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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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렇게 된건지.
"………………"
"………………"
테이블을 사이에두고 마주보는 형태로, 우타하 선배와 유이가하마 두 사람이 소파에 앉아있다. 나는 끝의 1인용 소파에 카마쿠라와 같이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참고로 사브짱은 유이가하마의 무릎 위에 앉아있다.
무거운 공기가 감돌지만, 용기를 쥐어짜고 나는 입을 연다.
"유, 유이가하마.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신게――"
"아빠한테는 한 시간 뒤에 마중나오게 말해뒀으니까. 아직 괜찮아"
"그, 그러냐"
격침이다. 내 옷이 날아가도 아무도 기뻐하지 않으므로 더 이상 펼치진 않지만, 그래도 순살이DIE. 뭐여 이거.
내 모습에 선배는 한숨을 쉬고, 짜증내는 어조로 나에게 묻는다.
"슬슬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치만 군, 이 언뜻보기에 다리 느슨해보이는 여자애는 대체 누구니?"
"――――――읏! 그보다, 힛키를 이름으로……!"
선배의 말에 수치와 분노가 뒤섞인듯한 표정으로 유이가하마가 나를 노려봤다. ……엥, 왜 나를 노려봐!?
"선배, 말이 지나쳐요.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확실히 빗치스런 외모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른바 패션 빗치"
"패션 빗치는 또 뭐야!? 나, 나는……그……"
유이가함가 부끄러운듯이 몸을 꼼질거리는 모습에 뭔가를 눈치챘는지, 우타하 선배가 유이가하마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유이가하마, 양으로 부르면 되겠니? 아까전의 무례는 사죄할게"
"아, 아뇨 딱히"
선배의 말에 유이가하마는 위축하지만, 선배는 그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고마워. 나는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하치만 군하고는……어떤 관계인걸까?"
선배가 나를 돌아본다. 유이가하마도 나를 군침을 삼키며 지켜본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유이가하마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우타하 선배는 전에 말했던 알바 선배인데. 실은 내가 편집하고 담당하는 작가가 이 사람이야"
내 설명에 유이가하마가 눈을 크게 뜬다. 그에 비해 선배는 어째선지 뚱해져 있었지만.
"헤에-……앗. 저는 유이가하마 유이라고 해요. 힛키하고는 같은 반이고, 그리고 같은 부활동에……"
유이가하마가 여전히 종합하지 않은 말투로 필사적으로 설명한다. 선배는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 점점 미간에 주름을 모아간다.
"같은 반이고, 같은 부활동? 게다가 별명으로 부르고……하치만 군, 너는 학교에서 아싸니까 친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라고 자주 자학했었는데, 거짓말이었니?"
"아, 아니 그건……"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끼어들어왔다.
"힛키는 친구 없어요. 늘 교실에서 자고 있구, 아무도 말 안걸구요"
"야이 바보야, 이런 나한테 말을 걸어주는 토츠카를 잊고 있잖아"
"사이 뿐이잖아……그리고 내가 말을 걸어도 힛키 무시하잖아"
"나한테는 들리지 않는 주파수라고, 네 목소리는"
"그럼 왜 지금 대화할 수 있는건데!?"
"장하다 유이가하마. 제대로 주파수의 의미를 알고 있구나"
"바보 취급하지마!"
우리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우타하 선배가 짜증난다는듯 말을 한다.
"――시시덕, 시시덕…… 둘만의 세계를 만들지 말아주겠어?"
"아, 아니, 그런게……"
내가 말을 하려고 하자 있는 힘껏 노려봐서 입을 다문다. 엄청 무섭다.
휙 돌아본 우타하 선배는 다시 유이가하마에게 묻는다.
"그래서, 유이가하마랑 하치만 군은 어떻게 알게 된 거니?"
선배의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힐끔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마지못해 끄덕인다.
유이가하마는 무릎 위에 앉아있던 사브짱을 안아올리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1년 전에, 차에 치일뻔한 사브레를 힛키가 구해줬어요. 힛키는 그 탓에 다리가 부러져서, 그래서 입원해버렸지만요……"
"입원, 그건……"
유이가하마의 설명에 우타하 선배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의문에 나는 끄덕였다.
"――맞아요. 그 때 입원한게 계기가 되어서, 저는 선배의 작품과 만났죠"
내 말에 우타하 선배는 감개깊게 턱에 손을 댄다.
"돌고 도는구나……"
선배의 한 마디에 나는 끄덕였다. 정말이지, 인과라고 느낀다.
유이가하마의 개를 내가 감싸고, 감쌌을때 다쳐서 입원하고, 코마치의 변덕으로 카스미 우타코와 만났다. 그리고, 그리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사인회에서 카스미가오카 우타하와 만났다. 돌고 돌아, 지금 상황에 수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인과인 것이다.
거기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녀석도……유키노시타도, 이거에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때 차에 타고 있던건…….
내가 생각하고 있으니, 선배가 빤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나저나 하치만 군. 실컷 아키 군을 비웃던거에 비해선, 너도 상당히 농담같은 플래그를 세우고 있잖아?"
큭, 아픈 곳을 찔렸다. 별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그렇게 생각하니, 유이가하마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플래그?"
"깃발이라는 의미다"
내 대답에 이 녀석은 더욱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엥, 힛키 깃발 흔들어?"
왜 내가 깃발을 흔드는건데. 세끝이냐. 오히려 나는 SESANG E SO NAHOLRO인데. 뭐야 그거 슬퍼라.
정신을 차리니 선배는 유이가하마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감정하는 듯한――아니, 설마.
"바보 빗치 거유계라……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유이가하마를 자신의 작품에 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정말로 자신의 작품에 살리는데는 장난이 아니지, 선배는.
"……뭐, 이 녀석이 바보인것도 외모 빗치인것도 거유인것도 부정하지 않지만, 캐릭터로 만들어도 됩니까, 그거"
내 말에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거윳!? 힛키 진짜 소름! 바보! 호색한!"
"진정해, 유이가하마 양. 하치만 군이 거유를 좋아하는건 알고 있잖니?"
"뭣"
우타하 선배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엥, 왜 들킨거야?
그 의문을 긍정하듯 유이가하마가 나를 흘낏보고나서 입을 연다.
"뭐, 뭐어 힛키는 늘 내 가슴 보고 있지만……"
"느, 늘 보는건 아니잖아"
"그러게. 하치만 군은 늘 내 가슴과 다리를 잡아먹을듯이 보고 있지"
우타하 선배도 동조한다. 그러니까 늘 보는게 아니라고. 다리는 늘 보고 있지만.
"………………"
"………………"
둘 모두 나를 도끼눈으로 노려본다. 카마쿠라가 『너 새끼 어떻게든 해라』라는 눈으로 쳐다보지만, 나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미안, 카마쿠라.
잠시 쳐다보고 있으니, 이윽고 선배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구분을 짓듯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이야기를 되돌릴까. 요컨대 유이가하마 양도……그런걸로 보면 되겠니?"
"그런거?"
내가 되물어보니 수상쩍은 눈동자로 유이가하마가 이쪽을 쳐다본다.
"힛키는 입다물어. ……그런걸로 봐도 좋아요"
두 사람이 서로 쳐다본다. 나는 어찌하지도 못하고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선배가 이쪽을 쳐다봤다. 생긋,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잠깐 둘이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하치만 군의 방. 써도 되겠어?"
"에? 뭐, 상관없지만요"
내 대답을 닫자마자 두 사람은 일어서서 내 방으로 향해갔다.
유이가하마는 일단 돌아보고, 나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힛키, 훔쳐들으면 안 돼!"
"안 해"
나는 따라가려고 한 사브짱을 안아들고 대답을 했다. 그걸 들은 유이가하마는 혀를 메롱 내밀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사브짱을 착지시키자, 놈은 카마쿠라엑 달려갔다.
그 모습을 쳐다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대체 내 방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라며 한쪽에 떠오른 가능성을 지운다.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가 있겠냐. 두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품는다는 환상은, 빨리 죽여버리는게 좋은 것이다. 그거 무슨 소게부.
하지만, 어쩌면――그렇게 생각해버린다. 1년전의 사건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최종권. 극적인 만남을 이루어 서로 이끌리던 주인공과 사유카는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나는 형태로 끝을 고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히로인인 마이와 주인공이 맺어지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 때, 우타하 선배는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결말을 냈던걸까.
――그 때, 세상에 나오기 전, 최종권의 원고를 읽는걸 거부한 나를,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유카――――선배는, 왜 내 앞에서 모습을 갑춰버린걸까. 지금도 모른다.
거실로 돌아오니 카마쿠라와 사브짱이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사브짱은 놀고 싶은 모양이라, 카마쿠라에게 기대의 눈빛을 향하고 있었다.
"……놀아주지 않는거냐?"
"………………"
내 물음에 흥, 하며 한숨을 내쉰 카마쿠라는 성큼성큼 그 자리를 떠나간다. 되게 귀염성 없는 녀석이다.
"……하는 수 없구만"
나는 보스턴백에서 장난감을 꺼내고 사브레에게 갔다.
× × ×
그리고나서 30분은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니 유이가하마의 아버지가 마중나올 시간이 되서 현관에서 바래다주게 됐다.
"사브……사브……사부로라면 맡겨둬"
"사브레라구!? 슬슬 외워줘!"
가슴을 치면서 기세좋게 말한건, 바로 유이가하마에게 딴죽을 들었다. 사브레라, 외웠다 외웠어.
유이가하마는 진정하듯 숨을 내쉬고, 우타하 선배를 쳐다봤다. 두 사람이 서로 쳐다보는 형태가 된다.
"……그럼, 그런걸로!"
"――그래, 조심해서 가렴"
되게 간단한 한 마디로 끝내고 현관 문에 손을 댄다.
"그럼 힛키, 선물 사올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오냐, 너무 이상한건 사오지마"
내 말에 유이가하마는 『바-보!』하고 대답하고 우리 집에서 나갔다.
현관 문을 쳐다보고 있으니, 내 옆에 선배가 섰다.
"……착한 애잖아. 마치 마이같아"
"바보같은 구석은 닮지 않았지만요"
선배는 한숨을 쉬고, 내 손을 부술기세로 세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사이는 좋은것 같네……사랑한다고 말했다며……!?"
"그건 감사의 마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무심코 한심한 비명을 질러버린다. 그걸 보고 신물이 가셨는지 힘을 풀어 잡아줬다.
"흥……. 뭐, 하치만 군은 마이를 마음에 든것 같으니 어쩔 수 없나?"
"……저, 그런 말했던가요?"
실은, 지금까지 한번도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더블 히로인 중에서 누구를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한 적이 없었다. 선배는 다정하니까, 『내가 마음에 든 캐릭터를 픽업해서 과잉 팬서비스를 할지도』라는 너무나도 뼈아픈 착각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닭살이 돋는다.
"읽는 느낌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한다.
"――글쎄요, 어떨까요?"
……라는건 농담. 실은……전부터 나는. 사유카파였기도 하지만.
나는 발꿈치를 돌려 계단으로 올라가자, 당황한 모습의 선배가 따라왔다.
"엣, 잠깐만. 하치만 군?"
"빨리 원고를 시작해주세요, 카스미 선생님"
"여차할때 담당으로 돌아오는건 그만해!"
방문이 닫혔다. 그리고나서 또 원고집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름방학은 아직 남았다. 선배는 어떤 이야기를 써갈까. 한 명의 카스미 우타코 팬으로써, 이 정도로 기대되는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