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만약 하치만과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적이 있다면
만약 하치만과 유키노가 옛날에 만난 적이 있다면12
2. 갑작스럽게,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나타난다.
일요일, 오전 10시를 조금 지난 무렵. 장마 끝날 시기라고 불러야할 푸른 하늘 아래.
"……………………………………"
비구름처럼 어둡고 기분나빠하는 유키짱이 약속 장소로 왔다.
연분홍 노슬리브 셔츠에 꽃무늬 하이 톱 플레어 스커트를 입어서 잘록한 허리를 돋우고, 키가 높은 샌달을 신어서 다리 길이를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운 흑발이 나부끼며, 옅게 바른 루즈가 입술을 빛낸다. 그 모습은 주위 시선을 못박게 하고 있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저, 저기………유키짱……?
"……뭐니, 히키가야?"
차가운 눈을 가늘게 뜨며 째릿 노려본다. 무심코 힉, 목소리가 나올뻔했다. 너무나도 험악해서 주위 사람들도 몸을 사리고 있었다.
이런, 진짜로 위험해. 완전히 적대자를 대할때 태도를 취하고 있어……말 그대로 얼음의 영왕이다.
이렇게나 유키짱이 화내는건 실은 어제부터다.
『――나랑 사귀어줘』
『에,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유키짱이 어째선지 얼빵한 소리를 질렀다.
『에, 엣? 하, 하치군!? 저기, 그게……읏』
혼란해하는 유키짱을 보고 불안해진 나는 조심조심 물었다.
『……에, 그렇게나 싫었어? 내일, 유이가하마의 선물 같이 고르는거』
『…………………에?』
갑자기 유키짱의 눈이 점이되고, 그 옆에서 코마치가 아차-. 하며 얼굴에 손을 대고 한숨쉬었다.
『에…… 그거 말고 뭐가 있어?』
내 말에 유키짱의 표정에 금이 쩌적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보고 있으니 유키짱의 주위에 무언가가 배어나오는 감각에 빠진다.
『………………이런 사람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말투라면 기대하지 않는 편이 이상하잖아………………이 벽창호는…………』
『미안, 유키 언냐. 우리 오레기가…………』
어째선지 코마치가 유키짱에게 사과한다. 그보다 오레기는 뭐야. 맞긴 하지만.
『됐어, 코마짱은 나쁘지 않으니까. ……………………히키가야?』
지옥에 울릴법한 오싹한 음색으로 유키짱이 내 이름을 부른다. 무심코 위축된다.
『아, 네에엡!』
『내일, 10시 경에 역앞에서 집합하자. ……1초라도 늦으면, 알고 있지?』
『서, 서 옛설!』
지옥에 있는 염마님도 죽여버릴 만큼, 원한을 가득찬 마지막 말에, 순식간에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나였다.
――이상 회상 종료. 하루 지나면 분노가 사그라들까 낙관시하고 있었더니,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 울것 같아.
"자, 자 글머 가자"
내가 손을 내미니 유키짱은 내 손을 가만히 쳐다보고, 이윽고 마지못한 느낌으로 내 손을 잡았다.
"……데이트에 익숙해진 모습도 싫어"
"………………그러냐"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하고 있으니, 유키짱이 미미하게 움켜쥐는 힘을 다시 넣었다.
곁눈으로 상태를 보니, 유키짱이 고개를 홱 돌리고 있다. ……귀까지 새빨개진건 말하지 않기로 할까.
개찰구를 빠져나와 우리들은 전차에 올랐다.
전차로 이동하는 도중, 나는 음성을 낮춰서 유키짱에게 말을 한다.
"그러고보니 유이가하마의 생일, 6월 18일이 맞대"
"코마짱한테 메일이 왔어"
아까보다는 상당히 표정이 풀어진 유키짱이 대답한다. 밀정 코마치, 상당히 유능하다.
"……히키가야는 선물 정해둔거 있어?"
"막연하게는. 뭐, 실제로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는 사이에 노선 변경할지도 모르지만"
갑자기 질문을 받고, 나는 안경을 들면서 대답했다. 실제로 조잡스런 이미지 밖에 없어서 가게에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유키짱은 내 대답을 듣고 불안하다는듯 눈썹을 모은다.
"가족 말고는 하치군이랑 코마짱에게 밖에 선물을 한 적이 없으니까, 뭘 고르면 좋을지……"
아아, 과연……. 라고 해도, 나도 비슷한거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꿰뚫어본건지 유키짱이 눈을 가늘게 뜬다.
"……예전 여친에게 선물정도는 한적 있지?"
"응? 뭐어. 그래. 하지만 사귀었던건 2개월이고, 선물한건 분명 머리핀 뿐이었다고?"
푼돈이지만 없는것보다는 낫나, 처럼 산적마냥 빼앗긴 기억밖에 없지만 말야. 그거 버렸으려나.
유키짱은 『……그래』라며 한 마디만 중얼거리고, 차창으로 바깥 경색을 쳐다본다. 드러난 어깨가 되게 가늘게 보였다.
그런 가느다란 어깨로, 얼마나 악의를 받아온걸까. 그걸, 단 혼자서 뛰어넘어온 고고한 여자애.
하지만, 바깥 경색을 쳐다보는 그 눈동자는 어째선지 쓸쓸해보였다.
"……응?"
그녀를 쳐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목에 늘어뜨리고 있는 체인이 낯익다는걸 깨달았다.
"유키짱, 혹시 그거……"
내가 물으니 유키짱은 시선을 바꾸지 않은채로 뺨을 미미하게 붉혔다.
"……………………늦어. 나는 언제나 차고 있었는데. 바보"
그렇게 말하고 유키짱이 체인을 가슴팍에서 꺼낸다.
"아……"
유키짱이 목에 늘어뜨리고 있는건, 내가 선물한 펜던트였다.
……생각났다. 분명히 돈이 완전히 부족해서 가게 아저씨에게 몇 번이나 엎드려 빌면서 싸게 산거다. 가게에서 봤을때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서든 유키짱이 껴 줬으면 싶었던거다.
"제대로, 사용해줬구나"
유키짱은 미간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볼을 붉은 상태다.
"받았으니까 쓰지 않으면 아, 아깝잖니. 이대로 감가상가될때까지 써줄테니까 감사하렴"
화난것처럼 말해주지만, 부끄럼 감추기라는건 훤히 보인다. 무엇보다, 벌써 6년 가까이 써주고 있으니까, 이미 감가상가되어 있다.
그 펜던트는, 줄곧 유키짱과 함께 해온건가. 유키짱을 줄곧 지켜봤구나…… 나 대신에.
"……유이가하마의 선물도 제대로 골라야겠다"
"………………응"
꼬옥, 유키짱이 내 손을 잡았다.
× × ×
이번 목적지인 도쿄DAY 라라포트에 도착했다. 코마치 말하길, 여기는 치바의 고등학생 커플이 자주 사용하는 데이트 스팟인 모양이다. 그럼 크리스마스에 습격한다면 여기로군.
그건 둘째치고, 여러 가게가 줄을 선 이곳이라면 유이가하마가 기뻐해줄만한 물건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가슴에 부풀며 나와 유키짱은 쇼핑몰 입구로 갔다.
"이, 이렇게나 넓었구나……"
유키짱이 전율한다. 인근에서 최대 쇼핑몰인 만큼 어느 정도 돌아볼 가게를 좁히지 않으면 하루가 끝나버린다.
"여기에 코마치의 메모가 있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유키짱에 보여준다. 거기에는 유이가하마가 좋아할법한 계통의 물품이 놓여있는 가게가 나열된 공간이 기입되어 있었다. 밀정 코마치, 역시 유능하다.
"1층 안쪽이라……"
유키짱이 중얼거리고, 목적지 반대방향으로 가려고 해서 손을 잡았다.
"어딜 가는거야. 반대야"
"아, 알고 있어"
정말이냐,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유키짱의 손을 잡으면서 목적장소를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주위분위기가 명백하게 변한다. 파스텔과 비빗이 뒤섞인 색채공간에 플로랄이나 샤본의 냄새가 떠돈다.
……여자같아!! 나란히 선 가게를 보니, 옷가게랑 악세사리 샵, 신발 전문점이나 부엌잡화, 그리고 란제리 샵. 되게 있기 거북한 공간으로 변해있다.
"쯔라땅……"
일단 요즘 여고생같은 발언을 해보자, 유키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쯔라땅?"
"괴롭다(쯔라이)에 『땅』을 붙여서 귀엽게 해봤다, 라는 모양이지만, 발상을 잘 모르겠어"
내 설명에 유키짱이 더 고개를 갸웃거리며 턱에 손을 댄다. 올빼미 같은 각도다.
"……땅을 붙이면 귀여운거니?"
"유키땅"
"기분 나빠"
바로 일축당해서 어깨를 떨구지만, 확실히 내가 『땅』을 붙여서 말했다, 라는 사실은 상당히 기분 나빴다. 어라, 그건 내가 기분 나쁠 뿐이잖아!
"뭐어, 마음을 도로 잡고 가게로 들어……………………………………가?"
에, 이런 여자여자 오러 만개인 통로만으로도 죽을것 같은데? 가게에 들어가? 나 슬립 대미지로 죽어버리는데?
"왜 거기서 의문형이 되는거야…… 안 들어가면 고를 수 없잖아?"
유키짱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본다. 명백하게 기막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서 걸어간다.
"자, 가자 하치군"
"아, 알았으니까 잡아당기지마"
유키짱에게 끌려가면서 안으로 들어가니, 가게내 여성의 시선이 꽂혔다. 후에에……. 무심코 유키짱의 뒤에 숨었다.
그러자 기막힌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한심해. 단정하게 있으렴"
"……아니, 그치만 다들 나를 보고 있잖아. 절대로 거동수상자 취급이다, 이거"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보니, 역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라고할까 여자끼리 소근소근 대화하고 있어! 엄청 느낌 나빠!
울사을 짓고 있으니, 유키짱이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린다.
"………………이건 거동수상자 취급이 아니라, 오히려……"
유키짱이 중얼중얼 말하기 시작한다. 진짜냐, 유키짱까지…….
"저기, 나 저기 벤치에서 쉬고 있어도 돼?"
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벤치를 가리키자, 유키짱이 미소짓고 이렇게 말했다.
"각하"
하지만 결국 이 가게에서 나가게 됐다.
다른 옷가게로 가니, 또 여성에게 시선을 받았지만, 유키짱이 쏘아보는 듯한 눈을 보낸순간 시선을 피했다. 유키짱 안력 쩔어.
하지만 이걸로 부담없이 물품을 고를 수 있게 되서, 나는 유키짱이 고르는 모습을 때때로 참견하면서 쳐다본다.
"그게 유키짱, 봉제의 튼튼함으로 고르면 끝이 없어"
"하지만, 유이가하마에게는 제대로 된 옷을……"
"유이가하마라면 분명 선물 받은건 소중하게 써줄거야.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튼튼한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안 그러면 가장 튼튼해보일 군복이 될지도 모른다. 여고생에게 군복이라니, 그건 그거대로 수요는 있을것 같지만. 본인은 기뻐하지 않겠지.
"라고할까, 유이가하마의 센스를 모르는 우리가 옷을 선물해도 취향이 틀릴것 같은데"
"……그건 일리 있네"
어쩌면 엄마가 사온 『줄무늬○라』라는 옷, 정도로 『마음은 기쁘지만, 그게 아냐, 그게 아니야』가 될지도 모른다.
"……나, 유이가하마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게 취미인지……몰랐던거네"
유키짱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 눈동자는 슬프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유키짱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보드럽게 만져준다. 고양이처럼.
"하치군……?"
"모르면 앞으로 알아가면 돼. 하지만, 묻지 않아도 그 녀석은 숨기지 않고 여러모로 얘기해주잖아?"
"그렇, 구나. 그럼……"
내 말에 뭔가 번뜩였는지, 유키짱은 내 손을 잡고 다음 가게로 향한다.
옷가게의 맞은편에 있는 란제리 샵을 지나 그 옆에 있는 부엌 잡화로 도착한다.
"부엌 잡화라아……"
내 중얼거림에 유키짱이 쿡 웃으면서 돌아본다.
"이거라면 알고 있잖니? 싫을 만큼 말이야"
유이가하마의 요리 실력은 진짜다. 나쁜 의미로. 진짜로. 흑탄 연금술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2병처럼 말한다면 물질을 전부 탄소 집합체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주다. 어라, 그래선 호문클루스측 아냐?
그나저나, 여기는 지금까지와 달리, 나라도 그런대로 즐길 수 있을 장소였다.
"유키짱, 이 냄비 뚜껑 대단해, 손잡이 부분으로 조미료를 넣을 수 있어……엇, 유키짱?"
기척이 안나서주위를 돌아보지, 유키짱이 사라져있었다. 진짜냐, 가게 안에서도 헤메는거냐, 그 애. 길잃은 고양이 오버런이야?
"하치군, 여기야"
그런 헤메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가보니, 거기에 있던건 에이프런 차림의 유키짱. 검은 생지에 고양이 발자국이 찍혀있다. 유키짱은 움직이기 쉬운걸 확인하듯 빙글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떠니?"
"아, 아니……엄청 잘 어울리는데……"
그것밖에 할 말이 없고, 뭣하면 지금부터 저녁 만들어 와주라고 엎드려 빌기까지 하는데, 그거, 유키짱에게 어울리는거잖아?
그렇게 생각했더니, 유키짱은 입고 있던 모습을 보고 어깨 끈 등을 신경쓰고 있었다. 지금 유키짱이 어떤 표정인지는 모르지만 귀는 새빨개져 있었다.
"그, 그러니……. 하지만 이거 나한테가 아니라. 유이가하마한테 어떠냐는 의미였는데"
"유이가하마한테는 어울리지 않겠네, 그거. 좀더 푹신푹신하고 폭신폭신한 바보같은 편이 어울릴거라 생각해"
"굉장히 심한 소리지만 정확하네……"
유키짱은 그렇게 말하고 자기가 입고 있던 에이프런을 벗어서 정중히 개었다. 그걸 내가 빼앗아서 쇼핑 바구니에 넣었다.
"유이가하마한테 어울리는건 아니었잖니?"
"아니, 유이가하마한테는 이거 안 사줄건데"
유키짱이 수상쩍은 표정을 지어서,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한다.
"……집에 놔두면 써줄거야?"
처음에는 의미를 이해 못했는지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이해를 했는지 증기가 나올법한 기세로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었다.
"~~~~~~~~~~읏!? 바보, 바보!"
유키짱이 내 어깨를 퍽퍽 때린다. 상당한 위력에 놀라면서 나는 어떤 에이프런을 가리켰다.
"저, 저거라면 유이가하마에게 어울릴것 같지 않아?"
내가 가리킨건 연분홍색을 기초로 한 장식이 적은 에이프런. 뭐, 저거라면 무난할거라고 생각했더니, 정신을 차린 유키짱도 수긍했다.
"뭐, 괜찮지 않겠니"
그렇게 말하고 내가 든 쇼핑 바구니를 빼앗아 핑크색 에이프런을 넣고, 그대로 계산대로 가져간다.
"에, 검은 에이프런은 내가 살건데?"
내 말에, 볼을 붉히면서 미간을 모은 유키짱이 돌아본다.
"안돼. 내가 살거야. 제대로 네 집에서 만들때는, 이걸 갖고 갈테니까 안심하렴. ………………………………안 그러면, 내 맨션으로 부를때는 입을 수 없으니까"
"어, 어어……?"
마지막 부근은 잘 안들렸지만, 일단 유키짱은 에이프런을 두 개 구입했다.
× × ×
다음은 펫샵으로 향했다. 나는 잽싸게 선물을 구입하고, 당연하듯 고양이를 만지고 있던 유키짱에게 간다.
주위에 사람이 많은건지, 나의 랭킹 1위인 그 말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고양이를 포근하게 만지면서 즐기고 있다. 그래도 뭐, 늘 단려한 이미지에서 한바퀴 돌아 귀여워지는건 변함없었다.
"유키짱"
내가 이름을 부르자 고양이가 귀를 움찔거리고, 유키짱은 어깨를 흠칫 거렸다. 싱크로해서 재미있다. 유키짱은 아쉬운듯 고양이에게 바이바이하고, 일어서서 나를 돌아본다.
"사려던 물건은 샀니?
"아아.그럼 슬슬 나갈까"
"그래"
유키짱이 수긍하자, 먼저 가려고 해서 손을 착 잡고 내가 앞선다. 나는 여기서 날짜가 바뀌는걸 보고 싶지는 않다.
출구로 가는 길에 가족이나 커플용 게임 코너를 발견했다.
요즘 시대는 드물지도 않은 게임 코너일텐데, 유키짱의 시선은 크레인 게임에 못이 박혀있었다.
"왜 그래, 유키짱……………앗, 아아"
쳐다보니 그 기계에는 낙칙은 인형이 들어가 있었다. 팬더 팡씨다.
아마, 유키짱의 머리속에서 고양이랑 맞먹을 만큼 그 총애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내가 유키짱과 만났을때부터 이미 엄청 좋아했다. 건담 오타쿠를 건오타라고 부른다면, 유키짱은 팡오타다.
"하, 하치군……부탁이 있는데"
유키짱이 애절한 얼굴로 나에게 묻는다. 얼마나 팡씨를 좋아하는거야. 나는 한숨을 쉬고, 엇갈리듯 유키짱의 머리를 퐁 하고 두드렸다.
"예이예이, 알았어"
나는 동전을 투입하고 크레인 게임을 시작했다. 크레인을 우측으로 가져가, 그 후에 안으로 밀어넣는다. 그 모습을 유키짱위 뒤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크레인이 인형을 집어 들고, 그대로 옮기려고 한다.
하지만 반정도 왔을때 팡씨가 떨어졌다.
"아앗"
유키짱이 분하다는 얼굴로 내 소매를 잡는다. 나보다 기합이 들어있네요, 아가씨.
"뭐어, 보고 있어"
한번 더 동전을 투입하고 다시 도전. 떨어뜨린 곳에 크레인을 이동해서 다시 크레인은 인형을 집었다. 그리고 들어올린 인형은 그대로 이동해간다.
"부탁이야……"
기도하는 포즈로 지켜보는 유키짱.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크레인 게임이다, 이거.
유키짱의 기도도 있어서일까, 인형은 빨려들어가듯 수취구가 기다리는 구멍으로 떨어졌다.
"아……"
"자, 뽑았어"
나는 유키짱에게 팡씨를 건내자, 유키짱은 만면의 미소를 짓고 팡씨를 껴안았다.
"고마워, 하치군"
유키짱이 얼굴을 팡씨에 묻으면서 기뻐한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은 마치 그 무렵으로 돌아간것 같다.
이걸 단추로 삼아, 나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무렵은 자주 놀았지이. 나랑 유키짱, 그리고 코마치랑 다른 한 명―――――――.
"어라, 유키짱? 거기다……핫짱!?"
"그래그래, 핫짱이라고 불리고……………어, 하?"
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정면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터무니 없게 아름다운 미인이 서 있었다.
풍성한 흑발에, 비쳐보이는 듯한 하얀 피부. 그리고 단정한 얼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리움을 느끼는 분위기.
"언니……"
유키짱이 중얼거리자 나는 그리움의 정체를 눈치챈다.
"하루짱……이야?"
내 물음에 눈 앞의 여성――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기쁘다는듯 끄덕였다.
그래, 이 사람은 유키짱의 언니고, 나의 세살 위. 만났을때는 이미 중학생이었지만, 나에게도 다정하게 굴해줬다. 화낼때는 엄청 무서웠지만.
"핫짱, 오랜만. ……그리고 유키노, 미안해?"
"하? 무슨 의미인―――――――"
유키짱이 의미를 물으려고 했을때, 어째선지 내 안면에 부드러운 감촉이 덮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핫짱의 감촉――――――――――――――!!!"
머리를 세게 홀드 당해, 꼬옥 안긴다. 엄청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나서 나는 혼란해지고 만다.
"어, 언니, 하치군한테 떨어져!"
"에- 싫어-. 나도 핫짱을 만나는건 오랜만이라구?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됐으니까 떨어져!"
"아야야야야야야야약!?"
유키짱이 억지로 하루짱의 가슴과 내 이마에 손을 넣어서 떼어내려고 해서, 이마랑 홀드된 후두부에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그대로, 나는 유키짱에게 안긴다. 또 안면에 부드럽―――뭐어, 감촉이 덮였다.
"지금 이상한 생각하지 않았니?"
"아니,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정치가 같은 대답을 하면서 나는 유키짱의 심장소리를 듣고 있었다. 왠지 그립다.
"어라라-, 빼앗겨버렸다. 그러고보니 둘이서 같이 있는데, 벌써 사귀고 있어?"
"그, 그런건 아니야!"
유키짱에게 즉답으로 부정당했다. 뭐, 익숙하니까 됐지만.
그걸 들은 하루짱은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흐-응. 그럼 괜찮지? 유키노"
"읏! 언니라고 해도, 이건 양보할 수 없어"
둘 사이에서 뭔가 개전될것 같지만, 나는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른다.
"무슨 일이야?"
"핫짱은 몰라도 돼.그럼, 오늘은 일이 있으니까 여기서 바이바이하겠지만, 다음에 만나면 나랑 데이트 해줘, 핫짱"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나를 껴안고,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귓속말을 한다.
"……그 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핫짱. 이건 그 속죄"
말을 끝내고 얼굴을 콱 잡고, 그대로 하루짱의 얼굴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입술에는 부드러운 감촉이. 곁눈으로 유키짱의 모습을 보니, 시간이 멈춘것처럼 정지하고 있었다.
잠시 그대로 있으니, 만족했는지 하루짱이 입술을 뗐다.
"푸핫, 잘 먹었습니다. 속죄로 퍼스트 키스 줬으니까, 소중하게 해줘♪"
그렇게 말을 마치고, 하루짱은 잽싸게 그 자리를 떠났다. 우리를 남기고.
"하루짱……"
나는 무심코 입술을 만지면서 이름을 중얼거리자, 옆에서 시선을 느꼈다. 이런, 돌아보고 싶지 않아.
마음을 먹고 돌아보니, 거기에는 미소짓는 유키짱이. 하지만 어째선지 분위기가 오싹오싹하다고-?
"히키가야, 할 얘기가 있는데. 지금부터 시간 있니?"
"………………………네"
그 후로, 나는 유키짱에게 5시간 설교를 받고 집에 돌아간건 심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