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노와 손을 잡는다. - 3. 나는 이번에 유키노와 공부를 하는걸까
나는 이번에 유키노와 공부를 하는걸까
분했다. 아까웠다.
얼마전 일을 떠올리고선 한탄했다.
그 명대사인 '실로 재미있다'와 마찬가지로 '실로 아쉽다'고 해봤지만, 왠지 모르게 어감이 나빴다.
정신을 차리니 내 눈 앞에 딱딱한 콘크리트 전봇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건성으로 걸었기 때문에 부딪칠뻔했다.
몇 센티만 빨랐으면 내 그럭저럭 잘 생긴 얼굴에 무거운 충격이 올 거리에서 멈춰선다.
"(위험했다. 이대로 부딪쳤으면 부끄러워질뻔했다. '개도 걸으면 막대기에 부딪친다'가 아니라, '외톨이는 걸으면 기둥에 박치기한다'라는게 왠지 불길한 징크스를 만들어낼뻔했다.)"
자, 그런 와중에 나는 학교 마치고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사는 고급 맨션으로 향하는 도중이다.
저번에 체육관 창고에서 있던 일로 나와 유키노의 사이가 한층 깊어졌다.
기뻐마지않는 일이지만, , . 조금만 더 였는데.
하아, , 그 유명한 '럭키 스케베'를 습득한 것은 좋은 것이다.
허나 난감하게도 이 스킬은 여자와 그런 이벤트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반면
그 숫자만큼 누군가에게 방해를 받고 마는 것이다.(대개 방해하는 인물에게 악의는 없다. 우연이다.)
인생은 그리 잘 굴러가지 않는다.
그런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매번 이래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대부호 혁명을 내서 패배할 정도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되지 않을까.
그 일로부터 나와 유키노시타가 단 둘이 집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유키노가 하치만과 도무지 집에 같이 가고 싶다고 하니까, , . 어쩔 수 없구나아, 그렇게나 나랑 같이 있고 싶은거야? 라고.
……실제로는 내가 유키노에게 같이 집에 가자고 말했다.
서로에게 용건이 없는 한, 방과후는 함께 집에 가게 됐다.
"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난처하잖아" 라고 하니 승낙해줬다.
"어쩔 수 없구나,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같이 돌아가줘도, , 좋아" 라고.
대개는 내 자전거 뒤에 유키노를 태우고, 자택 앞까지 배웅해주고 있다.
처음에 태워줬을때는 "좀, , 하치만 쓰러지지마" 라던가 "꺅!!" 라고 소리지르거나
유키노의 반응을 보고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익숙해졌다고 할까, 신용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타고 있다.
그 반응을 볼 수 없는건 조금 아쉽다.
요즘은 내가 반대로 반응을 즐겨지는걸지도 모른다.
등 뒤에 유키노가 찰딱 몸을 기대와서 노골적이게 내 귀가 빨개지는걸 그녀는 알고 있다.
당하는 느낌이다.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호칭은 학교 안에서 유키노는 '히키가야'
둘이서 있을때는 '하치만'이라 부르고 있다.
나는 마찬가지로 학교, , 뭐, 봉사부에서는 '유키노시타'
물론 단 둘이 있을때는 '유키노'라고 서로 이름을 부르고 있다.
세간에선 요즘 바보 커플을 '별명'으로 서로 부른다고 하지만 도저히 우리들은 흉내낼 수 없다.
이름으로 부르는것 만으로도 부끄러운데(지금도 아직 부끄럽다) 그런거라니….
한번 유키노를 '유키농'이라고 불러봤지만 위화감이 있다고 그녀에게 듣고 그만뒀다.
별명을 지은 본인인 유이가하마가 부르니까 딱 맞는거라고 생각했다.
자, 서두는 이 정도로 하고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려고 생각한다.
나는 유키노의 자택에 초대받았다.
'유키노의 방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데~' 라고 중얼거려서 '그럼 오면 되잖니?' 라고 들은게 계기다.
가까운 시일 기말고사가 있기 때문에 거기는 유키노 선생님에게 모르는 부분을 배우자고 생각이다.
공부를 배우는 김에 단 둘이서 보낼 수 있다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나는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필시, 나는 진지하게 공부하자! 라는건 할 수 없다.
라기보다도 모처럼 단 둘이 있는데 아깝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유키노가 사는 방의 앞에 도착했다.
유키노는 아무래도 준비하고 싶은게 있다며 먼저 돌아갔다.
나는 그녀에게 들은대로 일단 집에 돌아가, 조금 시간을 보내고나서 여기에 왔다는 것이다.
"(준비라니, 대체 뭐야? 차 준비하는건가. 아니, 그건 아닌가.)"
아무튼 도착했으니까 인터폰을 눌렀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오는건 대개 시간이 걸린다.
한번 인터폰으로 부르고 나서 엘레베이터 문이 겨우 열리는 것이다.
이거라면 방범대책은 완벽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삥뽕, 하며 익숙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달칵, 하고 문이 열리며 그녀가 응대했다.
"엣, , , "
나는 유키노의 모습을 보고 무심코 굳어버렸다.
움직일 수 없다. 스스로 손과 발을 움직인다는 신호를 발생할 수가 없다.
"다녀오셨어요, , 주인님"
천사다. 천사같은 메이드가 내 눈앞에
바야흐로 천사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그것 말고는 표현할 수 없다.
유키노는 메이드 복장을 입고, 나를 수줍어하면서 마중나왔다.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유키노의 귓가가 새빨개져갔다.
왜 내 연인은 메이드가 되어 있는걸까.
봉사부의 사로운 가능성을 발굴한걸까.
봉사부에서 유키노와 유이가하마가 항상 메이드라면 의뢰는 쇄도할거라 생각한다.
상상했더니 얼굴 근육이 풀어졌다. 히쭉거릴것 같다. 나는 얼마전부터 히쭉거리기만 하는군.
아무튼 다름아닌 본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유키노 씨, , 대체 왜 그런거야?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마"
"미안. 하지만 되게 잘 어울리니까"
"앗, 아무튼간에 방으로 들어와주겠니? 이대로라면 누군가에게 보여져서 나, , , "
그건 지당하다. 나는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신발 방향을 바꾸는것도 잊지 않는다.
"얼마전에, 네가 단 둘이 있을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으니까"
"아아~ 과연"
그렇다, 그건 전에 카와사키를 찾아다니는 의뢰에서 메이드 찻집에 있는게 아닐까 하며 자이모쿠자가 말했기 때문에 봉사부 + 몇 명이서 찾으러 간게 계기로, , .
생각해보니 카와사키는 성격을 생각하면 우선 말도 안 됐다.
귀여운건 좋아하지만 자신이 한다는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그만 이야기가 틀어졌지만, 그 때에 유이가하마와 유키노가 메이드 복장을 입은 모습을 보고 나는 그걸 마음에 들어했다.
유이가하마도 어울렸지만 무엇보다 유키노가 스트라이크였다.
그 녀석은 역시 이런거 어울린다고 그 때는 생각만 하고 끝냈지만, 연인사이가 되어서 문득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다음에 또 입어주지 않겠냐고 부탁했던걸 기억하고 있다.
그나저나 요즘, 유키노는 나의 대수롭지 않은 말을 제대로 들어준다.
갓 만났을때는 얘기도 하지 않았고, 들어도 주지 않았는데.
기뻤다. 게다가 메이드복을 입어주라는 절대로 무시 당할만한걸 기억해주다니.
"모처럼 네가 찾아왔으니까 딱 좋다고 생각했어"
"유키노, ,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 괜찮아?"
내 머리에선 당초의 목적과 예정은 사라져 있었다.
"에, , 하치만, 공부는"
"안심해. 나중에 반드시 할게. 그러니까, , 응"
"이건 내 탓이기도 하는구나…."
공부해라고 나한테 말하지만, 스스로 그 흐름을 없애버린 유키노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유키노가 신경쓰는 모양이라 말을 건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조금 당혹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치만, , 너무 움직이지 말아주겠니"
"아니, 그렇게 움직이진 않았는데"
"좀!! 간지러워"
내가 메이드가 된 유키노에게 부탁한것. 그건… 무릎배게다!!
더는 이거 말고는 생각할 수 없어!
제발 해줬으면 싶었다.
나는 소파에 살짝 앉은 유키노의 무릎 위(자세하게 말하자면 허벅다리 부분)를 배게로 삼아 누워있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유키노가 손을 대고 쓰다듬는다.
부끄럽다. 그리고 무척이나 안정된다.
나는 무척이나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고 자아를 되찾는건 아직 한참 멀은것 같다.
유키노도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내 얼굴을 보고 다정하게 미소짓고 있다.
"(나, , 왜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생각해보면 왜 그가 오는것 뿐인데 이런 의상으로 갈아입은걸까? 하지만 하치만 기뻐해주고 있고, , 괜찮았던걸지도 몰라)"
"하치만? 말해두겠지만 잠들면 안 된단다?"
"아니, 이건 잠들지도 몰라"
이젠 이대로여도 좋다. 모든 시계 바늘을 멈추고 싶다.
유키노의 메이드복은 치마가 또 짧다.
약속처럼 신경쓰이고 만다.
조금이라면 괜찮을거라는 변태같은 생각으로 유키노의 치마를 들추려고 해봤다.
"아팟!!"
내 생각을 간파하고 있다는걸 잊고 생각하지 않았던것이 실수.
유키노에게 조금 세게 오른손을 맞았다.
물론 그 손은 방금전까지 치마를 만지고 있던 손이다.
"하치만. 할거라 생각했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나한테도 변명 정도는 있어."
"일단 들어볼까?"
"너한테 이런 꿈같은 짓을 당해놓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게 무리다!!"
우쭐댄 얼굴로 유키노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그걸 듣고 단번에 새빨개져서 조용해지는 유키노.
너무 당당하게 말했나? 조금 돌려 말하는 편이 좋았나?
"그런거, , 니?
"아아, 그런거다"
유키노는 그렇구나, 라며 살짝 중얼거렸다.
내 시선이 아까부터 아니나다를까, 치마 방향. 즉 유키노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고 있어서, 유키노는 치마를 양손으로 누르려고 하지만 나를 무릎배게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 때마다 조금식 치마가 들춰지려고 한다.
"정말, , 하치만. 안 돼, , "
위험하다. 그런 표정을 지으면 어떻게 되버린다고.
이전에 체육 창고에서 보여줬던 그 얼굴.
부끄러움으로 어렴풋하게 눈물을 띤 그 얼굴에 더욱 반해버릴것 같다.
아니, 이미 반해있다.
"유키노, , 미안. 또 분위기 타버렸어"
"하치만, 얼마전부터 분위기를 너무 타고 있어"
젖은 눈으로 호소하는 유키노. 역시 어떻게 되버릴것 같다.
늘 쿨한 유키노도 단 둘이 되면 또 다르다.
그런 다른 일면을 볼 수 있으니까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얼마전에 그거, , 계속 할까?"
"거부할 수 없는 시점에서 나도 어떻게 되버린걸지도 몰라"
"그게 보통이라고, 연인끼리는 솔직하게 되잖아?"
"그렇구나. 그러는 편이 좋아"
유키노를 안고 자세를 바꾼다.
이번에는 내 얼굴을 유키노가 올려본다.
"(무척이나 예쁘고 맑은 눈이야. 나 같은걸아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얘, 하치만. 부탁해"
내 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부탁의 의미는 바로 알았다. 알기 쉬웠지만 조금 심술 부리고 싶어졌다.
결코 그녀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그거다.
"뭘 말이야?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알고있으면서. 정말로 오늘은 심술궂네. …키스, , 해줘"
유키노가눈을 감으니 맺혀있던 눈물이 흘러떨어졌다.
나쁜 짓을 해버렸다. 미안해. 키스를 통해서 저했다.
서로 혀를 감는다. 더는 방해는 받지 않는다.
시간도 장소도 생각하고 있고, 행동도 책임을 지고 있다.
유키노의 메이드복은 학생용 교복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자세히 보니 어울린다. 이렇게까지 어떤 차림도 잘 어울리는 여자는 그리 없다. 등 뒤의 리본으로 전체가 묶여있는 듯하다.
유키노에게 한번 더 묻고나서 리본을 풀어간다.
리본을 풀자 유카타처럼 메이드복이 유키노로부터 스륵스륵 떨어져갔다.
"잠깐, , 하치만."
"이렇게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거야?"
"그런거 아니니? 앗, "
유키노가 말하는 사이에 주름이 잡히지 않도록 메이드복을 그녀로부터 떨어진 곳에 두었다.
어떻게든 감추려고 하지만, 감추지 못해서 더욱 빨개지는 유키노.
승낙을 받았다고는 해도, 내가 터무니 없이 나쁜 짓을 하는 느낌이 들고 만다.
"왜 죄악감을 느끼는 눈을 하고 있는거니? 너랑 내 눈을 비교해서 하늘과 땅 차이의 충격을 받은거야?"
아니, 그건 확실히 그렇다. 너처럼 맑은 눈은 부럽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 정말로 괜찮아?"
"몇 번이나 그 소리는 들었어. 하치만이라면, , 나는 괜찮아"
"유키노"
"한번 더 말해두는 편이 좋겠니. 나는 너를 좋아해. 그러니까 네가 만지는건 싫진 않아"
감격해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런 느낌으로 울은건 처음인 느낌이 들었다.
유키노의 몸을 만진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유키노는 예쁘다.
더욱 만지려고 할때, 그 스킬
'럭키 스케베'의 디메릿트가 발생했다.
인터폰이 우는 것이다.
"유키노? 나야. 언니야! , , , 어라? 부재중?"
하루노 씨다. 유키노의 언니인 그녀가 지금부터 이곳을 찾아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 스마트 폰이 울었다.
뭐, 뭐야 하고 쳐다보니. 얼마전에 봉사부에서 있던 일이 어쩌구저쩌구 라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메일.
이 무슨 일이야. 얼마전부터 고문 선생님에게 매번 방해받는 느낌이 든다.
인터폰으로는 '어-라? 유키노-?' 라며 부르고 있는 하루노 씨의 목소리.
"어쩔 수 없네…."
"정말이지, 저 둘은…."
결국 그리고나서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기나긴 전화 대응을 하고,
유키노는 하루노 씨의 기나긴 이야기를 듣고.
깨닫고 보니 시간은 없어져서. 라기보다도 방과후에 유키노네 집에 들렀으니까 당연했다.
모든게 어중간하게 오늘이 끝나버렸다.
시험 공부는…전혀 하지 않았다.
가방에서 도구조차 꺼내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하니 레포트인 과제가 내려져있다는걸 알았다.
이런거 몰라!! 라고 소리질러도 의미가 없다.
"(하아, , , 다음에 유키노에게. 아니, 내일 봉사부에 간 김에 공부하자, , .)"
오늘 중 가장 성대한 한숨을 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