빠진다는거야?"
 
유이가하마의 눈이 번뜩 빛난것 같다. 무심코 주춤한다.
 
"아아, 뭐, 그렇군"
 
"그럼 해볼게"
 
"나도 할래!"
 
어째선지 토츠카 이상으로 기합을 넣기 시작한 유이가하마는 토츠카와 함께 팔굽혀펴기를 시작한다.
 
"응……큿, 후으, 하앗"
 
"우으, 큭……응앗, 으으응"
 
소리죽여 참는 숨결이 새어나온다. 얼굴을 찌푸리면서 땀을 흘리고, 뺨은 상기되는 모습은……무척이나 그거합니다. 궤씸합니다.
 
특히 유이가하마는 팔을 굽힐때 체육복 옷깃에서 풀어져서. 그게, 무척이나 궤씸합니다. 읏차, 빤히 쳐다보면 위험하지.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정관을 하고 있던(대화에 섞이지 않았다는게 올바를 것이다) 자이모쿠자가 불쑥 중얼거린다.
 
"하치만……어째서일까. 본관은 지금 무척이나 평온한 기분이다……"
 
"우연이군, 나도 같은 기분이다"
 
이따끔 몰래 쳐다보고 있으니, 등에 냉수를 끼얹은 듯한 지독하게 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네도 운동해서 그 번뇌를 쫓지 그러니?"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경멸하는 눈동자를 하는 유키노시타가. 왠지 무척이나 무섭습니다.
 
"흐, 흠. 훈련을 빼먹지 않는게 전사의 마음가짐이지. 본관도 하기로 할까!"
 
"뭐, 뭐어 운동부족은 무서우니까!"
 
유키노시타에게 겁을 먹은 자이모쿠자가 팔굽혀펴기를 시작한다. 나도 따르듯이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유키노시타가 굳이 내 정면으로 향해, 미묘하게 치마 속을 가드하면서 웅크려 앉았다. 허벅다리가 굉장히 눈부십니다.
 
"……"
 
왜, 왠지 엄청 보여지고 있어. 그 표정은 방금전처럼 경멸하는 눈이 아닌, 어딘가 삐친듯한 인상을 받았다.
 
"유, 유키노시타……씨?"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내가 물으니, 유키노시타가 불쑥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렇게나 큰게 좋아?"
 
 
 
 
"하?"
 
"큰게 좋아?"
 
무슨 이야기야……아니, 방금전의 흐름으로 보면 딱봐도 가슴 이야기구만, 이거.
 
"아, 아니, 그건……"
 
 
 
"됐어. ……하치군 색골"
 
 
 
아니, 그러니까 나는 하치만이지 하치군은…….
 
그렇게 말하려고 했더니, 또 삐친 얼굴로 노려본다.
 
"거유 좋아하는 히키가야, 계속 봐줄테니까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팔굽혀펴기를 하렴"
 
 
"엑"
 
 
 
 
 
 
 
결국, 가까이서 감시당하면서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계속 팔굽혀펴기를 했던 나는 심야에 근육통으로 몸부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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