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의 빈곤생활 - 14 : 역시 히키가야 하치만은 안식을 구할 수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의 도시락을 만들고나서 신문배달 알바를 한다. 하교에 도착하면 점심까지 수업을 받는다. 점심시간에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잡담을 하거나, 자이모쿠자 선배와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타도하기 위한 작전을 함께 생각하면서 보낸다. 그 후에는 방과후까지 또 수업을 받는다. 방과후에는 바보처럼 알바를 한다. 그리고 귀가시에는 이제는 자는 수 밖에 없다.
그런 불규칙적인 생활을 보내고 있는 나 히키가야 하치만이지만 마침내 열이 나버려다. 뭐, 2년이나 이런 무리를 계속했다.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현재 이불 위에서 얌전히 누워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는 열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으니까 상당히 애가 탔다. 왜냐고? 그야 하루라도 알바를 못하면 그 날 몫의 알바비를 못 받으니까 그러지.
하지만 그 걱정은 사라졌다. 왜냐면 알바처에서는 일주일 정도 휴일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쉬고 있는 동안에도 급료는 내주는 모양이다. 마스터도 반장(공사현장 알바의 상사적 존재)도 다들 최고야. 빈말이 아니라 매일 평생 열심히 일한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니, 정말로, 진짜 기쁨다. 이런 좋은 대우는 절대로 없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쁘다. 확실히 기쁜데, 기쁠텐데.
"미안해 오빠야…이렇게 될때까지…미안해…."
간병해주는 코마치의 울것같은 얼굴을 보면 오빠도 슬퍼지잖아.
코마치야…그런 얼굴 하지마. 내가 미안해지잖아?
"뭐,뭐어, 코마치야. 학교도 쉬었고 알바처에서도 돈은 들어오고, 결과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갔잖아."
실제로 그 말대로다. 일주일이나 자유로워졌다고.
뭐, 나는 이제 됐다. 지금 내가 신경써야하는 점은,
"그러고보니. 코마치, 너 학교는?"
현재 오전 10시. 이미 중학교는 2교시를 시작했을 시간이다.
"쉬었어."
코마치는 즉답한다.
야야. 그건 좋지 않잖아.
"내 간병은 내가 볼테니까, 너는 학교 다녀와."
나른한 몸을 일으켜서 억지로 미소를 짓는다. 코마치는 평소 학교 생활을 보냈으면 싶다.
그건 히키가야 코마치의 마지막 육친인 사람의, 단 하나 뿐인 소원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나에게 정신을 팔지말고 평범한 여자애처럼 통학했으면 싶다.
"싫어. 나는 오빠를 돌볼거라고 정했어."
코마치는 눈동자를 적시며 올려다본다.
"아니면 나한테 간병받는게 싫어?"
여자, 아니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그 소리랑 올려다보기는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것이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미안해. 코마치가 좋을대로 해줘."
내가 그렇게 대답하니 코마치는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오빠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응! 고마워, 오빠. 사랑해!"
…기운찬 녀석.
하지만 코마치의 그런 점을 나는 싫어하지 않는다.
――――――――――――
"으~음."
숙면중에 문득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자신의 동생이라는걸 이해하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고 목소리의 톤으로 보아 코마치가 뭔가 곤란해 하는걸 이해하는것도 빨랐다.
"후아~, 왜 그래에 코마치. 무슨 문제라도 일어났어?"
나는 졸린 몸을 일으키면서 코마치에게 묻는다.
"아, 미안해. 깨워버렸어?"
조금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도 귀엽다.
"아니, 됐어. 그보다도 무슨 일 있었어?"
"…응. 지금부터 점심 만들려고 생각했는데…"
아, 아뿔사. 그러고보니 냉장고 텅비었지.
"미안. 냉장고 비었던걸 깜빡했어. 지금부터 잠깐 장보고 올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나서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일어서려고 하자.
"안 돼. 환자는 제대로 자야지."
라며 코마치는 나를 억지로 이불에 눕혔다.
"…같이 갈래? 장보러."
나는 한번 더 일어서려고 한다.
"으음~. 그것도 좋지만, 다음 기회에 할래. 동생도 가끔은 폼잡고 싶은거야!"
하지만 그 행동은 코마치로 인해 또 방해받았다.
"알았어. 얼마 주면 돼?
나는 포기하고 돈 얘기를 한다.
"으음~. 오늘 몫만 사려고 하면… 1000엔 정도려나~"
"알았어."
나는 가까이 있던 옷장의 위치를 조금 『비튼다』. 빈틈이 생긴곳에는 작은 금고가 있었다. 나는 그걸 꺼낸다. 이 금고는 마스터에게 무상으로 양도받은 것이다. 마스터에게는 정말로 여러가지로 받고 있다. 그 만큼, 어떻게 감사하면 좋을지 모른다.
금고 자물쇠를 열어, 거기에서 1000엔을 꺼내고나서 코마치에게 건낸다.
"고마워! 그럼 잠깐 다녀올게요!"
정중하게 인사하고나서 코마치는 문을 열고 나갔다.
기운차네에.
――――――――
띵동-
기분 좋게 폭면하고 있는 와중에 문득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우리 집의 인터폰 소리라고 이해하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고, 그 일로부터 코마치가 아닌 누군가가 우리 집에 방문했다는걸 이해하는것도 빨랐다.
우리 집에 방문이라니 드물다. 코마치의 친구인가?
우리 집 문에는 내시경이 없으므로 누가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다.
"후아~. 네에- 지금 나갈테니까- 기다려주세요."
나는 졸린 몸을 일으켜서 맥없는 대답을 한다.
문을 연다. 거기에 있던건,
"오, 의외로 건강해보이잖나. 히키가야 1학년."
큰 수박을 든 자이모쿠자 요시세이 선배였다.
"아뇨, 아침에는 꽤 힘들었지만요."
조금 안심했다. …음. 잠깐, 어디에 안심할 요소가 있던거지? 자이모쿠자 선배는 평범하게 병문안을 하러 온게 아닌가. 감사하는건 당연하고, 안심한다는건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그런가. 그건 힘들었겠군. 어이쿠, 그렇지. 이건 별볼것 없는거지만."
그는 들고 있던 훌륭한 수박을 나에게 건내준다.
"괜찮나요? 이런 훌륭한걸 받아도."
"상관없어. 그렇게 말할만큼 훌륭한건 아니야."
역시 좋은 사람이네,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 분명 인기 많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사양않고 받을게요."
나는 수박을 받아들고 감사의 말을 한다.
"흠, 나도 조금 서둘러서 말이지. 오늘은 이만 실례하도록 하지. 아무쪼록 몸은 조심해야한다? 그 몸은 네 것만은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그는 그럼 이만, 하고서 이 자리를 떠났다.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불안하다. 왜냐면 이 사람과 그런대로 양호한 관계를 가져버렸기 때문에, 내가 이 사람을 상처입히는게 아닐까 생각하기 떄문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나 자신이 상처입히는것이 이 이상 없을만큼 무섭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런 『무섭다』라는 어엿한 감정은 아니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귀찮다』인걸까.
그게 그럴것이다. 남을 상처입혔을때만큼 귀찮은 일은 없다. 인간관계는 어떤 박자에 간단하게 부서지고, 부순 사람은 악당으로 취급받아 박해를 받는다. 그리고 또 관계를 수복하려고 활개를 쳐도, 그 인간관계는 악화해간다. 그리고 시작하는 데블레 스파이럴.
이 만큼 귀찮은 일은 그리 없다.
뭐, 하지만 이 사람에 한해서 그런 『귀찮은』일은 되지 않을지도, 라고 생각하는 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러게 낙관시해서 속은 적이 있는 나로서는 역시 『귀찮』군, 하며 생각하는 나도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애시당초 관계가 무너지는걸 전제로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깨닫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바보같다.
이제 자자.
――――――――――――――――
띵동-
문득, 내가 자고 있는 도중에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 소재도 이제 끈질기군. 그만두자.
"네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직 코마치는 돌아오지 않았다. 늦군.
아직 장보러 나갔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또 내가 나가자.
나는 문 앞에 서서 문손잡이에 손을 대려던 차에 멈춘다.
왠지 모르게. 그래 왠지 모르게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대로 이 문을 열어선 안 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열면 끝, 틀림없이 귀찮은 일이 일어난다. 이건 단순한 감이다. 그러니까 확신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위기감을 느끼게하는 자신의 감을 신용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띵동-
인터폰은 한번 더 운다.
하지만, 잘 생각해봐라 하치만. 만약 이게 설령, 나의 착각에 지나지 않앗다면 상당히 웃기지 않은가. 그리고 만약 이 인터폰을 누르고 있는 사람이 코마치의 친구라면 나의 행동이 꼬리를 끌어서 코마치는 학교에서의 입장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나 같은것의 위기보다도 코마치의 위기가 더 중요하다.
나는 각오를 굳히고 천천히 문을 연다.
"안녕, 히키가야.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야."
역시 내 감은 잘못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거기에 서 있던건 유키노시타 하루노였다.
―――――――――
"안녕하세요. 그래서? 왜 저희 집에 온겁니까?"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유키노시타 하루노 앞에 홍차를 둔다.
"오, 배려 좋네. 고마워."
이 녀석, 순순히 고맙다는 말을 할 줄 아네. 조금 의외다.
"…네. 그래서, 결국 왜 저희 집에 온건지 설명해주지 않는겁니까?"
그녀는 내밀어진 차를 마시며 잠시 눈을 감은 후에 입을 열었다.
"이 차 맛있네. 게다가 홍차를 내주는 점에서 제대로 내 특징을 맞추고 있어."
"…싼거지만요. …그래서,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을겁니까?"
"싸든 아니든, 애시당초 끓이는걸 잘하지 않으면 홍차는 맛있지 않아. 응, 이 계저에 다즐링은 딱이겠네. 히키가야는 홍차를 좋아해?"
"…하아"
내 발언은 반쯤 무시입니까. 그러십니까.
가능하면 잽싸게 대화를 끝내고 그녀는 빨리 돌아갔으면 싶다. 아직, 이게 학교라면 전혀 문제는 없지만 우리 집에선 조금 성가신 일이 되니까.
"…평범하게 홍차는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커피파네요"
굳이 말하자면 MAX커피파지.
"흐응~, 그렇구나."
그녀는 테이블 위에 턱을 괸다.
"얘, 히키가야. 만약 지금부터 내가 앞으로 매일 나를 위해 홍차를 타주라고 부탁을 하면 말야, 히키가야는 고개를 끄덕여줄래? 물론 그런대로 보수는 줄건데?"
어때? 라며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면서 웃는다.
그 미소는 두 가지 의미로 승낙하기에는 충분할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미소를 보는 사람은 매혹적이라는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뭔가를 감정하는 듯한 시선을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보수…라아. 전에도 이런 대화를 했던것 같지만, 그 떄 나는 썩둑 거절했을 것이다. 그럼 왜 또 같은 소리를 하는가. 뭔가 다른 목적이 있나?
나는 확신한다. 지금 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시험당하고 있는거다. 라고는 해도 뭘 어떻게 시험당하고 있는건진 모른다. 뭐, 솔직히 말해 시험받든 말든 나에겐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어중간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강제력이 있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지. 이유를 말하게 하지 않는 강제력을 뿜는 인간.
그랬다, 이 사람은 『괴물』이었다.
"그건 반드시 대답해야하는 질문입니까?"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하치만. 이 녀석은 열이 난 나를 병문안하러 온게 아니다.
"물론."
그녀는 간결하게 대답한다.
"…그런가요. 그럼 그 전에 하나만, 질문해도 될까요?"
"좋아."
"왜 유키노시타 씨는 그렇게까지 저에게 구애하는겁니까. 전에도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저와 유키노시타 씨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그녀와 내가 크게 관여하고 있는건 소부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알려져있기 떄문에,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브랜드가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건 지당한 의문이네."
그녀는 턱을 괴고 있던 팔을 내리고 그대로 티컵을 집어서 입에 가져간다.
"맛있어. …그래. 내가 너에게 사랑에 빠졌다면, 라는 이유는 안 될까?"
하?
"…농담치고는 웃을 수 없네요, 그거."
언제적인지 어떤 사건으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방송으로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어』라는 내용을 퍼뜨린 적이 있다. 그건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농담이었다, 라는걸로 진정이 됐다. 하지만 그것을 뒤집듯이 진짜였습니다, 라고 하면 그 녀석들은 분명 잠자코 있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살해당한다.
"그런가. 하지만 히키가야는 귀여운 여자애한테 좋아해~! 라고 고백 받으면 흥분하잖아?"
"안 됐네요. 저는 애시당초 고백받으면 기쁘다고 느끼는 정상적인 신경은 갖고 있지 않아서요. 사랑하는 소녀를 연기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주세요."
행복하게도 유키노시타 씨는 그 조건을 채울 꼭두각시가 수많이 있잖아요? 라고 나는 말을 이었다.
"꼭두각시라니, 실례네. 그 애들은 내 소중한 『친구』라구?
잘도 말하네. 이 암여우.
"하!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립니까"
나는 자신을 고무시키는 의미도 담아서 비웃는다. 나같은 밑바닥의 인간이, 그보다도 아득히 먼곳에 선 사람을 상대하는것이다. 보통이라면 쫀다.
"적어도, 그 애들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
그 애들은…이라.
"과연, 그럼 당신에게 있어서 『친구』란 형편에 좋은 꼭두각시 인형이 아니라고?"
"물론. 아, 하지만 부탁은 자주 해. 『친구』로서 말이야?"
정말이지, 형편에 좋은 소리 밖에 안 한다. 아니, 오히려 그런 녀석에게 놀아나는 쪽이 나쁜가.
"그럼 방금전의 이야기로 돌아갈까. 결국 히키가야는 나를 위해 매일 홍차를 타줄거야?"
내가 직접 말 안해도 당신은 이미 대답을 알고 있을거면서.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거야?
나는 입을 천천히 열어 대답하려고 한다.
"안 되는게 당연하잖아요! 오빠는 저만의 오빠에요!!"
갑자기 현관에서 그런 히스테릭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도 유키노시타 하루노도 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본다.
거기에 서 있던건 숨을 헐떡이고 있던 내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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