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해는 조용히 저물기 시작해.
가게 안으로 뻗은 햇빛을 밟으면서 기분 좋은 공간에서 춤추듯이 흐뜨러진 작은 꽃잎을 손에 줍는다.
어디에서 들어온걸까.
흔들리고 흔들려 바람에 탄다.
그렇게해서 떨어진 곳이 이 찻집일까.
행복한 꽃잎이다.
나랑 마찬가지로.
"선배, 이제 곧 봄이네요"
"아? ……뭐, 달력상으로는 초봄이군"
"뿌-. 여전히 츤데레라니깐요"
"하?"
"따뜻해졌으니까, 약속대로 아잘레아를 장식해요"
"……. 그런 약속했던가?"
먼 옛날에 나눈 약속.
시간이 지나치게 농밀해서, 너무나도 짙어서.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나는 살짝, 선배의 팔에 내 팔을 감는다.
두둥실, 뺨을 그은 바람에는 선배의 향이 섞여있던것 같다.
희미하게 느끼는 선배의 따뜻함이나 맥박뛰는 고동이 나와 동기하는것 같다.
"외출해요. 가게 안이 쓸쓸해지지 않도록"
"……충분히 소란스럽다고 생각하는데"
"후후. 꽃에 유혹받아서 소중한 사람들이 돌아올지도요"
"……. 너, 뭐를…"
그을리게 나를 쳐다보는 선배로부터 도망치듯이 나는 감은 팔을 잡아당겨 선배의 품에 안겼다.
"응-! 좋은 냄새! 따뜻해요!!"
"……"
"……자아, 옷 갈아입어요. 장보러……, 가게에 장식할 꽃을 사러 가요!!"
.
…
……
………
…………
"호오. 백목련……. 유키노시타 선배같은 꽃이네요"
"허열뿐이잖아. 그거라면 이건 유이가하마냐?"
"복숭아꽃? 선배도 단순하잖아요"
꽃에 둘러싸인 가게 안에선 찻집과 다른 달짝한 향이 감돌고 있었다.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꽃, 꽃, 꽃.
선배는 흥미없다는 듯이 가게 안을 한차례 쳐다보면서 내 뒤를 따라온다.
"별로 손님이 없어. ……불황기인가"
"저희보다는 많이 들어온다구요, 손님"
"우리 가게는 거, 조용함이 장점이거든"
"그러니까 분위기 만이라도 밝게 하기 위해서 꽃을 사요"
"하아, 고양이도 그렇고 꽃도 그렇고. 네가 제대로 돌봐줘라?"
가격표를 보면서 선배는 중얼거린다.
그 말은 내 가슴을 찌르듯이, 속에 쌓인 공기가 빠지듯이, 소리로 나오지 않은 목소리를 쥐어짜는게 기껏이었다.
"안 된다구요. 앞으로는 선배가……, 제대로 봐주지 않으면 안 되요"
"아? 뭐라 말했어?"
"……. 아뇨, 아무것도. ……읏, 아, 아잘레아. 아잘레아 있다고 말한거에요!"
――――.
조금 지나치게 있었던 모양이라 왔을때는 높았던 해도 지금은 주위를 붉게 물들이면서 저물고 있었다.
길게 뻗은 그림자는 행복하게.
이어잡은 손에는 아까전에 구입한 아잘레아가 주렁 늘어져있다.
"좋은 장보기였네요!"
"……꽃은 의외로 비싸군"
"그게 현실이에요"
가게 안 어디에 장식할까 생각하면서 나는 이어잡은 손과 늘어진 아잘레아를 교대로 쳐다봤다.
문득, 쥐여진 손이 세게 잡힌듯한 느낌이 든다.
"내일, 기대되네요"
"……뭐어, 그래"
"겨우 돌아오네요"
"……어"
"돌아오면 아잘레아를 장식하고 가게 안을 청소해요"
"우리 가게는 언제부터 파티 회장이 된거야"
"후후. 선배도 기쁜듯이 오케이 했다구요?"
"……유이가하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라고 하니까"
"하야마 선배도, 미우라 선배도, 하루노 언니도, 히라츠카 선생님도, 다들 와준다고 했어요"
"코마치도 온다고 말했지. 덤으로 루미루미도"
"……유키노시타 선배. 분명 미인이 됐을거에요"
"……그럴지도"
"……"
"……"
마음 편한 이 공간에서 나는 꿈만같은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늘 언제나 즐겁고.
그래도 끝은 있다.
어느샌가 꿈에 기대고있던 나에게도 앞을 돌아볼 용기와 다리를 움직일 힘을 준다.
여행을 떠난다는 시원스런 말은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도망치듯이.
사라지듯이.
나는 선배의 앞에서 없어지자고 결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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