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A memory for 42days

A memory for 42days - 폭풍처럼 휘날리는 추억.

모래마녀 2014. 12. 16. 23:58

A memory for 42days - 폭풍처럼 휘날리는 추억.
 
 
휴일끝난 아침.
회사 다니고 있을 시절에는 이렇게나 우울한 때는 없다고 생각할만큼 몸을 일으키는데 힘들었다.
이제부터 기나긴 일주일을 보낸다고.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이제부터 즐거운 일주일이 시작한다고.
 
기다리다 지친듯 눈을 뜨고, 평소처럼 몸단장을 하고 찻집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간다.
 
 
"선배! 안녕하세요!"
 
"어. ……오늘은 성가신 손님이 올지도 몰라"
 
"성가신 손님?"
 
 
선배는 평소처럼 카운터 안에서 밑준비를 하고 있지만, 어딘가 평소보다도 느낌이 없다.
찻집 제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선배가 타둔 커피를 마시면서 아직 개점전인 가에 안에서 한숨을 쉰다.
 
그러자, 입구 문이 열린다고 생각하니, 키가 크고 스타일 좋은 여성이 담배를 물면서 입점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직 open시간이……앗, 히라츠카 선생님!?"
 
"음? 어라, 너는 잇시키인가? 오랜만이구나. 너도 여기 손님이었을 줄이야"
 
"아, 아뇨……"
 
"그나저나 그 복장은 뭐냐? 조금 프릴이 지나치게 달린거 아냐? 너도 적당히 나이 찼으니까……"
 
"아아, 성가신 손님이란건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나요"
 
 
선생님은 카운터 자리에 앉아, 선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재떨이를 받는다.
기억에 있는 백의 차림이 아닌, 스키니 진즈에 레저 코트를 입은 차림.
스타일리쉬한 어른이라고 느껴진다.
 
 
"히라츠카 선생님, 잇시키는 손님이 아니에요"
 
"뭐라? 어덯게 된 일이냐? ……, 서, 설마!?"
 
"실은 저, 여기서……"
 
 
"네 녀석! 히키가야의 아내라고 하는거냐!?"
 
 
""……""
 
 
선생님은 호들갑스럽게 몸을 크게 젖히면서 선배와 나를 비교하고,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면서 담배재를 주위에 흐트렸다.
아아, 모처럼 닦은 카운터가…….
 
 
"……선생님, 진정하고…"
 
"에에이!! 듣기 싫다, 듣기 싫다 히키가야!! 너도 나랑 동류, 천애고독을 관철하는 인종이었잖느냐!!"
 
"그러니까 얘기를……"
 
"나는 굴지하지 않는다아!! 너 같은 녀석을 많이 보아왔다, 바로 나를 배신하고 행복을 만끽하지. 너희는 나의 불행을 먹고 크게 자란 행복의 악마다!!"
 
"……"
 
"우으, 나의 S2000 조수석은 언제가 되어야 채워지는거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오딧세이로 바꾸는것 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 잇시키는 여기 점원입니다"
 
"나는 독신이라고 시간을 낭비하고 잇는게 아니다.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저축도……, 어?"
 
 
선배는 선생님의 앞에 브렌드를 두고, 선생님이 어지른 재를 조심히 닦는다.
방금전까지 그렇게나 조용했던 가게안은, 한 명의 외톨이 탓에 떠들썩하고 황폐한 가게로 변했다.
마치, 겨울에서 여름이 된 것처럼.
 
 
"그러니까, 잇시키는 여기서 일하고 있는겁니다"
 
"저, 정말로……?"
 
"저, 정말이에요-. 저,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그렇게, 아, 아, 아내는……, 지금은 아직 좀…"
 
"후후후, ……하아-앗핫하!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히키가야한테 까지 추월당하진 않겠지!! 미안미안, 조금 착란해버렷다"
 
 
카운터 자리에 다시 앉고 선생님은 천천히 브렌드를 마셨다.
담배에 불을 붙여 다시 입에 물고, 하얀 연기를 가늘게 뿜고 선배에게 말했다.
 
 
"흠. 조금 분위기가 변했나……. 뭐, 10대에 각이 서고, 20대에 각이 깎인다고 하니까"
 
"그렇네요. 30대에 둥글어지고, 40데에 또 뾰족해진다고 하죠"
 
"잠깐만, 왜 40대를 말할대 나를 본거냐"
 
"그냥 피해망상입니다"
 
"……흥. 뭐어, 너랑 잇시키의 조합더 드문건 아니지. 그 둘과 마찬가지로, 잇시키도 신경쓰고 있었구나"
 
 
조금 그리운듯 나를 보는 선생님은, 옛날과 변함없이 선생님다운 말을 한다.
선배가 노려보고 있다는걸 깨달은 선생님은 손으로 휙휙 흔들며 실언이었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잇시키. 너도 적지 않게 히키가야의 버팀목이 되고 있어. 이 녀석은 말을 하는게 허술하니까, 말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너랑 히키가야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봉사부가 생각난다"
 
"그, 그런가요? 저는 봉사부가 아니었는데요…"
 
"하하하. 부원이 아니라도 같이 보낸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그런걸까요오"
 
"그럼, 고문이었던 선생님도 봉사부의 일원이었다는거네요"
 
"……흠. 그렇게 말해주면 나쁜 기분은 아니구나"
 
 
선배와 선생님의 그리운 대화.
나는 이렇게 선생님과 사이좋게 대화한느 선배의 모습을 자주 봤다.
사이가 좋구나아,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니…….
조금 부럽게 생각해버리는 반면, 봉사부에서의 추억에 내가 남아있다는데 기뻐졌다.
 
 
선생님은 "또 오마" 라고만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갔다.
폭풍처럼 가게를 어질렀다고 생각하니, 마지막은 정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정말로 왜 독신일까요."
 
"……사람은 필요로 하지 않는데 집착하지 않는거야. 저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힘을 갖고 잇으니까, 버팀은 필요없는게 아닐까?"
 
"헤에. ……선배는 혼자 살아갈 수 있어요?"
 
"너 바보냐? 나는 모든걸 받쳐지면서 살아가고 싶기까지 한다고"
 
 
"아하하. 그랬지요. 그럼 지금은 제가 확실하게 받쳐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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