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의 빈곤생활 - 29 : 선배에게 있어서 후배란 무엇인가.
 
『그』는 언제나 나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그』는 키도 나보다 컸다.
 
『그』는 나이도 나보다 두 살 위였다.
 
『그』는 공부도 나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그』는 일도 나보다도 잘 해내고 있었다.
 
『그』는 그 정신도 나보다 훨씬 성숙했다.
 
『그』는 언제나 이상한 소리를 하는 주제에 그 실상 누구보다도 일에 달관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일에 달관한 주제에 그 실상 상당히 삐뚤어져 있었다.
 
『그』는 상당히 삐뚤어진 주제에, 그 실상 도움을 요구하는 여자애를 내버리지 않을 만큼 사람 좋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낮은 곳에 있었다.
 
『그』는 나보다도 아득히 높은 것을 갖고 있는데, 나보다도 훨씬 낮은 곳에 있었다.
 
뭘 갖고 높냐고 하고 뭘 갖고 낮다고 하는건가.
 
모르겠다.
 
제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업서지만, 『그』는 확실히 나보다 낮았다.
 
『그』는 그걸 좋다고 하며, 나는 그걸 아니라고 했다.
 
저렇게나 다정한 사람이, 어째서 나보다 낮은 곳에 있는가.
 
모르겠다.
 
『그』는 누구에게도 미움사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 미움사가ㅗ 있었다.
 
『그』에게는 아군이 너무 적었다.
 
그러니까 나만이라도 『그』의 편이 되자.
 
『선배』의 편이 된다.
 
그렇게 결심했다.
 
『잇시키 이로하』는 결심했다.
 
선배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
 
하치만SIDE
 
 
지금이 여름방학이라는것도 있어선지 오전 8시인데도 불구하고 잡다한 소리가 가득채워져서 활기로 넘쳐나는 이 거리속에서 나는 그저 자전거를 밟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그건 뭐, 리얼충이 많다.
그건 초중고등학생에 대학생, 걔중에는 어른도 있겠지.
바보처럼 떠들며 즐거워보이는 녀석들을 곧잘 본다.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특별히 뭔가를 말한다는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소부고에 다니는 사람은 문제를 일으키지 말았으면 싶은 것이다.
그렇게까지 영향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역시 나의 장래적으로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평판은 떨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뭐 하지만 이래저래 말하며 녀석들은 그런 일에 관해서는 잘 해내니까, 그렇게까지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걱정을 하는것 만이라면 공짜다.
 
"아, 선배-!"
 
그나저나 덥네.
역시 여름이라고 해야할까.
상당한 양의 땀을 흘려서 지금 입고 있는 T셔츠가 상당히 젖어버렸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기 때문에 라디오를 써서 그날의 날씨나 기온, 뉴스를 알지만 오늘ㅇ른 도무지 그 정보와 다른 느낌이 든다.
라디오에 의하면 오늘 최고 기온은 28도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그 이상의 더위다.
가볍게 30도는 넘을것 같다.
진짜 참아줬으면 싶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성가신 녀석이랑 만나버렸으니까.
 
"저기-, 선배-?"
 
참고로 나는 지금부터 매번 친숙한 알바처인 찻집(새삼스럽지만 가게 이름은 『하네야스메』라고 한다.)으로 향하고 있다.
이유는 물론 일하기 위해서지만 이번에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다.
라고 하는것도 전날에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개』로 인해 얻은 급료와 오랜 시간 저축해온 저급을 모아서 겨우 그 우량물건인건지 어떤지 수상쩍은 낡은 아파트에서 이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왜 알바처인 찻집이 관계하고 있냐는 이야기지만, 실은 찻집 자체에 용건은 없다.
용건이 있는건 마스터이다.
 
"또 그런건가요~? 이렇게나 귀여운 아이를 무시하다니 선배는 꽤나 박정하네요~."
 
자, 얘기는 조금 바꾸겠지만 방을 빌리는데 보증인(정확하게는 연대보증인이라는 모양이다)을 세우는게 필요하다는걸 알고 있을가?
보증인이란 대상(이 얘기의 경우엔 나와 코마치)이 무언가의 이유로 집세를 지불할 수 없게 됐을때를 위해, 대신해서 집세를 모두 지불한다, 이른바 우리에게 있어선 마지막 보루가 되는 사람을 가리킨다.
또한 보증인이 될 수 있는건 기본적으로 대상의 부모나 친척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중에서도 집세를 모두 낼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인간말고는 보증인이 될 수 없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채우면 어지간한 일이 없는한 대개는 보증인이 될 수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대상의 주위에 있으면서 신원이 확실한 사람밖에 보증인이 될 수 없다는 소리다.
 
"좋다구요~. 선배가 무시한다면 저에게도 생각이 있어요."
 
헤에, 그건 훌륭……이 아니라, 여기서 문제가 되는게, 우리 히키가야 남매에겐 그런 보증인이 되어주는 훌륭한 부모님도 가족도 없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찾으면, 굉장히 멀지만 우리에게도 친적은 존재했다.
하지만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형태뿐인 친척에게 갑자기 『보증인이 되어주세요』라고 말 못하잖아?
법률이니 우리의 경우를 구사하면 싫어도 보증인이 되어줄지도 모르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그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왜냐면 그다지 바라지 않는 문제가 두가지 정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는 그 친척이라는 사람이 보증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이 있는지 어떤지 전혀 모른다, 요컨대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뭐, 이건 시청 등에서 조금 조사하면 알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그걸 조사하는 시간이 귀찮, 그러니까 아깝다.
참고로 그 친척이 치바현에서 먼곳에 생활하고 있다면 거기다 거기까지 찾아가기 위한 이동료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는 그 친척이 보증인이 되는걸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점.
이건 꽤 위태롭다.
아까 말한대로 법률이나 도덕을 편으로 삼아서 반쯤 억지로 보증인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선 다음으로 또 새로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이 보증인이 된 친척과 관계악화.
어제까지는 알도 보도 모르는 남이었던 아귀에게 갑자기 『보증인이 되어주세요.』라고 들으면 그야 관계도 나빠진다.
그것도 그 말대로 억지로 보증인이 되면 더욱 그렇다.
그정도로 『연대보증인』이란 중요하며, 굉장히 책임이 무거운 것이다.
금전이 얽히는 관계이면서 그 관계자체가 좋지 않게 되면 이쪽도 상대쪽도 정신면응로도 좋지 않을테지.
 
응, 하지만 이건 까놓고 말해 아무래도 좋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무래도 좋은건 아니다.
그저 그 이상으로 성가신 문제가 있다.
우선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관계 악화가 어쩌니 말할 수 없다.
그건 보증인이 되어주기 위한 수단, 및 그 시간이다.
그리고 이건 대단하 극단적인 얘기가 되지만, 그 수단이라는게 『재판』,
알겠지?
이 시점에서 귀찮다고.
당연하지만 재판을 하려면 그런대로 시간과 돈을 요구한다.
여기서 더욱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사 하나를 하는데 고생하는 빈곤민인 나에게 과연 변호사를 고용할 정도의 돈이 있냐는 얘기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반드시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재판에 있어서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는건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틀림없겠지.
그렇지 않아도 나는 학생이다.
재판 하나 일으키는데 성가신 수순을 밟게 되는건 아마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
거기다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도 전념할 수 없게 된다.
금전면으로도 정신면으로도 시간면으로도 아무튼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차라리 친척측에서 소송을 해주면 편한게 아닐까 들으면 그렇지만 솔직히 고작 보증인을 얻기 위해 이렇게까지 얘기를 퍼뜨릴 필요는 없다고마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번 더 말하지만 이건 극단적인 얘기니까, 『재판』에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하지만 가령 수단이 재판이 아니었다고 해도 역시 성가신 일이 되는건 확실하다.
 
결론, 문제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할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애시당초 부모님이 죽었을때부터 의지하지 않았던 친척에게 이제 와서 의지하려는건 요만치도 생각하지 않지만.
 
"괘, 괜찮겠어요? 정말로 생각이 있다구요, 저. 그거 실행해버린다구요?"
 
그럼 얼른 실행하면 된다.
아니 어이어이, 얼굴을 붉히지마.
이쪽이 부끄러워지잖아.
 
흠, 얘기를 돌리겠지만, 그런 우리를 위해서 어떠한 회사가 있다.
그것이 『보증인 대행 회사』이다.
이건 어떠한 회사냐고 하면 그 이름대로 처음에 대금을 지불하면 보증인 대리가 되어주는 회사이다.
이 얼마나 멋진 회사일까.
일반적인 계약기간은 1년에서 3년단위로 골라, 보증료는 2년간 경우로 집세의 25~30%.
우리가 빌리려고 하는 아파트의 집세는 대충 50만엔 정도이므로 2년 계약으로 12500~15000엔이다.
아까전에 말한 『재판』이 되는 방법보다도 훨씬 싸게 끝난다.
아아, 정말로 멋지다.
 
미성년자는 본계약을 할 수 없다는 규칙만 없다면, 이라는 얘기지만.
 
그래, 『보증인 대행회사』이전에 애시당초 미성년자가 방을 빌리는데는 계약자는 부모님이 되며, 보증인도 부모님하고는 따로 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도 미성년자가 계약자가 되려는 경우엔 친권자의 승낙서가 필요한 것이다.
어느쪽의 수단도 부모가 없는 나로선 선택할 수도 없다.
 
이건 위험하다.
 
이걸 깨달은게 어제 일이다.
정말로 이때는 자신이 최고로 얼빠졌다고 생각했다.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개』로 힘들어하면서 얻은 급료와 지금까지 저축해온 돈으로 모처럼 이사다ㅗ 집세도 전부 다 지불했는데……라고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가장 처음 얘기로 돌아간다.
왜 마스터에게 용건이 있냐는 얘기지만, 나는 이 문제의 상담상대로서 마스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알바처로 향할 필요가 있었는데……
 
"에, 에잇!"
 
우선 내 팔에 엉켜온 이 나보다 두 살 아래 여자를 어떻게든 해야한다.
 
――――――――――――
 
"므으~ 처음에 선배가 무시한게 나쁘다구요~."
 
라며 피의자는 병술하고 있으며 반성의 이로하는 보이지 않는다.
……이로하인만큼.
미안, 말해보고 싶었던것 뿐이다.
 
"저기 말이다? 나는 자전거 타고 있거든? 자칫하면 사고로 발전했을지도 몰라. 무시한 나도 나빴지만, 조금 더 생각해서 행동해."
 
라며 내가 조금 진지하게 말했더니 잇시키 이로하는 뿌- 뿌- 불평을 늘어뜨리지만 조금은 캥기는걸 느끼는건지, 그 이상 직접 뭔가를 말하는 일은 없었다.
 
뭐, 확실히 처음에 무시하던 내가 가장 큰 원인이긴 하고, 기세 올라서 잇시키를 부추긴것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위험한건 위험한 것이다. 그걸 다소나마 이해해줬으면 싶다.
뭐, 이번 일은 서로 샘샘으로 보고.
 
"……자, 얼른 가자."
 
"네에~!"
 
이쪽은 기막힘 반쯤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잇시키는 기운차게 대답을 하면서 행복하다는듯이 내 옆으로 온다.
……기운 좋은 녀석이다.
 
"……뭔가 실례한 생각하고 있지요?"
 
그러면서도 이상한 곳에서 예리하니까 성질이 나쁘다.
아아, 작년 겨울맘에 잇시키는 작은 동물같은 사랑스러움이 있어서 코마치급으로 귀여웠는데에.
정말로 언제부터 이런 약아빠진 여자가 되어버린걸까.
 
"아니, 딱히, 아무것도."
 
"아니아니 그렇게 먼 눈으로 들어도 설득력없다구요."
 
잇시키는 뭔가 수상쩍은걸 보는 눈으로 이쪽을 본다.
아무래도 감상에 잠겨있더니 그게 얼굴에 나왓던것 같다.
나라는 사람이 무슨 방심을……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딱히 옛날의 잇시키는 귀여웠지이, 라고 생각 안 했거든."
 
입이 미끌어졌다-
 
"우와,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들으면 왠지 충격이네요……선배 주제에."
 
항, 남의 마음도 모르면서 매일 나 같은거를 상대하는게 나빠.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는 드물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반성 좀 해보라고.
아니, 잠깐만 기다려. 마지막에 『선배 주제에』는 뭐야.
네 머리 속에서는 나는 어떤 존재인건지 조금 알고 싶어졌다, 좀.
 
"선배."
 
"뭔데."
 
잇시키가 불러서 나는 나른하다는 듯이 옆에 있는 잇시키를 본다.
그러자 잇시키는 고개 숙여서 내 옷을 미약하게 잡는다.
 
"……야, 왜 그래."
 
나는 멈춰서서 잇시키의 얼굴을 조금 자세히 보려고 하지만 고개 숙이고 있기 때문에 그 표정은 잘 볼 수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잇시키가 힘들어하는건 알 수 있다.
 
"역시 저, 안 되나요?"
 
뭘 『안 돼』는건지 나에겐 모르므로 뭐라 말할 수 없다.
 
"……무슨 말하는건지 의미를 모르겠다, 미안."
 
섣부르게 말해서 스스로를 괴롭힐 바에야 차라리 똑바로 말해버리면 된다.
왜 『안 돼』는건지, 뭐가 어떻게 『안 돼』는건지, 그건 말하면 된다.
그걸로 처음을오 나는 네 질문에 대답할 수가 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역시 고개숙인채로 입을 연다.
 
"아까 선배, 옛날인 편이 좋았다고. 지금의 저보다 귀여웠다고……."
 
상당히 작은 목소리였지만 뭘 말하려는건지 늬앙스로 알 수 있다.
여자애라면 누구나 귀여워지고 싶다, 특히 여자 앞에선 농담이라도 저런 말은 좋지 않다는 소린가.
그게 아니더라도 잇시키는 『귀여움』을 바라며 나날로 노력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지그몹다도 연마를 못한 과거의 자신이 더 귀여웠다는건 확실히 좋지 않겠지.
그건 지금까지의 노력을 이유도 없이 부정하는거랑 같은 뜻이니까.
 
흠, 잘 생각해보면 아까전의 말은 좀 좋지 않았군.
 
"미안."
 
내가 사죄를 하니 잇시키는 고개를 들어 놀라움에 가득찬 얼굴을 한다.
 
"……왜 그래?"
 
나는 가능한 부드럽게 잇시키에게 물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평소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나온다.
솔직히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그런걸 바라는것 자체가 잘못이므로 아무쪼록 참아줬으면 싶다.
 
"하하, 선배는 굉장하네요."
 
잇시키는 갑자기 웃기 시작하며 고개를 든다.
흠, 이번에는 뭐가 굉장한건지 모르겠네.
나는 시선으로 그렇게 말한다.
 
"그치만 선배, 지금 말만으로 제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낸거죠?"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참이지만 "나는 인간의 심정을 알 수 있는 초인입니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학에 정통한건 아니고, 그렇게까지 나르시스트는 아니다.
그건 유키노시타 하루노 덕분에 싫을만큼 알았다.
거기다 그거다, 내가 생각하는것과 잇시키가 생각하고 있는게 일치한다는 보증은 없고, 그렇게 펑펑 상대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안다면 나는 인생에서 고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니라구요. 분명,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내가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잇시키가 말하기 시작한다.
그 표정은 웃고 있는걸로 보이지만 그 실상 무언가를 참는것처럼 괴로워보여서, 솔직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런가."
 
하지만 그렇게까지해서 참아내려고 하는 후배를 내가 직접 뭐가를 말할수는 없다.
각오를 굳히고, 무언가에 맞서려고 하는 사람을 걱정하는것 만큼, 쓸데없는 행위는 없잖아?
 
"지금의 저는, 선배에게 있어서 뭐에요?"
 
그건 잇시키가 나에게 가장 처음에 물어본 질문하고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말의 의미만을 생각하면 전혀 의미가 다른데, 이 두가지 질문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는 똑같다고 느껴지는건.
 
나에게 있어서 『잇시키 이로하』란 무엇인가라.
생각해보면 잘 모르겟군.
옛날의 잇시키라면 어떤 사건에서 구해줬으니까 마지막까지 돌봐주자는 자기만족같은 마음밖에 없었을텐데…….
흠, 직므은 옛날이 아니므로 별로 관계없군, 이건.
그럼 지금의 나에게 있어선 지금의 잇시키란 뭐지?
 
이 참에 그걸 확실하게 하자.
 
자, 면식이 있는 이상, 지인 이상의 관계에 있다는건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두터운 관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인 이상 친구 미만의 관계다, 그렇게 결론 짓기에는 약간 이른 생각이군.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간접적이라고는 해도 어떤 사건으로 잇시키의 처음을 지킨 인간이다.
잇시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성가실 정도의 감사의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뭐냐는 얘기지만, 한 시기는 가벼운 남성공포증이었던 잇시키는 어째선지 나는 그 대상밖이었다는 모양이라, 잇시키의 부모님도 나를 그녀를 만나는걸 허락해줬다.
아니, 만나는걸 부탁받았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나에게 어쩌라고 생각했지만 마침 그 무렵 나는 마스터에게 사소한 멘탈 케어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잇었다.
그 사소한 멘탈 케어라는 것이 『함께 공부한다』라는 극히 평범한 수단이었지만, 이게 공적을 쌓은건지 혹은 잇시키의 정신이 강했는지, 지금이 되어선 그걸 알 리도 없지만 그녀의 회복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뭐 아마, 라고할까 십중팔구 잇시키가 원래 갖고 있던 멘탈이 강했던거겠지.
생각해보면 내 눈 앞에 잇는 이 후배는 이상한 곳에서 기가 센 일이 많았다.
그래서 꽤나 손을 썩혔던 일도 있다.
한가하지는 않았고, 놀리는것도 재미있었으니까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응?
 
 
잠깐만.
 
 
재미있었다고?
 
 
어라, 잘 생각해보면 코마치나 마스터 말고 인간중에 조금이라도 재미있었다고 평가한 인간은 과거에 존재했던가.
 
 
아니, 있다.
 
 
확실하게 있다.
 
 
지금 생각났다.
 
 
아아, 그러고보니 나는 잇시키와 보낸 시간은 싫지 않다고 했었지.
 
 
과연, 꽤나 전부터 내 안에서 답은 있었던 모양이다.
 
 
"―――――――하."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아니, 웃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
 
아무래도 인간이라는건 자신이 생각하는것 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건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결과로서 내밀어지면 뭔가 오는게 있다.
 
자, 약간 눈물 짓고 있는 잇시키를 위해서도 제대로 대답을 해줘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있잖아 잇시키. 그전에 하나 묻고 싶은게 있는데, 괜찮아?"
 
다음 잇시키의 말로 내 대답방식도 바뀐다.
 
 
짜증날 정도로 더운 햇빛은 그 기세가 멈추는 일 없이 우리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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