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의 생일 파티는 계속된다.
 
 
 
 
8월 8일.
꽃의 날과 무밍의 날 사이에 끼여, 왠지 모르게 부드러운 기분이 드는 오늘 이 날은 나비들의 날로 불리고 있다.
아무래도 8을 가로로 눕히면 나비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던가. 그거 나방이라도 괜찮네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나비는 싫어하지 않으니까. 나비 최고-!
꽃이 피는 무밍 골짜기에서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나비를 생각하니 자연히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이건 더는 어쩔 수 없구만. 하루 종일 힘빠지게 보내는걸 강요받고 있는거다!
그런 망상같은 경위도 있어서 나는 아침바람부터 거실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11시를 지났을 무렵에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던 스마트폰이 전자음을 날렸다.
쳐다보니 유키노시타한테 온 메일이었다.
내용은 간결하게 세 글자.
『심심해』
………부르는법이 생각외로 조잡해서 곤란하다.
그렇지, 놀자고 불러내는법 그다지 모르지………….
어쩔 수 없다고 쓴웃음 지으면서 또각또각 답신을 보낸다.
『꽃밭이라도 안 가겠냐』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그건 네 머리속으로 충분해』
아니, 나비 없다고 나비. 뇌내에 그런 꽃밭 없어. 전신 타이츠 남자가 돌아다니는 무밍 골짜기라니, 오히려 이공간이라고. 스냅킨 부근은 제대로 사랑을 담아서 그 이름을 불러줄것 같아.
힘이 쭉 빠지면서 그럼 대체안을 준비해야겠다며 구글 선생님에게 교습을 부탁하려고 할때, 메일이 한 통 더 날아왔다.
『시간죽이기 위해 오렴』
에에, 벌써 현지에 들어간거야, 저 애?
선택지로서는 쇼핑몰인가?
그건가, 서점에 온건 좋지만 생각보다 수확이 없어서 이대로 돌아가는것도 뭐하다는 흐름인가.
그걸 위해 불러내는게 나………요즘 집사 느낌이 늘었구만.
저번주에도 저 녀석이 유원지에서 쓰러졌을때 업어다가 집까지 바래다줬으니까. 힛키 진짜 집사. 집사님이라고 불릴 날도 그리 멀지 않다. 부르면 불린대로 보다 한층 부려먹을것 같은게 유키노시타답다.
그 뭐냐.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친구구나 느끼………느끼…………느끼고 있다.
아아, 순간 여자가 말하는(형편에 쓰기)좋은 사람 취급당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걸 말해버리면 틀림없이 나보다 적임자가 있을테니까. 소거법으로 생각해서 나와 유키노시타는 친구. 내가 생각해도 참 네거티브한 사고.
하지만 그거다, 네거티브도 결코 나쁜건 아니다. 네거티브라는건 기본적으로 포지티브에서 성립한다. 항상 최악의 결말을 상정함으로 읺내 일어나는 거의 모든 사상을 '뭐, 예상했던것보다는 낫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봐, 그렇게 생각하면 포지티브로 생각할 수 있잖아? 어라, 그럼 더는 포지티브가 아닌가………. 이래선 그냥 리얼충이랑 별반 차이 없군. 차이라고 하면 최악의 결말을 예상하고 있나 아닌가 정도. 둘 다 힘들다는거나 괴로운걸 받아들이는걸 생각하면 나도 리얼충이라 불려도 괜찮지 않나. 포지티브하게 생각해서 나 진짜 리얼충.
『알았어. 어디로 가면 돼? 몰이야?』
리얼충답게 무리하게 타자 속도를 빠르게 답신을 하니 바로 답신이.
싫다, 정말로 이 애 한가해…………그거라면 그냥 처음부터 나 데리고 가라는 얘기다. 적어도 록맨 에그제 급의 퍼포먼스는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L버튼을 누르면 짜잘한 조크가 날아간다. 미묘하게 미끄덩이 심한건 그거다, 나비카스에서 버그가 일어나는 탓이다. 제대로 해줘, 넷토 군. 아니, 버그 조각 모으지 말라고. 그만둬, 갓츠는 단위가 아니야.
그리고 대답은.
『집』
『이미 집이야』
『나의』
휴머노이드 인터페이스냐고.
이 고집으로도 단문으로 대답하려는게 왠지 모르게, 그게, 뭐냐, 귀엽다.
마주보면 언덕에 물흐르는 것처럼 풀썩 쓰러질텐데 메일로는 꽤나 허술한 유키노시타.
아니, 히라츠카 선생님급으로 많이 보내는것보다 낫다고 할까,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뭐 제대로 얘기하고 싶을때는 LINE으로 무료통화를 걸어오니까 메일이 이래도 특별히 문제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말없는 캐릭터같아서 호감을 가진다. 대면하면 독설 캐릭터, 메일로는 말이 없는 캐릭터라니 일거양득이랄까 유키노시타 굉장해. 이 모습으로 캐릭터를 늘려갔으면 싶다. 다음은 그거다, 누나계열은 어때. 하루노 씨는 소악마에 들어가고, 그저 다정한 쿨한 누나도 어울릴거라 생각해. 다음에 권장해보자. 장래의 유키노시타의 남편도 기뻐하겠지.
자 그럼.
『알았어. 지금 갈게』
대답을 하고 실내복으로 외출할 수도 없으므로 방으로 가서 갈아입기를 마친다.
"어라, 오빠 어디가?"
"유키노시타네 집. 조금 놀러갔다올게"
슉, 경례같은 포즈를 한 나에게 코마치는 "흐응-" 하며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뭐, 그렇게나 스며들면 굳이 감상도 품지 않는건가.
"코마치도 나중에 가도 돼?"
"어?"
라고 생각했더니 이 답변이다.
정색하고 물어온 코마치에게 약간 당황하면서도 끄덕인다.
"그럼 3시 정도에 갈게, 라고 유키노 언니한테도 전해둬"
"어, 어어…………일단 지금부터 유키노시타한터 허가를"
"이미 받았으니까 괜찮아"
"아, 그래…………어?"
이미 받았다니 뭘?
지금 휴대폰을 꺼내는 모습 조금도 안 보였는데?
그건가? 나를 부르기 전에 코마치한테 먼저 허가를 받은건 아니지?
『오빠 빌려가도 돼?』같은거.
뭔데. 그 남매 너무 일그러졌잖아. 유키노시타도 뭘 순응하는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고치면 왜 알고 있는거야, 이 애………바보구만, 오빠의 행동을 일거 파악하고 있다고? 무서워, 무서워………….
뭐, 됐나. 사소한 문제다. 최악의 경우 코마치가 브라콘이었다고 해도 아무 문제도 없다. 나 이득………압도적 나 이득………!
"그럼 갔다올게"
"네에. 너무 지나치지 말도록 해-"
"하하하, 안심해 코마치. 지나치게 하는법을 모르니까…………"
이거 그거구만. 바다에서 놀때급으로 난이도가 있구만………뭐냐고 지나치게라니. 지나치게라고 들어도 격투 게임에서 유키노시타를 졸라서 쓰러뜨린적밖에 없어. 그 후에 일부러 본체를 사오면서 까지 연습한 유키노시타에게 졸리기를 당해서 나의 패배 페이지가 또 늘어나버린 이 여름방학.
새로운 추억을 새기기 위해, 약간 텐션 높히며 집을 나섰다.
 
 
그래서.
『나 힛키. 지금 당신의 맨션 입구에 있어』
『나 힛키. 지금 당신의 맨션의 2층에 있어』
『나 힛키. 지금 당신의 맨션의 3층에 있어』
3번 보내고 전부 무시당해서 역시 텐션이 떨어졌다.
뭐라고 할까, 기독무시당해서 뿡뿡 화내는 유이가하마의 기분을 왠지 모르게 알것 같다.
딱히 소재에 자신이 있는것도 아니고 답신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신뢰하는 친구니까 답변해주겠지라며 옅은 기대를 안고 있을뿐이다.
기대하니까 배신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괴로운건 괴롭다.
앞으로 약간 성가셔도 기독무시는 피하자………머신건 토크 당했을때는 역시 무시할거지만.
반성하면서 초인종을 누르니 문 너머로 유키노시타의 목소리가.
"열려있어"
알아서 들어오라는 모양이다.
이상한데, 평소라면 현관에서 맞이해줄텐데.
점심이라도 만들고 있는건가? 면을 삶고 있어서 손을 못 뗀다거나.
일단 식재 사왔는데, 늦었나?
시장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문을 연 순간.
 
팡.
 
"우옷!?"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다섯 정도 화려한 선이 하늘을 날았다.
"뭐, 뭐야!?"
머리위로 올라온 그걸 손으로 잡으니 아무래도 그건 컬러 테이프인 모양이었다.
그 근원에는 연기를 흔들어대는 폭죽과 그걸 양손으로 감싸는 부드러운 손바닥.
시선을 들어보니 미니스커트에 어깨 드래낸 섬머 니트, 미소를 지은 기분 좋은 표정에 이 또한 묘하게 화려한 삼각모자가 순서대로 시야에 들어왔다.
…………엥, 뭐야?
몰카? 몰카 대성공?
그런가, 나와 유키노시타의 우정은 몰카였나………….
"…………뭘 먼눈을 하고 있는거니"
약간 수상쩍은 얼굴로 물어오는 유키노시타는 아, 하며 뭔가를 눈치챈 모양이라 재빠르게 삼각모자를 내 머리에 올렸다.
"엥, 뭐야 이거"
파티? 파티야? 멋진 파티같은거야?
"뻔하잖니"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자, 얼른 올라와. 요리가 식어버리니까"
그렇게 말하고 내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가려다가.
"…………그 전에 일단 말해둘까"
먼저 말해두는 편이 좋겠네, 라며 혼자 수긍한다.
"그러니까 무슨 얘긴데. 뭐야? 누구의 생일 파티같은거야?"
"어머, 잊은거니? 정말로 꽃밭이네"
하는 수 없구나, 라며 유키노시타는 눈꼬리를 낮추며.
내 손을 살포시 잡으면서 생긋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히키가야"
"…………아아"
그러고보니 오늘이었나.
어제 심야, 라고할까 오늘 아침에 코마치게 메일을 보내줄때까지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코마치 말고 축하해주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당연하게 잊고 있었다.
"오늘은 따지지 않고 즐길거니까 열심히 즐겨주면 좋겠는데"
"유키노시타………"
"일단 밥을 먹자. 점심이니까 많이 먹을 수 있지?"
곁눈으로 물어오는 유키노시타에게 가슴속이 채워져간다.
…………몰카라던가 소거법이라던가, 너무 실례잖아.
역시 내 귀여운 친구는 잘못되지 않았다.
"생일 축하해, 히키가야"
"어. …………고마워, 유키노시타"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러니까 그 말은 마지막까지 아껴줬으면 싶어"
"몇 번이라도 말할거니까 괜찮잖아"
"그것도 그러네"
8월 8일.
내 생일.
유키노시타에게 손을 잡힌 형태로 나의 생일 파티는 막을 연 것이었다.
 
"파티라고 해도 참가자는 둘뿐이지만"
재빠르게 나를 의자에 앉힌 유키노시타는 수줍은 듯이 함박 웃었다.
"아아, 호스트역 한 명에 손님 한 명이라니, 너무 대우가 좋아서 위험한데. 손을 내고 싶어질 수준이야"
라고할까 실제로 돈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게 아닐까, 이거.
뭐야 이거, 햄버그나 튀김이나 호화 메인디쉬가 비좁게 나열되어 있는데.
실가를 생각하면 유키노시타는 돈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보이지만, 설령 그래도 뭔가 미안한 느낌이 든다.
이건 그거구만, 이 레벨의 대・접을 유키노시타의 생일에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거구만. 요리 공부해야겠네………….
"케이크도 있으니까 만약 다 못먹을것 같으면 남겨두렴"
"괜찮아. 남자애의 위장 얕보지마"
"어머, 그래. 뭐, 일단 네가 먹을 수 있는 양에 맞춰서 만들었으니까"
…………내 위장 파악된건가.
그것도 그런가. 그렇게나 같이 먹으면 그렇겠지만.
수수하게 기쁜건 어째서일까………….
"그, 그런가. 아니, 하지만 좀 많지 않아? 아니, 먹을 순 있지만"
메인 디쉬가 일품 많을 정도다.
완벽주의인 유키노시타를 생각하면 이 실수는 신기하다.
그렇게 생각해서 물어봤지만 대면에 앉은 유키노시타는 약간 볼을 붉히며 옆으로 눈을 피하면서도,
"…………조금 들떠버려서"
"…………그, 그런건가"
"그래…………"
어색하다는 듯이 멋쩍은듯이 꼼질거리는 유키노시타.
거기에 덩달아 내 시선도 우왕좌왕.
뭐야 이 분위기.
어디 여기, 평소의 평온한 유키노시타가는 어디로?"
묘한 분위기가 주방을 지배하기 시작해서 그걸 깨부수기 위해서도 나는 젓가락을 손에 들었다.
"그, 그럼 바로…………"
"그, 그래, 기쁘게…………"
먹으렴, 하고 건내받은건 햄버그였다.
추천인가. 이건 또 데미그라스 소스가 맛있을것 같네.
우물, 한입 크게 물어보니.
"…………맛있어"
"그래?"
"오오. 솔직히 지금까지 먹은 요리 중에서 제일 맛있어"
향과 달콤함이 절묘하게 동거해서 육즙이 굉장하다.
게다가 데미그라스 소스 자작이야 이거. 수고가 많이 들어서 노력치가 굉장한 수준.
이런 맛있는 햄버그는 처음이야-.
호헤-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나에게 만족스러운 듯이 끄덕이는 유키노시타.
"시간을 들인 보람이 있었구나"
"역시 꽤 수고를 한거야?"
"그러네. 평소의 3배정도일까"
"3배………라고………"
평소에도 내일 쓸 수 있는 궁리에 정평이 있는 유키노시타인데, 그게 3배.
이젠 YUKI's 부엌 시작할 수준이다.
올리브 오일이나 파스타가 어울릴테니까 오히려 팍팍 와라.
"정말로 미안한데"
"괜찮아. 그러고 싶었으니까 그랬던것 뿐인걸"
그러고 싶었다니…………축하고 싶었으니까 그런거겠지.
어째서일까, 울음이 나올것 같았다.
왜 이 나이가 되어서 『가족의 온기』나 『행복한 가족』같은 키워드가 뇌내에 흐르는걸까………….
그냥 양자로 받아주지 않으려나, 유키노시타. 그녀는 나의 어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여성이었다…………. 3배인만큼.
"자, 이 튀김도 어떠니? 남만풍으로 해봤는데"
"뭐야 이것도 맛있을것 같아…………정말로 유키노시타는 좋은 아내가 될거라 생각해. 내가 태고 보증 찍어줄게"
"………………그래?"
"오오. 나도 지고는 있을 수 없겠는데"
전업주부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꼭 참고하고 싶다.
"…………그러고보니 그랬었지. 별로 피로할 수 없을것 같구나, 장래에"
"어, 왜?"
"그런 느낌이 든것 뿐이야. 요구한다면야 얼마든지 피로할게"
"아니, 남편이 매일 먹고 싶어할지 모르잖아? 매일 온 스테이지라고 온 스테이지"
"하지만 남편이 전업주부를 한다면 얘기는 별개잖아?"
"엥, 이만큼 가사를 잘 하는데 굳이 전업주부랑 결혼할거야?"
"할 수 있는거랑 못 하는걸로 결혼을 하는게 아니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잖니?"
"그건 그런가…………일의 파트너도 아니니까"
"그래. 그러니까 자. 지금 이 참에 얼른 많이 먹어둬"
자자, 라며 요리를 권유받는다.
하지만 결혼이라.
언젠가 유키노시타도 누군가와 결혼하는 날이 오겠지.
…………오겠지?
유키노시타도 이래보여도 고집이 세니까. 정신을 차리면 제 2의 히라츠카 선생님처럼 될것 같아서 약간 무섭다.
그때는 그거구만, 내가 받아줄까.
절대로 거절당하겠지만.
나도 평범하게 친구끼리로 있고 싶으니 말이야.
마음 편하고, 사이 좋고.
아라포 정도가 되어서 마침내 물러날 수 없다며 울다 지치면 기꺼이 받도록 하자.
아아, 나를 신랑으로 받아가면 남편이 전업주부가 되는건가.
핫핫하, 그런가 그런가. …………기분 탓으로 해두자.
"맛있어, 맛있어어………그냥 셰프해라 유키노시타…………"
"그렇게 기뻐해준다면 그것도 괜찮을것 같네"
…………기분 탓이지. 아아, 기분 탓이다.
이것도 나와 유키노시타다운, 친구로서의 거리감을 잡지 못하는 우리들다운 거리겠지.
 
"후우…………잘 먹었어"
"변변치 않았어. 차는 어떠니?"
"아아, 땡큐"
마치 안방마님처럼 컵으로 홍차를 붓는 유키노시타에게는 식사중에 벗어뒀던 삼각모자가 다시 겟 라이드하고 있다.
나도 또한 마찬가지로. 슬슬 벗고 싶어졌지만 이따끔 유키노쇠타가 오리지널 미소로 접해주므로 어찌할 수가 없다.
나도 그런대로지만 유키노시타도 유키노시타대로 파티를 즐기는 느낌이 있다. 평소 이상으로 기분이 좋다. 그만큼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거니까 기뻐서 견딜 수 없다. 이런거 처음이야-. 이제 지금부터 쇠퇴해도 좋아…………. 하치만은 쇠퇴했습니다. 대신에 새로운 하치만이 태어날테니까 안심. 클론 넘버 하나 늘어나겠지만.
아아, 홍차 맛있어………….
"…………얘, 히키가야"
"응?"
컵을 기울이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쳐다보니 양손으로 컵을 들면서 또 시선의 팔자 비행이 횡행중.
"뭐, 뭔데…………"
"그게…………오늘은 형식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말했지"
"예의가 없는, 형식따지기 없기"
"그렇지"
"………형식 따지기가 없어"
"………어"
"……………………"
유키노시타 침묵.
이쪽을 노려보는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좋을지 곤혹해하는 걸로도 보인다.
………허들 높구만 어이.
유키노시타 검정 2단인 나라도 다루기 곤란한 수준.
기본적으로 말을 하는, 라기보다 말하기 좋아하는 녀석이 조용해지면 꽤 긴장을 한다.
거기다 유키노시타의 이런 표정은 처음이다.
"………………아-"
형식 따지기 없다는건, 그런거겠지만.
그런거, 남에게 스스로 뭔가 해달라는 기회는 지금까지 전혀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신기하네.
유키노시타와 친구가 되고나서 몇 개월.
그녀로부터 뭔가 해줬으면 싶다는 부탁은 몇 번이나 있었다.
어디로 데려가달라니 다리나 어깨를 주물러달라니.
여러가지를 해왔지만, 부려먹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걸 부탁해주는게 기뻤다.
…………아아.
그런건가.
"…………그게, 유키노시타"
"뭐, 뭐니?"
"으음, 그게"
지금까지 유키노시타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일은 없었다.
소중한 친구에게 부담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건 분명 잘못됐다.
그건 부담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상의 기쁨이 부가된다.
오늘 유키노시타의 요리처럼.
친구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고.
그러니까 부탁하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사죄도 겸해서, 아주 조금만 응석부릴까 생각했다.
"그게…………말이지"
꿀꺽 침을 삼키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여기?"
"응-……………"
"아니면 여기일까?"
"아-, 거기거기. 그 부근을 중점적으로"
"알았어. 후후, 여기가 좋아?"
"아아 응, 기분 좋습니다…………"
기쁜지 부끄러운지 이상한 기분으로 머리를 올리는건 유키노시타의 허벅다리.
생각외로 부드러운 온기 쿠션에는 다정한 귀파기 부록첨부.
『귀를 파줬으면 싶어』
그런 나의 부탁을 유키노시타는 대단히 기쁜듯이 받아들여줬다.
그 기쁜 모습은 콧노래에서 S입모양으로 잘 안다.
이렇게나 기뻐해주다니…………귀파기를 받는건 나인데.
최선을 다하는 측에도 행복한건 있지. 뭐, 나도 유키노시타가 놀러가달라고 듣고 기쁘게 계획을 생각했으니까. 정말이지, 왜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걸까.
이것도 뭐, 친구 역사가 없는 나와 그녀답다.
"후-…………"
"우오우…………"
귀청소가 끝났는지 오른귀에 숨을 불어넣었다.
"놀랬어…………"
"좀 더 얼빵한 소리를 질러줘도 된단다?"
"남자가 그런 소리 질러도 말야…………"
"그러니? 귀여운 목소리, 들은것 같은데"
"…………아마 귀엽지 않아"
그보다,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이으려다가
"자, 반대쪽"
퐁,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받고 이동을 촉구받는다.
솔직히 일어나서 이동하려고 했지만 그건 손으로 만류된다.
"그대로 돌면 되잖아. 얼굴이 이쪽으로 오도록 해"
"아니, 그건"
"자, 얼른"
"…………네"
들은대로 순순히 회전했다.
딱 눈 앞에 유키노시타의 배꼽이 있는 자세.
서머 스웨터라고는 해도 꽤나 얕은 생지 너머에 유키노시타의 맨살이 있다는 사실에 가볍게 혈압이 오른다. 그 여름날 임간학교에서 본 수영복차림, 그리고 만진 피부의 감촉을 떠올려서 배율이 높아진다. 구심, 구심이 부족해.
"그럼 시작할게"
유키노시타는 특별히 동요하지 않고 귀파기를 재개한다.
…………나 뭐하는거야.
친구 집에서 생일파티를 받는다고 생각했더니 귀파기를 받고.
게다가 이성을 상대로 묘하게 거리감이 가깝다.
아까부터 묘한 분위기 탓이겠지, 왠지 근지럽다.
"어때? 아프지 않아?"
"어? 오오, 전혀 아프지 않아………… 유키노시타, 잘 하는구나"
"그래. 그건 다행이야. 처음이었거든"
"귀파기가 말야?"
"그래. 별로 해볼 기회는 없는걸. 너는 코마치가 있으니까 있을것 같지만"
"그것도 그런가…………"
확실히 나이가 가까운 남매라도 없으면 누군가가 귀파기는 안 하겠지.
"아니 잠깐, 너한테는 하루노 씨가 있잖아"
"그 사람이 나한테 귀파기를 하게 해줄거라고 생각해?"
"평범하게 기뻐해주는거 아니냐, 아마…………"
그 사람, 저래보여도 유키노시타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종종 엄하긴 하지만 이래저래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귀파기를 받는 날에는 그 귀여움 수준이 뛰어오를게 틀림없다.
"뭐, 생각해둘게"
그렇게 말하면서 정중히 귀지 제거를 계속하는 유키노시타.
"…………이렇게 될줄은 생각도 못해봤어"
"우연이구만. 나도야"
봉사부실에서 만난 그날.
설마 귀파주는 사이가 될줄은 생각도 못했다.
"기억하고 있니. 유이가하마의 선물을 사러간 그날"
"아아, 기억해. 잠깐 눈을 뗐을때 네가 불량배한테 둘러싸였던 그날 말이지"
불량배라기보다 껄렁이 형씨였지만.
"그때는 정말로 놀랬어………3일 정도는 다리 근육통에 걸렸었고"
"그때는 즐거웠지. 싸구려 드라마에 출연한것 같았어"
"싸구려라. 너에게 구경꾼이 집중해서 다른 멤버를 삼류로 만들었겠지만 말야"
"……………………"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이쪽의 손을 잡는 감촉이 있다.
"정말로 즐거웠어. 얘, 알고 있니 히키가야?"
"왜"
"여자애는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돼"
"………나, 뭔가 했던가?"
"그래, 많이 했어. 자기 멋대로라고 말하며 너는 웃으려나"
"그런짓은 안 해. …………뭔가를 한다는건 즐거운거야"
"…………그래, 그런거지. 그러니까 분명"
아아, 그래.
"그러니까 나는 너랑 함께 있고 싶어하고, 너도 함께 있어주는거겠지"
"…………히키가야"
왠지 수줍은데, 이런거………….
하지만 말할 수 있을때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좀 더 응석부려줘, 유키노시타. 너무 무모한건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돼?"
"아아. 그러는 편이 나도, 그게…………기뻐"
"…………"
움켜쥐어진 손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생애 처음으로, 무엇보다도 소중한 친구.
최선을 다해주고 싶다는건 결코 헌신이 아니고.
그저 기쁘니까, 행복하니까 최선을 다해주는거라고 새삼 깨달았다.
"자, 끝"
"오, 고마워. ………있잖아 유키노시타"
"왜?"
"아아, 응. 그거면 돼"
일어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다리에 머리를 올린 유키노시타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귀파기를 건내받는다.
"아프면 말해"
"…………살살해줘"
"……………………어"
잡념을 뿌리치기 위해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나서 사르륵 흐르는 흑발에 가슴 고동을 느낀다.
떨릴것 같은 손을 어떻게든 잡아다 귀파기를 개시하려고 할때.
"…………어머"
유키노시타집의 초인종이 울었다.
"코마치인가?"
"그렇겠네. 빠르구나, 벌써 이런 시간이야"
아쉬운듯이 다리 위에서 이쪽을 올려다본후에 유키노시타는 일어섰다.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난 절대영역으로부터 눈을 피하면서 나도 일어난다.
"귀파기는 다음에 또 부탁할게, 히키가야"
"언제라도 상관없어. 몇 번이라도"
"그렇게 응석부리면 사람으로서 글러먹게 되어버릴것 같네"
쿡 미소지으면서 유키노시타는 내 손을 잡는다.
"자, 가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모두?"
고개를 기울이는 나를 제쳐두고 유키노시타는 며쳐 갠가 삼각모자를 한 손에 들고 걸어간다.
모자 숫자는 하나 둘 셋………넷.
"야, 모두라니 누구야. 코마치만 오는거 아니었냐"
"파티는 여럿이서 하는 편이 좋잖니? 케이크도 셋이선 다 먹을 수 없고"
"유키노시타…………"
다정한 미소를 지은 유키노시타가 천천히 문을 연다.
그리고 눈부신 여름 햇살을 배경으로.
 
""""해피 버스데이!!"""""
 
목소리 넷이 나의 탄생을 축하했다.
"다시 생일 축하해, 오빠야!"
"축하해, 힛키!"
"축하해, 하치만"!
"음! 축하한다 하치만!"
"너, 너희들…………"
찌잉 눈앞이 뜨거워지는 나에게 유키노시타가 작게 헛기침하듯 말한다.
"제대로 해, 히키가야. 오늘 주역은 너니까"
"어, 어어………오늘 정도는 가슴을 필까"
"그래, 그렇게 해줘. 그런 너도 멋있어"
쿡 미소지은 유키노시타에게 들은대로 어떠냐는듯이 가슴을 핀다.
"우와, 힛키 뭐야 그거! 삼각모자 엄청 안 어울려!"
"옆에 선 유키노 언니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아하하, 하치만 귀여워! 나도 써도 될까?"
"그건 귀공이 안은 죄의 왕관이라는건가, 하치만!"
"너희도 써주겠니? 인원수는 준비했으니까. 자, 들어와. 케이크를 준비할게"
"네에-!"
유키노시타를 따라 우선 유이가하마가 기운차게 돌입하면서 삼각모를 쓴다.
그리고 이어서 코마치가 돌격, 천천히 자이모쿠자와 토츠카가 발을 들인다.
아무래도 내 생일 파티는 아직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고마워 유키노시타"
"………………천만에"
그러고 유키노시타는 내 손을 잡아왔다.
그걸 잽싸게 발견한 유이가하마와 코마치가 꺙꺙 야단법석을 피워서 수줍어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나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친구와 함께 걸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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