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A memory for 42days

A memory for 42days - 의미 있는 말과.

모래마녀 2015. 1. 9. 13:07

A memory for 42days -  의미 있는 말과.
 
 
 
 
손님은 신님이다.
이 얼마나 낡아빠진 말일까.
손님의 주장은 '이 가게에 와줬다' 일 것이다.
 
……누가 와주라고 했어요?
 
그런 손님은 거절이에요.
 
 
"……"
 
"좀, 히키오! 아까 주문한 밀크티는 아직이야!?"
 
"아? 아직 10초도 안 지났잖아"
 
"시간이 없는데-"
 
 
긴 금발과 짙은 화장, 비싼 브랜드 수트.
보기에도 정상적인 사회인이 아니다.
 
"이봐-, 히키오. 뭐 먹을거라도 만들어줘-"
 
"칫, 미우라. 시간이 없는거 아니냐"
 
 
지금 나는 평온하지 않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세력권에 넣어진 사자처럼,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조금 캐릭터가 겹쳐져있다.
응석쟁이 캐릭터는 나 만으로 충분한데.
 
나는 카운터 안으로 가서 선배의 귓가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선배. 미우라 선배한테는 돌아가달라고 부탁해요. 당장"
 
"……, 왜 그래?"
 
"너. 다 들리거든"
 
"켁"
 
 
나는 선배의 등에 숨어 미우라 선배로부터 도망친다.
선배는 데운 밀크티를 미우라 선배에게 건냈다.
다리를 꼰 미우라 선배는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걸 받아든다.
 
 
"자, 잇시키. 이건 네 몫이야. 이건 미우라에게 주고 와"
 
 
딱 점심시간인 지금.
선배가 만든 샌드위치가 접시에 둘 올려져 있다.
큰 토마토와 양상치가 들어있는 쪽이 아마 내 것이다.
 
 
"여기요-, 미우라 선배"
 
"응. ……그보다 말야, 너는 왜 있는거야?"
 
"미우라 선배하고는 관계없어요"
 
"히키오, 이 알바 잘라!"
 
 
선배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짓기만 하지 그 이상 상대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미우라 선배는 무러 당연하다는듯 이 가게에 나타난걸까.
고등학교 시절, 선배랑 미우라 선배는 서로 감상도 나누지 않을 정도의 관계였을텐데.
 
 
"선배! 왜 이 사람이 있는거에요!?"
 
"손님이니까!"
 
"아-, 손님이다"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그래. 아, 콩이 떨어졌으니까 뒤에 갔다올게"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앞치마를 부엌에 남기고 뒤로 가버렸다.
아무래도 미우라 선배하고는 옛날부터 마음이 안 맞는다.
라고할까, 동족혐오다.
 
 
"하아, 그거 먹으면 빨리 돌아가주세요"
 
"너 뭐하잔건데. 애시당초 나는 히키오한테 용건이 있거든"
 
"어이쿠야, 선배한테 용건이 있다면 우선 저를 통해서 말해주시겠나요"
 
"……, 흐-응. 그래……"
 
 
미우라 선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긴 눈썹 아래에 있는 커다란 눈동자에 내가 비쳐있는걸 알 수 있다.
여전히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이다.
 
 
"뭐, 뭐에요?"
 
"응-? 뭐, 괜찮지 않아?"
 
"므므?"
 
"아-, 그래. 히키오를 말이지……"
 
"끄으윽"
 
"또 너는 가시밭길을 고르는구나"
 
 
기울인 컵을 카운터에 두고 다시 나를 쳐다본다.
깨끗하게 정리된 손톱으로 컵의 테두리를 만지면서 미우라 선배는 살짝 입을 열었다.
 
 
"가시밭길……, 인가요"
 
"상대가 히키오인것 만으로도 힘들텐데, 강적이 둘이나 있고"
 
"으우. 따, 딱히…"
 
"흐응. 히키오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걸 알았으면 누구도 이렇게 고생 안 한다.
선배는 남을 곤란하게 만드는 천재니까.
 
 
"히키오 자식……. 너, 좀 더 그 녀석을 곤란하게 만들어줘. 생각하게 만들고, 망설이게 만들어서 정답이 없는 해답에 도달할때까지 제대로 엉덩이를 때려주면 돼"
 
"미, 미우라 선배……"
 
"우, 울지마!"
 
 
"미우라 선배가 정상적인 소리를 하다니"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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