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농락하자.

11. 농락하자.

모래마녀 2014. 11. 16. 20:50

나와 유키노시타, 그리고 유이가하마 셋이서 조촐하게 치룬 3일 늦은 생일 파티는 도중에 나와 유키노시타의 가까운 거리감에서 무언가를 느낀 유이가하마와 그에 양손을 흔들며 거든 유키노시타로 인해 힛키 괴롭히기 파티(별칭・종강 혹은 귀가파티)로 변모했지만 훌륭하게도 나의 트라우마를 파내기는 했지만, 시종 웃음이 멈추지 않는 떠들썩하고 즐거운 파티가 됐다.
이런 모임에 참가 경험이 없는 사람이 과반수를 점하는 가운데, 그러한 기쁜 겨로가로 수속됐다는건 오로지 유이가하마의 공적이 큰 것이다. ……축하받는 측에게 무슨 짓을 시키는건지. 아니, 아마도 됐어. 유이가하마도 즐거워 보였으니까. 너무 의심한다는것도 좋은건 아니고. 안 그래도 나는 동어 센서로 인해 의심암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져 있으니까 더 그렇다.
그렇게해서 큰 행사를 마친 우리들에게, 풋내나는 냄새가 불어온다.
여름이다.
여름이 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오는 것이다.
슈퍼 늘어지기 대전, 개막이다.
조오아, 늘어지자아.
 
"…………하?"
 
가까운 공원 벤치에서 캔 주스를 한 손에 들고 '여름 방학은 쉬기 위한 것이다' 라고 역설했을때, 우리의 유키노시타 씨로부터 대단히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후덥지근한 바깥 공기에 지지 않는 이 냉기. 과연 유키노시타다.
대수롭지 않게 밀짚모자를 매만지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변명한다.
 
"아니, 거………여름은 덥잖아"
"뭐, 그렇구나"
"더운데 밖에 나가는건 힘들잖아?"
"그건 그렇구나"
 
거기는 유키노시타도 진심으로 수긍한 모양이었다. 체력이 없는 그녀에겐 더 힘들테지.
 
"그러므로"
"그래"
 
어깨를 드러낸 하얀 원피스를 입어 땀을 흘리는 유키노시타에게 슬며시 손수건을 건내주면서 나는 말했다.
 
"밖은 더우니까…………실내에서 놀자"
"그럼 굳이 불러내지 않고 우리 집에 오면 되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긁적긁벅 볼을 긁으니 총명한 유키노시타는 바로 의미를 이해하고 히쭉 입꼬리를 말았다.
 
"마침내 내 매력을 견딜 수 없게 되서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는거지?"
"아니, 견딜 수 없어진건 아냐. 모르냐? 우리 집을 안 오면 이 땡볕아래 이 공원에서 오래토록 잡담이나 떠들게 된다고"
"그건 그거대로 즐거울것 같은데………"
 
후우, 라며 유키노시타는 힘들다는듯 한숨을 내쉬었다.
황급히 들고 있던 캔주스를 먹가에 갖다대니, 이쪽을 배려하는듯한 미약한 미소를 짓는다.
태양에 비치는 박복한 설녀, 라고 해야할가.
…………뭐어, 명분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녹아버리기 전에 이동하자.
 
"체력이 없는걸 알면서 이런데까지 불러버린 내 실수니까. 여기는 부디 사양하지 말아줘"
"그래, 그러도록 할게. 어디까지나 비상사태, 열사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야"
 
수긍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자연히 빠른 걸음으로 변하는걸 자각하면서, 뒤를 걷는 유키노시타에게 말했다.
 
"………미안, 번거롭게 해버려서"
"괜찮아, 딱히. 겁쟁이인 우리들에겐 이 정도가 딱 좋아"
 
거기다, 라며 유키노시타는 내 팔에 포근하게 매달렸다.
 
"히키가야에게 다정하게 대해지는거 좋아하는걸"
"……………어, 어어"
"지금, 마음에 탁 온거니?
"아깝구만, 3센치 부족하다"
"또 구체적으로 빠져있구나………"
 
쿡 웃는 그녀를 따라 나도 껄껄 웃는다.
그런고로.
나와 유키노시타는 지금도 승부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 서로 고백한다는 결심이 서지 않는것 뿐이라고 말 못하는것도 아니지만.
 
 
 
 
"자, 물"
"고마워. 배려 깊구나"
"다정하게 대해지는거 좋아한다고 들었으니까. 그야 공격하는 수 밖에 없잖냐"
"후후, 그렇구나"
 
히키가야 저택, 2층, 힛키 룸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명분에 딴죽을 걸지 않고 유키노시타는 미소를 지었다.
까놓고 말해 그런게 제일 곤란하다. 세간의 츤데레 여자도 이런 대응에 약한게 아닐까.
츤에 대해서도 따뜻한 대응을 한다. 이것이 야겜 공략의 극의일 것이다. 다음에 또 자이모쿠자에게 가르쳐주자.
자폭한 츤데레, 즉 내 눈 앞에서 유키노시타는 꿀꺽꿀꺽 그 하얀 목을 울리며 물을 마셔간다.
단순한 수돗물인데, 괜찮은걸까. 얼마전에 실례했던 유키노시타 저택에선 무츠○산의 맛있는 말이 상비되었던것 같은데.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마시기 힘들어"
"카르키가 너한테 확인사살을 꽂는게 아닐까 걱정이 된거라고"
"몸이 약한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러고보니 그런가. 어디까지나 체력이 없는것이지 병약한건 아니다.
 
"아니, 하지만 그거잖아 유키노시타. 체력이 없으면 면역력도 없다는거랑 연관있지 않냐?"
"아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걸 들은순간 나는 그녀의 손에서 컵을 들어올렸다.
 
"………카르키로 감기는 걸리지 않잖니"
"그, 그런가…………"
 
내 손에서 컵을 도로 받아내면서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쉰다.
 
"이 만큼 과보호면 네 아이도 힘들겠구나……"
"…………뭐, 그렇겠지"
 
그녀의 말이 약간 남일처럼 들려와서 조금 침울해졌다.
그걸 꿰뚫어보듯 쿡하고 유키노시타는 웃었다.
 
"괜찮아. 나는 분명 자식바보는 되지 않을테니까"
"……………………"
"수줍어한다는건 제대로 의식해준다는거구나. 기뻐"
 
우스꽝스럽듯 웃으며 유키노시타는 내 어깨에 머리를 올려온다.
 
"그, 그야 여자한테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세간 일반 남ㅅ"
"일반론으로 도망치는건 금지라고, 얼마전에 약속했을텐데?"
"큭…………"
 
그건 1주일 전 토요일.
유키노시타 집에 묵고 갔을때 파자마 무늬에 대해 여러모로 들었지만, 역시 그래도 거기서 일반론을 방패로 삼는건 곤란했던 모양이랑 이틀 연속으로 외박하게 되버렸다.
 
"………뭐, 조금은 의식하는것도 아닌건 아냐"
"솔직한건 좋은거야, 히키가야"
"칭찬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뜨거워지는 뺨을 자각하면서 힘이 빠진 나를 유키노시타는 눈을 활처럼 휘며 보고 있다.
당하는것도 이걸로 몇 번째일까.
그날, 내가 진정한 의미로 이 승부를 이해했을때부터 유키노시타의 공세가 멈추지 않는다.
아니, 딱히 싫다는 그런건 아니다.단연코.
어쨌든 좋아하게 된 상대와 이렇게까지 접할 수 있는건 힛키 역사상 처음이다.
할 수 있다면 양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날, 헤타레였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가정이라도, 소녀의 결심을 헛되게 만들었으니까 그걸 보상할 필요는 있구나』
『가정이라고 하지마, 평범하게 소녀잖아』
『………뭐, 그렇구나』
『예이예이- 소녀 유키노시타 예이예이-』
『노, 놀리지 말아주겠니………』
 
그런 느낌으로 나는 유키노시타에게 별로 세게 말 못하는 체제이다.
…………아니, 그날 이전과 아무것도 변한거 없지 않아? 라고 해선 안 된다.
확실히 그날 이전에도 반해버린 약점이라는걸로 세게 나갈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확실하게 세게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거다.
원 사이드 게임을 싫어하는 유키노시타다. 반격이 없으면 쓸쓸할 것이다.
거기다 좋아하는 사람과 맞닿고 싶다는 마음도 확실히 있다.
그렇기에 이 기회에 약간 늦은 자신을 개혁하려고 생각한거지만.
 
"……………………"
 
일단 어깨라도 안아보려고 손을 뻗으려고 할때, 유키노시타가 옆으로 누웠다.
유키노시타는 내 책상다리에 툭 하고눕고는 그대로 늘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쿠션이냐 싶을 만큼 어리광이 얼굴에 드러나서 나도 쓴웃음을 짓는다.
 
"너 지나치게 자유롭잖냐………"
"어머, 집에 들어오기 전에 적당하게 늘어지라고 말했던건 너잖니?"
사회 인사라는것 정도는 알고 있으면서……"
"유감스럽지만, 나는 네 말을 바로 곧이 받아들이는 성질이야. 후회한다면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렴"
"…………나는 꽤 거짓말쟁이다"
"제대로 진의를 꿰뚫어보고나서 곧이 받아들이는거니까 문제없어"
"그거 이미 자기 형편에 좋게 곡해한것 뿐이잖아"
"시끄러운 주인님이네"
"딱히 시끄럽지는………주인님?"
 
갑자기 나타난 부자연스런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미소짓고,
 
"그래. 지금 나는 주인님에게 귀여움 부리고 있는 고양이야"
"고양이……………입니까"
"그래. 뭣하면 울어줄까. 냐-앙, 라고"
"……………………"
"좀. 말없이 차가운 유릿잔을 이마에 대지마. 열은 없으니까"
"열 없으면서 그거냐…… 괜찮은거냐, 유키노시타 씨?"
"씨는 붙이지 마. 뭐니? 고양이, 싫어?"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이상하네, 정성을 다하는 계통의 책이 3권 있었던 모양인데"
"정성을 다하ㅡㄴ 계통의 책이 3권………코마치냐"
"옷장 안쪽에 꺼내기 힘든 곳에 숨기고 있구나. 그렇기 때문에 쓸데없이 들키기 쉬운 모양이지만"
"그 자식…………"
 
사랑하는 동생의 배신에 머리를 감싸는 나를 뒷전으로 유키노시타는 본격적으로 냥냥 울어댔다.
 
"얘, 주인님. 귀여워해줘"
"사람의 말을 하는 고양이는 들은 적이 없어"
"세세한 남자는 미움받을거야"
"고양이 좋아하면서 그걸로 만족하냐, 유키노시타"
"괜찮아. 오히려 이렇게까지 괴리가 있으면 나중에 생각해봐도 고양이같은 무언가로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
"아아, 괴리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거냐……"
"이제 뭐든 좋으니까 빨리 해주지 않겠니. 수치심을 다 버리진 않았어"
"그럼 무리하지 마. 나참……"
 
그래서, 뭐?
 
"고양이 취급하면 돼?"
"그래. 히키가야, 고양이 기르고 있잖니? 그럼 그대로"
"이렇게 나를 따른 경험은 없는데"
"………………미안해"
"아니, 상관없지만………뭐, 코마치가 하는 느낌으로 해볼까"
"그걸로 부탁해"
 
가볍게 눈을 감고, 거실에서 자주 보는 코마치의 동작을 떠올린다.
분명………….
 
"유, 유키노-옹………"
"………………뭐니 그 부끄럼 섞인 음색"
"아니, 거, 확실히 고양이랑 장난칠때는 평소와 음색을 바꾸는게 좋다고 코마치가 주장했던것 같아서"
 
자세하게 말하자면 톤을 바꾼다.
 
"뭐, 그렇구나.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목소리 톤으로 주인의 기분을 판단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
"아아, 그런 느낌이다. 고양이도 목소리 톤이 높을때 기분이 좋은 모양이니까"
"그걸 따라서 톤을 높이려던 결과가 방금전의 마담목소리라는 거구나"
"마담 목소리라고 하지마………"
"뭐, 됐어. 계속하렴?"
"내가 좋진 않지만 말이다"
 
우선 이름을 불러주고, 그 다음은,
 
"…………착하지착해"
 
쓰다듬었었지, 분명.
 
"………무츠고○우 씨?"
"………………"
 
힘이 빠진 유키노시타를 묵살하고 쓰다듬을 속행한다.
턱 아래나 머리, 귀 뒤쪽이랑 뺨에서 목덜미.
가볍게 마사지를 하듯 쓰다듬어 간다.
 
"응………후후, 간지러워"
"그, 그런가? 어렵네……"
"손이 떨리고 있으니까 괜히 더 그래. 혹시 수줍은거니?"
"………………수줍은거 아냐"
 
말랑말랑 볼을 만지고나서 숨을 내쉰다.
수줍어, 라기보다도 이건……….
 
"망설임이 있으니까, 일테지"
"………뭘 망설인다고 하는거니"
"그건…………전에 네가 말한 대로야"
 
유키노시타의 발언을 떠올린다.
 
『가정이라도, 소녀의 결심을 헛되게 만들었으니까, 그걸 보상할 필요는 있구나』
 
"나는 다가와준 너를 한번 거부해버렸으니까"
"그건 나를 위해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하지 않았니?"
"아니, 뭐. 그건 그렇지만……왠지 면목없어서"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해. 오히려, 네가 다가와줘야 하는거 아니니?
"그런, 가?"
"거부당한 내가 다가가는게 훨씬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미안"
"괜찮아, 딱히. 그런데 익숙하지 않다는건 알고 있으니까"
"역시, 너에게는 못 이기겠다, 유키노시타"
"어머, 패배를 인정하는거니?"
"인정 안해. ………농락이라는 일방적인 관계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
 
하, 하며 가볍게 숨을 내쉬고 유키노시타의 턱을 만진다.
 
"…………있는대로 힘을 넣으면 목이 망가지겠구나, 이거"
"그래. 그러니까 거기를 만질 수 있다는 의미는 알고 있지?"
"아아, 물론이지"
 
손끝으로 간지르듯 하자, 유키노시타는 눈을 활처럼 휘며 몸을 틀었다.
 
"여기냐? 여기가 좋은거냐?"
"읏! 이, 일변해서 공세구나. 조금 빈틈을 보이면 이렇다니까"
"미안. 앞으로는 빈틈을 찾아내기 전에 공격해줄게"
"후후, 그거면 돼"
 
만지는 손바닥에 유키노시타는 뺨을 비빈다.
마치 작은 동물처럼, 그야말로 고양이처럼 어리광부리는 그녀를 마음껏 받아들이며,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
 
믿을 수 없는걸 보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코마치와 눈이 마주쳤다.
 
"………………차, 차를 갖고 왔는데"
"…………오오, 고마워"
 
끄덕이는 내 눈 아래,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사과처럼 붉히며 굳어있다. 스스로 얼어붙는다고 하는 설녀 나름대로 자위행동일 것이다. 아닌가. 아니군.
 
"나, 나중에 유키노 언니한테 공부를 배울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코마치. 집에 있으면 방해라는 느낌?"
"아니, 그런건 아냐………헤타레 얕보지마"
"우와아 오빠 꼴통이야-.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낮아-"
"에, 뭐야. 날라리처럼 불퉁하게 말하는 편이 나았어?"
"아니, 그렇게까지는 말 안하지만……일단, 유키노 언니가 가엾어 보일만큼 움츠러들었으니까 도와줘"
"응? 어"
"쟁반은 문 옆에 두고 갈테니까. 유키노 언니, 코마치는 신경쓰지말고 편하게 있어요-"
"그, 그래……고마워……"
 
겨우 대답을 하고 이번에야말로 유키노시타는 움직임을 멈췄다.
 
"………괜찮냐"
"무리………"
 
무리였나…….
 
"………………뭐, 힘내라"
 
달래듯 쓰다듬어주지만, 유키노시타는 내 무릎에 얼굴을 묻은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려고 해도 허리에 손을 감아와서 끝이 없다.
쇼핑 센터에서 하루노 씨와 만난 이래 침울해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너, 학교에선 평범하게 점심 먹으러 부르러 오거나, 팔짱끼거나 하잖아. 그거 보여져도 괜찮았다면……"
"전략상 행위와 하던 도중을 보이는 차이는 심해………"
"아아, 과연………"
 
하던 도중이었던거냐, 방금 그거…….
 
"더는 일어설 수 없어. 코마치에게 그런 추태를 보이다니……"
"괘, 괜찮다고. 코마치는 그런걸로 놀리는 녀석이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그럼 뭔데"
"…………새언니로서 본보기가 될 수 없잖니"
"…………아니, 솔직히 나랑 있어주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본보기가 되는거 아니냐"
"그렇구나. 오레기를 떠맡아가는걸"
"너까지 그 별명으로 부르다니………"
"괜찮잖니, 애칭. 그만큼 사이가 좋다는 소리야"
"그럼 너도 하루노 씨를 별명으로 부르는게 어때? 거리감 줄어들지 않아?"
"줄이려고 해도 꺼려질것 같은걸……"
"아-…… 미묘하게 거리를 두려고 했으니까……"
"뭐,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하후우, 라며 유키노시타는 숨을 내쉬고, 뒹굴 하늘을 보며 누웠다.
 
조금은 일어서겠어?"
"그래, 아주 조금. 살짝 기쁜 일이 있었으니까"
"………아니,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고 승낙했다는 결과로 수속은 하지 않거든?"
"호의적인 대답을 해줬다고 생각하는건 나 뿐이니?"
"………………"
"…………후후"
 
미소짓고 내 양손을 잡아 뺨에 가져오는 유키노시타.
 
"………너 의외로 뺨 부드럽구나"
"웃을 기회가 늘어났으니까 그런걸까. 누군가씨 덕분에 말이야"
"호오. 그럼 좀 더 웃어버리자고"
"아, 좀, 히키가야! 가, 간지르는건 안 돼, 읏, 증말!"
 
옆구리로 파고드는 손에서 도망치듯 움직인 끝에 유키노시타는 내 책상다리 위에 않는 자세가 됐다.
나에게 기대고 있으면서 간지럽히지 않도록 양 팔을 제대로 자신의 허리 앞에서 구속하여 흐흥, 하며 나를 쳐다본다.
 
"게임 오버구나. 자, 움직일 수 없게 된 너를 대체 어떻게 요리 해주………"
 
그 말은 입술로 막았다.
 
"………빈틈 투성이었으니까"
"……………………"
"뭐야, 그렇게 노려보지마. 무서워………"
 
젖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던 유키노시타는 하으, 하며 미간에 주름을 잡은채로 불쑥,
 
"……………………변태"
"자, 잘도 말했겠다………"
"움직일 수 없는 상대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변태 말고는 무엇도 아니잖아"
"움직일 수 없게 만든건 누군데…… 그보다 너는 팔을 놓으면 움직일 수 있잖아……"
"놓아도 어차피 껴안을거잖니?"
"………뭐, 도망치면 뒤가 무서우니까"
"그럼 실질 나도 움직일 수 없어"
"과연……… 그럼 내가 잘못했다"
"그래, 맞아. 네가 잘못한거야. 그러니까 위자료를 받을게"
 
말이 끝나자마자 유키노시타는 입술을 가져왔다.
 
"정신적 고통도 돌아보아, 3번이 타당하려나"
"고통 있는거냐………"
"그야 뭐. 쓸데없이 심장고동이 높아져서 호흡이 괴로워졌어"
"………………아아,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2번………응?"
"…………………어어"
 
윙크로부터 지시를 읽어낸다.
이런 완곡표현은 이미 익숙해졌다.
 
"응…………정말. 이제 한번 남았는데, 또 키스를 해오다니"
"빈틈을 보면 공격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정말이지……… 이걸로 세번 더 추가야"
"그렇게 되겠군"
"………………히키가야"
"왜"
"길게해도, 한번은 한번이지?"
"……………그렇군"
"그래………. 숨, 제대로 쉬고 있으렴"
 
황홀해지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도 맞추듯이 다가가서……….
 
 
 
 
 
 
"……………………실례했어요"
"………………어어"
 
현관 앞에서 유키노시타는 뭔가 말하기 힘들다는듯 머뭇거린 뒤,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해"
"에, 뭐가?"
"아, 아니…………여러모로 준비했다고 코마치한테 들었으니까"
"아아, 그런가………코마치 녀석………"
 
집에 친구를 부르는건 처음이라서 그만 말해버렸다.
 
"그게…………………그러니까, 또 가까운 시일에 놀러와도 되겠니?"
 
뭐, 오늘은 결국 그대로 찰딱 붙은채로 끝났으니까.
모처럼 준비한 트위스터도 아깝고.
 
"…………기쁘네"
"그, 그러니…………"
"…………뭐어, 그것도 좋지만 말야"
"왜? 내 집에도 올거야?"
"아니,그게 아니라………어디, 소풍이라도 가자"
"…………너, 여름방학은 쉬는거라고 했잖니"
"그, 그건 뭐…………어디까지나 구실이다"
"………………집으로 부르기 위한 구실?"
"………………뭐어"
"…………………………"
"게슴츠레한 눈 그만해. 어쩔 수 없잖아, 그런 구조니까"
"………뭐어, 걸려든 내가 불평을 하는것도 이상하구나"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고, 그리고나서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렇구나………산이나 바다에 가는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불안은 남지만 말이다"
"너무 멀면 가는 전차만으로 쓰러질지 모르니까"
"그렇군"
 
서로 웃고나서 유키노시타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이야, 히키가야"
"어. 여름방학 중에 한번 정도는 소풍 나가자"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을 나눈 후, 유키노시타는 어울리지도 않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치바 마을은 어떠니? 공기가 맑을것 같은데"
"오오, 괜찮네. 하지만 뭐, 그 부근은 다음에 정하자.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그것도 그렇구나. 그럼, 저기………………"
"………………여기 현관이다"
"이미 아까 보여졌으니까 괜찮아"
"아아, 그래………"
"응……………후후, 이걸로 오늘도 잘 잘수 있어"
"그건 다행이다. ………그럼 잘 자, 유키노시타"
"그래, 잘 자렴"
 
작게 손을 흔들고나서, 유키노시타는 걸어갔다.
그리고 10미터 정도 갔을때 뒤돌아보며,
 
"………어째서 따라오는거니. 스토커?"
"여자애를 밤길에 혼자 집에 보낼만큼 귀축은 아냐"
"하지만 이미, 잘 자라는 인사는 했잖니"
"나중에 한번 더 하면 되지"
"…………망설임이라고 할까, 사양이 없어졌구나"
"시끄러워"
 
척, 하고 움켜진 손을 잡고 걸어간다.
유키노시타는 불평 하나 없이 묵묵히 따라왔다.
 
"…………별이 꽤 많이 보이네"
"그렇구나. 하지만, 달도 잘 보여"
"…………아니, 말 안할거거든"
"그러니? 저거만큼 우리들의 승부에 적합한 단어는 없을거라 생각하는데"
 
만천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달이 아름다워, 히키가야"
"그런가. …………확실히, 달이 아름답군, 유키노시타"
"그래,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진심으로냐"
"맞아"
"…………………"
"…………………후후"
 
그리고나서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유키노시타를 배웅하고 돌아와, 문득 휴대폰에 착신이 들어왔다.
메일이다.
 
 
 
 
 
 
 
 
 
 
『from : 히라츠카 선생님
 
 히키가야 학생, 건강한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나요.
 저는 일하느라 힘듭니다.
 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틀에 한번은 진심으로 바라는 페이스입니다.
 자,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봉사부 활동으로서, 임간학교 자원봉사를 합니다.
 참가는 강제이므로 잘 부탁합니다.
 자세한 일정은 나중에 메일을 보낼테니 잘 읽어두세요.
 그리고, 목적지는 치바라고 생각하게 해놓고 치바 마을입니다.
 낚였나요?
 
 
 
                                    』
 
 
 
누가, 이 귀여운 사람 진짜 받아가줘라고 빈 직후에 착신이 왔다.
이번에는 전화다.
 
『………히키가야』
"바, 바람 안 피웠어"
『무슨 이야기인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상세하게 듣기로 할게. ………그보다, 메일 봤니?』
"어. ………자, 잘 됐구만 유키노시타. 염원하던 치바마을이다
『…………………가능하면 단 둘이서 가고 싶었는데』
"……………다음에 또 가면 되잖아"
『같은 곳에 두번 가는건 조금 저항이 있어』
"그것도 그런가…………"
『부활동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조금 아쉽네』
"…………뭐, 기운내라. 다른곳을 찾아둘테니까"
『……………약속이야』
"너무 기대는 하지마"
『너하고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
"…………가능한 열심히 찾아볼게"
『후후, 그렇게해줘. ………그럼 내일 봐』
"어, 내일 보………내일?
『내일은 10시에 내 집이야. 아이스크림을 만들자』
"…………저기, 유키노시타. 역시 여름방학이라는건 쉬기 위해"
『각하』
"크윽………나 어디서 쓰러지는거 아니냐"
『후후, 그 때는 간병해줄게』
"악화할것 같구만, 어이………뭐, 가끔은 그런것도 괜찮나"
『서로 염분은 자제하자. 안그래도 심장에 부담을 걸고있으니까』
"…………아아, 명심해두마"
『그럼 그런걸로 하고. ………잘 자렴』
"어, 잘자"
『…………………읏』
 
마지막에 잡음을 남기고 통화는 끊겼다.
 
"………………뭐야 방금 그거"
 
『읏』이 어렵다니, 어디의 검신이냐.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따르자면, 군신 쪽이었던 모양이다.
…………조금 낡아서 이 드립은 통하지 않나.
아무튼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나서 유키노시타는 나와 통화를 끝냈다.
하지만, 치바마을에서 자원봉사라.
…………무슨 자원봉사일까.
가볍게 신경쓰였지만, 그 이상으로 내일 유키노시타가 방문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에 금방 잊어버렸다.
방문선물로 판씨 카레라도 갖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