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A memory for 42days

A memory for 42days - 한 쪽의 마음

모래마녀 2015. 1. 17. 00:45

A memory for 42days - 한 쪽의 마음
 
 
 
 
나의 움직임에 반해서 성가신 일을 하게 될 거싱다.
참견이라고 들을지도 모른다, ……참견쟁이 선배한테.
그저, 찻집 입구가 열리고 그녀의 모습이 보였을때, 내 안에 작은 후회가 생겨났다.
따뜻한 물에 잠기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대로, 계속…….
 
 
"야, 얏하로-"
 
"……, 유이가하마"
 
 
카운터에 서서 컵의 물방울을 닦고 있던 선배의 손이 멈췄다.
약속대로 여기에 와준 유이 선배는 당혹해하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불안스런 발걸음이지만 확실하게 가게 안으로 발을 디딘다.
 
각오는 흔들리지 않고, 시선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판단을 선배에게 맡겼다.
 
 
"선배, 손님이에요. 제대로 접객해주세요"
 
"잇시키……, 네가…"
 
"유이 선배, 여기 자리에 앉으세요"
 
"아, 응. 고마워"
 
 
카운터 석에 앉은 유이 선배는 진정이 되지 않는듯 주위를 돌아본다.
 
 
"멋진 찻집이네. 정말로"
 
"……덕분에"
 
"따, 딱히 나는 아무것도! ……미, 미안해. 갑자기 큰 소리를 내서"
 
"딱히. ……흠. 뭐라도 마실래?"
 
"그럼, ……. 맛있는 홍차를 마시고 싶네에"
 
 
선배는 무뚝뚝하게 끄덕이고 평소처럼 손을 움직였다.
선반 안쪽에서 가게에서 통일된 컵을 꺼내고, 거기에 붓는다.
 
 
"아, 그 티컵…. 써주고 있구나"
 
"……. 하나하나 바꾸진 않아"
 
"에헤헤. 그러게. ……화났어?"
 
"그렇게 보여?"
 
"……응. 나만 약속을 깨버렸어. 으-응, 실은 좀 더 전에 힛키가 약속을 깼지만. 그건 분명 우리를 위해서였으니까……"
 
 
나에게는 알 수 없는 대화.
약속, 깨다, 전에.
모든 키워드가 둘 만의 세계에 묻혀가듯, 단편적인 기억의 형태가 나열되어 간다.
스스로 손에 힘이 들어고 있다.
유이 선배의 얼굴은 행복하게 붉어져 있고, 그게 무척이나 내 마음을 휘젓는다.
 
 
"……. 이 찻집도 유키농의 엄마도 전부 힛키가 있어줬으니까 해결한거지?"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나는 나를 위해서밖에 움직이지 않아. 그건 네가 멋대로 생각하는 망상이다"
 
"망상이라도 좋아. 하지만 유키농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
 
"사상의 자유지"
 
"표현의 자유야. 우리는 지금 행복한걸. 거기다, 가까운 장래에 좀 더 행복한 미래가 나타날거야"
 
"……호오. 똑똑해졌구나"
 
"정말! 또 바보 취급하고-!!"
 
 
태양처럼 빛난 둘을 쳐다보면서 춥고 추운 찻집 구석에서 나는 몇년 전을 떠올린다.
그리운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지는 감각과, 그걸 멀찌감찌서 쳐다보는 자신의 모습.
세 사람은 특별해서 누구도 끼어들어갈 수 없다.
분명 하야마 선배나 토츠카 선배, 하루노 언니랑 히라츠카 선생님도 그들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지켜보듯이 애가 타듯이 우리는 세 사람을 동경하고 있었다.
 
 
"아, 그렇지! 이로하, 고마워. 이로하가 '만나'라고 해주지 않았으면 아마 여기에 오는 일은 없었어. 계속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어"
 
"아, 아뇨. 저는 딱히……"
 
"그보다도 놀랬어! 이로하한테서 메일이 온것도 오랜만이었구, 오늘도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구! 여기 근처에서 사는거야?"
 
"에, 에, 그게……. 네. 그런 느낌이에요. 이제 슬슬, ……돌아갈까나아"
 
 
그늘이 사라진 유이 선배의 미소에 나는 당혹해했다.
이렇게 수축되기 시작한 둘의 관계에 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
내가 비집어들어가선 안 되니까.
 
 
"잇시키는 여기에 살고 있는데?"
 
"헤에-! 여기에……. ……!?"
 
"서, 선배!?"
 
 
가게의 분위기가 순간 굳었다.
유이 선배의 미소도 마찬가지로.
 
 
"사, 살아? ……힛키랑 같이!?"
 
"아, 아뇨! 아니에요 유이 선배! 아, 아하하, 에이참, 선배 헛소리 하는 버릇 안 나았네요-"
 
"……너, 한 달이나 살고 있는 집주인한테 할 소리냐"
 
"한 달이나!?"
 
 
허둥대는 나와 유이 선배에게, 지극히 차분한 태도로 선배는 자신과 내 몫의 커피를 준비해서 갖고왔다.
나를 카운터석에 앉도록 재촉하고, 자신은 일어선채로 커피를 마신다.
 
 
"이상한 배려 하지마. 유이가하마를 데려온것도, 조금 놀랬지만 감사하고 있어"
 
"……아, 아니에요"
 
"아니긴 개뿔. 말해두겠지만, 너를 돌봐주는 만큼은 일 시키고 있거든"
 
"아, 안 되요. 제가 여기에 있어서 좋을리가…"
 
"이미 너는 여기 찻집 점원이야. 멋대로 나가는건 허락 못해"
 
 
그렇게 말하면서 선배는 비어있는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부드럽고, 다정하게, 살며시 따뜻한 체온을 가진 선배의 손은 내 마음을 천천히 달랜다.
 
 
"저, 정말-! 힛키! 이로하를 너무 만져!!"
 
"서, 선배! 성희롱이에요!"
 
 
나는 아직 쓰다듬받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선배의 손을 치운다.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그 자리에서 떠난 선배를 보고, 유이 선배는 귀엽게 볼을 부풀렸다.
 
 
"정말로 힛키는 옛날부터 이로하한테는 무르다니까!"
 
"그,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로하만 챙겨줬잖아!"
 
"그건, 그게, 제가 여러모로 선배를 의지했기 때문이고……"
 
"이로하!"
 
"아, 네!!"
 

 
곧게 쳐다보여져서, 화난듯이 볼을 부풀린 유이 선배는 내 어깨를 세게 잡는다.
 
 
"……, 힛키를…. 잘 부탁해!!"
 
"네, 네?"
 
 
너무나 갑작스런 제안에, 나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
유이 선배의 굳센 손이 천천히 떨어지고, 부드럽게 미소짓는 얼굴이 나를 쳐다본다.
마음을 소리내어 말하는걸 망설이지 않는 유이 선배의 솔직함은 옛날부터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솔직함에, 선배는 몇 번이나 구해졌던 거겠지.
 
그렇기에, 나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들은것 처럼, 마음 밑바닥에 재워두고 있던 진심을 두들겨 깨워진걸지도 모른다.
 
 
"힛키를 받쳐줘. 응?"
 
 
"……. 네. 맡겨주세요!! 계속 선배를 받쳐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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