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바꾸기 혁명8
자리바꾸기 혁명8
방과후가 되어 몇 분 지난 지금, 나는 사가미와 함께 복도를 걷고 있다.
"저기, 히키가야"
"음?"
"……어디 가는거야?"
"…………부실"
"부실은……봉사부?"
"아아"
"그렇다는건 유키노시타……있지?"
그렇게 말하며 사가미는 불안하다는 얼굴을 나한테 향한다.
아아, 이 녀석……유키노시타를 거북해하지. 문화제랑 체육제 일도 있었으니까.
"유키노시타라면 괜찮을거야……아마. …………유이가하마도 나중에 올테니까"
"그렇지……그리고……"
"……음?"
"……히키가야도 있고"
"……어, 어어"
왜 그렇게 수줍은듯이 쳐다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겁니까……
이러저러하는 사이에 봉사부 부실이 눈 앞이다.
'드르륵'
"여어"
"시, 실례합니다-"
부실 문을 열고 부실로 평소처럼 들어가는 나와, 사가미는 몸을 움츠리면서 따라들어왔다.
먼저 평소 않던 정위치에 착석하고 있던 얼음 여왕은 그 모습을 보고 읽고 있던 손 안의 문고본을 천천히 덮는다.
"어머, 안녕 유괴가야……감금가야라고 부르는 편이 좋았니?"
"야, 유괴도 감금도 아니거든. 합의하에 데려온거야"
"그럼, 사기가야?"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범죄자로 만들고 싶은거냐……"
이미 익숙해져버린 유키노시타의 가볍다고는 생각 못할 농담. 그걸 나는 한숨섞으며 대답하자 유키노시타는 사가미 쪽으로 한번 시선을 주고 다시 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래서? 사가미를 데리고……무슨 용건이니?"
"아아……그거 말인데, 유이가하마가 오고나서 설명할게"
"……그래"
유키노시타와 대화 캐치볼……아니, 일방적으로 진흙을 던져진 느낌도 들지만 나도 정위치에 앉는다.
앉을때 나와 유키노시타의 대화를 뻣뻣하게 서서 쳐다보고 잇던건지, 사가미가 갈곳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걸 깨닫는다.
"사가미? 왜 그래?"
"……앗, 아아……나, 어디에 있으면 돼?"
"잠깐 기다려"
나는 일어서서 남은 의자를 끌고와서 긴 책상 근처에 적당하게 둔다.
"유이가하마가 올때까지는 여기에 앉아줘"
"응, 알았어……"
어째선지 찌르는듯한 시선을 느껴서 그 시선을 쳐다보니 아니나다를가 유키노시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손 안의 문고본으로 시선을 이동한다.
나도 유이가하마가 올때까지 시간을 죽이기 위해 가방에서 커버를 씌운 라노벨을 꺼내어서 그걸 읽기로 한다.
혼자 남겨진 사가미는 가만히 있기 그런지 허리를 띄우거나 앉거나 바쁘다.
자 그럼, 읽을까. 입가가 히쭉거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저, 저기! 유키노시타!"
갑작스런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긴박한 표정으로, 조금 떨고서 다음 말을 하려고 하는 사가미의 일어선 모습이 있었다.
그 사가미의 시선 앞에는 "뭐니" 라는 말을 하는듯한 눈을 사가미에게 향하는 유키노시타가 앉아있었다.
"저기……미안해!"
"………짐작이 안 가는데, 무슨 일이니"
"문화제랑 체육대회때 민폐도, 부담도 끼쳐서……미안해!"
거기까지 말한 사가미는 거의 90도로 허리를 굽혀서 고개를 기세좋게 숙인다.
고개 숙인 사죄를 받은 유키노시타는 갑작스런 이 전개에 다소 당황한 모습으로 사가미의 숙여진 머리를 빤히 쳐다본다.
유키노시타는 나를 한번 보고나서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사가미"
"…………"
"대답은?"
"읏, 응"
"그거라면……신경 안 써도 돼"
"…………에?"
쌀쌀맞게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에게 사가미는 고개를 들어 놀란 표정을 그 얼굴에 띄운다.
"……어째, 서?"
"그렇구나……그 때, 가장 고생한건 거기에 있는 남자니까. 그 남자는……그때 일을 어차피 너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아』라고 했을거 아니니? 틀리려나"
"……응, 틀리지 않아"
"그러니까 나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
거기까지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문고본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키노시타……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사가미는 한번 더 고개를 이번에는 천천히 숙인다.
"그래. 사가미의 앞으로 성장에 기대하고 있을게"
"…………응"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를 유키노시타의 말에 사가미는 조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앉았다.
"슬슬 유이가하마가 올 때라고 생각하니 홍차를 탈게. ……사가미도 어떠니?"
"앗, 고마워. 받을게"
유키노시타가 일어서서 홍차를 끓이는 도중.
"얏하로-! 앗, 사가밍. 힛키랑 같이 교실에서 나가길래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여기 왔었구나"
유키노시타의 말대로 유이가하마가 왔다.
"안녕, 유이가하마. ……사가미는 무슨 용건이 있는 모양이야. 네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었어"
"앗, 미안 유키농. 기다렸어?"
"아니……오히려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그래?"
딱히 칭찬받은것도 아닌데 유이가하마는 기쁜 미소를 짓고 있다.
"저기, 히키가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의 대화를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음량을 낮추고 사가미가 말을 걸어온다.
"앙?"
"유키노시타는 저렇게……뭐라고 할까, 이렇게……부드러웠던가?"
"그런가?"
"응……전에는 좀 더, 뾰족하게 가시가 있어서 접근하게 어려웠다고 할까……하지만 지금은 유이처럼 지근거리까지는 못 가더라도, 나라도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을것 같달까……"
"……그야, 유키노시타가 아니라 네가 변하니까 유키노시타가 변한것처럼 보이는거 아니냐"
"그런……걸까?"
유키노시타는 가시 상비가 기본이라고 할까, 가시가 없는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가 아니라고 할까, 존재자체가 가시 그 자체라고 할까.
……뭐, 장미의 가시는 만지는법을 주의하면 찔리는 일은 없지만.
"……그럼 히키가야, 사가미. 이야기해주겠니"
네 사람 몫의 홍차를 끓이고 각자가 착석하고나서 유키노시타가 물꼬리를 틀었다.
"아아……이 녀석들이라면 괜찮겠지, 사가미"
"점심시간 때 일 말이지"
"아아"
"…………응"
거의 사후승낙처럼 되어버렸지만, 사가미의 승낙을 구하고 둘에게 설명하기로 한다.
"사가미, 그 메일. 이 둘에게 보여주지 않겠어?"
"……알았어"
사가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조작. 그 메일을 펴고나서 스마트폰을 유키노시타에게 건낸다.
유키노시타는 미간을 모아 그 문장을 읽고, 유키노시타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옆에서 들여다보듯 하고 있던 유이가하마는 눈에 보일만큼 안색을 바꿨다.
"……이건"
"우와-……"
아무래도 다 읽은 모양이다.
"그래서, 뭘 어떡하고 싶은거니?"
"아아, 그거 말인데. 한번 더 그 녀석한테 메일이 왔는데……"
내 발언에 유키노시타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향하고 조작.
"……그래, 그런거구나. 이 메일의 대처법 상담을 하고 싶다는거니?"
"……응"
유키노시타의 질문에 사가미가 수긍한다. 하지만 도무지 유키노시타는 석연치 않은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니"
"뭔……데? 유키노시타"
"……어째서 거기 남자, 히키가야에게 이 이야기를 꺼낸거니?"
………응? 지금 그거, 관계 있어?
유키노시타의 그 발언에 유이가하마가 이제 깨달았는듯 말한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힛키가 말했던 보건실에 데려간 사람은 사가밍이었지.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거나……"
뭐야? 뭐야 이 애. 왜 이럴때만 눈치가 좋은거야? 냄새 잘 맡아? 역시 개야?
질문을 받고 있는 사가미는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건지 나를 힐끔 쳐다보고 있다.
"하아……그거 말인데, ……이 사안이 해결하고나서 말하도 돼?"
잘하면 잊혀져서 풍화되가는걸 바란다.
"그렇……구나. 지금 이 사안에는 관계없는 일인걸"
"그, 그렇지 유키농"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일단 창끝을 집어넣어준 모양이다.
……본론으로 넘어가자.
"유이가하마……너, 사가미의 소문에 대해서 알고 있지?"
"……응"
"……소문?"
유이가하마는 씁쓸한 얼굴로 끄덕인다. 유키노시타는 모르는 모양이다. 예상대로지만.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사가밍이 여친있는 우라베를 유혹해서 차버렸다는 소문이지……"
사가미를 신경써서인지 작은 목소리로 확인을 구하는 유이가하마.
"……그래"
"물론, 좋게는 생각 안해……생각할 수 없어……왠지, 그 때랑 비슷한 느낌도 들구"
그렇게 말하는 유이가하마의 표정은 소중한것이 상처입은것 처럼 괴로워보였다.
"……그 때?"
유이가하마의 말에 의문을 느낀건지, 사가미가 묻는다.
"응……문화제때……"
"……앗, ………미안"
"앗! 아니, 사가밍을 탓하는게 아니라구!? 그저, 그런 분위기는 정말……싫달까"
유이가하마는 문화제 후의 분위기를 말하고 있는걸테지.
"유이가하마는 그 사가미를 둘러싼 『소문』을 믿는……거야?"
그렇게 내가 물으니 유이가하마는 작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아야네가 일을 크게 만들어서 퍼뜨리는게 아닐까 생각해……"
"……그런가"
"조금 물어봐도 되겠니?"
거의 모기장 바깥이었던 유키노시타가 끼어든다.
"메일 대처 말고, 그 소문의 수속도 사가미의 의뢰내용의 되는거니?"
유키노시타의 질문에 사가미는 헛기침을 한번 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허벅다리 위에서 꼼지락거리면서 대답한다.
"그건……이제 됐다고 할까. 아니,소문이 없어지는 편이 기쁘지만……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는……알아주는 사람이 알아주면, 그것만으로도 기쁘니까……"
"…………그러니"
사가미가 말하는 내용이 예상밖이었던 모양이라 유키노시타는 조금 눈을 크게 뜨고 있다. 그리고 그 눈을 이쪽으로, 나에게 향한다. 유이가하마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눈을 돌린다. 사가미까지 나를 쳐다본다.
"뭐, 뭔데……"
무심코 당황해버린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응, 아무것도 아니야-"
"으, 응, 그렇지……"
셋은 미리 약속한것 같은 반응을 한다. ……뭐야.
"……그래서, 상대는……우라베? 였나, 그 녀석은 어떤 녀석이야?"
대화의 본론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렇게 물어보니 유이가하마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똑딱똑딱 조작한다.
"나는 성격은 잘 모르겠지만, 소부 2학년 LINE 그룹에 우레바의 이름이 있었다고 생각하니까……아마 아이콘은 자기사진이었던것 같은데……"
유이가하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폰 화면을 나에게 보여준다. 그 화면에 비치는 아이콘은……턱을 당기고 조금 올려다보며 혀를 낼름 내민 분위기의 핸섬남의 얼굴이……
"……우와-"
무심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이가하마도 사가미도 쓴웃음을 짓는다. ……그치만 말이다? 딱히 나르시스트가 안 된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응……음. 나는 무리다.
머리색은 갈색에 조금 길다는 느낌일까. ……뭐라고 할까, 토베를 느낀다. 미안하다, 토베.
LINE에는 풀 네임으로 등록하고 있는 모양이라서 계정명에는 『우라베 히카루(卜部 光)』라고 쓰여 있다. 어디까지 토베(戸部)인건데. ……미안하다, 토베.
덧붙여, 그 우라베의 한 마디는 『아픈 시기인걸지도(웃음)』이다.
"그냥 뭐랄까……배부르달까"
"어? 힛키, 뭐 먹었어?"
"…………"
눈치 채라.
혹시, 이런 우라베같은 사람은 의외로 있는걸까……LINE 같은거 안 하니까 모르겠네……
"그리고 우라베 말인데……"
"뭐야, 유이가하마. 아직 있는거냐"
"응……유도부를 여름 쯤에 그만둔 모양이야……1학년때 현 대회에서 베스트8이었던 모양이야"
"…………너 잘도 아는구나. 그 녀석을 좋아하냐"
"……힛키, 그거 진심으로 말하는거야?"
"미, 미안……"
그렇게 노려볼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이다.
"……그래서, 뭐 그 녀석의 소문이 있어?"
"아니, 특별하게는 없지만……그치? 사가밍"
"응……나도 그렇게 관계 있는건 아니었으니까……"
여름즈음에 유도부를 그만둔건 아마……우리들도 조금 관여한, 그 선배가 요인하고 있다는건 안다……하지만, 그 이외는 잘 모르겠군.
………자, 어떤 대책을 짜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