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응아………"
"아, 깼다깼어!"
 
눈을 뜨는것과 동시에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로 익숙치 않은 목소리다.
 
"언니가 무릎배게하고 있을때 눈을 뜨다니, 어쩔 심산인거니, 히키가야"
 
다른 한 명의 목소리는 낯이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모닝콜로 들었다. 그보다 어느 정도 독이 담겨있는걸로 생각이 들었지만, 잠을 깨기 위한 블랙 커피 같은거겠지. 시선에서 전해오는 냉기도 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키노시타"
 
멍한  시야 속에, 버둥치듯 손을 뻗자 그 부드러운 뺨의 감촉을 접했다.
 
"아………………"
 
매력적인 미소를 연출한다. 허세를 잃은 뺨을 만지고, 사랑해야할 사람이 거기에 있다고 확인이 된 나는 어느 정도 안정을 얻었다.
 
"자다깨고나서 성희롱이라니, 왕성하구나, 히키가야"
"아니, 이 안심한 얼굴은 성희롱 목적이아니잖아………"
"……………므으"
 
손에서 전해지는 뺨의 감촉이,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는걸 가르쳐줬다.
 
"왜 그래……… 유키노시타. 그렇게 얼굴 찌푸리고………싫은 일이라도 있었냐, 그럼 달래줄게………"
"………………"
 
뺨에서 손을 떼니 유키노시타는 순순히 고개를 숙여,정수리 부근을 내 손에 만지게 했다.
빗질하든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양지에 있는듯한 온기가 가슴 속에서 펴져간다.
 
"우, 우와아………"

"………뭐야, 언니"
"유키노가 순종………"
"그런거 아니야………"
"기분 나빠보이는 목소리네……… 기운, 내라………"
"………………"
"받는대고 쓰다듬받고 있구"
"이건 히키가야의 호의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야. ………자, 히키가야. 슬슬 일어나렴"
"응, 어………"
 
뺨을 찰딱찰딱 때려져, 겨우 나는 안개꼈던 사고를 버렸다.
다시 현재 상황을 확인해본다.
 
"………안녕, 유키노시타"
"안녕, 히키가야. 잘 잤니"
 
눈 앞에, 누워있는 내 오른편에서 유키노시타가 앉아있다. 남자로선 결코 못한다고 하는 전설의 여자 앉기다. 찰딱 앉은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히키가야, 위에위에"
"뭡니까, 그 시무라 뒤쪽뒤쪽 같은거………"
 
힘을 빼면서 위쪽을 쳐다보니,
 
"안녕, 히키가야"
 
콧김이 닿는 거리에 확대된 미녀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루노 씨"
"후후, 어때? 누나의 무릎배게"
"여전히 멋지네요. ………아까전의 치녀소동을 잊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은"
"기, 기억하고 있구나……… 제길………"
"그야 잊을 수 없죠……… 그렇게나 자극적이어선"
"자극적이라니………정말, 히키가야도 참"
"좀, 갑자기 뺨 찌르지 말아주세요. 수줍으니까"
"증말-, 히키가야도 참, 에이-"
 
몰캉몰캉 쓰담쓰담 고양이 귀여워하는 하루노 씨. 아니, 그건아직 괜찮지만 치과 의사 방식으로 정수리 부근에 전해오는 다른 몰캉몰캉한게 말이죠 "히키가야" 아니, 이건 어쩔 수 없다, 인중이 늘어나도 어쩔 수 없어.
 
"언니, 히키가야가 곤란해하고 있으니까 그 쯤 해둬"
"그렇지-, 너무 끈질기게 굴면 미움사는걸-"
 
깔깔 웃는 감촉이 떨어진다.
적잖이 아쉬운 기분도 들지만, 일단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리고나서 유키노시타를 봤다.
 
"………그런데, 여기 어디야"
"의무실. 이 숙소의 보건실 같은 곳이야"
"………아아, 나 쓰러졌던가"
 
유키노시타의 목욕 타올 차림에 실신해서. ………내가 생각해도 성적인 관심에 빠져있어. 이것이 사랑인가. 코피 푸슉도 의외로 과장된 표현이 아닌걸지도 모른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목욕하던 네가 아무리 지나도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발견했다는걸로 해뒀으니까 기억해두렴"
"뭐, 그게 타당하지………"
"내가 들어갔다는걸 알면 시즈카짱 화낼테니까"
 
그건 선생님으로서인지 외톨이 독신 귀족으로서인지……… 아마 둘 다겠지이.
 
"죄송합니다, 폐를 끼쳐서"
"에, 그거 나한테 말하는거니?"
"지금도 무릎 배게 받고 있으니까요"
"아니, 이건 포상같은 거니까………"
"? 저 뭐 좋은거라도 했나요?"
"오히려, 지금 좋은거 하고 있다고 할까………"
"하, 하아………"
 
왠일로 요령을 얻지 못한 대답. 하루노 씨 답지 않다.
아, 혹시 하루노 씨에게 있어서 포상이라는 의미인가? 아니, 하루노 씨 마조설은 아니잖아. 나 밖에 기뻐하지 않아.
수줍어하는 하루노 씨의 무릎에서 몸을 일으켜, 가볍게 기지개를 한다. 무리한 자세로 잠들었을때 있을법한 뼈나 근육이 삐걱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무릎배게 덕분이다.
자꾸 하루노 씨에게는 감사의 말 밖에 떠오르지 않네.
아까 욕실 난입도 연상의 장난으로 생각하면 아무 문제도 ㅇ벗다. 오히려 기쁘다고 마저 생각한다. 장난을 좋아하는 누나라니, 그거 최고잖아.
 
"………저기, 하루노 씨"
"응? 왜 그래?"
"그게………"
 
나는 하루노 씨의 귀에 입을 가젹,
 
"………아까전에 욕실 사건, 전부 유키노시타에게 말했어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3번, 하루노 씨가 하는 말을 들을게요"
"알았어. 나는 장난으로 난입한것 말고는 아무 말도 안 했어"
"감사합니다"
"후후, 그 에로가야는 나랑 히키가야 만의 비밀이야"
"그렇게 되겠네요………"
 
본인이 그 자리에 있다면 그건 뭐, 분위기에 흘려져서 유키노시타도 크게 불쾌감을 얻지 않았겠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러 들으면 동년배 여성을 목욕에 부른 단순한 에로스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에로스는 정도껏 해!』라며 유키노시타의 일념발기를 무시한 내가 에로하게 되면 아무리 유키노시타라고 해도 화낼게 틀림없으니까…… 비밀로 해두자.
 
"………뭘 둘이서 속닥속닥 거리는거니"
 
싫다, 이미 유키농 화냈어……….
좀 질투 심하지 않슴까……… 너무 많이 먹어서 살찔것 같아서 무섭다. 마음의 군살이라는건가. 뭐, 조금 살이 붙어도 좋으려나, 건강적인 의미로.
 
"므으………"
"삐지지마, 삐지지마. 조금 상담한것 뿐이야"
"삐지지 않았어"
 
그럼 소매 놔주지 않을래……… 반소매의 소매를 잡는다니, 그거 손 잡는것 보다도 고도의 작업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어때 유키노시타.
 
"그럼, 히키가야도 일어났으니까 갈까"
"………그래, 그러자"
 
일어난 하루노 씨에게 수긍하며 유키노시타도 또한 일어서서 내게 손을 내밀어온다.
 
"가자, 히키가야. 건방진 초등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어"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던 아는 대학생 서클이라는건 하루노 씨가 소속하는 자원봉사 서클이었던 모양이다.
 
"아, 힛키!"
 
숙소를 나오자 거기에는 무진장 괴로운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유이가하마의 기운찬 모습이!
특기인 붙임성있는 미소로 자리 분위기를 유지하던 그녀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뛰어왔다.
 
"괜찮았어? 욕실에서 쓰러졌지?"
"뭐, 뭐어……… 오히려 네가 괜찮았냐는 이야기인데"
"에, 에헤………까놓고 말해, 나이스 타이밍"
"………친구의 도움이 되서 다행이다"
 
다핵상 제군에게 보이지 않도록 내밀어진 섬즈 업에 무심코 한숨이 나온다.
유이가하마는 귀여우니까아. 안 그래도 빵빵한 여고생인데 용모 좋고 기량 좋고 덤으로 약간 바보라는건 만족밖에 말 못하니까. 그야 대학생도 무리지을만 하지.
하지만 저런 압박 면접같은 어프로치로 괜찮은거냐, 대학생. 유이가하마가 아니었으면 아마 가볍게 성희롱으로 신고당했을거다.
아쉬운건 유키노시타가 가장 먼저 나오지 않았다는건가. 남자는여자에게는 기본적으로 질투하지 않는 생물이다. 거기다 더 말하자면 오히려 유키노시타에게 눈을 빼앗길 가능성마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처음부터 숙소에서 나와, 유이가하마가 바로 거기에 부탁했다.
그건 즉 어떤 말이냐고 하면,
 
"칫, 도망쳐버렸어………"
"저 자식 때문이야………"
 
이미 대학생들로부터 나에 대한 헤이트가 쌓여서 만족하는 수 밖에 없나……….
유이가하마는 조금, 자신의 가련함을 의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 무방비함도 무기라고는 생각하지만. 필요없는것까지 추락하것 같다. 나라던가.
하지만 그 뭐냐. 의지해줄 만큼은 신뢰해주는구나, 유이가하마. 조금 기쁘다. 반해버릴 정도로 기쁘다.
………농담은 내버려두고.
굳어있던 남자 대학생 모두로부터 살짝 시선을 피하니, 남녀비 3:7의 대학생 집단이 담소에 잠겨 있었다.
합하면 15명인가. 꽤 많네.
 
"그래서, 저쪽 사람들이 그거? 의식 높은 계통?"
 
뒤돌아보니 이거야 원, 하며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뭐야, 조금 낡은 라노벨 주인공이냐고. 이 세계인 안 와. 모험 안 한다고.
 
"너, 언니 앞에선 비교적 직접적인 말을 쓰는구나………"
"괜히 돌려말하다 역수를 빼앗길지 모르니까"
"쓰, 쓸데없이 경계되고 있어………"
"저의 동정 센서는 아직 부저를 울고 있다구요, 하루노 씨"
"에………"
"엣………"
 
내 발언에 유이가하마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하루노 씨는 숨을 삼켰다. ………그랬었다, 유이가하마도 있었지.
 
"정말-. 성희롱이야, 힛키"
"………미안"
 
가볍게 얼굴을 붉힌 유이가하마에게 혼나는 나를 곁눈으로 하루노 씨는 놀람반 기쁨반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정 센서, 아직 있구나……… 흐응"
 
!?
뭐야 지금, 뱀에게 노려지는듯한 한기를 느꼈다, 어이. 그런가, 이게 뉴타입인가………. 신변의 위기를 감지했다는건가.
갑자기 생겨난 초능력에 동하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니, 이쪽으로 걸어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오, 깼느냐 히키가야"
 
그 누구나가 반해버릴 나이스바디를 꾸미지 않고, 난잡하게 반소매 T셔츠를 입은 그 미녀는,
 
"히라츠카 선생님! 에이 참, 그렇게 피부 드러내는 복장을 입어도 괜찮슴까, 주름이우훅………"
"세번 때리고 히키가야를 쓰러뜨려라"
 
내 명치를 용서없이 뚫었다.
과연, 이게 우기였나……… 생각했던것 보다 경고가 아슬아슬하게 오는구만. 뇌내선택지도 깜짝 놀랜다.
 
"죄, 죄송합니다. 왠지 오래간만이라서 그만 농담이 나와버렸습니다………"
"아아, 안심해라. 그렇게 화 안났다. 제대로 자외선 차단제는 발랐으니까"
"그렇슴까………그건, 다행임다………"
 
무너지는 나를 마치 쓰레기처럼 보는 유키노시타의 옆에서 하루노 씨는 유쾌하다는듯 손을 든다.
 
"얏호, 시즈카짱! 그 점은 변함없네!"
"아아, 덕분에 말이다. 그 시즈카짱이라고 하는건 그만해. 그럴 나이가 아니야"
"반대로 생각하세요, 히라츠카 선생님. 별명으로 불린다는건 그 만큼 젊다는거라고"
"아니,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맞아- 시즈카짱. 아직 쌩쌩하잖아, 시즈카짱"
"그, 그런가………?"
"응. 봐, 우리 서클 멤버, 거의 다들 여자에 굶주리고 있으니까 노리고 있다구? 그런대로 인원도 있으니까 맘대로 골라잡으시라!"
"오, 오오………!"

눈을 반짝이는 히라츠카 선생님. 이 사람, 일을 잊는건 아니겠지……….
 
"히라츠카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이 캠프하고 있는 옆에서 그런건 좀……"
"으윽…………"
 
비틀거렸군, 지금이 총공격의 찬스다!
 
"헤에, 그걸 히키가야가 말하는구나"
"큭…………"
 
나까지 스턴을 걸렸나……. 유감이지만 노 찬스다.
라고할까, 하루노 씨에게 약점을 지킨건 뼈아픈 수였군. 어쨌든 그 유키노시타의 언니는 대인능력에 특화하고 있는거다. 나는 그냥 새로 생긴 쫄병이나 마찬가지겠지. 이 임간학교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느낌이 안 든다…….
 
"이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버리고 가라, 유키노시타"
"갑자기 텐션을 올리지 말아주겠니, 히키가야. 따라가질 못하니까"
 
대답한 유키노시타는아주 조금이지만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너 뭘 화내는거야"
"딱히………… 아까부터 꽤나 사이가 좋구나. 언니랑. 비밀 이야기까지 하고"
"아니, 언니한테 질투하지마"
"질투같은거 안 했어"
"아아, 그러냐………"
 
뿡뿡 화내는 유키노시타를 유이가하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보고 있다.
감정표현히 풍부해졌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여러가지 표정을 짓는 아이는 좋네요』 법칙에 따라 인목을 모으기 쉬워졌다고 할가…….
건너편에 있는 남자 대학생들도 모두 눈을 빼앗기고 있다. 그 정도로까지 유키노시타는 가련했다.
이 애 귀엽지? 내 꺼야. …………아니. 아냐아냐.
 
"자 그럼.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바로 준비를 해볼까. 이제 곧 초등학생 제군이 올거다"
"라저-! 자, 모두 모여-!"
 
하루노 씨의 호령에 대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이 카리스마! 유키노시타는 평생 못 가질것 같다.
 
"? 그 뜨뜻한 시선은 뭐니"
"아무것도 아냐"
 
그저 뭐, 나만 가능한 하는 말을 들어주기로 하자.
저런 강화외골격을 달아도 난감하니까.
 
"그럼 우리들도 해보기로 할까"
 
내 호령에 친구 두 명중 한 명은 "오-!" 라며기운차게 주먹을 들고, 다른 한 명은 끄덕였다. 뭐야, 나도 수수하게 카리스마 있잖아………. 카리스마 걸이라고 불릴 날도 그리 멀지 않군. 일단 위험하다고 어두나 어미에 붙이면 좋겠군.
약간 들뜬 텐션을 유지한채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지시를 물어보려던 내 귀에 이런 말이 들렸다.
 
"어라!? 남자 있잖아!"
"고등학생!? 우와, 귀여워-!"
"왠지 툴툴거리고있어! 꽤 취향일지도!"
 
꺄아꺄아 떠드는 소리를 내면서 여대생 모두가 멀찌감찌서 나를 보고 있다.
오, 오오?
왔나?
마침내 와버렸다는 느낌인가? 내 시대.
긴 밤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절개를 지킨지 17년, 마침내 나에게도 인기 시기가 온 모양이다.
뭐. 힛키도 말야. 얼굴은 나쁘지 않으니까. 내용물을 알게 된 순간에 럴러바이라구요.
 "………………"
"왜? 아까부터 힐끔 쳐다보고. 모르는 사람 투성이라서 긴장하는거니?"
"바보같은 소리마. 언제나 주위에는 모르는 사람 투성이다"
"가슴펴고 할 소리가 아니야, 힛키………"
 
썩은 눈동자에 상응한 이 속을 알고도 친구로 대해주는 사람들은 좀 더 감사해야할 것이다.
 
"라고할까, 여대생에게 인기 많은 모양이네, 히키가야. 잘 됐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질투에 미친 너에게 인도를 넘겨지기 때문이냐"
"………그러니까 질투하지 않았다고 했잖니"
"괜찮다고. 저런 모르는 화장 짙은 여대생에게 마음 뺏길 내가 아니야. 조금 텐션이 올랐지만"
"조금 올랐구나……"
"이것만큼은 나도 남자니까……"
"이런 귀여운 여친이 있는데 그건 좀 아니야, 힛키……"
 
유이가하마한테 게슴츠레하게 노려보아지는 내 옆에서 여친이라는 단어에 뺨을 가볍게 붉힌 유키노시타는 커흠, 헛기침을 하고,
 
"정말이지………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
 
하아, 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그 표정에 분개의 색은 없다.
 
"이래놓고 한눈 판다면 그런 사람이었다고 포기할거야"
"………너, 나에 대한 허들 높이를 지나치게 숙지하고 있잖아"
"엄청 경험치를 쌓았는걸. 네 취급에 관해서는 그런대로 자신이 있어"
"그 논리로 따지면 나도 네 취급은 숙지하고 있다는게 되는군"
"서로를 사로잡기 위해 필사적인걸"
"사로잡는다고 해도 어떻게 할거냐는 이야기지만"
"하라는 대로 따르면 즐겁지 않은거니"
"………………뭐어, 확실히 그렇군"
"………어째서 지금 시선을 피한거니"
"아, 아무것도 아냐"
 
따, 딱히 이불 위에서 하라는대로 따르게 한다는건 생각 안했거든! ………내게 츤데레는 무리군.
 
"아무튼, 저 여대생들하고는 아무것도 안하니까 안심해. 그보다 애시당초, 말을 걸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잖아"
"자원봉사 서클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란다? 사교성은 그런대로 있는게 아닐까"
"그러고보니 그런가……… 나 위험한데, 말을 걸어와도 제대로 대응 못할 자신이 있다"
"그에 비해 언니하고는 처음부터 즐겁게 대화했던것 같은데"
"그건 거………힛키 힘냈으니까. 그야 필사적으로 말이지"
"언니가 미인이라서?"
"너, 자기 언니한테 컴플렉스 너무 갖고 있잖아……"
 
소중한 친구와 사이 나쁘다는 언니에게 있는대로 위세를 부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자신을 위해서 굳이 힘냈다는걸 들키지 않도록 말이지. 아아, 이게 승자의 여유인가. 여유가 있기에 리얼충은 그렇게까지 행동적으로 되는건가.
리얼충 필두인 유이가하마는 이야기를 맞추듯 응응 하며 끄덕인다.
 
"확실히 하루노 언니 미인이지-. 밝고 배려 잘하구"
"덤으로 멋있으니까. 너도, 유키노시타에게 공부를 배우면 장래에 저런 느낌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로? 저렇게 멋있는 느낌으로 될까?
"뭐, 좀 더 주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니, 저래보여도 자기멋대로 하는 사람이니까. 자신의 욕망에 정직한거야"
"자기멋대로라아………"
 
으음, 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유이가하마에게 쓴웃음을 짓는다.
 
"유이가하마는 그런건 힘들것 같군"
"배려 덩어리 같은 사람이니까.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그런거 아니야! 나도 하고 싶은거 하고 있는걸!"
 
뿡뿡 거리며 화내는 유이가하마.
교실에서 분골쇄신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안 되는것도 아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모양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그런가. 하루노 언니처럼 되버릴지도 모르는구나-"
 
에헤헤, 수줍은듯 웃는 유이가하마에게 이쪽도 어째선지 치유되고 있으니 나에게 들려오던 환성이 그친것을 깨달았다.
 
"어라, 내 시대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삼일천하도 순식간이었구나"
 
쿡, 하고 웃는 유키노시타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힐끔 눈을 바라보니, 어째선지 여대생들은 떨고 있었다.
뭐랄까, 이거, 작은 동물이 공포에 떨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꼬리치지 말라고 같은 서클의 날라리 남자가 노려본걸까……….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어깨를 하루노 씨가 툭 두드린다.
 
"이야-, 안 됐네, 히키가야. 모처럼 인기 절정이었는데"
"어? 아아, 약간 들떠버린 저를 보고 있었나요. 잊어주세요, 부끄러우니까"
"아니아니, 여대생들이 꺄아꺄아 거리면 들뜨는것도 어쩔 수 없어. 남자애니까"
 
하루노 씨는 생글생글 미소짓는다. 예의 철가면하고도 다른 감정풍부한 미소인데 바닥 모를 무언가를 느끼는건 어째서일까.
 
"그, 그렇죠? 거 봐, 유키노시타………어라, 왜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이야"
"히, 히키가ㅇ"유키노?"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지금 명백하게 하루노 씨가 조용히 시킨거잖아. 뭐야? 하루노 씨가 뭐 했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안 봤어. 나는 아무것도………"
 
그거, 절대로 뭔가 봤다는거잖아, 싫다-.
자세히 보니 유이가하마까지 왠지 떨고 있고.
 
"신경 안 써도 돼, 히키가야. 이제 잊으렴?"
"아니, 그치만……………"
"됐・으・니・까"
"아, 네"
 
거슬러선 안 된다고 진심으로 이해했다.
 
"그런가-, 들떴구나-"
 
응응, 하며 끄덕이면서 하루노 씨는 내 뒤로 돌았다. 무서워. 오한이 굉장하다.
 
"하, 하루노 씨? 아니, 제 어깨는 뭉치지 않았으니까 주무르지 않아도아야야야야야!"
"히키가야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꺄아꺄아 거린걸 듣고 기뻐했구나-. 헤-. 흐-응"
"좀, 아파요! 아프다구요, 하루노 씨!"
"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안 들려-"
 
빙글빙글 목부근을 주물러지는 나에게 유키노시타가 구명줄을 내밀었다.
 
"좀, 언니. 그만해"
"유키노도 같이 하자. ………쌓아두는것 보다 발산하는 편이 좋아. 나중을 위해서"
"…………그런, 걸까"
"맞아. 화났을 때는 제대로 화내야지"
"…………그렇네. 그렇게 하자"
 
응, 하며 끄덕이는 유키노시타는 정면으로 나의 양 빰을 잡고, 꾸욱꾸욱 잡아당겼다.
 
"칠칠맞게 히쭉거린건 요 입인거니"
"에, 유키노시타 씨, 아까 어쩔 수 없다고 했잖슴까"
"미안해,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주의야"
"그건 아까 들었지만아야야야야야야!"
"정말- 히키가야도 참, 여자애한테 면역이 없다고 바로 좋아죽으려 하구-"
"아니, 그런건 아니라고요 하루노 씨아야야야야! 견갑골 누르는건 안 된다고요!"
"우와-……… 천벌이야, 힛키"
 
즐겁고 즐거운 임간학교는, 힘빠진 표정의 유이아가함의 눈 앞에서 앞 뒤로 유키노시타 자매에게 괴롭혀진다고 하는 멋진 스타트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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