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착각의 기우제.
A memory for 42days - 착각의 기우제.
『있잖아, 어제 방과후에 뭐했어?』
『갑자기 왜 그래? 어제 방과후엔 집에 가서 텔레비전을 봤어』
『헤에, 학교에서 바로 집으로 돌아간거지?』
『그렇게 말했는데?』
『나, 너를 쇼핑몰 센터에서 봤어. 즐거워보이게 걷고 있었지. 귀여운 여자애랑』
『……, 뭐 잘못 본거 아냐? 내가 여자애랑 즐거워보인다는건 말도 안 돼』
『헤에, 그럼 나랑 같이 있는건 즐겁지 않다는거야?』
『그거랑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
『……. 두 번째는 없어. 내 앞에서 바람을 피우는건 만번죽어 마땅하니까』
『알고 있어. 결코 바람피운게 아니라는건 믿어줬으면 싶은데』
『너는 밀기에 약하니까, 어차피 거절 못했던거잖니. 그 여자에한테는 내가 못을 박아둘게』
……
…
.
나는 소설을 덮고 1층 찻집으로 내려갔다.
평소랑 같은 가게에 평소와 같은 향기, 평소와 같은 선배가 맞이해준다.
"선배, 바람 피웠죠?"
"……. 뭐에 영향을 받은거야…"
"두 번째는 없거든요!?"
"……"
"정말이지. 선배는 밀기에 약하다니까"
"……손님 앞이다"
나는 한 차례 대화를 선배랑 마치고 카운터 좌석에 앉은 손님에게 눈을 돌린다.
"안녕, 건강해 보이네"
"아, 하야마 선배"
"……, 너는 정기적으로 오는군"
"내 일이니까"
"싫은 일이군"
"동감이야"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가게 안 창문으로 올려다보고 있으니, 한 줄기 비행기 구름이 생겨있다.
또렷하게 보인 긴 비행기 구름은 하늘을 반으로 가르듯 선을 끌었다.
"예쁜 하늘이에요. 내일도 맑으면 좋겠네요!"
"아? ……비행기 구름 생겼잖아. 내일은 비오겠네"
"에!? 어째서요!?"
"어째서냐니, 비행기구름이 또렷하게 생긴 다음 날은 비가 내리잖아?"
"그런 도시전설 몰라요"
"아니아니, 기압의 관계상 그런거야"
선배는 창 밖을 힐끔 보고 카운터석에 앉는다.
하야마 선배도 쓴웃음을 지으며 그 설에 끄덕였다.
아무래도 정말인 모양이다.
"내일은 비내리나아……"
"응? 이로하, 내일 무슨 일 있어?"
"네, 내일은 정기휴일이라서 선배랑 데이트를 할거에요"
"데이트 아냐. 쇼핑 짐꾼역을 하는것 뿐이다"
카운터에 팔꿈치를 대고 하야마 선배에게 아까전에 받은 봉투 속을 확인하고 있는 선배는 중얼거린다.
"하아, 어차피 확률론이야. 이렇게 확률로 비가 내릴 뿐이지 반드시 내린다는건 아니야"
"으으. 기우재를 하면 되는거죠?"
"……너는 비를 내리고 싶은거야?"
나는 가게 안에 놓여 있던 박스 휴지랑 고무링을 카운터에 두고 작업을 시작한다.
구깃구깃, 둥글게 말은 휴지를 하나 더 휴지로 감싸고 고무링으로 묶어서 완성.
매직으로 눈과 입을 그리고 가게의 커튼 레일에 매달아놓으니, 테루테루 보우즈는 빙글빙글 돌면서 가게 안을 지켜봐준다.
"내일도 맑을 수 있도록"
22/42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