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A memory for 42days

A memory for 42days - 하얀 숨결과 차가운 손은 당신을 위해.

모래마녀 2014. 12. 16. 23:54

A memory for 42days - 하얀 숨결과 차가운 손은 당신을 위해.
 
 
 
 
오늘은 찻집의 정규 휴일.
일주일에 한번, 부정기적으로 휴일을 한다거나.
그래도 되냐고 생각했지만, 선배다워서 도리어 좋은걸지도 모른다.
 
그렇지.
 
오늘은 내가 아침을 준비하자.
 
생각하면 바로 행동. 나는 1층 찻집으로 가면서 아침 메뉴를 생각한다.
 
 
"어. 오늘은 일찍 나왔네"
 
"어라, 선배가 더 일찍 일어났네요"
 
"뭐, 그래. 이제 아침 먹을래?
 
"네!"
 
선배는 냉장고에서 이미 썰어놓은 야채를 꺼내서 접시에 올려간다.
그릇에 알맞게 올려진 샐러드를 완성시키고, 동시에 토스트를 굽는다.
가볍게 칠해진 마가린과 식탁에 놓여진 잼.
익숙한 동작을 재빠르게 마치고, 선배와 내가 마주앉는게 일과가 되어 있다.
 
 
"잘 먹겠습니다-"
 
"음. 맛있게 먹어"
 
 
조금 잡식인 나는 여러 잼을 발라서 토스트를 먹었다.
선배는 신문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가끔 토스트를 베어문다.
 
오늘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선배. 오늘 예정은요?"
 
"음-. 신문 읽고-, 텔레비전 보고-, 뒹굴뒹굴거리고-"
 
"한가한거죠?"
 
"안 들었어?"
 
 
"조금 저랑 어울려주지 않을래요?"
 
 
나는 과거를 정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괄해서 정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선배가 조금이라도 등을 밀어준다면.
여기서 생활이 시작한지 일주일. 나도 스스로 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 만이라면"
 
 
……

.
 
 
장소는 오차노미즈.
내가 선배보고 어울려달라고 싶었던 곳은 여기다.
히지바시리 아래를 흐르는 칸다가와는 절경은 아니지만 비친다고는 할 수 없다.

소부선하고 중앙선의 교차를 바라보면서 선배와 나란히 히지바시리 중앙에 선다.
 
 
"그립네, 소부선. 일본에서 가장 멋진 노선이야"
 
"절대로 아니에요"
 
 
정말로 치바를 좋아하는 선배다.
추위를 잘탄다고 하는 선배는 폭신폭신 P코트랑 머플러까지 감고 있다.
어딘가 귀엽지만 어른스러움도 있는 차림이다.
 
 
"오늘, 저는 저랑 마주보기 위해 여기에 왔어요"
 
"……그런가"
 
"……아무것도 안 묻는건가요?"
 
"얘기 중간에 잘라먹지 않는 주의야"
 
"아하하-. 시간을 잡아먹히고 싶지 않은것 뿐이잖아요?"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얼른 마쳐버리자. 뭔진 모르겠지만, …뭐, 도와줄 수 있는거라면 도와줄게"
 
코가 새빨간 선배는 자기가 감고 있던 머플러를 나에게 감아준다.
선배는 뭐든지 다 꿰뚫어보고 있구나.
자기도 추운 주제에…….
 
 
"따뜻해요. 선배, 선배는 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나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스마트폰을 꺼낸다.
전원은 꺼둔 상태다.
 
생각해보면, 학생시절부터 담아둔 데이터가모두 담긴 스마트폰.
친구들의 주소, 스티커 사진, 전 남친들과 사진.
모두 데이터이지 추억은 아니다.
나에게 추억을 준건, 분명 이전도 이후도 선배 뿐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데이터는 나에겐 이제 필요없다.
 
 
"에잇!"
 
 
히지바시리에서 던진 스마트폰은 크게 호를 그리고 칸다가와에 떨어져간다.
그건 분명 강바닥까지 떨어져,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고 썩어갈것이다.
 
선배는 조금 놀란듯 스마트폰의 궤도를 쫓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칸다가와에 생긴 파문을 지켜볼 뽄이다.
 
 
"정산 완료에요! 조금이지만 어깨의 짐이 내려갔어요!"
 
"아-아, 자원 쓰레기를 강에 버리다니"
 
"제가 버린건 자원 쓰레기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앞으로 저에게 있어선 큰 자산이 될거에요!"
 
"……우리 알바생, 머리가 이상한걸까아"
 
 
파문이 사라지자, 거기에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것 처럼 강은 흘러갔다.
 
그걸 지켜보고, 나는 선배의 손을 잡는다.
 
어째서 이렇게나 따뜻한가요?
 
밖을 걸어서 추울텐데.
 
머플러도, 나에게 빌려줬는데.
 
 
"……왜"
 
"에헤헤. 장갑 깜빡했어요. 이렇게 하면 따뜻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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