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예감에 대항하는 실수.
A memory for 42days - 예감에 대항하는 실수.
"여러모로 있었지만, 어제는 수고하셨어요"
"음. 전부 네가 발단이지만"
"이야아, 무리했다구요"
"반성해주고 있습니까아"
옆에 있는 선배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흘러가는 풍경을 쳐다본다.
전방을 달리는 자동차를 뒤쫓듯, 또 옆을 달리는 자동차와 병행하듯, 우리들이 탄 자동차는 달려갔다.
한손으로 핸들을 쥔 선배의 운전은 기분 좋은 마사지처럼 흔들린다.
때때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면서 이래저래 이미 1시간은 달리고 있는데…….
"저기, 슬슬 가르쳐주세요. 어디로 가는거에요?"
"아-, ……. 이제 조금이야"
라며 선배는 얼버무릴 뿐이다.
정말, 어느 정도를 달리는걸까.
혼잡해지기 시작한 고속도로는 답답해진듯 2차선밖에 없는 도로는 차로 매워져있었다.
"정체인가요?"
"아? 수도권은 늘 이렇잖아"
"헤에. 면허 안 갖고 있으니까 모르는데요. 그러고보니 이 차는 선배의 차인가요?"
"아니, 렌탈카야. 별로 탈 기회는 없고, 이쪽이 이득이잖아"
높은 빌딩 무리로 둘러싸인 길은 점점 좁아지고, 합류하려고 하는 자동차로 붐빈다.
꺼려지는 드라이브다.
구속도로를 내려, 길이 오가는 교차점을 빠져나와 큰 빌딩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웠다.
목적지에는 도착했겠지만, 온 목적은 여전히 모르는 상태다.
"야, 두고 간다"
"좀, 기다려주세요"
선배는 넓은 입구에서 접수를 마치고 주머니에서 꺼낸 카드를 문에 내민다.
나는 뒤를 따라갈 뿐이다.
몇 십층이 있을지 모를 엘레베이터에 타서 35층 버튼을 누른다.
방금전까지 달리고 있던 고속도로가 저렇게나 멀다.
"저, 저기. 여기는……"
"도착하면 알아"
35층 숫자가 빛난다.
하늘로 오르는걸 그만둔 엘레베이터는 말없이 우리들을 쫓아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어지는 복도에는 몇 개의 방이 있지만, 선배는 다른 어떤 방에도 눈을 돌리지 않고 복도를 걸어, 이 계층의 가장 안쪽에 있는 방에 도착한다.
"음, 도착했다. 심호흡 정도는 해둬"
"하? 무슨 소리에요?"
"얼굴, 긴장하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웃으면서 선배는 방 문을 노크도 하지 않고 열었다.
"늦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이야?"
"시간에는 맞춰왔습니다, 유키노시타 씨"
"우에!? 어떻게 된 거에요!?"
넓은 방에는 탁상이 하나 놓여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접객용 소파와 테이블, 서류랑 자료가 쌓여있을것 같은 선반과 간이 부엌이 있었다.
그리고 방 한 가운데에서 두 다리 벌리고 서 있던건 악마……, 명명 유키노시타 하루노 언니다.
"오로? 잇시키도 왔어? 어라-? 비밀이라고 안 했었나-?"
"딱히, 감출 생각도 없고요"
어째서 여기로 데려온걸까, 하루노 언니는 선배에게 무슨 용건이 있는걸까.
그리고 여기는 어디인가, 나에게 일절 정보를 주지 않은채로 대화는 계속되어 갔다.
"자 그럼……. 히키가야더러 와달라고 한건 엄마 일로 상담이 있어서 말이야"
"……, 그 사람이 저에게?"
"그래. 뭐, 우리 엄마도 빠순이라고 할까. 꼭 히키가야를 만나보고 싶대"
"……. 점점 성가시게……"
"아, 잇시키. 세워둬서 미안해. 거기에 앉아. 지금 히키가야가 차를 타울테니까"
"아, 네. 선배, 저 스트레이트로요"
"……어"
선배가 타준 3인몫 홍차를 테이블에 두고 하루노 언니와 대면하도록 나와 선배는 소파에 앉았다.
"후후, 왠지 두 사람이 나란히 앉으니까 남매같네"
"제 동생은 코마치 뿐입니다. ……그래서, 사모님 말인데요"
"아 그래,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끈질겨서 말야-"
"뭐 나쁜 짓이라도 했습니까?"
"음-, 실은 알고 있는 주제에-"
"흠. 그래서? 언제 만나면 되죠?"
"오, 얘기가 빨라서 좋네! 그러니까, 이번주에 스케줄을 맞추라고 들었으니까, 히키가야가 마음에 드는 날이면 돼"
선배는 조금 생각하듯 휴대폰 달력으로 날짜를 확인하고 있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손가락을 꼽으면서 날짜를 세고 있다고 생각하자마자, 선배는 갑자기 나를 돌아보며 달력을 내밀었다.
"잇시키, 언제가 좋아?"
"에!? 저말인가요!?"
"좀!? 잇시키도 데려갈 생각이야!?"
드물게도 당황한 하루노 언니를 곁눈으로 선배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저보고 그 사람과 단 둘이 얘기하라고요? 그럼 저의 지인, 4명 모두에게 전부 다 말할겁니다"
"적어!! …아니, 그게 아니라!! 히키가야, 너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을 알고 있어? 엄마가 너를 불러냈다는건……"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겠군요"
"거기다, 유키노를 배신한다는건, 즉 엄마의 의향도 등지겠다는 소리야……, 그러면 너……"
"배신한다……, 유키노시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무슨 소리야?"
하루노 언니는 적의를 드러내어 선배를 노려본다.
분위기가 일변하여, 실내에는 에어컨 소리만 들린다.
"……. 이틀 후 밤으로 하죠. 귀찮은 일은 빨리 끝내고 싶네요"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소파를 일어서서 문으로 향했다.
반 밖에 줄지 않은 티컵만 남겨진다.
나도 황급히 일어서서 선배의 뒤를 쫓았다.
"너, 슬슬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익히는 편이 좋을거야"
"저는 항상 허물 속에 틀어박혀있지만요. 그럼 이만"
"시, 실례했습니다"
닫혀진 문 너머로 하루노 언니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던걸까.
생각하고 있던 예상을 벗어난 선배에게 분개하고 있을까, 아니면 위험한 길로 빗겨가는 선배를 걱정하는걸까.
전혀 상관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선배는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어 손가락으로 돌린다.
분명, 선배는 또,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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