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시리즈 - 하치만"속닥속닥에는 이길 수 없었다"8
마왕이든 음마든 이길 수 없는건 이길 수 없다
다음날.
――몸이 이상하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생각한건 그거였다.
보건실에서 눈을 떴을때와 비슷한 감각이지만 그때보다는 아직 낫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만 꽤 힘들다. 나른무겁.
뭐 어제는 아침부터 방과후까지 여러가지로 있었으니까……
돌아오고나서도 내내 끙끙대고 코마치의 내습에 겁에 질려 발산도 못한채 아침을 맞이해버렸다.
건전한 남고생에게는 꽤 힘든 환경이잖아, 이건.
"오빠야-, 이제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한다구-?"
"코마치……몸이 좀 나른하니까 상태 보고 늦게 갈지 쉴지 정할게"
"에, 괜찮아?"
"아아, 뭐 조금 쉬면 괜찮아질것 같아"
"라고하면서 쉴 생각 가득하지-"
"……왜 들켰지"
"오빠가 생각하는건 코마치에겐 훤히 다 보여. 아! 이거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라는 대화가 있었던것도 몇 시간 전.
코마치도 부모님도 진작에 집을 나가 공부랑 일에 온 힘을 쏟고 있겠지. 온 힘을 다 쏟는다는거 왠지 야하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전이라고 해야할 시각.
어슬렁어슬렁 일어나 거실로 향해, 이른 점심을 먹으면 학교에 갈까 생각한다. 역시 쉴까. 이 간격 0.5초. 내 의지 약해.
이 시간에 집에 있는게 드물어선지 카마쿠라가 킁킁 내 다리에 냄새를 맡고 있다.
어디, 오랜만에 쓰다듬어줄까.
――띵동.
카마쿠라에게 손을 뻗으려던 순간, 우리집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런 시간에 누구지? 회람판인가.
그렇게 생각해서 인터폰 부속 카메라가 비추는 영상을 본다.
――거기에 마왕이 서 있었다.
식은땀이 부르르 뿜어나왔다.
왜 하루노 씨가 집에 온거지? 아니, 일단 어째선지 내가 집에 있는걸 알고 있다. 자, 잠깐, 아직 내가 목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 여기는 차분하게 트랩 카드 오픈, 부재중을 쓰자.
빙글빙글 정리되지 않는 사고를 억지로 종합하여 부재중을 결행. 집 안에 틀어박히기로 했다.
카마쿠라, 나랑 같이 도망…….
없네. 저 자식, 나를 버리고 도망갔다.
――띵……동…….
뜸을 둔 초인종 소리가 찌릿찌릿 나에게 압력을 걸어온다. 말로 하자면 "빨리 열어" 라고 해야할까.
인터폰이 비추는 작은 화면 속에서 하루노 씨가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갑자기 그 표정이 사라졌다. 엄청난 급변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빨・리・열・어.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음색은 안 나오지만 틀림없이 입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엄청난 공포에 화면 너머인데도 굴복해버린 나는 조심조심 통화버튼을 누른다.
"…………네"
"아, 역시 있네~♪"
"무슨 일입니까……"
"히키가야 어두워~. 누나가 병문안 와줬다구♪"
"……그건 고맙네요. ――그럼"
"히키가야?"
간결하고 인사를 마치고 물러가기를 부탁하지만 하루노 씨의 생글거리는 표정과 전혀 생글거리지 않는 음색의 갭에 전율을 느낀다.
더는, 어떻게 해도 도망칠 수 없다는건가…….
미안 아버지. 그렇게니 미인에겐 조심해라고 가르쳐줬는데, 나는 길을 벗어나버린걸지도 몰라……. 벗어난다기보다 밀어떨어뜨려졌지만.
"…………들어오세요"
"응~♪"
현관 잠금쇠를 열고 마왕을 집에 들인다.
나는 전사도 아니거니와 용사도 아니다. 평범한 마을주민A로 있고 싶었는데. 안녕 여기는 히키가야집 이야▽
"뭐하러 온겁니까? 슬슬 돌아갈래요?"
"지금 막 온참이라구!?"
입으로는 딴지를 넣으면서 하루노 씨는 던지듯이 뮤르샌달을 벗고 있다. 어이, 아가씨야.
매번처럼 어깨까지 드러낸 스웨터. 안에선 수수께끼의 어깨끈이 뻗어있다. 이거 뭡니까? 스웨터도 어떻게 미끄러떨어지지 않게 하는겁니까? 동생에게는 불가능한 수수께끼의 원리입니까.
그리고 아래는 짧은 핫팬츠라도 입고 있는걸까, 스웨터가 뻗어있어서 마치 아무것도 안 입은걸로도 보이고 만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노출도가 높다.
어제부터 끙끙 불끈불끈한 남고생에겐 눈에 너무 나빠서 직시할 수 없다.
내가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는지 웃음을 못 참겠다는듯이 하루노 씨가 입에 손을 대고 있다.
"어라어라아~? 미인인 누나한테 흥분해버린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슬슬 돌아갈래요?"
"그러니까 지금 막 온참이라니깐!"
흑흑흑, 하며 우는 흉내를 내는 하루노 씨에게 한숨을 쉬고 집에 들어오게 한다. 어떻게해도 돌아갈것 같지 않으니까.
"라고해도, 이른 점심을 먹고 학교에 갈 생각이었는데요"
거짓말이다.
그저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이 사람이 언제까지 집에 있을지 모르므로 도망칠 구실을 미리 꺼내둔다.
마왕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노 씨는 안내하는 내 뒤에서 흐응 하며 코를 울린다.
"의외네. 너니까 쉴 구실이 있다면 쉴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당하게도 꿰뚫어본 모양이다…….
나의 경직된 웃음도 어디 부는 바람인듯 하루노 씨는 집의 내부 장식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보고 있다. 일반 서민의 집이 보기 드문걸까.
거실로 안내하고 소파에 앉기를 권한다. 푹 그녀가 앉았을때 눈부신 허벅다리와 그 속으로 시선이 빨려들어간다.
그걸 재빠르게 눈치챈 하루노 씨가 히죽거리면서 이쪽을 쳐다봤다.
도망치듯이 눈을 피했지만 하루노 씨는 퐁퐁 소파를 친다. ……앉으라고.
"아, 아니, 저는 점심을……"
"히키가야……올래?"
"……네"
있는 대로 한 저항도 허망하게 소파로 향한다.
가능한 '옆이라고 부를 범위지만 절대로 접촉은 없는' 거리를 보고 앉았다.
스슥. 툭.
하루노 씨가 내 옆에 다시 앉은 소리다.
이미 거리라고 부를 수 없게 되어버린 그녀로부터 바둥대며 도망치지만 억지로 옆에 끌려왔다.
"자, 어서와-♪"
"……하아, 네……"
즐겁게 웃는 하루노 씨.
세상의 사내놈들이라면 단방에 사랑에 빠질 그 미소도 나에겐 도살장에서 맛있는 고기가 되어라-☆ 하며 무구하게 바라는 얼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얘, 히키가야. 어제랑 그저께는 즐거웠던것 같네에?"
"…………아니, 그런건"
"설마 기절을 해버리다니-"
이 사람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야.
아마 메구리 선배가 말해준거겠지만.
"그보다 어제 그건 애시당초 유키노시타 씨가 괜한 소리를 퍼뜨려서 그런거잖아요……"
"아하하, 그치만 이런 재미있는 일, 독점하는건 아깝잖아?"
깔깔 웃는 하루노 씨.
아니 전혀 독점이 아니라구요. 주로 당신 동생 때문에. 아, 내 동생 때문이기도 하나.
하루노 씨가 제로가 된 거리에서 부비부비 몸을 비벼온다.
이게 왠지 사냥감을 노리는 뱀을 연상시켜서 두근두근하는것과 동시에 공포를 느껴버렸다.
"뭐, 뭡니까……"
"응-, 확실히 퍼뜨린건 나지만, 지금은 좀 후회하고 있으려나-?"
"무슨 의미입니까?"
형식이 정해진 미소의 가면 속에 희미하게 불안의 색이 배어나와 보인다.
나의 썩은 눈이 본 그건 그녀가 자신의 의사로 보인건지 아닌지까지는 모른다.
"나는 너를 이성의, 자의식의 괴물이라고 평가했지만 말야"
"아-, 그 칭찬하는건지 잘 모를 그겁니까"
"칭찬이야. 하지만 소부고교에서 그걸 벗겨낼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어"
어딘가 분하다는 듯한 얼굴로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했다.
잇시키의 그건 나도 예상외였지만……, 그 녀석의 포텐셜을 잘못 본걸까아.
하지만 역시 하루노 씨가 어떤 심산으로 그런 말을 한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러므로 솔직하게 묻기로 했다.
"뭘 말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응-, 요컨대 말이야……"
중얼거리자 하루노 씨는 되게 자연스럽게 나를 소파에 밀쳐뜨렸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순간 "어라, 나는 왜 누워있는거야?" 라고 자문자답할 정도다.
"에, 에?"
"히키가야의 약점을 퍼뜨리는걸로"
말하면서 하루노 씨가 내 위를 덮어버리듯이 올라탄다. 부드럽다.
"좀, 잠"
"너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스륵스륵 올라탄채로 위로 올라온다. 부드럽다.
"저, 저기……"
"그 아이들의 견식? 청식? 을 봐서"
마침내 도망치려고 고개를 돌리는 나의 귓가에 입이 닿을곳 까지. 좋은 냄새.
"――그 후에, 내가 전부 칠해버리려고 생각했는데"
"히으"
불만스러운 하루노 씨의 속삭임이 두 가지 의미로 나를 오싹하게 떨게 만들었다.
뱀에게 노려진 개구라리는 속담을 실제로 체험하는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진짜 나 히키가에루, 두꺼비.
찔끔 엿보인 하루노 씨의 혀가, 요염하게 입술을 적시는걸 보고 나는 떠는 수밖에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설마, 이 내가 후수를 잡게 되다니"
"어, 어째서 그런 짓을……"
"모르겠어?"
"……모른다구요"
하루노 씨의 물음에 나는 노우라고 대답했다.
알리가 없다. 알아선 안 된다.
그런 애매한것을 기대하는건 중학교 생활과 함께 졸업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유를 묻는다.
이유를, 동기를, 원인을, 묻고묻고물어서, 없앤다.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그렇게 악의도 선의도 동정도 함께 묶어서 부정해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버틸 수 없었으니까. 아주 약간의 호의에 기대해서 배신당하는데도, 거기에 환멸하는 나 자신에게도.
결과로서 나는 혼자가 되었고, 그래도 좋다고 납득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다가와주는 녀석들이 있었다. 이런 나에게 '명확하게 악의는 없는' 무언가를 부딪쳐오는 기특한 사람들.
그리고 그녀도 또한――
"――나는 너를 원해……"
"읏, 어째……서"
――이런 나를.
속닥, 표리도 느껴지지 않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토로에 역시 나는 이유를 묻는다.
하이 스펙하다는 말로는 도저히 전부 표현할 수 없는 그녀가 나를 원한다는건 말도 안 된다.
"……너는 자신을 자주 비하하지만 히키가야는 자기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희유한 존재란다?"
"그런건……"
"――있는거야"
"읏, 후"
속삭여진 말에 몸을 움츠리면서 사고는 그녀의 말을 부정한다.
나는 그저 삐뚤어진 외톨이다. 찾으면 비슷한 사람은 주변에 널려있을 것이다.
"……나의 가면을 간파하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밖에 만난 적이 없었어"
"……꼽을 정도라도 있기는 있었잖아요"
"그래, 그런 사람은 대개 무언가에 배신당해서 아무것도 신용하지 않아. 그런 사람들 뿐이었지이"
"……"
그 사람들의 마음은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분명 눈이 썩어있겠지.
그래도, 라며 하루노 씨는 말을 잇는다.
"그런 눈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구하려고 했던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그건 의뢰였기 때문이다.
봉사부라는 부활동에 소속하고, 의뢰가 있고,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을 한것 뿐이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다.
그렇게 말해도 하루노 씨는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이야. 누구라도 너는 구해버려. 그런 너이기에……"
"――――언젠가, 나도 구해줬으면 싶어, 라고 생각하기 시작한거야"
"……에?"
하루노 씨는 거기까지 말하고 살짝 몸을 빼어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숨이 닿는 부분에서 열이 퍼져간다.
어떻게 해야할까, 머리라도 쓰다듬어야하나? 아니, 그런 고도의 기술은 나에겐 무리야…….
뇌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하루노 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아앗, 진짜! 부끄러워!"
"오왓, 좀"
"누나한테 이런 말을 하게 하다니, 죄 많은 남자라니깐!"
"제, 제성함미다"
빙글빙글빙글 뺨을 손가락으로 눌러댄다.
그 얼굴은 붉은색이 있고 행동에 약간 약삭함을 느끼게하면서도 하루노 씨의 속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귀찮은 얘기는 빼기로 하고, 나는 히키가야를 내 것으로 삼고 싶어!"
"아니, 그러니까……"
"뭐, 귀찮은 얘기를 뺀다고 해도 너는 거부할거지?"
"네, 뭐어"
애시당초 얘기를 들어도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의 뒷내용을 하루노 씨는 간파한걸까.
"그러니까, 너의 이성도 자의식도, 뭐든지 전부 다――"
"――――내걸로 삼아줄게♡"
말 그대로 태양처럼 눈부실 정도의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 * *
"――읏하아, 음♡"
"조옴, 유키노시타 씨, 그거, 느은……"
"응, ……후후, ……응므……응읏"
첫 공격으로 모든걸 결정지을법한 일격이 귀를 덮쳤다.
볼록 녹을것 같은 입술로 내 귓볼을 끼우고 있다. 몇 번이나 다시 물며, 그때마다 오싹오싹한 무언가가 등을 달려나간다.
하루노 씨는 고양되어 있는건지 점점 목소리에 달짝한 색이 섞여간다.
"……응으♡ ……히키, 가야……"
"으아아……정말, 로……곤란하다니, 까요……"
억누르듯이 어디를 만져도 부드러워서 의식이 날아가버릴것 같다.
이 세상에 이렇게나 가볍고 부드러운 물체는 달리 있을까.
힘으로 치우는걸 포기한 내 손에는 하늘에서 잡을것 없이 흔들거릴 뿐이었다.
"유키, 노시타, 씨……"
손으로 만질 수 없으므로 몸을 틀어서 떼어내려고 해도 올라타여진 상태로는 전혀 의미가 없다.
말의 저항도 그녀에게 있어선 정복욕을 채우는 향신료밖에 되지 않는걸까, 보다 음란함을 늘린 음색으로 조르는듯한 속삭임을 한다.
"……하루노, 야아……"
"읏, 유키――"
"……하아, 루우, 노오……라구?"
속닥속닥, 조르기를 숨결에 섞어 귀에 불어넣는다.
몇 겹이나 쳐진 방벽의 한 장이 무너지는걸 느꼈다.
"하, ……하루노……씨"
"……웅♡"
희색이 찬 대답과 동시에 츕, 츕, 하며 입술이 음란한 울림을 내면서 귀에 대어졌다. 하나 하나 핵폭탄을 떨어뜨리자 노호의 위력으로 이성을 파괴해간다.
목소리도 숨결도 옷스치는 소리마저도 나를 자극하고 있다.
"……저항은, 벌써 끝인거야……?"
도발적인 그 말에 생각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반발해도 의미가 없다는것도 또한 사실이다.
"……크, 어차피, 해도 무의미하잖아요……"
"당연해♪ ――저얼~대로, 놓치지 않아……♡"
"……흐그으……"
"아하, 귀엽다니깐……"
나와 마찬가지로 하루노 씨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도망칠 수 없는 세계가 바로 거기에 다가오고 있는걸 본능이 이해해버린걸까, 다리가 멋대로 뒷걸음질치는 움직임을 취했다.
"――읏!? 으응, 히키가야……거기는……아웃♡"
"에, ……아, 죄송……함미!?"
누운 상태로 포복전진처럼 도망치려고 했기 때문에 무릎을 세운 결과……하루노 씨의, 그곳에 밀어대는 형태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눌려질때 서로의 다리가 교차되듯이 끼여있던 모양이다.
순간 놀란 소리를 지른 그녀였지만 반격할 생각인건지 내 귀에 낼름 혀를 침입시켰다.
"으앗, 아아아아아!"
"응, 츄, 응므으……낼름……"
예상밖의 강습에 울음소리같은 소리를 질러버린다.
꿈틀대는 혀가 마치 생물처럼 귀속을 유린하고, 추웁, 즈릅, 소리가 울릴때마다 등이 젖혀 시야가 명멸한다.
인생에서 경험한적이 없는 쾌감인지 모를 그 자극은 쉽게 내 의식을 날려버렸다.
"아――, 아――――"
"응, 우후……"
입에서 칠칠맞게 침이 흐르는것도 신경쓰지 않고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움찔 뛰고 있다.
어딘가로 떨어져버릴법한, 공포와도 같은 심정에 팔이 눈 앞에 있는걸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그걸 세게 껴안아 비명처럼 이름을 소리지른다.
"악, 아아! 하루노 씨!"
"하아아, 좀 더어……세게 안아도, 좋아아……♡"
너무 부드러워서 팔이 어디까지라도 잠겨갈것 같은 착각을 느꼈지만 몸은 의사와 떨어져버려서 가감도 할 수 없다.
본능이 요구하는대로 세게 세게, 이미 껴안는다기보다 조른다고 하는 편이 적합할 정도로 세게 옭아매는 팔.
하지면 그녀는 폐의 공기가 눌리는듯한 압박감마저도 기쁜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훟, 으우우……좀, 더, 나를, 요구해줘어……♡"
이미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은 심리장벽의 흔적에서 하루노 씨의 목소리만이 달게 메아리친다.
"하아, ……후우, 으"
"아……후"
겨우, 갈증과도 같은 답답함이 가라앉아, 팔의 힘이 빠져간다.
조임에서 해방되었는데 하루노 씨는 안타까운듯한 목소리를 흘렸다. 자유로워진 몸을 굽히며 고혹적인 움직임으로 몸을 부비부비해온다.
양 팔의 컨트롤을 되찾아도 그녀를 떼어놓을 선택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노 씨가 몸을 흔들때마다 탱탱한 과실이 형태를 바꾸어 밀어온다.
귀에 뜨거운 숨결을 받으면서 등에 감은 손을 미끌어보니, 놀랍게도 귀여운 교성이 나왔다.
"햐우읏♡"
"으윽……"
하루노 씨의 입술은 지금도 내 귀에 대고 있다. 그런 상태로 신음소리를 먹으면 아무리 내 정신이라도 버틸래야 버틸 수가 없다.
방벽을 잃은 이성은 간단하게 녹아 드러나버린 본능에게 마침내 행동을 허락해버렸다.
이번에는 상냥하게 오른손으로 달래듯이 등을 쓰다듬고 다른 한 쪽은 머리카락을 빗는다.
옷 너머로도 알 수 있는 탱탱한 잘록함에서 옆구리를 통해 견갑골 부근까지 쓰다듬어 올릴때마다 하루노 씨의 입에서 분명치 않은 소리가 새어나온다.
무언가를 참듯이,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그녀에게 보복이라는 듯이 속삭여본다.
"……하루노 씨, 귀엽다구요……"
"――아♡ 안 돼, 안 돼, 잠깐……♡"
"……하루노 씨의 목소리, 좀 더 듣고 싶어요……"
"……하아아♡ ……치사해, 그런건 치사해애♡"
사람은 목소리로 물체를 녹일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의 달짝한 목소리로 반응하는 그녀에게 견디지 못해 기분이 고양되어 버린다.
하루노 씨의 떠오른 허리가 세운 내 무릎에 꾸욱꾸욱 대고 있다.
음마를 방불케하는 그 움직임이 나의――이성을 뛰어넘은 무언가의 리미터를 박살내버렸다.
"――하루노, ……하루노오……"
"힛, 히키가야, 안 돼에♡ 앗♡ 멈출 수 없어어……♡"
부비부비 비벼오는 움직임에 맞추어 내 허리도 움직인다.
끊어질듯이 팽창한 물건이 내 다리에 감겨 그녀의 허벅다리에 대고 있었다.
"――이거, 굉장해애♡"
"저, 도……위험합니다……"
몇 겹의 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열도 부드러움도 초특급의 쾌감이 되어 밀려온다.
서로가 서로를 탐하듯이 움직여, 소파가 끼익끼익 소리를 냈다.
"아♡ 아♡ 거짓말♡ 이젠……읏"
"하, 하루노 씨, 저, 저도……읏"
극한까지 높아진 열을 방출하는것처럼 하루노 씨가 부르르 그 몸을 떨었다.
동시에 견딜 수 없었던 쾌감이 천천히 맥동과 함께 토해진다.
"아아, ――아, 하아……♡"
"우, 악……――아"
―――――
――――
――
"…………"
"…………"
……어색해.
일이 끝나고 토해진 쾌감이 그대로 불쾌감이 되어 속옷을 적시고 있다.
그건 하루노 씨도 마찬가지일까,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어 고개숙인채로 둘이서 나란히 소파에 앉아있었다.
""저, 저기""
저질러버렸다-!
어색할때 흔한 외톨이의 금기 "동시에 말하기"해버렸어-!
"하, 하루노 씨부터 먼저 말하세요"
양손을 수수께끼의 움직임으로 굽이굽이 돌리면서 하루노 씨에게 선수를 양보한다.
"히, 히키가야부터 해도 좋아"
그에 미동도 하지 않고 무릎을 움켜쥐고 하루노 씨가 대답했다.
하는 수 없이 검지손가락으로 뺨을 긁으면서 횡설수설 얘기를 시작했다.
"음……그게, 기어올라서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외톨이의 기본, 사죄부터 들어가는 패턴. 효과는 패배를 인정하고 외톨이가 가속한다. 역시 외톨이였다.
하지만 하루노 씨도 또한 횡설수설하게 대답했다.
"아-, 아니, 그건 나도 바라던거긴 했지만……"
세간에는 드문, 판연하지 않은 하루노 씨의 태도였지만 그걸 정면으로 볼 용기는 나에겐 없다.
어떡할까 당혹해하고 있으니 갑자기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이성을 벗겨낸 너는 짐승이었구나"
세상의 남자를 남김없이 매료할 그 표정은 이번에야말로 예외없이 나를 매혹시켰다.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노력해서 냉정을 되찾는다. 목소리가 뒤집히지 않도록.
"……그야, 저도 한 명의 남자니까요"
"응, 굉장했어♡"
"으극……. 하루노 씨야말로, 가면을 벗으면 그렇게나 에로한겁니까"
"좀, 나의 내면이 맨날 그런 상태인것처럼 말하지마!"
마치 약속을 맺은 듯한 대화이지만 실제로는 중학생보다도 어린, 사람에 따라선 유치한 놀이도 되지 않을 치졸한 행위.
하지만 그건 나의 괴물이라 불리던 이성을, 이완제를 박은것처럼 약하게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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