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20) "역시 내 교육실습은 잘못됐다" 제 1화
히키가야 하치만(20) "역시 내 교육실습은 잘못됐다" 제 1화
"너를 좋아해. 사귀어 주지 않을래?"
방과후, 석양이 지는 중앙정원. 눈 앞의 남학생이 그렇게 말했다.
(또야……) 예상대로 전개에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솔직히 마음이 무겁다. 이 후의 전개가,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생…고작 17년 정도지만…중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해왔다.
나를,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들뜨게 하는 사람이 전혀 없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버리는건 스스로도 어떡할 수도 없다.
시원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축구부 뭐라고 하는 선배. 동급생 여자애가 멋있다고 떠들었다. 확실히 이목구비는 단정하다고 생각한다.
여자에게 평범하게 인기가 있는 점에서, 분명 머리도 성격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죄송해요, 그건 무리에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루미야, 아오바 선배를 찼다며? 소문 났어"
다음날, 친구인 미유에게 바로 학교를 돌고 있는 소문을 들었다.
아오바 선배…어제 본 그 사람인가. 분명 그런 이름이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라고 한숨을 쉰다. 주위에 인기척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어디에서 보고 있던 모양이다. 그 소문이 어떤 뉘앙스로 퍼진건지도 상상은 간다. 분명 또, 여러 과장이 붙은 내용으로 재미반으로 퍼뜨려져서, 그 선배에게 마음이 있던 여자애 들은 '기고만장하네' '잘난척하네' 등 험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자 특유의 끈적끈적한 음습한 질투, 악의. 남자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나 속마음이 훤히 보이는 친절. 익숙해져 있기는 하지만 우울해진다. 초등학교 시절의 트라우마가 고개를 내밀것 같다.
그런 주목이 싫었기에, 항상 '지금은 연애에 흥미는 없어' 라고 공언하고, 예방선을 쳤는데.
미유"왜 거절했어? 아오바 선배, 멋있잖아! 성격도 좋구, 노리고 있는 애들도 많이 있는데? 아깝다아…"
한탄하는듯 크게 고개를 흔드는 선량한 친구에게, 애매한 쓴웃음을 지으면서…신중하게 말을 골라서 대답한다.
루미"나한테는 아까워… 거기다 봐, 공부도 있고, 앞으로 수험공부도 열심히 해야하니까… 솔직히 누구 특정한 남자랑 사귀는건 생각할 수 없어"
미유"으~응, 그런가아… 그러고보니 항상 『지금은 연애에 흥미는 없어』라고 했지"
루미"…응"
미유"그럼,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구나?"
루미"다, 당연하잖아"
조금 어투가 세진다. 조금 짐짓 했던 모양이지만… 미유의 눈이 번뜩 빛났다(는걸로 느껴졌다)
미유"……거짓말!!"
무심코 흠칫 몸을 움츠린다. 핫, 하며 제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미유의 입을 막았다.
루미"미유, 목소리가 커…"
지금은 점심시간이고 여기는 특별동에 있는 『봉사부』의 부실. 그리 사람이 오는 기척은 없겠지만, 하고 있는 얘기가 내용인 만큼, 누군가에게 들리진 않을까 식은땀을 흘린다.
루미"거기다, 거짓말이라니 뭘 근거로…히얏?!"
미유의 입에 댄 오른손의 손가락을 할짝 핥아져, 반사적으로 손을 뗐다.
미유"이 맛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맛'이다……"
두두두두두… 발로 효과음을 울리면서 우쭐댄 얼굴로 지적해오는 친구. 용모, 성격 둘다 좋은 아이긴 하지만, 이렇게 가끔 여러가지로 이상한 탓에 반에선 둥 뜬 느낌이다.
루미"…딱히, 거짓말은 안 했고"
미유"…흐-응, 그래? 뭐, 맛으로 알았다는건 농담이지만. 루미, 요즘 때때로 어디 먼곳을 보는 눈을 하면서 한숨 쉬고 있다고? 무의식인걸지도 모르지만"
루미"…엑"
설마… 라는 동요가 표정에 나온걸지도 모른다.
미유"…오, 반응 있어. 이거라면 숨겨도 다 보인다구요, 아가씨"
히쭉 웃는 사악한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아뿔싸. 블러프다.
루미"…미유"
여기서 화내면 점점 묫자리를 판다. 쿨하게, 쿨하게…
미유"미, 미안. 미트볼 하나 줄테니까 용서해줘. 미인이 웃는 얼굴로 화내면 박력이…"
실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거래에 응해서 봐주기로 했다.
"여-어"
부실문이 갑자기 열렸다.
루미"우라라…늘 말하지만 노크를"
미유"아, 우라라, 얏하로-"
봉사부의 마지막 한 명, 미우라 우라라였다. 우리는 점심시간은 대개 여기서 같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미유도 그렇고 우라라도 그렇고, 나 말고 부원은 노크라는 문명인으로서 갖춰야하는 습관이 없다. 그러니까, 아까같은 말을 할때는 조마조마하는거다. 갑자기 들어오니까…
고문인 히라츠카 선생님조차 그러니까, 이젠 어쩔 수도 없다.
지금 이야기는, 들리진 않았을까? 몰래 우라라의 모습을 본다.
우라라"뭐어뭐, 괜찮잖아… 후우, 배고파라. 밥, 바압"
아무래도 아무것도 안 들었던것 같다. 나의 항의를 적당하게 달래고, 콧노래를 부르며 도시락 뚜껑을 여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쓰러내린다.
그녀는 연극체질이 아니라서 바로 감정이 겉으로 나온다. 직접적이지만 잘 챙겨주고, 화려한 용모와 어울리게 교실 여자 카스트 최상위에 위치하는 인물이다.
방심하고 있을때 그녀가 말을 걸었다.
우라라"루미, 뭐 저질렀어? 교실에 남은 놈들…뭐랬더라, 암튼"
몇 명, 별로 사이 좋지 않은 여자애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우라라"그 년들이 속닥속닥 험담하길래 좀 혼내고 왔는데. 너, 뭐 했어?"
미유"…실은 이러쿵저러쿵"
어떻게 대답할지 망설이고 있으니, 제지할 틈도 없이 미유가 전부 말해버렸다.
아까 안심했던 의미가 전혀 없었어…
우라라"…과연. 루미, 실제로는 어때? 좋아하는 사람… 진짜 있는거 아냐?"
루미"…어, 없어"
그녀들은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없다. 이유는 여러모로 있다.
…나는 그녀들이 비밀을 퍼뜨리거나 누설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의 쓰라린 기억이, 더욱 자신을 비밀주의로 만들고 있는걸지도, 라고 힐끔 생각하지만, 아마 그것만이 아니다. 이건, 독점욕에 가까운 감정…
요컨대. '그 사람'을 남이 아는 얼굴로 말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의 장점을 알고 있는건 나만이면 좋다. 나 만이, 그의 곁에 있으면 돼…
그런, 에고이스틱한, 추악한 감정. 그걸 자신의 안에 자각했을때는 경악을 했다.
친구들의 추궁을 필사적으로 넘기는 사이에 종이 울었다. 안도하면서 이야기를 마쳐, 미유랑 우라라보고 교실로 이동을 하도록 재촉했다.
미유"…루미"
루미"…?"
문을 잠그기 위해 교실에 남아있는 나에게, 미유가 갈때 말을 걸었다.
미유"…아까 한숨 쉰 이야기, 거짓말 아니다?"
무심코 숨이 막힌다.
미유"무리하게는 말하지 않겠지만, 만약 힘이 될 수 있는게 있다면 말해줘. 상담 들어줄테니까. 그것 뿐이야"
생긋 웃고 문 틈새로 고개를 집어넣는 친구에게, 몇초 간격을 두고 작게
"……고마워"
라고 말한다. 들렸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렇다. 그녀의 지적은 올바르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분명 이룰 수 없는 사랑일 것이다. 그 사람의 곁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 나하고 어딘가 닮은, 하지만 훨씬 성숙하고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
첫눈에 봤을때 알아버렸다. 연인 같은게 아니야, 라고 부정했지만, 여자의 감이, 이런일로 틀릴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틀림없이, 이 사람도 나와 같은 감정을 그와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도 또한 그녀를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알아버렸다.
혹시, 그가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준건 내가, 어딘가 그녀와 닮아있으니까, 인걸까. 그건 싫다. 참을 수가 없다.
어째서, 내가 먼저 그와 만나지 않았던걸까. 어째서 나는, 그보다도 이렇게나 연하인걸까. 마음속으로 운명을 저주하면서 창밖을 본다. 그와 만남…아니,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정확하게는 재회를 떠올린다.
아무도 없는 학교. 쓸쓸한 경색이었다. 약 1년하고도 조금 전, 나는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