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마녀 2015. 2. 18. 14:44

(하아…최저…)
 
미코토는 그 날 수업이 끝나고 곧장 돌아갈 마음이 들지 않아 특별히 갈 곳도 없이 산책을 했다. 작은 공원의 벤치에 몸을 맡겼다.
아침에 꿨던 꿈의 쇼크가 너무 커서 하루종일 실수연발이었던 것이다.
수업은 전혀 이해되질 않고, 교사와 만났을때는 교과를 착각해버렸고, 점심은 거의 먹을 수 없었고, 무의식중에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있었을때는 부끄러움과 자기혐오로 죽어버릴것 같았다.
 
(어째서 저런 꿈을…)
 
원인이 된 꿈.
어째서 저런 꿈을 꿨던걸까, 그것도 아주 내용이 구체적이라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확실히 기억 하고 있다.
이건 마치 평소부터 그 꿈 같은걸 망상하고 있다는게 아닌가.
 
(그야…좋아, 하지만)
 
미사카 미코토는 카미죠 토우마라는 소년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토우마는 전혀 상대해주질 않았다.
그런 상태로 결혼이라는, 너무나 앞선 이야기라는것이다.
 
(아- 진짜! 어째서 내가 이렇게 비참한 기분이 되야하는건데!! 그보다 그 녀석이 전부 나쁜거야!!)
 
답답함은 마침내 초조함으로 바뀌고, 부조리하게도 그건 사랑하는 사람인 토우마에게로 향해졌다.
 
그런 부조리한게 미사카 미코토이고,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도 그녀와 만나버리는게 카미죠 토우마라는 소년이다.
 
「오- 찌릿찌릿,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어째서 있는건데----------!!!!!!」
 
콰아아아아앙!!!!!
 
미코토의 앞머리에서 발사된 거대한 전격의 창이-그녀가 학원도시의 정점 중에 한명인 이유이며 10억볼트의 엄청난 대전력을 가진 그것이-토우마에게 직격했다.
반사적으로 본능에 따라 내밀은 그의 오른손이 그걸 손쉽게 무효화하지만, 갑작스런 생명의 위기에 직면한 토우마는 진심으로 울상이다.
 
「너, 너, 너, 너 말야 갑자기 무슨 짓이야----!!! 지금 진짜로 죽을 뻔 했다고!!!?」
 
라고할까 갑작스럽게 습격해온 전격을 막아낸것이 기적이다, 그만큼 같은 경험이 있다는 뒷받침도 있었지만.
 
「시끄러워! 네가 갑자기 나오니까―――」
 
불합리하게 오히려 화를 내며 거기다 전격을 날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미코토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의 눈동자에 소년의 무뚝뚝한 얼굴이 비췄다.
뇌내에 떠오르는 아침에 꿨던 꿈의 광경과 겹쳐졌다.
 
(……………아, 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숨이 막혔다.
얼굴 전체가, 머리 속이, 아니 전신이 뜨겁다.
소년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고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저 아침에 꿨던 꿈과 눈 앞의 광경이 교차하며 플래쉬백했다.
가슴이, 괴롭다.
 
「…어이 괜찮냐? 열이라도 있어?, 얼굴 빨간데」
 
소년이 조금 걱정스러운듯이, 한 걸음, 소녀에게 다가가려한 그때.
 
「~~~~~~~~~~~~~~~~~읏!!!!!」
 
 
비명이 나오지 않는 외침을 지르며, 미코토는 발꿈치를 뒤로돌려 곧장 도망쳤다.
토우마는, 발을 내딛으려던 자세로 망연히 그걸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달리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전력으로 계속 달리고 있는 행동으로 심장은 터져버릴것 같고, 허파는 공기의 흡입을 바라며, 발은 쉬게해줘 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미코토는 계속 달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소년의 얼굴을 보더니 머리가 어떻게 되버릴것 같아서, 어느샌가 이렇게 달리고 있었다.
나의 일일터인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이상해져버린걸까.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아아, 또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되겠지, 라는것만 생각났다.
모르겠다,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괴로운걸까.
괴로워, 괴로워, 누군가 도와줘.
누가? 누구에게?
그런거, 뻔하잖아.
그 녀석에게.
 
일찍이, 너무나 큰 벽에 가로막혀 어쩌지도 못했을때 누군가 도와줘라고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른적이 있었다.
거기서 한 명의 소년이, 아무 힘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었던 한 명의 소년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었다.
분명 그에게 있어 그건 너무나 당연해서, 내가 특별하다는건 절대 아니었을테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로 기뻐서, 정말로 진심으로 구해졌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또, 도와달라고 바라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소년에게
거기서 겨우 깨달았다.
 
아아.
나는 정말로.
그를 좋아하는구나.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서, 무심코 넘어질뻔했다.
무슨일이지 싶어 봤더니 누군가가 뒤에서 손을 잡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먼저, 있는 힘껏 달렸으니까 풍기위원한테 의심받은걸까)
 
지금은 그냥 놓아줬으면 하는데.
쿠로코나 우이하루씨 등 아는 사람이라면 귀찮게 안하고 놓아줄터였지만, 아니 지금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어쩐지 거북하다.
빙글빙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또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건가 하고 의심했다.

아침같이, 마치 지어낸 이야기 같은 꿈.
그치만, 그가 나를 쫓아올 이유는 없다.
언제나 나를 무시만 하고, 신경도 쓰지 않고, 싸움걸어오는 귀찮은 연하의 전격소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을텐데.
그런데도 그는, 카미죠 토우마는 거기에 있었다.
뛰어서 쫓아온 탓인지 숨은 거칠게 색색 거리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지면으로 방울져 떨어지고, 다리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 오른손으로 나의 왼손을 잡고 있었다.
 
「…어째서야. 어째서. 쫓아온거야」
 
평소엔, 쫓아가도 도망가는 주제에. 상대도 해주지 않는 주제에.
 
「아니, 어째서라니, 그야」
 
어깨를 들썩이면서도 소년은 끊으며 말했다.
정면으로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기가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주제에 정말로 걱정스러운듯이.
 
 
「너, 울고있잖아」
 
 
거기서, 겨우 나는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토우마는 미코토가 갑자기 괴로운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달려나간것을 보고 직후엔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도 소녀가 달려갈때, 그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걸 놓치진 않았다.
그는 이전에, 어떤 마술사와 그녀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관계없다.
눈 앞에서 괴로운듯이 누군가가 울고 있다. 토우마는 그걸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는 소녀를 뒤쫓아, 몇번이나 놓쳐버릴것 같으면서도 달려서, 몇번이나 넘어질것 같으면서도 달려서, 겨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소년은 소녀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녀는 웃어주기를 바랬으니까.
 
「별로 그런거 아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걸 깨달은 소녀는 들킨게 싫었다는것 처럼 그걸 부정했다.
 
「그런가, 그러면 다행이다, 필요없는 걱정이었어」
 
소녀의 평온이 꺠지지 않았다는것에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바로 다른 가능성을 깨닫고 어색한듯이 물어봤다.
 
「혹시…내가 너한테 무슨 짓 했어? 어쩐지 화난거 같았고」
 
그렇게 물었을때 움찔 하고 소녀의 몸이 떨었다.
그걸로 소년은 그게 정답인가고 추측하고, 조금 낙담했다.
자기가 둔감하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소녀를 상처입히고 있었다고는 생각못했던 것이다.
 
「아-… 미안, 내가 무슨짓을 해버린걸까. 그보다 쫓아온것도 쓸떼없는 짓이었지? 만약 내가 방해였다면, 얼른 사라질게――」
 
토우마는 생각했다.
자기가 그녀를 상처입히고 있다면, 차라리 다가가지 않으면, 떨어져 있으면 되는게 아닌가.
그건 아주 슬픈일이었지만 그녀가 웃을 수 있다면 그래도―――.
 
 
「아냐! 아니란말야!」
 
 
갑작스러운 미코토의 큰 소리에 이번엔 소년이 움찔하고 어깨를 떨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게 아냐」
뚝뚝, 멈춰있었던 눈물이 다시 소녀의 눈에서 흘러넘쳤다.
 
「너랑 함께 있으면, 굉장히 즐거운데 언제나 그렇게 말 못하고」
때때로 흐느껴 울듯이, 도중에 말이 끊어지면서도 소녀는 말을 짜냈다.
 
「너를 생각하면, 내가 내가 아닌것 같아서, 그걸 깨달았을땐 이미, 정말 너를 좋아해버려서」
얼굴을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잡혀진 왼손으로 강하게 소년의 오른손을 다시 잡고.
 
「지금도 쫓아와준게, 정말, 굉장히, 굉장히 기뻐서」
가슴속에서 흘러넘치는 마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방해같은게 아니니까, 함께 있어줘…」
 
마치 어린아이가 울분을 토해내듯이, 부모님께 뭔가를 요구하듯이 소녀는 울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커다란 마음이 맴돌아나가는것도, 필사적으로 그걸 전하려고 하고 있었다.
소년은 그저 잠자코 들었다. 소녀의 고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어진 왼손에서, 소녀의 떨림이 전해져왔다.
그리고 조금 말 없는 시간이 계속 된 뒤, 소년은 천천히 입을 벌렸다.
 
「나 말야, 너한테 미움받고 있다고 생각했어. 언제나 찌릿찌릿- 싸움을 걸어오고」
천천히, 상냥한 음색으로 우는 아이를 달래듯이.
 
「하지만 나도 너랑 있을때가 굉장히 즐거웠어. 그야 뭐 피곤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포함이야」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정면으로 소녀에게 전했다.
정면으로 고백한 소녀의 마음에 대응되는 마음을.
 
「그러니까 네가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걸 알고 굉장히 기뻐. 그래서 앞으로도 좀더 같이 있고 싶어, 그러니까」
소년의 온화한 미소에는 결의의 색이.
 
「나와 사귀어 주지 않을래?」
 
그리고 소년은 소녀에게 심플하면서 곧바로, 그 다운 고백을 했다.
소녀는 정말로 놀란 표정을 짓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 눈에는 방금전과는 확실히 온도가 다른 눈물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소녀는 심플한 고백에 심플한 대답을, 최고의 미소를 지으면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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