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차가운 손으로 우산을 쓰며.
A memory for 42days - 차가운 손으로 우산을 쓰며.
점심후 찻집.
손님이 다 마신 티컵을 정리하고나서 카운터를 닦는다.
가게내의 증기로 흐린 유리창을 쳐다보며, 동심을 그대로 무언가를 그리듯 손가락으로 그렸다.
조금 유치했나.
우산을 깥이 쓰는 그림은 요즘 애들도 그리지 않을 것이다.
내 옆에 남은 공백란.
누구를 쓸지는 정해뒀다.
마음을 담아 문자를 쓴다.
"뭐 하는거야?"
"으에!? 아, 아아, 조금 메모를 하려구요!"
나는 황급히 창을 손으로 닦았다.
조금 차가운 물방울이 남아, 창에서 내가 그린 우산이 사라진다. 아무래도 그가 들어오기 전에 비가 멎어버린 모양이다.
"거기에 메모를 써도 지워질거아냐. ……자, 이거 줄게"
"네? ……영화 티켓?"
"아아, 신문 집금으로 샀어. 너, 오늘은 그만해도 되니까 갔다와"
"헤에, 별로 연애왕화는 안 보는데요……. 그럼, 자요"
"아? 필요 없어?"
2장 중 한 장을 선배에게 건낸다.
어째서 이럴때는 둔감한걸가.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는 선배를 두고, 나는 점심이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close 간판을 찻집 입구에 내밀었다.
"자요! 선배도 빨리 준비해주세요. 지금부터 영화를 보러 갈거니까요!"
……
…
.
사람이 오가는 거리를 걸으며, 역앞의 로타리에 도착한다.
시계를 확인하자 약속 시간 5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일렀던것 같다.
하지만 마음 준비를 하는데는 딱 좋다.
이제부터 올 사람이 나를 보고 환멸하지 않도록.
열심히 나를 보여주는거다.
"힘내라! 나……, 아얏!"
"……왜 먼저 가는거야"
"아파라아, 정말. 모처럼 데이트 하는거니까 조금 정도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굳이 약속 분위기를 맛보기 위해 찻집에서 뛰어왔는데 엉망이다.
나는 머플러를 입가까지 올리고 선배를 노려본다.
"데이트 아니고, ……슬슬 그 머플러 돌려줘. 준거 아니거든?"
"거부합니다. 자, 영화관은 가까우니까 걸어갈까요"
녹을줄 모르는 눈이 마을거리를 하얗게 물들인다.
오늘 날씨도 축 처진 흐린 모양.
밤에는 눈이 내릴지도.
나랑 선배는 관내에서 영화 상영시간을 조사한다.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있는 모양이다.
"어떡할래요? 저녁 먹기에는 미묘한 시간이구요"
"저녁은 영화 본 다음에 먹어도 되잖아. ……아, 서점 들르고 싶었지. 괜찮아아?"
가까운 서점에 들르자, 나는 신간 코너에서 쥬몬지 미쿠모 선생님의 소설을 발견했다.
판매는 그럭저럭인 모양이라, 진열된 반 정도는 없어져있다.
선배는 문고본 코너에서 무슨 품정을 하는것 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뒷표지에 쓰인 줄거리를 읽고 있는듯, 그 눈은 무척이나 진지하다.
"선배? 재미있어 보이는 책 있어요?"
"……음. 참고가 될것 같다"
"참고?"
"……아니, 재미있을것 같다는 소리야"
서점에서 나오자 가게 안과 온초아이에 몸이 놀란듯 떤다.
해가 비치는 곳을 걷고 있어도 용서없는 겨울 바람이 밀려왔다.
"으으~, 추워요-. 상영시간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있구요"
"그렇군. 찻집이라도 들어갈까"
"오, 적정시찰이네요?"
찻집 점내는 내가 익숙해진 차분한 분위기가 아닌, 어딘가 떠들썩함을 느끼게 하는 장식을 하고 있었다.
선배가 말하길, 『이것도 찻집의 장점』인 모양이지만, 나로써는 차분한 분위기에 편한함을 만드는 선배의 찻집이 단연 좋다고 느낀다.
"뭐, 떠들썩하다고 보는가. 소란스럽다고 보는가 차이겠지. 활기가 있는 찻집이라고 해도 좋고"
"므으, 왠지 긍정적이네요. 라이벌 가게라구요?"
"스타벅스를 라이벌로 하다니 주제넘어. 100개의 찻집이 있으면 100개의 분위기가 있다는 소리야"
"……저는 저희 찻집이 제일 좋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조금 밍밍한 브렌드를 마신다.
어딘가 편애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역시 선배가 타준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진다.
상영시간이 10분 전이 되어 나랑 선배는 영화관으로 향한다.
찻집을 나오니, 염려대로 잔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에서 보는 눈은 어딘가 환상적이지만,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나에게는 마이너스 포인트다.
갑자기, 나의 시야에 눈이 멎는다.
머리위로 올려진 검은 접이식 우산은 나의 몸을 폭 덮고 있었다.
"너, 일기예보 정도는 봐라"
"……후후. 봐도 안 갖고 올거에요"
"얼마나 청개구리인거냐?"
마음을 그린 유릿창에는 소원을 이루는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린 마음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신님이 준 포상인걸가.
나는 우산을 든 선배의 차가워진 손을양손으로 감싸듯 쥐었다.
"이렇게 하면 선배도 따뜻하죠?"
12/42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