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의 빈곤생활 - 23 : 신뢰의 마왕님
 
 
 
그리고나서 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호의라고 하면 좋을지, 일단 지금부터 일주일간 체재하게 될 방으로 소개받았다.
 
그리고 거기에 갖추어져있던 『자신의 방보다도 큰 욕실』에서 샤워를 한다. 그때 내 마음이 조금 대미지를 입은건 말할것도 없는 일이다.
 
아니 그치만 자신이 그런대로 필사적으로 움직여서 집세를 내고 있는 방이 욕실보다도 작다는 사실은 한 집의 흑주로서 자존심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보다 이렇게 크면 그냥 온천이다.
 
하지만 고작 하나의 욕실이기 때문에 과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것일까?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특별히 의미도 없이 필요 이상으로 물을 사용해서 오늘 대량으로 흘린 땀을 씻는다.
 
오랜만에 사치스럽게 물을 쓰는거, 엄청 즐거웠습니다. ……아,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렇게 혼자서 쓸쓸하게 여러가지로 논 후에, 마지막으로 나는 욕조에 잠긴 것이다. 하지만 그게 또 기분이 좋아서, 어째선지 방금전까지 의미도 없이 대량으로 물을 쓰고 놀고 있던 자신이 슬퍼졌다.
 
"아~ 젠장, 기분 좋네에."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얼빠진 음색이었지만 목욕에 대한 추억 보정과 실제로 피로가 떨어져가는 기분이 너무나도 좋으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느긋하게 욕조에 잠기는건 몇 년만일까. 집에는 샤워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욕실에서 오래 앉은 적이 없다.
 
출장 정도의 감각으로 여기에 왔는데, 기쁜 특전이 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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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서 나온 후 나는 세면소에서 허리에 수건을 감는다. 그리고나서 뭔가 입을게 없나 세면소에 있는 옷장속을 뒤지지만 내가 찾는 것은 없었다.
 
"응~?"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관에 대해 그리 자세한건 아니지만 보통 이러한 객실의 세면소에 있는 옷장에는 잠옷이나 그런 간단한 의류가 놓여있는거 아닌가?
 
뭐 여기는 여관도 아니고 유키노시타가의 자택이라고 들으면 그걸로 끝이지만.
 
하지만 사람이 묵는다는걸 알고 있는 방에 아무 준비도 없다는건, 그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있어서 말이 되는 소리일까? 하지만 없는건 어쩔 수 없다. 포기하고 세면소에서 퇴실하고나서 생각하자.
 
"물 온도는 어때~."
 
지금부터 어떡할까 생각하고 있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건 침대 위에 쉬면서 손을 흔드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그녀의 그 손에는 여관 등에 흔히 있을법한 간단한 유카타가 있었다.
 
아니 잠깐만. 어이.
 
"……그거야 뭐, 괜찮다구요."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부자의 욕실은 최고라고 생각했다. 단, 당신이 지금 들고 있는 물건을 찾는 사이에, 완전히 물이 식어버린 탓에 엉망이지만.
 
"그런가, 그건 다행이네. 자 여기."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그 손에 들고 있던 유카타를 건낸다.
 
"……감사합니다."
 
나는 순순히 그걸 받아들고 세면소로 돌아가 바로 그걸 입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래선 정말로 누가 주인이고 누가 종자인지 모르게 된다. 뭐, 본인에게 그 말을 하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주로 내일 업무량의 의미로.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나는 유카타를 다 입었다.
 
"얼라? 꽤 잘 어울리잖아."
 
내가 세면소에서 나오자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딱 손가락을 퉁긴다. ……역시 이쁘네, 이 사람. 여기다 속이 시커멓지 않으면 그냥 고백했을 수준이다. 뭐, 농ㄴ담이지만.
 
"제가 어렸을무렵에는 자주 입었으니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침대 위에 뒹굴거리면서 말한다.
 
"헤에. 그러고보니 히키가야는 어렸을때 어떤 애였어?"
 
흠, 동작이 귀여운건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런 이야기는 별로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니까 참아줫으면 싶다. 왜냐면 나의 유소기의 추억이란 거의 대부분이 흑역사, 혹은 지뢰 덩어리 둘중 하나기 때문이다.
 
지금 떠올린 기억 중에서도 거의 보통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것만 있다. 아니, 고백해서 차이는건 알겠지만 그 후에 내가 고백한게 퍼져서 거기에서 괴롭힘이 발생하다니, 당시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애한테 상상이 가능할까.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할지 망설이고 있으니,
 
"말하고 싶지 않으면 딱히 말 안해도 돼~"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별로 흥미가 없었는지 아니면 변덕인건지 그 이상 추궁하진 않았다.
 
아니, 그녀다. 나에게 일부러 묻지 않아도 내 유소년 시절의 얘기는 알고 있어서 반칙적으로 간단하게 조사할 수 있으니, 진작에 알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이 깨끗함에도 납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약점을 거의 잡고 있다는게 되는게 아닐까, 이 여자.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들은 말을 헛되게 할 이유따윈 없고. 순순히 거기에 따르기로 했다.
 
"아아, 그렇지."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한건지 침대 위를 뒹굴거리는걸 관두고 이쪽을 쳐다보며 말한다.
 
"히키가야의 옷은 일단 우리집 사용인한테 씻게 해뒀으니까 내일 아침까지는 그걸 입어."
 
뭐, 그건 딱히 상관없다. 나는 묵묵히 끄덕이자 유키노시타 하루노도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왜일까.
 
 
상당히 알기 어렵지만, 요즘 이 시람은 철가면이 벗겨진 『무언가의 표정』을 짓는 일이 늘어난것 같다. 그건 과연 그녀와 내가 밀접하게 보내온 탓일까.
 
만약 그런거라면 도무지 그녀답지 않다.
 
나에게 그 마음속을 알게할만한 짓은 해선 안 된다. 가족이라면 모를까, 나라는 그저 남에게ㅔ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건 전혀 좋지 않다.
 
 
"……요즘 왜 그래요? 자주 『웃게』되었는데요."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아마 나도 이상해진거겠지. 왜 스스로 지뢰에 뛰어드는 짓을 한걸까.
 
아니, 하지만 분명 마음속 어딘가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를 포함해 시간죽이기로 남을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휘둘러대는 사람의 바닥이, 설마 나 정도의 인간에게 간파당할지도 모른다는 사태에.
 
내 말을 들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짓지만 바로 펴옷대로 광대의 미소로 돌아온다.
 
이건 정말 수상한데. 이 정도 일로 그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동요할리가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글쎄? 어째서일까."
 
그겨는 별수없다는 듯이 행동하며 그런 말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아는게 있어."
 
뭐야, 물어봐줄까.
 
나는 말없이 계쏙 말하도록 재촉한다.
 
재촉받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그런건 알바 아니라며, 그저 사랑스러운 걸 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진장 기분 나쁩니다.
 
 
그리고 몇초간 쳐다본 후, 마침내 그녀는 조용히 입을 움직였다.
 
"나에게 있어서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은, 내가 보내온 어떤 시간보다도 훨씬 자극적이고, 훨씬 즐거운 시간이야."
 
그렇게까지 아까워한 후에 말한 그녀는 테헷, 하며 그 작은 목을 기울인다.
 
 
그 몸짓은 나이에 상응하는 여성의 몸짓이며, 한 명의 인간 남자인 나에게 있어서 그 미소는 마음을 고동치게 만들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엄청 귀엽다.
 
"뭐, 뭐를"
 
말하는걸까.
 
나는 크게 자세를 무너뜨리고 그녀의 억지로 시선을 뗐다.
 
나도 남자다.
 
아무리 매일처럼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유혹 문구를 듣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고백받고 동요하지 않을리가 없다.
 
"어라라~? 스스로 지뢰를 밟으러 온 주제에 설마 벌써 다운하는건 아니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형세역전이라는 듯이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온다. 그 움직임이, 의식하고 하는건지 무척이나 요염하다.
 
"유, 유키노시타 씨. 이, 이제 적당한 시간이니까, 자,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건 어떻습니까?"
 
이 상황을 일각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다, 기보다도 머리속을 정리시키고 싶은 나는 엄청 동요하면서 그녀에게 그렇게 제안한다.
 
그러자 그녀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입을 뾰족이며 나를 노려본다.
 
"뭐, 뭡니까?"
 
물론 그걸 무시하고 방에서 쫓아내려고 한다면 나는 터무니 없는 꼴을 겪을 것이다. 그러니까 쭈뼛거리며 물어봤다. 아니 그치만, 정말로 무서운걸.
 
"이름으로 불러."
 
그녀는 더욱 입을 뾰족이며 말한다.
 
순간 뇌가 셧아웃 할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멈춰선다.
 
……남을 이름으로 부른다. 그 행위에 얼마만큼의 의미가 담겨있는지를 이 사람은 이해하고 있는걸까? 아니, 애시당초 그 행위를 할 만큼 우리는 밀접한 관계는 아닐 것이다.
 
응? 하지만 잠깐만.
 
지금 이 순간, 시각은 아직 이르지만 같은 지붕 아래 같은 방에서 나이찬 남녀 둘ㅇ리 있다는 사실.
 
어라? 충분히 밀접?
 
"……참아주세요. 학교에서 대단한 꼴을 겪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평정을 유지하면서 말할 수 있었다.
 
그래, 여기는 어떻게서든 타협해야한다. 만약 내가 그녀의 이름을 학교에서 불러버린다면, 나는 분명 두번다신 등교할 수 없는 몸이 되기 때문이다. 주로 소부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전원에게.
 
그리고 그건 그녀 자신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 그녀에게 있어서 좋지 않은 사태가 된다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름으로 부르는것 만으로, 그녀의 학교에서의 신뢰가 실추하는건 상상하기 어려운건 아니다. 그 정도로 이 문제는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중요하다.
 
"에-. 그럼 나도 하치만이라고 부를테니까."
 
안 돼? 라며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눈짓을 하지만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보다 그것도 상당히 위험하니까 관뒀으면 싶다.
 
나는 고개를 살짝 젓고 부정의 자세를 보인다.
 
"그래, 하지만 나는 앞으로 하치만이라고 부르기로 할게."
 
내가 아무리 거부하든 그래도 그녀는 물러나지 않는다. 평소대로다. 그렇다는걸 알고 있어도 저항을 계속하는건 나의 패배한 개 근성이 뇌수까지 박혀있기 때문이다ㅣ.
 
결국 그건 헛된 행위지만.
 
자, 어느샌가 그녀는 자신이 정한것은 이미 결정사항이라고 했지만, 흡사 틀린건 아닐지도 모른다. 억지스런 느낌은 부정할 수 없지만.
 
라고 해도, 나는 이미 여러가지로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그늘없는 예쁜 미소로 웃어온다면 일개 남자인 나로선 이제 어찌할 수 없잖아.
 
 
"……왠지 변했네요, 유키노시타 씨."
 
 
나는 또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어디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녀가 지금도 극히 살짝 띠우고 있는 이 미소가, 도무지 의미있어보이는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결코 악의에서 시작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변했다고 생각한거겠지. 얼마전의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절대로 이런 나이에 어울리는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이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전혀 짐작도 안 가지만.
 
"정말로, 왜일까? 나도 놀랬어."
 
그녀 자신도 내 말은 의외였는지 그녀로서는 조금 어색한 목소리로 말한다. 적어도 스스로도 뭔가 변했다는 자각이 있는걸까.
 
 
공포의 권화.
 
 
어느샌가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그렇게 평가한 적도 있다.
 
바로 남의 마음을 매료해서는 그렇게해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불쌍한 사람들을 마음대로 홰집고, 꼭두각시로 삼는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본성을 깨달은 사람에겐 감추지도 않고 신랄하게까지 그 시커먼 감정을 부딪쳐온다. 거기다 재색겸비한 학교의 제일가는 인기인.
 
그런 여자를 공포 그 자체라고 예시를 들어도 아무 이상할건 없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이렇게 조금이라도 인간의 여성스런 표저어을 보이면 나로서도 어쩌면 좋을지 모른다.
 
 
"정말로, 왜일까."
 
 
그녀는 아까전과 같은 말을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갑작스런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변모에 나의 등골이 얼어붙는다.
 
한번 더 그녀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만, 어느샌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이 방에서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잘 자."
 
그녀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나서 이 자리를 떠났다.
 
그때 그녀는 평소대로 그 강화외골격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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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는 굉장하다.
 
 
자기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어떤 소년을 생각한다.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있는 그의 말을 떠올린다.
 
『……요즘 왜 그래요? 자주 『웃게』되었는데요.』
 
결코, 그의 앞에서 방심한건 아니다.
 
확실히 나는 마음속으로는 그의 반응을 십이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표정에 나타났다고? 설마 이 내가? 말도 안 되잖아.
 
언제나 나는 남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때 품은 감정을 들킬만한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내가 요즘 『신경 쓰이는』사람인 히키가야 하치만 그 사람일지어도.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감추려고 하냐고?
 
 
그 얘기를 하기에는 조금 나의 과거가 얽혀있지만, 마침 잘 됐다.
 
조금 풀어진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서도 기억의 바다에 잠기는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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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나는 시험을 치면 매번 학교 순위 1위를 획득했고, 애시당초 공부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지는건 말도 안 된다.
 
둘, 나의 용모는 거리를 걸어다니는 지나가는 이성을 돌아보게 만들 정도라고 자부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셋, 나는 어떤 부잣집의 장녀이고, 매일 무엇 하나 불만도 없이 보낼 수가 있어서 장래도 약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넷, 나는 운동을 특기로 해서 소프츠를 배우면 가르쳐준 사람의 실력을 3일이면 능가하고, 운동신경도 같은 학년의 남자 정도면 됐지 떨어지진 않는다.
 
다섯, 나는 얘기를 하면 그 상대하곤 아무리 싫은 사람이든 『친구』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당시 그저 초등학생 여자애였던 나의 나에 의한 평가이다.
 
이 얼마나 재색겸비하고 문무양도한 장한 여자애일까. 스스로도 반해버릴 정도로 이단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에겐 아무래도 나는 『평범』한 여자애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이상』을 그들 그녀들은 전혀 개의치 않은 일일까? 그들의 뜨거운 시선, 그들의 동경의 눈빛, 이건 안다. 오히려 달갑게 그걸 받아들이는게 아닌가.
 
하지만 그것뿐이다.
 
나를 험하게 다루거나 경멸하려 한 적은 단 한번도 없고, 오히려 나를 흠모하며 기껏해야 단순히 평ㅇ범한 여자애처럼 대해준다.
 
그건 결코 나쁜 일은 아니다. 그저 조금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아직 한참 어렸을 무렵의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야 그럴 것이다. 이런 완벽하다는 문자를 그림에 그린듯한 인간의 어디에, 그러한 『평범』하다고 부를 요소가 있는걸까. 어른마저도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의심스러운데,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는 논외다. 요컨대 그건 틀림없이 『이상』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의문은 아마,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물어서 대답을 알ㅇ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만약 당시의 내가 그렇게까지 머리가 돌아가는 총명한 애였다면 혹은――――――――――――――――――――――――――――――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런걸 금방 잊고 부모님에게 매겨진 과제를 그저 필사적으로, 하지만 그 고섭은 절대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그야말로 완벽하게 해내도록 힘냈다.
 
그 이유는 그저 부모님에게 칭찬받고 싶다, 그런 나이에 상응하는 여자애의 바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옛날의 일이라고 하는것도 있어서 세세한건 잊어버렸기 때문에 단정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때 나는 뭔가 명확한 목적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것만큼은 지금도 똑바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 생각하면 불쌍하게 생각하는 순간이었어도, 충실한 나날이라고 당시의 나는 말할것이고 현재로도 별로 부정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라고 깨달ㅇ른건 내가 초등학교 2학년으로 진급햇을 때다.
 
 
어느날, 엄마는 나에게 대충 초등학교 2학년은 불가능할 무리난제를 제시했다. 그것도 실수하면 부끄러워질만한, 그런 바보같은 상황도 만들어놓고.
 
예를 들면 피아노 연주회.
 
예를 들면 평화를 주창하는 발표 콘테스트.
 
예를 들면 스포츠 대회.
 
예를 들면 단순한 시험.
 
지금 생각해봐도 많은 일을 당했다고 실감할 수 있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하지만 왜 그런 짓을 하는건지. 그런 일을 문득 생각했던 당시의 나는 잠시동안 생각하고 엄마의 생각을 이해했다.
 
엄마는 아마 의도적으로 나에게 뭔가의 『실패』나 『좌절』을 경험시키는 것으로 나의 거듭된 향상을 기대한거겠지. 구체적으로는 『이런 굴욕은 더는 두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후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열심히 하는거야!』라는 느낌으로.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배울 학업은 모두 완전히 완벽하게 익히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중학교에서 배울 공부의 마지막 정리나 피아노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악기 연습과 스포츠에 임하고 있던 나에게 있어서, 그 과제는 무리난제치고는 너무나도 쉬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 완벼갛게 해내는건 지극히 간단하며, 스스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뛰어난 결과를 본 부모님은 크게 기뻐하며, 그 기뻐하는 부모님을 보고 나는 웃었다. 그렇게해서 기뻐하는 나를 본 아빠는 좋아하는 옷을 사준다고 말해주고 엄마도 그 광경을 보고 미소지었다.
 
아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아직 자신을 속일만한 짓은 하지 않았던것 같네에
 
그러니까, 그 무렵의 나는 아직 순수하게 웃을 수 있었겠지.
 
 
나의 한계를 알고 싶었는지 엄마는 이전에 냈던 문제보다도 한층 어려운 과제를 넘겨왔다. 물론 나는 기대에 응하기 위해 그것도 실수 하나 없이 풀었다. 그걸 보고 더욱 기뻐한 부모님은 점차 여러가지 문제를 나에게 넘기고는 나도 기세가 올라서 그것들을 전부 설복했다.
 
 
하지만 그게 좋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기뻐하던 부모님은 내가 108번째로 행한 과제도 평소처럼 『만점』을 얻었을때는 어느샌가 뭔가 무서운걸 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인 소녀가 설마 공립 고등학교 입시 과거문을 전문 정답을 맞췄으니까.
 
하지만 그뿐이라면 아직 나았던 것이다. 그래, 적어도 고작 그뿐인 『이상』이었다면, 부모님에게 정체 모를 눈으로 보여진다는 사태는 되지 않았다.
 
그저, 너무나도 머리 좋을 뿐인 『이상』한 소녀였다면 소위 일반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허용할 수 있는 범위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랑은 아니지만 그게 운동이나 용모, 출신 등의 인간의 많은 부분이 원할 것인 대개의 장점을 갖고, 그런데가 그것들 모두가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남, 더욱이나 가장 친한 부모님마저도 기분 나빠할 이유로서는 충분하다.
 
 
거기다 나는 깨닫지 못했다.
 
 
아마, 당시의 나는 아직 한참 어렸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부모라는 인간은 무조건으로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나를, 부끄러워할 정도로 밀애해주는 존재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엄마에게 매겨진 일을 완벽하게 해냈을때는 나는 부모님에게 착한 딸로서 듬뿍 사랑받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부모의 교육 이로한으로서, 속히 사탕과 채찍 중에 사탕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해도,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것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소녀의 바람은 결과로서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비참한 결말로 끝났다.
 
그건, 틀림없이 내가 칭찬받고 싶었던 부모님의 말이다.
 
 
 
 
―――――꺼림찍하다.
 
아빠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한자 검정 2급을 훌륭하게 합격했을때 부모님에게 들었을 때였다.
 
―――――어?
 
그때, 나는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설마 나에ㅐ게 향하는거라고 깨달을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표현하는게 올바를 것이다.
 
―――――너는 뭘 하고 싶은거냐!!
 
아버지의 노성으로 내 다리는 떨린다.
 
이유를 불문하는, 그런 박력이 아빠의 말에는 있었다.
 
원래 냉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화내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아빠 뒤에 있는 엄마도 나를 부모의 원수를 보는 듯이, 그러면서도 모멸로 칠해진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뭐가 뭔지 전혀, 나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왜냐면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합격한걸, 그저 부모님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그저 칭찬받고 싶었던것 뿐이니까. 그것이, 왜 이런 사태가 되는가 생각한다.
 
―――――뭐냐!? 우리를 비웃는거냐!? 뭐냐고 너는!!
 
아빠의 말은 점차 나나폭해지며, 평소의 차분함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나인데?
 
―――――괜찮아? 아버지.
 
지금 아빠에게 아무래도 이건 금구였다.
 
―――――내가, 지금 이 상태가, 괜찮냐고? 그걸 네가 말하는거냐? 웃기지마!!
 
아빠는 내가 갖고 있던 합격장을 빼앗아서 그걸 엉망진창으로 찢어버렸다.
 
무거ㅏ 뭔지 알지 못해서 나는 그저 그걸 지켜보는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빠는 그리고나서도 미친듯이 폭언을 하고, 나는 그걸 하나도 흘려듣지 않도록 귀를 기울였다. 아빠자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이상, 왜 혼나는건지 모르기 때문에, 아빠의 말을 듣는것밖에 내가 뭘 도달하지 못했는지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자기 방에 근신된 후에도, 아빠가 왜 그렇게까지 난폭해졌는지를 이해하는게, 마지막까지 못했지만. 그때 인상에 남은것이,
 
 
―――――어라, 왜 웃는거야 언니.
 
 
그런 동생의 작은 목소리였다.
 
 
이 날을 계기로 나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게 됐다. 라는것도 인간이라는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비열한 존재인 모양이라서, 그건 그냥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할때까지 경위는 물론 있었지만, 글쎄, 말할것도 없이 나는 뭐를 해도 우수하다고 그렇게 평가받아버린다.
 
잘 생각하지 않아도, 전혀 『평범』한 일이 아닌 것이다. 어쩌면 이게 아빠를 화나게 만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당시에 나는 거기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럼 『평범』하지 않으면 안 되는건가?
 
학력에 있어도 내가 상당히 높은 곳에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것도 초등학교 저학년 소녀가, 지금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의 성적보다도 위에 있다. 흠, 그건 확실히 꺼림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딸이 부모님에게 그렇게까지 들을 이유로서는 약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그 이상함을 기뻐해주는게 부모라고 하는 모양이고.
 
그럼 운동 면인가? 확실히 이것도 이상한 부분은 있다. 운동신경은 일반 소녀들하고는 큰 차이는 없지만 세상의 재능이라 불리는 사람은 그 한도가 없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스포츠를 가르쳐준 트레이너의 실력을 3일이면 능가해버린다. 아아, 확실히 이것도 꺼림찍하다.
 
하지만 아까전의 학력 이유를 포함해도 이것도 아닌 느낌이 든다. 달리 여러 이상할 정도의 장점이 존재하지만, 죄다 나를 납득시키지 않는다.
 
확실히 지나친 능력은 미움받는 경향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약간 과잉하지 않나?
 
딱히 나는 어디의 애니메이션처럼 일각이라도 빨리 모든 능력을 몸에 익혀서 부모님을 어떻게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저 칭찬받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힘낸게 아닌가. 그게 어째서 이렇게 된걸가.
 
틀렸다, 전혀 모르겠다.
 
『모르는 일이라면 생각해라. 그래도 안 되겠으면 누군가에게 물어봐라.』
 
이건 누구의 말이었을까. 학교 선생님일지도 모른다. 아빠나 엄마, 혹은 동급생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말대로 실천한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게까지 과잉으로 반응해온 부모님에게 대답을 듣는건 위험하다고 판단한 나는 그래도 내 동생이라면 어떨까 생각하고 그걸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언니, 그러니까 어째서 웃고 있어?
 
동생에게 내 고민을 말해본 후에, 동생의 말은 그거였다.
 
―――――나, 웃고 있어?
 
나는 동생에게 그렇게 물어봤을때, 동생은 그 사랑스럽고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급하게 동생의 방에 있던 거울을 봤다. 그러자 아아, 확실히 나는 웃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 이야기는 무척이나 중요할텐데, 어째서 이럴때 웃고 있을 수 있을가. 혹시, 이 얼굴로 나는 동생과 얘기하고 있던걸까?
 
나는 동생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그 표정을 쳐다봤다. 그러자 사랑스런 동생은 움찔 어깨를 떨며 나한테서 눈을 피했다.
 
그런가, 무섭나. 내가.
 
 
그래, 분명 나는 계속 웃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자신의 감정하고는 관계없이, 나는 그저 미소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예를 들어 부모님에게 칭찬받고, 순수하게 기뻤을때도. 그것이 설령 아빠에게 혼났던 그때라도. 지금 현재 모습처럼, 동생과 지극히 중요한 얘기를 할때도.
 
이런 어렴풋한 미소를 지은채로, 아빠에게 걱정스런 말을 했던거락.
 
그런거라면, 과연. 확실히 꺼림찍하다.
 
정말로, 잘 생각해보면 언제나 어떤때라도 미소를 짓는 인간이 무섭지 않을리 없다. 그러고보면, 나는 불쾌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는것 같다. 부모님에게 어떤 어려운 일을 매겨져도 싫은 얼굴을 하지 않고, 오히려 즉답을 하고 기쁘게 그 과제에 착수했을 뿐.
 
친구와 함께 놀러가고 싶다는 욕구나, 어리광이나, 조르기나, 생각해보면 한 번도 아이다운 짓을 요구하지 않았던 느낌도 든다아.
 
하나 생각이 떠오른건, 또 한가지, 나는 방정식에 점차 나 자신의 『이상』을 찾아내버린다.
 
―――――아, 아하하, 하…….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번에는 소리를 내어 웃고 있었다.
 
 
이렇게해서 나의 본성이라고 해야할 『이상』을 깨달아버린 나는, 다음으로 시작한건 남의 『이상』을 찾는 것이었다.
 
분명, 나만이 아니다. 이상한건 내가 아니다. 반드시 나같은 특이한 존재는 있다. 그런, 아마 초등학생 소녀가 품기에는 가혹할 정도의 이유로도 말이다.
 
그랬더니, 어떨까. 인간은 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학교에선 어린애니까 할 수 있는 악질적인 장난, 집의 파티에 참가했을때 대수롭지 않게 나에게 아양을 떨고, 어떻게든 환심을 사려고 하는 어른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실은 엄청나게 슬프게 더러웠다.
 
조금 눈을 응시해본것만으로도 이거다. 나같은것 보다도 이 세상이 훨씬 『이상』함으로 넘치고 있다. 나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아니, 그럴리는 없어.
 
그건 아직 어리니까 가능한 부정이었을 것이다.
 
이 세계는 흘러넘칠만한 사랑으로 넘치고 있고,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고, 나는 이런 그림동화를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나이였다.
 
그렇기에, 아빠가 적의 기업을 무너뜨려가는 모습은 참았다. 그리고 그걸 즐거운듯이 말하는 아빠랑 엄마의 모습을 보는건 아직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적이 과격했다.
 
확실히 경쟁은 물사를 활성화시키는데는 중요한걸지도 모른다. 그런건 안다. 그러니까, 일부러 성적이나 시험에 순위를 다는게 아닐까.
 
하지만 기업이 도산하면 얼마 만큼의 사람이 길가에서 헤매고 인생 저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런 비참한 일이, 결코 웃는 얘기일리가 없다.
 
뭐, 아무리 깨끗한 생각을 머리 속에서 하든, 표면상의 나는 역시 웃고 있는걸까.
 
그러던 어느날,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도중에 우리집 근처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던 남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남성은 어딘가에서 낯이 있었던 느낌이 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 남성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금 다가가서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아, 이 사람은 내가 집안 파티에 참가했을때 나한테 아양을 떨어왔던 인간 중 한 명이다, 라고.
 
어째서 이런데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건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걸레처럼 아빵에게 쓰여진 끝에 쓰레기처럼 버려진거라는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여기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며, 정의니 진실이니 사랑이니 생각해보면  시답잖은, 무슨 일이든 죄다 바보같다. 어떤 문고가 쓴 책에 있는, 악마의 속삭임에 빠져든 주인공철머 생각한것은.
 
그러자 이번에는 나는 이 세상을 두려워하게 됐다.
 
조금이라도 방심을 하면 다음으로 이런 비참한 모습이 되는건 나일지도 모른다. 나를 두럴싼 이 환경에 조금이라도 신용을 잃어버리면, 아마 나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건 싫다. 싫은게 당연ㅇ하다. 누구둔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건 당연하다.
 
그러니까, 그렇게해서 다른 애들보다도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해석한 여자애가 최종으로 선택한 수단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이다.
 
길게 말한것 치고는 단순한 대답이었지만, 지금부터 자신의 방침을 정한 나의 행동은 빨랐다.
 
이미 아빠랑 엄마의 신뢰를 잡을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만날 어중이떠중이에게 신뢰만 받으면 아무 문제는 없다. 나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젠 부모님은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신뢰를 가지면 나는 비참한 꼴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해서 나는 목적이었던 남의 『이상』을 찾는걸 그만두고, 그저 모두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만 행동을 취했다.
 
이 세계에서 제거가 되지 않도록, 비참한 꼴을 겪지 않도록, 무엇보다도 자신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해 나는 순조롭게 우호관계를 넓히고, 어중이떠중이의 신용을 얻었다.
 
 
 
하지만, 나는 또 잘못했다.
 
 
지금을 살아가는 인간 전원에게 신뢰를 얻는다는건 불가능에 한없이 가깝다. 아니, 무리다. 그런게 가능하면 그야말로 더는 인간이 아니다.
 
사람은 감정이라는 신기한 것을 갖고 있고, 그것이 있으니까 사람은 특기, 비특기가 존재하고 호불호가 존재한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라도 사랑받는다는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오히려 마음속 어딘가에선 내 마음을 간파해줬으면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거의 완벽하게 그걸 달성해버렸다.
 
나는 아빠랑 엄마,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과 소꿉친구 남동생몫을 제외한 인간에게선 무조건으로 신뢰받는 생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건 이미 어엿한 『이상』함이다. 그렇게까지 싫어했던 『이상』에 나는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의 본성같은, 절대적인 이단은 아니다. 그만두자고 생각하면 간단하게 그만둘 수가 있다. 왜냐면, 단순히 신용의 마물을 연기하는걸 그만두면 될 뿐이니까.
 
하지만 신뢰받지 않으면 문자대로 나의 모든것이 끝나버린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사고야말로 이미 파탄나있는데, 나는 계속 그걸 믿었다. 그러니까 신용의 악마를 연기하는걸 멈출수가 없었던 거겠지.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어느샌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진급했을때.
 
나는 신뢰받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결점을 찾아내면, 그걸 필사적으로 감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나를 신용해주는 그들을 배신하는건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꼭두각시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은, 어딘가 달짝한 냄새가 나는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리게 됐다.
 
나는 항상 그 말에 따랐다. 그렇게 하는것으로 거짓으로 뒤덮인 나의 모습이 남에게 있어선 진짜 나의 모습이 되고, 그것이 일상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당연한 모습이 된다.
 
그건 이상한건 아닌가, 깨달았을ㄹ때에는 이미 나는 나를 판단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연기할 생각으로 하고 있던 신용의 악마가 이미 되었던 것이다.
 
――――――――――――――――――
 
중학교 입학했을때 나는 생각했다.
 
나를 모르게 됐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어렸을적에 자신이 바란, 『편하게 산다』라는걸 목표로 삼자, 라고.
 
그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을 것이다. 애시당초 인생이라는건 편하지 않으면 거짓이다. 오히려 되물어주자고, 이런 느낌으로 나는 벗을 수 없게 된 가면과 함께 청춘을 구가하려고 생각했다.
 
그 수단이 아무튼 노는것. 수업중이든 떠드는걸 멈추지 않고, 중학생 여자가 좋아할법한 행동만 했다. 그 결과, 무엇 하나 즐겁다고 느낄 수 없었던건 말할것 까지도 없다. 애시당초, 기대는 안 했지만.
 
뭐, 그렇게해서 가볍게 불량 학생계 여자가 된 내 앞에 나타난것이,
 
―――――네놈은 뭐냐? 악마 같은거냐?
 
자이모쿠자 요시세이였다.
 
너무나도 우직한 남자애였지만, 그렇기에 나의 이상함을 깨달은거겠지. 육친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자신의 본질을 지적한 그는 물론 나의 흥미 대상이 되어, 그의 모든 것을 알려고 했다.
 
어떤 이단을 갖고 있는걸까, 그리고 어느 정도로 재미있는 인간인걸까. 나는 착각으로 그러면서도 추악한 기대를 가슴에 품고 그와 그런대로 일상을 보냈다.
 
결과, 특별히 이상한 구석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가 가슴에 깃든 의지는 훌륭하다는걸 알았다.
 
조금 이상한 언동을 쓰지만 그걸로 모든걸 부정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가이며, 무척이나 상냥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소년, 그것이 그다.
 
 
―――――재미없어.
 
 
 
이런걸 생각한 내 머리는 이미 썩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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