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의 의견도 듣고 싶은데"
선교에 있는 대형 가구 샵. 아침부터 남의 집에 고급 승용차로 밀고들어와, 아무 말도 못한채 납치당했다고 생각했더니, 가구 선택에 어울리라고? 유키노시타, 너 지나치게 자유롭지 않냐?
"나 혼자서는 고를 수 없어서"
"내 의견이 참고 되는거냐?"
"히키가야가 아니면 안 돼"
생활 스아틸에 레이아웃이 다른 부스. 여자애 혼자 살기 때문일까 OL의 화려한 공간이라던가 도회지의 신혼 커플이나 가게측의 제안력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휘적휘적 와본 곳이 '애완동물과 살 수 있는 치유되는 공간'이라고 쓰여진 일각. 과연, 항상 질투했기 때문일가, 유키노시타도 마침내 고양이를 기를 결심이 섰나.
큰 퀸사이즈 침대에 앉아, '고양이 집'이라고 플레이트가 있는 푹신푹신한 침대딸린 케이지를 상기된 표정으로 쳐다본다.
"실은……새로운 동거인을……맞이하려고 생각해////"
과연, 우리 집에는 카마쿠라가 있으니까. 애완동물 경험자인 나의 의견을 참고로 하고 싶다, 라는건가. 자존심 높은 이 녀석이 남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드문 일도 있다. 귀까지 새빨개져서 눈도 울먹거리고 있고.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괜찮잖아. 실은 나도 슬슬 준비하려고 생각했던 참이다"
"에, 히키가야도?"
"그치만 너, 혼자 사는건 슬슬 외로웠잖아?"
"그, 그래……굉장히……적적했어////"
하지만, 경험자라고 해도 카마쿠라를 돌보는건 거의 코마치에게 맡기기만 했고. 의지해주는건 기쁘지만, 그러게까지 도움이 될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유키노시타, 나 같은걸로 정말 괜찮겠어?"
"나는 처음부터 히키가야로 하자고 결심했는데? 부끄러우니까 두번 말하게 하지마////"
"아아, 미안"
"후후 ……괜찮아. 내가 멋대로 그렇게 생각했던것 뿐인걸////"
침대에 앉은채 양 다리를 붕붕 흔든다. 입꼬리를 들며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나 고양이랑 사는게 기쁜거냐. 뀽 해버리잖아.
"그래서 여러가지 준비라던가……있잖아?"
"대충 사정은 이해했다. 새로운 『동거인』이 살 환경을 생각하면 되는거지"
"우후후, ……그런거야. 부탁할게////"
어깨에 맨 소형 가방에서 작은 메모장을 꺼내들고, 진지한 눈으로 뭔가 확인하기 시작한다. 과연, 유키노시타. 어떠한 상황에서도 빈틈이 없다. 미리 구입 리스트를 준비해온것 같다.
"우선 침대야. 크기는 이 정도면 될까?"
고양이 집은 사본 적이 없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조금 작은 느낌이 든다.
"좀 더 큰 편이 좋지 않아?"
"그럴까, 꽤 큰데?"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무척이나 잠버릇이 나쁘다고"
그러니? ……어쩐지 잠버릇은 나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반쯤 눈을 뜨며 차갑게 쳐다본다. 그랬다. 깜빡 잊고 있었지만, 이 녀석은 인터넷으로 고양이 동영상을 봤었다. 그런건 사전조사가 끝났나.
"거기다……"
"왜?"
"잠버릇이 나쁜건, 내가 참으면 되잖니?////"
"네가 좋다면 문제 없지만"
"뭐야 ……남일처럼!
흥! 화내며 침대에서 뒹굴뒹굴. 원망스런 눈을 향하지만, 이것만큼은 관계업으니까. 그렇게 잠꾸러기같은 부분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동물을 키울 수 없다고.
"그리고, 밤중에 날뛸지도 모른다"
"에, ……에엑!////"
"아니, 당연하잖아? 그런 자각도 없이 동거하려고 했던거야?"
"아, ……그치만 ……역시 그래?////"
"뭐, 야생을 억누르는건 할 수 없으니까. 각오해두는 편이 좋아"
디스플레이용 배게에 얼굴을 묻고, 힐끔 이쪽을 쳐다보고는 또 얼굴을 새빨갛게 하여 감추기를 반복. 고양이가 야행성인건 알고 있지? 새삼 놀랄 일이냐.
"나한테 ……그 ……상대가 가능할까?////"
"뭐야, 자신 없는거냐"
"그치만 나……처음인데?////"
펑 소리가 날 기세로 얼굴 전체가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인채 그대로 움직이지않게 됐다. 우리집고 카마쿠라를 키우기 시작했을때는 여러모로 실수했으니까. 뭐 불안해지는 마음은 안다. 그나저나, 좀 과장이다.
"걱정하지마, 유키노시타라면 잘 할거야"
"뭐야, 근거도 없는 소리 하지마////"
"아니, 그치만 너하고는 상성이 좋아보이고, ……거기다…"
"거기다, …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잖아?"
"히얏!////"
뻐끔뻐끔 입만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지 않는다. 화내는건지 수줍어하는건지 구별이 안 가는 표정으로, 펑펑 가볍게 전시물을 움켜쥐고 있다.
"바, …바보! ……바보!////"
"에, 사랑하지 않냐?
"지, 지금…말 안하면……안 돼?////"
"아니, 너한테 맡길건데"
"……"
"……"
"조, 좋아해! 세상에서 제일……사랑해!////"
네 결심은 이해했지만, 그렇게 진지한 눈으로 선언해도 말이다. 암만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힘이 너무 들어간거 아냐? 지나치게 무거워서 좀 깬다.
"너, 너는 어떤데?"
"나?"
"그래. 코마치한테 들었지만, 이 참에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나랑 카마쿠라의 관계인가. 사육주로서 참고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힌트가 되면 좋을지도. 뭐, 평소대로 얘기하면 되니까.
"귀엽지. 굉장히"
"그, 그러니?////"
"아아, 달리 비교할게 없을 만큼 귀엽다. 아양떨지 않고 고고한것도 포인트 높아"
"자, 잠깐만…… 너무 칭찬하잖아////"
"이래뵈도 아직 자제한 표현이야. 고고한 존재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럴리가… 하지만 실은 외로움쟁인데?
"하하, 그런건 진작에 눈치챘어. 언제나 보고 있으니까"
"히키가야……"
"그렇다고해도, 신경써주려고 하면 바로 공격해와서 아픈 꼴을 겪지만"
"미, 미안해 ……솔직하지 않아서////"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잖아?"
"그치만……"
고개숙인채 겸손하는 눈초리. 가슴 앞에소 손가락을 긴채 진정되지 못한 몸짓. 뺨도 살짝 붉어져서 쭈뼛거리고 있는데, 왜 그래 너? 내 경험담은 별로 참고가 되지 않았나?
뭐, 그리고 몇가지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 녀석 집은 맨션이니까. 주택과 똑같을리 없잖아. 뭐, 당장은 소리 문제지.
"말하는거 깜빡했는데, 너네 맨션, 방음은 괜찮아?
"괜찮을거라 생각하는데, 왜 그걸 묻는거니?"
"그치만 밤에 큰소리……내잖아?"
"무! 무무무무무, ……큰소리……안 질러!!!////"
주먹을 움켜쥐며 맹렬하게 항의. 메이저 리그에서도 판정이 뒤엎을 정도의 기세지만, 발정난 고양이가 큰소리로 우는건 당연한거야. 뭐, 사육주는 잠자고 있어서 눈치못챌지도 모르지만. 이웃집에서 항의하러 온 적도 있고.
"소, 소리를……낼리 없잖아!////"
"아니, 모르는 사이에 지른다니까. 의외로 눈치 못챈건가"
"안 질러! 절~대로 안 지를거야!!////"
"곤란한데. 너를 걱정해서 하는 소린데"
"……////"
"……"
"히, 히키가야는 소리……내도……싫어하지 않아?"
"나는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그, 그렇구나……좋아……하니까////"
왠지 안심한 느낌으로 긴장이 풀린다. 손안의 메모장을 팔랑팔랑 넘겨, 미리 준비한 리스트에 실선을 그으면서 메모를 추가해간다.
흠흠, 턱에 손을 대고 '잠버릇은 역시 나빠' 나 '밤에는 소리를 지르는 편이 모에하는것 같다' 등등 중얼거리면서 다음 부스로 발을 옮긴다.
"화장실은 어떠니, 뭐 신경쓰는거 있니?"
"아아. 모래판이면 돼"
"……어?"
"인간용 화장실로 훈련한 적도 있지만, 역시 모래판이 최고인것 같아"
"노, 농담으로 하는거지, 히키가야?"
"새삼 너한테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잖아"
"그, ……그럴수가"
뭔가 한대 맞은것 처럼 비틀비틀 가까운 의자에 주저앉는다. 눈도 요동치며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을만큼 충격을 받은 모양인데. 고양이 화장실은 모래판이 기본이잖아?
"뭐야, 모래판에서 일을 보는게 그렇게나 충격이었어?"
"같이 살아갈 자신이 조금 흔들렸어……"
어이어이, 잠깐만. 너한테 있어서 고양이랑 산다는건 그 정도 일이었냐! 고작 화장실 예절 정도로 마음이 흔들렸다고? 다시 봤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같이 산다는건 그 정도였어?"
"잠깐, 히키가야!?"
"아까 『사랑한다』고 했던것도 거짓말이야?"
"미안해……본심이 아니야! ……용서해줘, 부탁해!"
"……"
"……"
"미안, ……그만 세게 말해버렸다"
"으응, ……나야말로////"
정신을 차리니 전시 코너 주위에는 많은 인파가. 다들 무슨 일이 시작했는지 멀찌감찌서 쳐다보고 있다. 부, 부끄러워! 보여줄만한게 아니니까, 잽싸게 흩어지라고.
"히키가야……"
뭔가 후련해진듯한 밝은 미소. 슥 거리를 좁히며, 양손을 잡고 올곧게 쳐다본다. 조금도 피하지 않는 눈동자. 확고한 의사의 표현.
"나, 받아들일게. ……그치만, 좋아하는걸////"
XXX
"어머, 일렀구나"
"일렀구나, 가 아니지. 대체 어쩔 생각이야?"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갈까, 하고 집을 나올때 흑색의 고급 승용차에 밀쳐져서, 뭐라 말을 못하게 한채 유키노시타의 맨션으로. 공직에 취직한 사람의 딸로서 괜찮은거냐, 이거.
"조금이라도 일직, 히키가야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생일 선물 상자를 열때처럼 반짝거리는 미소. 점점 복도를 지나, 좀 작은 문을 열고 "봐봐" 하고 재촉한다.
"자 ……이거이거!"
"오, 화장실용 모래판이잖아. 그렇다는건, 벌써 정했어?"
"그래, 언니도 물론이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찬성이야////"
"다행이다, 유키노시타. 소원이 이루어져서"
"기뻐 ……나,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정말로 기쁜것 같다. 발걸음도 가볍고, 흥흥 콧노래를 가볍게 부를듯한 기세.
얇은 원피스도 하늘하늘하여 요정처럼 사랑스럽다.
"그런데, 침대는 어떻게 했어?"
"후후, ……그것도 구입 끝났어////
거기까지 말하고 등을 밀려 점점 복도 안으로. 들여진 방은 아무래도 이 녀석의 침실인것 같다. 전체적으로 복숭아색이어서 여자애의 달콤한 냄새가 난다.
아니, 초특대 사이즈의 침대가 방 한가운데를 점령하고 있는데, 중요한 '고양이집'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이, 유키노시타. 설마 같이 잘거야?"
"그런건……당연하잖니////"
"잠버릇도 나쁘고, 밤중에 날뛸텐데? 그래도 괜찮아?"
갑자기 거리를 좁혔다고 생각하니, 팔을 감고, 그대로 꽈당 침대로 쓰러진다.
꼬옥 안겨져서 움직일 수가 없다. 아담해 보이지만 부드러운 가슴 감촉, 감귤색의 제한제 향. 뺨을 비비며 귓가에서 달콤한 답변.
"나도 …소리를 낼지도 모르니까……히키가야가 확인해줘////"
(끄트, ……슬슬 나도 사카린 토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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