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짧은 시리즈물(완결)

2. 만약 1학년부터 봉사부에 있었으면

모래마녀 2014. 11. 23. 01:24

조리실습이란 굉장히 귀찮은 것이다.
안그래도 조 결성이 힘든 내 입장에서 보자면 잉여조에 섞이는게 제일 좋지만, 이것만큼은 어렵다.
어쨌든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도 함께 한다.
여자가 섞이는 것으로 인해 더욱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혼자만 반이 정해지지 않아 방치되는 편이 좋다고 마저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이지만 딱히 조리실습해서 점심값을 아끼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바로 조가 정해져버렸다.
 
"안녕 히키타니. 괜찮으면 같이 조를 짜지 않을래?"
 
그건 하야마였다. 결국은 유키노시타에게 고백한 후, 하야마가 유키노시타에게 고백했다는건 학교 안에 퍼졌다.
그리고 거절당한것도.
이유가 유키노시타에게는 약혼자가 있으니까 사귈 수 없다는걸로 된 모양이다. 뭐, 대충은 맞나.
그리고 많은 여자들은 하야마의 이상이 유키노시타라는걸 알고서, 자신과 비교하여 결국 포기한 모양이다. 이전보다는 고백받는 수는 압도적으로 줄어든 모양이다. 그래도 리얼충이냐! 그리고 일부러 잘못 부르지마.
 
뭐, 그런 일이 있고나서 하야마나는 나에게 간섭을 걸어오는 일이 늘어났다. 그야, 좋아하는 여자애의 남친이라는게 어떤 녀석인지 알고 싶어지겠지.
 
"너네 쪽에 가면 인원 오버잖아? 새로 넣는 의미 없잖아"
 
가능하면 짜고 싶지 않다.
 
"그래? 딱히 우리 중에서 조를 둘로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렇게하면 원하는 인수를 먼저 확보하고 나중에 나누면 된다. 그 부분은 머리가 돌아가는군.
 
"남자 셋 여자 둘이니까. 그리고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인데"
 
그렇게 하야마가 급우들을 돌아보고 있을때, 한 명이 두리번거리는 녀석이 있었다.
 
"하야마, 저 녀석"
 
"그렇군, 저 남자애랑 할까?"
 
남자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여자잖아
 
"안녕 토츠카. 괜찮으면 같이 조를 짜지 않을래?"
 
"아, 하야마. 고마워"
 
토츠카……남자?
 
"아, 히키가야도 함께구나. 잘 부탁해"
 
"아, 아아"
 
내 일므을 제대로 기억해줄줄이야
 
"그리고 여자 한 명인데. 아무래도 유미코가 찾아준 모양이야. 그럼 둘로 나눌까"
 
일단 조가 정해졌다.
나, 하야마, 토츠카(남자?), 그리고 여자 둘.
여자는 한 명은 금발 세로롤, 다른 한 명은 핑크 머리의 여자애다. 자기소개 받지 않았으니까 이름은 몰라.
 
일단 조리실습을 시작했다.
의외였던건 하야마가 요리를 못했다는거군, 이 녀석도 완벽초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반대로 세로롤과 토츠카는 요리를 잘했다.
움직임도 좋았고, 학교 조리실습이라면 충분한 기술이었다.
덧붙여 핑크 머리카락 여자애는 전력외다. 쌀을 씻으라고 듣고 세제를 넣으려던 녀석이다.
나? 나는 늘 유키노시타랑 만드니까 여유다.
오늘 실습은 오므라이스였다.
 
"나아, 폭신폭신한 오므라이스 만들고 싶은데, 누구 할 수 있어?"
 
"그거 맛있지"
 
"유이 너는…………미안, 안 들어도 돼"
 
"뭐야 유미코! 들어줘!"
 
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폭신폭신이라니, 그건가?
 
"미안, 집에서 만들때 도전해봤지만, 늘 실패해서……"
 
"사이도 요리하는구나!?"
 
"집에 혼자 있을때는. 별로 할 기회는 없지만"
 
"나는 가족에게 다 맡기니까 지금까지 만든적이 없어"
 
"그치만, 역시 오므라이스는 그 폭신폭신한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아, 어쩔 수 없다.
 
"잠깐 프라이팬 빌린다. 그리고 하야마, 모두의 접시에 밥 준비해라"
 
"뭣! 히키오 주제에 갑자기 뭐야!"
 
히키오는 뭐야? 결국 내 이름 기억 못하는거야?
 
"자자"
 
하야마가 제지했다. 세로롤은 불만인 모양이자만.
 
"흡!"
 
나는 점차 밥 위에 달걀을 올려갔다.
그리고 전원 몫에 다 올리고나서 나이프를 써서 썬다.
그러자 안이 반숙이라 폭신폭신한 상태의 달걀이 나타났다.
 
"대단해!"
 
"이거이거! 이거 먹고 싶었어!"
 
"대단해, 히키가야!"
 
"뭐야뭐야!? 어떻게 한거야?"
 
거기에 비집어 온것은 같은 하야마 그룹의 녀석들이다. 이름 뭐였더라?
 
"우와- 이거 하야마네가 만든거야!? 쩔어! 어-이 얘들아!"
 
그렇게 말하고. 반 내의 녀석들이 다가왔다.
 
"과연 하야마! 되게 맛있어 보여!"
 
"저기! 우리도 한입 먹어도 돼?
 
"어? 아, 아아, 괜찮지 않아?"
 
거기서 거절 못하는게 너의 나쁜 점이지.
 
"인마! 누가 나아걸 준다고 했어!"
 
아무래도 내 조 녀석들은 자기 그릇을 들고 탁상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토츠카, 하야마, 세로롤, 핑크머리가 각자 자기 걸 손에 들고 있다.
그리고 야수로 변한 다른 급우들은 남은 그릇을 전원이서 나누면서, 빼앗으면서 먹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 몫은 어디 갔어?
 
뭐, 상관없지만.
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건실에 간다고 말하고 실습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메일을 보냈다.
 
 
 
 
"기막혀. 내가 오늘 도시락을 만들지 않았으면 어떡할 생각이었어?"
 
"아니, 만들거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유키노시타의 도시락을 먹고 싶어"
 
결국 보건실로는 가지 않고, 그대로 부실로 향한 나는 유키노시타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납득이 안 가네. 결국 히키가야가 만들었는데 본인이 못 먹다니"
 
"내 요리는 그리 대단한게 아니라는건 알잖아? 유키노시타의 아침 먹고나서 나 엄청 침울해졌는데"
 
"당연하지! 내가 너를 위해 만든거야! 가장 맛있는걸 만들어 주겠어!"
 
이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도 좋지만.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키스를 한다.
 
"아직 점심이야. 밤까지 기다려"
 
이젠 밀어뜨려도 되지요! 얼마전에 장모님한테 손자 얼굴을 빨리 보고 싶다고 들었으니 괜찮지!
 
"유키노시타!"
 
그렇게 생각해 있는 힘껏 유키노시타를 껴안았다.
 
"히키가야"
 
유키노시타도 살며시 내 등에 손을 감았다.
 
점심을 다 먹고나서 줄곧 키스만 하다가 수업 종이 울었다.
 
"늘 학교에선 키스까지구나"
 
"역시 시간이 없으니까"
 
수업을 빼먹을까 생각하면서 유키노시타와 키스를 하고 수업으로 돌아갔다.
 
 
 
 
 
그날 방과후
 
"오늘 저녁은 오므라이스로 하자. 코마치에게 연락해둘게"
 
오늘은 유키노시타가 집에 묵으러 올 예정인 날.
 
"물론 히키가야가 만들어줘"
 
"어째선데. 유키노시타가 훨씬 맛있게 만들잖아?"
 
"나만 히키가야의 오므라이스를 못 먹었어"
 
점심부터 줄곧 그걸 생각하고 있던거냐.
 
"뭐, 상관없지만. 그보다 이 체제는 뭐야?"
 
어째선지 교실에 시트가 놓여있고, 거기에 홍차 세트가 있다.
그리고 나는 절찬 무릎배게를 받고 있다.
 
"가끔은 괜찮잖니. 의뢰도 요즘은 안 오고"
 
머리를 살살 쓰다듬지마. 꾸벅 잠이 오잖아.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의뢰인이 온다.
 
"저기- 봉사부는 여기 맞아?"
 
"유미코! 갑자기 들어가는건 실례야!"
 
그렇게 말하고 들어온건 나와 같은 조리실습조였던 여자 두 명이었다.
 
뭐, 갑작스러웠으니까 나도 유키노시타도 무릎배게 상태 그대로였지만.
 
"그래, 맞아. 내가 부장인 유키노시타야"
 
아- 그대로 말하는겁니까?
 
"아, 안녕, 잘 부탁해요. 아니, 왜 힛키가 있는거야!?"
 
응? 나 말야?
 
"히키오, 왜 그런 모습이야?"
 
"아니, 오늘은 피곤하니까 졸린다고 했더니 이렇게 됐다"
 
"어라, 유키노시타였던가? 히키오하고는 무슨 관계야?"
 
오오! 이 상태로 물어보나!?
 
"보는대로야"
 
아니, 보통은 모르잖아?
 
"에, 저기, 유키노시타는 힛키랑 사귀고 있어?"
 
"아니, 그건 아니야
 
어라? 아닌가?
 
"우리는 부부야"
 
아- 그쪽까지 가는구나. 뭐, 상관없지만.
 
"부부라니!"
 
"유이가하마지. 하야마의 소문은 들었어?"
 
"하야토가 차인거?"
 
"맞아. 나한테는 낭군님이 있으니까 거절한거야"
 
"낭군이라는건 히키오?"
 
"맞아. 일단 의자에 도로 앉을까"
 
그렇게 말하고 내가 머리를 비켜서 일어섰지만,
 
"유키노시타?"
 
"괘, 괜찮아! 조, 조금만 기다려"
 
다리 저렸구나. 어쩔 수 없이 나는 내객 2 명에게 먼저 의자에 앉게 하고 홍차를 끓였다. 유키노시타와 있으면 자연스레 능숙해지지만 좀처럼 같은 맛은 낼 수 없는게 분하다.
 
 
 
 
 
유키노시타도 의자에 앉아서 의뢰내용을 확인했다.
 
"즉, 조리실습에서 자기보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가 있으니까, 그 남자한테 이기고 싶다고"
 
"그런거야. 설마 그 본인이 있을 줄은 생각 못했지만"
 
아까부터 금발이 노려보고 있다. 진짜 무서워.
 
"그렇구나. 히키가야를 뛰어넘는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둘의 요리 실력을 늘리는걸 돕는거라면 가능해"
 
"정말로!?"
 
"잠깐만 기다려. 히키오를 뛰어넘는게 어렵다는건 뭐야. 연습만하면 나아도"
 
"그는 매일 요리를 하고 있으니까"
 
매일 단련은 중요하다고 곧잘 말하자만, 정말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연습한것 만으로 잘하게 된다면 요리사는 필요없으니까.
 
"매일 나와 함께 요리를 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레 요리를 잘하게 되고, 그걸 매일 하고 있으니까 차이가 벌어지기만 할거야"
 
"매일 같이 요리하는구나……"
 
뭐, 나는 간단한 요리만 하지만.
그러니까,
 
"저기 말야, 그럼 내가 안 만드는 요리로 하면 되지 않아?"
 
무심코 말해버렸다.
 
"힛키, 그건 무슨 소리?"
 
"누가 힛키냐. 나참, 같은걸로 승부하면 질지도 모르지만, 다른거라면 이길지도 모르잖아?"
 
"그렇네. 어떤 의미로 정답일지도 몰라"
 
"무슨소리?"
 
"히키가야는 요리는 할 줄 알지만, 과자 만들기는 하지 않아. 즉, 같은 요리가 아닌 과자를 만들어서 자신의 레파토리를 늘리는거야"
 
"외식할때 라면밖에 없는 가게와 사이제처럼 여러 요리가 있는 곳과 비교 못하잖아? 아무리 라면을 좋아해도 가끔은 드리아 먹고 싶다, 단걸 먹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그런 의미로 히키가야에게 과자로 승부하는건 좋다고 생각해. 그는 꽤 단걸 좋아하니까"
 
"거기다 과자 만들기를 익히면 여자력이 높다고 들으니까"
 
뭐, 실제로 과자도 만들 수 있는 여친이 있지만.
 
"좋네. 그럼 얼른 조리실에서"
 
"안 돼!"
 
"어째서!"
 
"조리실을 빌릴 허가를 받지 않았잖니?"
 
그 말대로, 신청 같은건 꽤 성가시니까.
 
"두 사람이 요리를 잘 하게 되는건 며칠이나 필요할테고, 그 때마다 신청을 받는것도 번거로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나를 쳐다봤다. 아아,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매일이 아니라면 상관없어. 그리고 유키노시타의 집이랑 교대로 말이지"
 
"과연, 히키가야. 이야기를 알아줘서 다행이야"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우리들 무시해?"
 
"미안해. 확인을 한것 뿐이야. 일단 가볼까"
 
"간다니, 어딜?"
 
"도구도 갖춰져있고, 신청을 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야"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은 돌아갈 준비를 한다.
 
"특별히 내 낭군님의 친가에 오는걸 허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