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만약 하치만과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 적이 있다면

27. 만약 하치만과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적이 있다면

모래마녀 2014. 12. 31. 18:52

만약 하치만과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적이 있다면25
 
 
 
 
 
⑧오리모토 카오리가 그의 등을 두드렸다.
 
 
 
문화제도 이틀째를 맞이했다. 오늘은 일반공개라서 근처나 타교의 친구들이나 수험지망자 등의 내객도 많이 왔다.
 
토요일이라는것도 있어 꽤 떠들썩함을 보였다. 그래서 문화제 실행위원도 풀 멤버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나, 위원장인데 또 사진촬영 맡아버렸어!
 
라는것도, 첫날 사진이 꽤나 고평가를 받아버린 탓이다. 특히 유이가마하랑 유키짱의 사진. 이 둘은 지우려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유키짱이 『모처럼이니까』라고 하며 인쇄를 했더니, 남자들에게 구워달라는 요망이 많이 몰려왔다. 그래서 싫었어! 지금 말해도 소용 없지만.
 
그런고로, 오늘도 찰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일반공개일이기에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됐다.
 
 
"문화제 실행위원인데요, 사진을 찍어도 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좀……"
 
평범하게 거절당한다. 설마 나, 수상쩍인 인물 취급 받는거야? 눈 나았다고 말했던 녀석 누구야! 전혀 틀려먹었잖아!
 
여러군데 돌아보고 겨우 허가를 받아 사진을 몇 장 찍었을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안겼다.
 
"오빠!"
 
"코마치야?"
 
뒤돌아보니 코마치가 『옛서』라며 약삭빠르게 대답을 했다. 뭐, 귀여우니까 괜찮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간지러운듯이 몸을 틀었다.
 
"오늘은 오빠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러 왔어. 그리고 여기, 지망학교니까"
 
"과연, 그럼 오빠의 멋진 모습을 눈에 새겨둬!"
 
그렇게 말하며 셔터를 누른다. 그러자 놀란 표정의 사진을 찍었다. 무척 얼빠진 표정이다.
 
"앗, 그거 싫어어. 모처럼이니까……실례합니다-"
 
"야"
 
코마치는 나한테서 카메라를 뺏어들고 지나가던 일반 손님에게 말을 걸었다.
 
"찍어주실래요?"
 
그렇게 묻고 쾌히 승낙을 해준 일반손님이 카메라를 이쪽으로 향한다. 우와, 확실히 사진을 찍히는 측이 되보니까 거절하는 이유를 알것 같다.
 
"네, 치-즈♪"
 
그 순간, 셔터가 눌러졌다. 일반 손님은 카메라를 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니 웃는 얼굴로 사라졌다.
 
남겨진 우리들은 카메라 사진을 보고 있으니, 거기에는 웃는 얼굴의 코마치와 기막혀하면서 미소를 짓는 내 모습이 찍혀 있었다. 엄청 부끄러워.
 
"그 사진, 나중에 받아갈게♪"
 
니시시, 웃으면서 코마치가 나에게 말해온다. ……부탁받으면 어쩔 수 없나.
 
"알았어"
 
"응, 긴장하지마. 그럼 코마치, 여러가지로 돌아보고 올게-"
 
말하자마자 코마치는 잽싸게 달려갔다. 복도를 뛰지 마세요.
 
나참, 저 녀석은. 친구가 많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단독행동을 좋아해서, 방심할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으니 정면에 유키짱이 있다는걸 눈치챘다.
 
유키짱은 하나하나 교실을 다정한 눈빛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쳐다보고 있다.
 
그야 그렇겠지. 이 문화제의 공로자는 틀림없는 유키짱이다. 그 자각과 자부도 있으니 성과가 나온다는걸 알면 다정한 눈도 된다.
 
유키짱의 시선이 다른 교실로 이동하려고 할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방금전과 또 다른 색의 눈빛을 나에게 향해온다.
 
"어때, 제대로 찍고 있니?"
 
"뭐, 역시 오늘은 거절하는 사람도 많지만. 여기저기 찍었어"
 
나는 유키짱에게 카메라 화면을 보여주니 그녀는 들여다보는 형태로 나에게 다가왔다.
 
순서대로 보여주니 흠, 하고 끄덕이고 나를 올려다본다.
 
"그럭저럭 괜찮은거 아니니? 하지만 이 사진은 되게 좋구나"
 
유키짱이 가리킨건 아까전에 찍은 투샷.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래? 평소대로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야. 조금 부러워……"
 
그렇게 말하고 유키짱이 조금 안타까운 표정을 지고 있어서 나는 또 지나가던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지나가던 여성은 『좋아요』라고 쾌히 승낙해줘서, 나는 유키짱의 어깨를 안았다.
 
"히얏, 하치군!?"
 
"부탁합니다"
 
여성이 『네, 치-즈』구호 소리로 셔터를 누른다. 돌려받은 카메라에 찍혀있던건 볼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유키짱과 그걸 보고 미소를 짓고 있는 내 모습.
 
"좋은 사진이지?"
 
"……………………바보"
 
유키짱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갑자기 멈춰서서 교실 하나에 시선을 향한다.
 
"왜 그래?"
 
"……저 교실, 신청서류와 하고 있는게 달라"
 
3학년 B반 벽에는 동굴같은 장식이 걸려있고, 『광차트럭』이라 쓰여진 간판이 놓여있었다. ……트럭?
 
"그 신청에는 천천히 움직인다, 라고 쓰여있지 않았던가?"
 
기획신청은 내가 전부 날인했고, 무엇보다 트럭을 사용하는 기획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틀림없다.
 
하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꺄-꺄- 거리는 비명과, 덜컹덜컹 거리는 격렬한 소리. 2학년 E반의 제트코스터를 배꼈잖아-!
 
유키짱이 수긍을 하고 대표자를 부르러 갔다.
 
"대표자는 계신가요. 신청내용과 다른 모양인데요"
 
들은 순간, 3학년 B반 여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한건지 선배분은 유키짱의 양손을 척 잡고, 그대로 트럭에 밀어넣으려고 한다.
 
"자, 잠시만요"
 
"유키짱!"
 
내가 유키짱이 있는 곳에 뭐라 말하려고 했더니, 어째선지 나도 남자 선배에게 잡혀서 교실 안으로 끌려간다. 교실 안은 동굴풍 장식이 되어 있고, 꽤나 열심히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짐차를 개조해서 만든 트럭에 나는 콱 밀려버린다. ――라고할까, 붙잡았을때부터 내 엉덩이 만지던 사람 누구야! 무서워!
 
마지막에 쿵, 밀린 충격으로 나는 유키짱을 덮어쓰는 모양이 됐다.
 
"하, 하치군 가까워"
 
"미안"
 
……어째선지 예기치도 못하게 속히 말하는 『벽쿵』같은 그림이 되버렸다. 어라, 바닥에 손을 대고 있으니까 바닥쿵? 잘 모르겠네.
 
이 자세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일어나니, 마찬가지로 일어난 유키짱이 내 소매를 꼬옥 잡았다.
 
"에――오늘은 광차트럭에 탑승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신비의 지하세계를 충분히 즐겨주세요"
 
그런 방송이 들어오고, 난데없이 트럭이 움직였다. 시커먼 의상을 입은 남학생들이 네명 달라붙어서 트럭을 움직이고 있다.
 
트럭은 상당한 속도로 코스를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달린다. 코스에는 업 다운이 설치되어 급강하하고 있는걸 몸으로 느낀다. 엄청 무섭다. 뭐가 무섭냐면, 이게 사람의 손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읏!"
 
정신을 차리니 유키짱이 나에게 꼬옥 안겨붙어 있어서, 허리를 안아주자 안심한듯이 몸을 기대온다.
 
트럭은 그 후에도 덜컹덜컹 격렬하게 흔들려, 들어올려지고 종횡무진하게 날뛰었다. 겨우 골인 지점에 도착하니, 트럭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어떠셨나요, 지저 여행은. 또 잘 부탁합니다-"
 
선배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을 하자,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아직 방심하고 있는 유키짱의 손을 잡고 나는 교실 밖으로 나왔다.
 
"어때, 우리 어트랙션은!"
 
어느샌가 나타난 3학년 B반 대표자같은 인물이 자랑스럽게 말한다. 유키짱이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지만 내 소매를 잡고 있어서 박력은 없다.
 
"어때, 라고해도 신청 내용하고 다른건……"
 
"조금뿐이야! 유연성있는 현장판단이지!"
 
밝게 말하고 있지만, 이래선 고집을 부려서라도 넘기고 싶은것 같군. 뭐 여기서 따질 필요는 없나?
 
"뭐, 즐기는 사람도 많은것 같으니 괜찮지 않아? 안전면에 문제가 없으면"
 
"……그럼 추가로 신청서류를 내주세요. 그리고 이용자에게는 설명을 철저하게. 입구 게시, 어트랙션의 이용전 구두설명을 해주세요"
 
"음, 뭐 그 정도라면"
 
"잘 부탁합니다"
 
인사를 하고 유키짱은 그 자리를 뒤로했다.
 
둘이서 걷고 있으니 뒤쪽에서 『있잖아, 유키노시타랑 위원장하는 애, 사귀고 있는거야?』나 『저 애 좀 잘 생겼네-』라고 들려온다. 무슨 소리야. 특히 후자.
 
"~~~~~~~~읏!?"
 
"좀, 유키짱?"
 
갑자기 유키짱이 빨리 걷는다.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져간다. 무슨 속도야…….
 
"……다른데를 갈까"
 
남겨진 나는 유키짱과 반대방향으로 걸어 가기로 했다.
 
 
 × × ×
 
 
여러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의외로 타교의 학생이 많이 와 있다는걸 깨닫는다. 라고할까 왜 교복인걸까. 부활동 귀가치고는 빠르고. 역시 자기 고등학교의 어필인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난데없이 어깨를 두드려졌다.
 
누구야, 라고 생각해서 뒤돌아보니 거기에 있던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오리모토!?"
 
"오랜만, 히키가야"
 
그래, 거기에 있던건 오리모토였다. 마지막으로 만난건 분명, 여름방학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났을때인가?
 
"오늘은 혼자야?"
 
"아니, 둘이서 왔어. 그게 임간학교때 왔던 나카마치라는 애"
 
"아아, 그래그래"
 
하지만 주위를 돌아봐도 나카마치다운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나의 의문에 대답하듯 오리모토가 입을 연다.
 
"지금 2학년 F반의 연극? 을 보는것 같아. 나는 별로 흥미 없어서 안 갔어"
 
썩둑 자기반 상영물을 부정당했지만 나도 아무래도 좋아서 패스했다.
 
아아, 모처럼이니까 사진을 찍을까. 포토여친이 아닌, 포토옛여친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오리모토에게 묻는다.
 
"있잖아 오리모토, 사진 찍어도 돼?"
 
"에, 딱히 괜찮긴 한데……그보다 너, 왜 카메라 들고 있는거야?"
 
수상쩍은 눈으로 본다. 뭐, 그렇겠지.
 
"실은 나, 문화제 실행위원이야. 그러니까 사진촬영하고 있어"
 
"흐-응……무슨 계원인데?"
 
"위원장"
 
오리모토의 눈이 점이 됐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번 더 나에게 물어온다.
 
"미안, 못 들었어. 무슨 계원이라고?"
 
"위원장"
 
"…………………거짓말이지, 그치만 너잖아?"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위원장입니다.
 
"정말로 위원장이라니깐"
 
내 말에 겨우 진짜라는걸 이해했는지 그녀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말도 안 돼"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럼 사진 찍어도 돼?"
 
내 질문에 오리모토는 끄덕이지만 어떤 조건을 붙였다.
 
"좋아. 대신에 나중에 나도 네 사진 찍게 해줘"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뭐, 딱히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괜찮겠지. 나는 끄덕인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에는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래선 여러 사람이 찍혀버린다.
 
"조금 이동할까?"
 
"응, 좋아"
 
나의 제안에 오리모토가 받아줘서 조금 걷게 됐다. 복도를 걸어가니, 오리모토가 흥미깊은듯 반의 상영물을 쳐다본다.
 
"그러고보니 그쪽 문화제는 어땠어?"
 
"아아, 우리는 아직이야. 그보다, 겹치면 못 오잖아!"
 
웃긴다는듯 오리모토가 웃는다. 나도 이끌려서 입가가 풀어졌다.
 
"그야 그렇군. 그래선 나도 그쪽 문화제 보러 못 가니까 곤란하지"
 
"그치?"
 
그런 잡담을 나누면서 둘이서 걷는다. 사귀고 있던때는 어떤 얘기를 했었는지 지금은 이제 기억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마침 사람이 적은 곳에 도착했다. 나는 멈춰서서 오리모토 쪽을 본다.
 
"이 쯤이면 되려나. 그럼 찍는다"
 
카메라를 들고 파인더 너머로 오리모토의 모습이 찍힌다.
 
"………………"
 
오리모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렌즈너머의 나를 꿰뚫어보듯이 올곧게 눈을 향하고 있었다.
 
핀트를 다시 맞춘다. 그러자 오리모토의 입이 열렸다.
 
두 문자. 오리모토의 입술이 그 말을 말했다.
 
말을 끝낸 타이밍에, 나는 셔터를 눌렀다. 거기에는 부드러운 표정의 오리모토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찍었어"
 
그걸 듣고 오리모토가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래. 그럼 이번엔 내가 찍을게"
 
오리모토가 나한테 스마트폰을 겨눈다. 어떤 표정인건지, 얼굴이 큰 스마트폰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뭐라고 대답하면 되는지 정해뒀다.
 
 
"찍을게-"
 
나는 목소리로 나오지는 않더라도 말을 했다. 정말로 짧은그 말을.
 
"읏!"
 
오리모토의 스마트폰에서 얼빠진 셔터음이 들렸다. 오리모토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응, 하며 끄덕였다.
 
"응, 잘 찍혔어"
 
그렇게 말하고 오리모토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무의식인건지, 그녀가 머리장식을 만진다. ……내가 선물한 머리장식을.
 
"고마워, 결착……난거 같으니까, 이거"
 
"……아아"

오리모토가 나를 올려다본다. 중학교때보다 키 차이가 벌어졌던걸지도 모른다.
 
"……힘내야한다?"
 
"아아"
 
"내가 보낸 선물, 무거우면……버려도 돼"
 
"아아"
 
버릴리 없잖아.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러면, 또 이 녀석을 묶어버릴 느낌이 드니까.
 
 
"그리고……그리 말야. 나도, 힘낼테니까. 그러니까――"
 
"――아아, 응원할게"
 
"응!"
 
이렇게해서 오리모토는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나도 각오를 굳혀야지.
 
이제 곧, 유지단체의 콘서트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나는 체육관으로 향해 간다.
 
 
또 한 사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이 있으니까.
 
 
 
 
 
 
 
⑨그리고, 각자의 무대가 막을 연다.
 
 
체육관 스테이지 위에서,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한 명의 여성이 지휘한다.
 
그 여성은 유키노시타 하루노.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마치 춤추듯이 택트를 휘두르며 관객을 매료한다.
 
낯익은 프레이즈가 귀에 닿는다. 그녀가 손으로 신호를 주자, 타이밍 좋게 관객이 반주를 넣는다. 연주하는 측도 관객도 모두 그녀에게 삼켜졌다.
 
――처음 만난건 초등학교 시절. 하루짱은 중학생이라서 키도 그쪽이 컸었다. 처음에는 만날때마다 긴장했다는걸 기억한다. 늘 생글거리면서 우리 히키가야 남매를 다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어째선지, 코마치가 젯날에 아버지가 사준 가면이랑 겹쳐보이게 됐다.
 
그래서 어느날, 나는 하루짱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하루짱, 좀 더 제대로 웃어봐! 그렇게 생글거리는 미소가 아니라, 나는 하루짱이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건방진 소리를 했다, 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라. 그런 말을 하면 진짜로 웃어버린다?』
 
하지만 그리고나서, 하루짱은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게 됐다. 그 가면을 집어쓴듯한 미소는 우리에게는 보여주지 않게 되고, 깔깔 즐겁게 웃어주게 됐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를 지켜줬다. 설령 곁에 없을때가 있었다고 해도.
 
"……읏"
 
숨을 삼킨다. 나는 지금부터 그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른다.
 
마침 연주가 끝난다. 그녀가 관객의 박수와 환성에 감싸이는 와중에 나는, 한 통의 메일을 송신했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체육관에서 나오니, 석양이 학교를 비추기 시작했다.
 
 
 × × ×
 
 
특별동의 위――옥상에서 나는 시계를 본다. 프로그램대로 한다면, 유지단체 마지막 스테이지――하야마네의 밴드 연주가 시작하고 있을 무렵이다.
 
그 후에는 엔딩 세레모니가 기다리고 있다. 너무 시간을 들일 수 없다.
 
메일을 봐줄까. 와줄까. 그런 불안을 주먹으로 으깬다. 와주는게 뻔하다.
 
눈을 감고 기다리고 있으니 녹슨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눈꺼풀을 여니 거기에는 옷을 갈아입었는지, 드레스 차림이 아닌 사복 차림의 하루짱이 있었다.
 
"――왜, 누나한테 할 얘기가 있는거야?"
 
슬픈 표정으로 그녀가 묻는다. 그건 마치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알고 있는듯하다. ……아니, 알고 있겠지.
 
왜냐면, 늘 우리를 봐주고 있었으니까.
 
"맞, 아. 하루짱한테……할 얘기가 있어"
 
내가 말을 하자, 그녀는 조용히 내 앞까지 다가왔다.
 
"그건 좋은 얘기야? 아니면 나쁜 얘기? 지금 내 연주가 끝나서 기분 좋으니까, 좋은 얘기 말고는 듣고 싶지 않은데에"
 
"……난처하네"
 
정말로 난처하다. 무심코 고개를 숙이니 뺨을 살살 만져진다.
 
"얘, 핫짱. 전에 네가 유키노의 방에서 잤을때, 나 엄청 울었어"
 
"그건……"
 
같이 있던 코마치는 자세하게는 말 안했다. 하지만,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루짱은 고개를 숙여, 내 가슴팍에 이마를 댔다. 그 탓에,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얼른 말해. …………안 그러면, 누나 견디지 못하니까"
 
 
"……알았어. 하루짱, 나는――――"
 
하루짱에게 나는 말했다.
 
마음을.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내 말을 들은 하루짱은 고개를 들었다. 울고 있었다.
 
하지만 웃고 있었다. 만들어낸 미소가 아닌, 하루짱의 진정한 미소.
 
내가 정말 좋아하는――하루짱의 미소.
 
"그런가. 나는 선택받지 못한거구나."
 
"……미안"
 
"요놈아, 사과하지마"
 
하루짱이 내 볼을 꼬집는다.
 
"절대로 용서 안해줄거야. 보복으로 평생 독신으로 천수를 다해줄거야"
 
"그건 참아줘……"
 
내 말에 하루짱이 심술궂게 웃는다.
 
"어머, 괜찮겠어? 나한테 연인이 생겨도. ……핫짱 말고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도"
 
"윽!"
 
그 말을 들은 순간, 어금니를 악 문다. 머리에 피가 치솟아, 관자놀이 부근이 뜨거워지는 감각이 들었다.
 
나의 반응을 보고, 하루짱이 슬픈듯한, 화난듯한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 기쁘지만 아쉽네. ……정말로 더러운 말을 해버릴것 같아"
 
하루짱이 나를 껴안았다. 나는 똑바로, 안아준다.
 
"얘, 망설였어? ――많이, 고민 했어?
 
그녀의 질문에 무심코 허리를 세게 안았다.
 
"그런건. ……당연하잖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뿌리쳐야하니까.
 
그녀의 눈동자에 깨끗한 눈물이 모여간다.
 
"정말로, 아쉽네에………………왜 나로선 안 되는걸가아……"
 
모인 눈동자는 휘어서 뺨을 타고 흐른다.
 
"――――――――――――――읏"
 
 
하루짱의 오열이 주위에 울려퍼졌다.
 
 
 × × ×
 
 
하루짱이 울다 그쳤을 무렵, 갑자기 휴대폰이 울었다. 착신 상대를 보니 유이가하마였다.
 
나는 하루짱에게 시선을 향하니, 그녀는 손짓으로 『받아도 돼』라고 답했다.
 
통화버튼을 누르니 갑자기 노성이 들려왔다.
 
『――힛키, 지금 어디에 있어!?』
 
"윽――트, 특별동이야"
 
내 대답에 큰 목소리로 유이가하마가 말을 한다.
 
『엔딩 세레모니 시작한다구!? 지금 당장 와!』
 
시계를 보니 엔딩 세레모니 시간이 벌써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가도 늦는다. 시간을 끌 수 밖에 없나.
 
"……미안, 5분간 어떻게든 할 수 없어?"
 
『오, 5분!? 에, 어떻게 하란 말야!?』
 
유이가하마가 혼란해하는 차에, 갑자기 전화너머로 소음이 들리더니 음색이 변했다.
 
『――전화 바꿨어. 하야마인데』
 
아무래도 보다못한 하야마가 전화를 바꿔준 모양이다. 하야마는 여전히 산뜻한 목소리로 말한다.
 
『밴드 연주, 한 곡 더 할수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못 버틴다?』
 
한 곡이라는건, 즉 5분은 벌 수 있다는 소린가. 이 이상 없을 제안이다.
 
"충분해. 정말로 미안하다, 고마워"
 
『다음에 제대로 갚아라? 앗, 유미코――』
 
『――히키오, 나중에 기억해둬!!』
 
키익- 날카로운 노성이 내 귀를 아프게 한다. ……엄청 아파.
 
그리고 아직 누군가랑 바꾸는듯, 하야마가 안쪽에서 『자, 바꿔봐』라며 말하는게 들려왔다.
 
소음이 조금 이어지고, 커흠 하며 헛기침이 들려왓다.
 
잘못 들을리 없는 목소리가.
 
『―――히키가야. 얼른 와』
 
"알았어, 바로 갈게"
 
나는 그녀의 말에 굳세게 대답했다.
 
통화를 끊고 나는 하루짱을 돌아본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는 모양인지, 쓴웃음을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가렴. ……다들 기다리고 있을거야"
 
"아아, 다녀올게, 하루장"
 
"응, 다녀와"
 
 
하루짱에게 배웅을 받고 나는 옥상을 뒤로했다.
 
지금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 × ×
 
 
"하악……하아……"
 
숨을 헐떡이면서 나는 무대 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연주를 마친 하야마네와 마주치게 됐다. 다들 내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뜬다.
 
"읏! 히키가야!"
 
"진짜 늦어! 말도 안 돼!"
 
"……미안, 늦었다……"
 
나는 안쪽까지 들어가니 유이가하마와 히라츠카 선생님, 그리고 유키짱이 대기하고 있었다.
 
"힛키-!"
 
유이가하마가 앞으로 나온다. 걱정 끼친것 같고, 사과해둘까 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미안, 걱정끼쳤어―――으억!?"
 
말하던 말은, 유이가하마의 주먹으로 썩둑 끊겼다. 좋은곳에 들어갔는지, 날카로운 통증이 나의 정수리를 찌른다.
 
 
"싸다귀를 때리면 뺨이 빨개지니까 이걸로 참아줄게, 바보야! ……자, 땀 닦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지, 갑자기 다정하게 내 머리를 벅벅 수건으로 닦기 시작한다.
 
"……미안"
 
"사과할 상대가 잘못됐어. 힛키가 늦은거, 모두가 도와준거 알지?"
 
유이가하마의 말에 나는 끄덕였다. 그 말대로였으니까.
 
 
――여름방학, 고백해준 그녀를 찼는데 변함없이 대해주는 바보이면서 다정한 여자애.
 
 
"……늘 고마워, 유이가하마"
 
"응, 천만에"
 
나는 유이가하마의 어깨를 톡 두드리고 더욱 안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인컴을 한 손에 들고 지시하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유키짱은 나에게 순간 시선을 주고, 인컴을 끊고 나를 돌아봤다.
 
"……이제 시작될거야"
 
"……아아, 다녀올게"
 
짧은 한 마디, 우리는 말을 나눈다.
 
유키짱의 한 마디에 얼마만큼의 마음이 담겨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 말을 했을 때,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았다는것 만큼은 확실히 알았다.
 
 
그러니까 나는, 이 문화제를 마치고 오기 위해 무대로 향했다.
 
 
 
 
 
 
Epilogue.
 
 
 
 
엔딩 세레모니도 어떻게든 끝내고, 귀가 홈룸을 마치고, 나는 부실로 향했다.
 
가던 도중에 역할을 마친 제작물이 석양에 비춰지고 있다. 철거작업은 대체휴일을 보낸 화요일에 한다. 그 때까지는 기념물로서 학생의 추억에 더해질 것이다.
 
부실에 도착하니 아니나다를까, 이미 문은 열려있었다.
 
"여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부실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온 광경에 눈을 빼앗겼다.
 
석양이 비치는 교실에 조용히, 펜을 굴리고 있는 소녀. 마치 그림같은 광경.
 
하지만 그녀는 살아있다. 이렇게, 나에게 미소를 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머, 지각가야잖아"
 
"그거, 말하기 힘들지 않아?"
 
가방에서 잔서류를 꺼내고, 평소보다 가까운 곳에 앉아 작업을 시작한다.
 
"……가까워"
 
"괜찮잖아. 가끔은"
 
조금 삐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훗, 웃고 그대로 서류 정리를 계속했다.
 
서로 말없이 작업을 한다. 펜을 굴리는 소리만이 실내에 울린다.
 
갑자기 툭,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드니 유키짱이 펜을 두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진지 그 자체여서, 나도 무심코 자세를 고쳤다.
 
"……하치군, 전에 같이 잤던 날에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해?"
 
"그래, 기억하고 있어"
 
『문화제가 모두 끝나고나서 부실에서 대답할게. 약속이야』
 
나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온거야. 이 부실에.
 
"……아직 전부 끝난건 아니지만. 약속, 지켜도 될까?"
 
내가 말을 하자, 유키짱은 뺨을 붉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엄청 기다리게 했으니까……더 이상 애타게 하지마"
 
나는 유키짱의 곁에 다가가, 앉아있는 그녀의 뒤로, 감싸듯이 껴안았다.
 
"읏!"
 
그녀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전해온다. 사랑스러움을 느끼면서 나는 한 마디, 이렇게 말했다.
 
 
"――나와 사귀어주지 않을래?"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