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자리바꾸기 혁명

자리바꾸기 혁명14(종)

모래마녀 2015. 1. 27. 17:05

자리바꾸기 혁명14(종)
 
 
 
 
 
2월 14일. 세간에선 발렌타인 데이라는 날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렛을 건내는 날이라던가. 요즘은 우정 초코니 리버스 초코 등도 있어서 그 행사에 의한 경제효과는 상당한 것…………이라는 모양이다.
 
아까부터 『라는 모양이다』를 연호하고 있는건, 그 행사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그결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코마치랑 엄마한테 매년 약속같은 분위기로 건내받고, 그걸로 끝난 것이다.
 
『매년은』 예방선을 쳐두는 점에서 "올해는 달라!" 라는 의식이 보일듯 말듯해서 소름돋네.
 
……뭐, 확실히 어제는 한 사람한테 받았고 말야? 집에가고나서 코마치랑 엄마에게 받을 수 있으면 과거 최고 기록 갱신이거든? 지금, 내 눈 앞을 걷고 있는 동정 바람측정기 꼴은 아니거든?
 
……이렇게 자전거 보관소에서 학교 승강구로 걸어가는것 만으로도, 눈 앞의 오오오카를 필두로 주위 남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걸 간단하게 깨달을 수가 있다.
 
인기 없는 놈일 수록 수상한 행동을 하지……(하치만 조사).
 
……………아.
 
오오오카를 사이에 두고 몇 미터 앞을 걷고 있던 낯익은 경단머리가 뭘 생각했는지 문들 돌아본다. 그 박자에 나와 눈이 마주친다.
 
 
"………………"
 
 
일단 인사만은 하자고 생각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뭘 느낀건지 바보 애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거기에 대답하듯 가볍게 손을 든다…………오오오카가.
 
……오오오카가.
 
앗, 그런건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더니 실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그런건가. ……이런, 부끄러울뻔했다-, 위험해라-.
 
 
"힛키, 안녕-"
 
"……아?"
 
 
어? 나? ……오오오카는?
 
그렇게 생각해서 앞으로 눈을 향하니, 오오오카는 한손을 든채로 경직하고 있었다.
 
오오오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울었다.
 
맥이 빠진듯 손을 내리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오오오카를 보고 더 울었다.
 
 
"……? 힛키?"
 
 
오오오카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 말이다………….
 
 
"……세상아, 이게 바보 애다"
 
"왠지 잘 모르겠지만, 바보 취급 당한것 같아!"
 
"잘도 알았군"
 
"역시!?"
 
 
우갸- 분해하는 유이가하마를 타이르면서 오오오카의 뒤를 쫓듯이 승강구로 들어간다.
 
…………응? 왠지, 오오오카의 상태가…….
 
아아, 그건가.
 
신발장 속에 초콜렛이 들어있으면- 하는 그건가.
 
오오오카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신경쓰면서 결심한듯 기세좋게 자신의 신발장을 들여다본다.
 
――순간 그는 쓰러졌다.
 
오오오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두 번째)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이가하마가 그에게 말을 건다.
 
 
"어라-? 왜 그래, 오오오카? 컨디션 나빠? 오늘은 발렌타인이니까 초콜렛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구?"
 
"커헉……"
 
 
 
――더 쓰러졌다.
 
오, 오오오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세 번째)
 
이제 그만해. 그만해줘…….
 
부들부들 떠는 오오오카를 유이가마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상하다는듯 쳐다본다. ……아니, 너야. 너.
 
……애시당초 헛된 희망을 가지니까 없었을때 충격이 큰거야.
 
숙련된 나에 이르러선 평소대로, 잽싸게 신발을 넣고…………응?
 
 
"………………"
 
"……? 힛키?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왜 신발을 들고 신발장을 들여다보는 자세야?"
 
"……신경쓰지마.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먼저 가라"
 
"으-응, 신발장에 뭔가――"
 
"없어"
 
"즉답!? ……핫, 혹시 쓰레기가 들어있다거나……?"
 
"아니거든, 그런거 아니거든. 안심하고 교실로 가주세요. 부탁합니다"
 
"……저기, 힛키? 일부러야? 일부러 그런거야? 그렇게나 의심해줬으면 싶어?"
 
"아니거든"
 
"…………나한테도 좀 보여줘봐. 왠지 신경쓰여"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니, 유이가하마는 스스슥 몸을 기대온다. 라고할까, 이미 내 몸을 덮는 기세다.
 
……동요하지마라, 나. 조금이라도 동요하지마, 나.
 
 
"좀 힛키? 포기가 나쁘네?"
 
"…………그렇게나 보고 싶냐? 이걸? 이 속을?"
 
"그러니까, 그 속이 신경쓰이니까 보고 싶다고 하잖아"
 
"…………이 안에 들어있는거, 엄청 큰 벌레인데"
 
"에엑?! 소름! 거짓말이지!?"
 
 
뭐, 거짓말이다.
 
 
"……그래도 보고 싶어?"
 
"아니아니아니아니"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붕붕 젓고, "진짜로 무리거든!" 하면서 파닥파닥 도망치듯 교실로 가버렸다.
 
그걸 본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두리번 확인하고나서 신발장 속의 『그것』을 꺼내든다.
 
『그것』을 신속하게 가방 속에 집어 넣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 가방 속에서 『그것』을 꺼내본다.
 
……이건, 역시 그거군.
 
발렌타인 초콜렛.
 
요즘 시기에 신발장 속에 넣는 여자는 좀처럼 없다고 들었는데…….
 
뭐, 열어볼때까지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르니까. 일단 열어보자.
 
그렇게 생각해 조심스레 포장을 벗겨가며 상자를 연다.
 
그 속에는 틀림없는 초콜렛과, 뭔가 편지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진짜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 편지에 눈을 둔다.
 
『히키가야 하치만 씨에게
 본심도 의리도 아닌, 그저 진심인 의리 초콜렛입니다.
 먹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moon of hope로부터』
 
 
"……응? 으응?"
 
 
진심인 의리 초콜렛은 뭐야. 나한테 온건 틀림없는 모양이지만, 『moon of hope』는 누구야. 무슨 단체? 팬클럽이야? ……말도 안 되지. 직역하자면 『희망의 달』인가……. 뭔가 머리에 스칠것 같은 느낌이지만, 느낌 뿐이지 확신에는 이르지 않았다.
 
……뭐어, 응. 기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아무튼 고마워. 『moon of hope』씨.
 
 
 
 
 
 
오늘은 남자의 시선이 여기저기 오가서 묘하다.
 
그건 점심시간인 지금에 이르러도 변함이 없다.
 
 
"실례합니다-"
 
 
외모 좋은 후배가 교실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건 시선의 벌집이다. 벌집이 되는건 내가 아니거든, 특별히 관심은 없지만.
 
하지만 그 벌집이 이쪽으로 걸어오면 이야기는 별개가 된다.
 
 
"선배, 안녕하세요-"
 
"어, 어어……"
 
 
어제 그런 일이 있어놓고, 라고 할까 얼굴을 마주치기 힘들다. 이 후배는 그런건 없는걸까, 의문을 담아서 그 얼굴을 쳐다본다.
 
 
"……너, 눈 아래 왜 그래"
 
"에이참-, 선배. 아무것도 아니에요-"
 
"………………"
 
"정말로 괜찮아요, 정말로요"
 
 
그 얼굴은 왠지 야위어 있고, 눈 아래에 다크서클은 감춰지지 않고, 안구 자체도 조금 빨갰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는 죄악감에 시달리는건 당연한 문제였다.
 
 
"너……어째서, 어째서 온거야"
 
"……오면 안 되요?"
 
 
평소라면 내가 "약삭빠르다" 라고 일축할법한 몸짓으로, 잇시키는 되물어온다.
 
그녀도, 내가 "약삭빠르다"라고 타이르는걸 바라는것 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단하네, 너"
 
 
입을 뚫고 나온건 언제적에도 했던……그런 말.
 
 
"………………에-? 뭐가요-?"
 
 
거기다, 그녀는 철저하게 약삭빠른 행동을 한다.
 
뭐가 잇시키를 이렇게까지 힘내게 하고 있는건지, 그런건 나 같은건 모른다.
 
하지만, 몰라도 된다. 이해할 수 없는건 이 세상에 굴러다니고 있어도 당연하다.
 
 
"자-, 오늘도 기운차게 런치 타임을 즐길까요-"
 
 
잇시키의 목소리 옥타브가 평소보다 조금 높게 들린다고 사소하게는 느낀다.
 
하지만, 그 내면에 감추어진 진의는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었다.
 
 
 × × ×
 
 
"……선배"
 
"……왜"
 
"오늘 교실 분위기,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요?"
 
"아-, 그거잖아. 발렌타인"
 
"……그래서 인가요"
 
"나참. 이런 분위기라선 먹을거의 맛이 떨어지잖아"
 
"……에? 혹시 맛 없어요?"
 
"…………그런거 아냐"
 
"후훗……. ……뭐, 선배의 양 옆분들의 모습이 이상한것도 그래서네요. 발렌타인"
 
"……아?"
 
 
나와 잇시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건지, 잇시키의 그 말에 양 옆의 주민이 동시에 움찔 반응한다.
 
 
"……왜 그래 너네"
 
"글쎄요-? 왜 그런걸까요-?"
 
"……읏"
"……읏"
 
 
잇시키의 히쭉거린 시선을 받고 카와사키와 사가미는 꾸물꾸물 몸을 튼다. ……뭐야, 얘네.
 
언제가 되야 꾸물꾸물 체조는 끝나는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왼쪽의 카와사키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뭔가 싶어서 그쪽을 돌아보니, 얼굴을 홍조시킨 카와사키와 눈이 마주친다.
 
 
"뭐, 뭔데……"
 
 
자연히 내 목소리는 조금 뒤집히고 만다.
 
 
"……………음"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카와사키가 나에게 건낸것은 예쁘게 포장된 꾸러미였다.
 
 
"……이건?"
 
"말 안해도 알잖아"
 
"…………아아"
 
 
조금 얼타면서 그렇게 대답을 하니, 카와사키는 흥, 콧방귀를 뀌고나서 토라져서 누운 자세로 들어갔다.
 
……뭐, 응.
 
이런건 익숙하지 않겠지, 카와사키는. ……그러는 나도 전혀 익숙하지 않지만.
 
묘하게 조금 부끄럽다.
 
그 조금 부끄러움에 몸을 떨고 있으니,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팔을 톡 찔린다.
 
 
"……히키가야, 이거"
 
 
그렇게 말하고 부끄러운듯 사가미가 내민것은 카와사키의 것과 비슷한 사이즈의 꾸러미.
 
 
"어, 어어……고마워"
 
 
나는 그걸 약간 당황하면서 받는다. ……역시 익숙하지 않아.
 
 
"별로 과자 만들기는……특기가 아니니까, 기대는 하지마"
 
"음-, 아아, 뭐 그래"
 
 
제대로 된 세심한 답변도 나오지 않는 꼴이다.
 
――――응?
 
왠지 교실 안의 남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건 기분 탓인가?
 
주위를 돌아보니, 이쪽을 응시하는 남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기분 탓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녀석 뭐야" "히키타니 진짜 쩔어-" "큭……히키타니 주제에" "나는 의리조차도……" "울지마 오오오카" "그보다, 자리바꾸고나서 아냐?" "저 녀석이 여자랑 엉키던거?" "그러고보니 분명히" "그러게-, 자리바꾸기 굉장하네" "혁명이냐, 자리바꾸기 혁명이냐" "큭, 히키타니에게 있어서 히로인은 나인데……" "엑, 너……"
 
 
……………왠지 들리는 범위의 남자 대하는 틀림없이 나에 대해서다.
 
뭐야 이 거북한 느낌. ……이런 곳에 있을까보냐! 돌아가볼까나!
 
도시락을 챙기고 슥 일어선다.
 
 
"선배? 왜 그래요?"
 
"잇시키, 도시락 상자는 씻어서 돌려줄게"
 
"엑? 선배-?"
 
 
 × × ×
 
 
"선배, 가버렸네요"
 
"왠지, 일주일 정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것 같은데……"
 
"아마 거북했던거겠지"
 
"오-, 카와사키 선배. 선배를 잘 알고 있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당연하잖아"
 
"카와사키가 무슨 소릴 한거야!?"
 
"정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요. 초콜렛을 건낼때는 아무 말도 안 했으면서"
 
"……잇시키? 무슨 속셈이야?"
 
"아뇨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고보니 말야. 이로하는 안 줘도 돼?"
 
"……아-, 그건 말이죠. 어제 줘버렸어요"
 
"엑? 어제?"
 
"그리고 차여버렸어요. 테헷"
 
"…………에에엑? 테헷이 아니잖아!"
 
"그렇게라도 말 안하면 못 버틴다구요-"
 
"잇시키……그 녀석이 없는 곳에선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이로하는 말야……얼굴을 마주보면 괴롭지 않아?"
 
"그건, 마주보면 괴로워요. 울어버릴것 같아요"
 
"……그럼 왜? 왜 평소처럼……?"
 
"………………가능한 함께 있고 싶어서. ……그저 그것 뿐이에요"
 
"………………"
 
"………………"
 
"뭐에요, 그 얼굴은!? 나빠요!?"
 
"아니아니, 그런거 아니야……그저, 있잖아 카와사키"
 
"……응. ……대단해. 너"
 
 
 
 
 
"……여어"
 
 
낮은 목소리를 내면서 부실 문을 스륵 연다.
 
그것과 동시에 두 명의 뜻밖인 일을 보는 시선이 나에게 향해온다.
 
 
"어머, 왠일이래"
 
"왠일이라고 할까, 처음 아냐? 힛키가 오는거"
 
"……뭐, 여러모로 있어서"
 
 
그래, 여러모로 있어서 거북해졌다. 밖에서 먹으려고 해도, 밖은 춥고.
 
 
"나도……여기서 먹어도 되냐?"
 
"라는데, 유키농?"
 
"……그래, 상관없어"
 
 
둘의 승낙을 얻고나서 책상 위에 도시락을 펼친다.
 
그러자, 여기서 또 나에게 시선이 찔리고 있는걸 깨닫는다.
 
 
"……뭔데"
 
"혹시, 그게 잇시키의 수제……"
 
"……아아, 뭐, 그렇게 되네"
 
"……그래"
 
"……헤-"
 
 
왠지 흘낏 응시되고 있다.
 
여기도 꽤 거북한 느낌이 들게 됐다. ……이제 진짜로 집에 가버릴까.
 
 
"있잖아, 힛키"
 
"앙?"
 
"그게……그 상자 두개는 뭐야?"
 
"……상자? ……어……앗"
 
 
왜 그대로 갖고 있는걸까, 나는.
 
신속하게 시선의 집중포화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고 해도, 어리석은데도 정도가 있지.
 

"……그 상자, 설마라고 생각하지만……발렌타인……"
 
"…………뭐어, 그렇……군"
 
 
왜 나는 지금, 캥기는 기분이 들고 있는걸까. 딱히 숨기는것도, 나쁜 짓을 한것도 아닌데.
 
 
"……참고로 묻는건데 히키가야"
 
"뭐, 뭔데"
 
"그 밖에도……받은적은 있니"
 
"………………보고의무는 있는거냐"
 
 
괴롭다 못해 그렇게 물으니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마주본다.
 
 
"그렇……구나. 딱히 의무는 없어. ……하지만, 이거……"
 
 
작아져가는 유키노시타의 말. 그걸 구해주듯, 퍼올려주듯 유이가하마가 서퐅트한다.
 
 
"저기 말이야, 힛키. 우리들 조금 불안했어"
 
"……불안?"
 
"……그래, 불안. 왠지 요즘 힛키를 보고 있으면, 어딘가 멀리 가버릴것 같아서"
 
"………………"
 
"힛키를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나는건 기쁘지만, 그걸로 힛키가 멀리 가버려서, 그 자리가 사라져버리는건……싫어서"
 
 
유이가하마는 거기까지 말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 옆의 유키노시타에게 눈을 두니, 그녀는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유이가하마와 같은 의견인듯 조금 고개 숙이고 있다.
 
멀리 가버릴것 같다……라.
 
 
"저기 말이다, 유이가하마. 암만 그래도 나는 『힛키』라고."
 
"……엥?"
 
 
히키코모리의 대명사 같은, 그런 별명.
 
 
"…………그런 별명인 녀석이 멀리 나갈리가 없잖아"
 
"그 소리는……"
 
"거기다, 달리 있을 곳이라고 말할 곳도 특별히 없으니까……"
 
"……아-, 왠지 미안"
 
 
……아니, 사과하지마.
 
나느 조금씩 고개를 숙이면서도, 토로라는 말이 어울리듯, 천천히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말야, 그게……뭐라고 할까……소중한것 같은거야……나한테 있어선"
 
"………………"
 
"………………"
 
"………………"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걸까.
 
본심이 아닌건 아니지만, 냉정해지면 부끄러운건 부끄럽다.
 
조금 말이 부족했던 느낌도 들지만, 참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둘의 얼굴을 쳐다본다.
 
 
"후훗, 그런 모양이야, 유이가하마"
"에헤헤, 다행이네, 유키농"
 
 
눈에 들어온건,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유키노시타와, 참을 수 없다는듯이 만면의 미소를 짓는 유이가하마가 마주보는 모습.
 
……전해진걸까. 전해졌다면……뭐, 기쁘다.
 
창쪽에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니, 눈부스러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남은 1년, 여기서 다채로운 경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들 둘의 미소를 또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콜렛, 몇개 받았어?"
 
"가족한테 받을 예정인 몫을 합치면……여섯개네"
 
"여, 여섯!? 힛키가!?"
 
"마, 말도 안 돼……"
 
"야, 그 말은 좀 심하지 않냐"
 
"아니-, 그치만, 응?"
 
"그래, 역시 예상외였어"
 
"…………너네 말야"
 
"모처럼 우리들도……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나 받았다면……필요없는거니?"
 
"엑, 줄거야?"
 
"……글쎄, 어떨까"
 
"어느 쪽인데……"
 
"……그렇게나 갖고 싶니"
 
"…………갖고 싶습니다"
 
"후훗, 그래……뭐, 지금은 교실에 있으니까 줄 수 없지만"
 
"……유키농, 좋은 미소짓고 있는데, 뭘 하고 싶은거야? 지금, 의자 뒤에 감추고 있는거, 틀림없는 초콜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