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농락하자.

3. 농락하자.

모래마녀 2014. 11. 16. 20:46

도시락 테러로부터 며칠 지나, 나도 정신 안정이라는걸 어느 정도 얻었다.
유키노시타가 공격해온다고 해도 점심에 도시락을 서로 아-앙 먹여주며 방과후에 어깨를 기대어 독서에 힘쓰는 정도. 그리고 기껏해야 귀가길에 손을 잡는 정도다.
이 정도라면 할 수 있다.
귀가 후 코마치에게 엎드려 빌어서 그것들의 특훈을 하고, 소년 만화 주인공의 각성과 조건을 마찬가지로 채운 나는 지금은 슈퍼 힛키.
더는 유키노시타로부터 풍기는 왠지 좋은 냄새에도 미동도 하지 않게 됐다.
………아직 신체 접촉에는 부끄러워하지만. 그치만 그 애 부드러운걸. 같은 사람의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딘가에서 익숙해지지 못하면 계속 얕보여질테고, 가능한 힘내기로 하자.
같은 반 애들도 처음 이틀 삼일은 유키노시타가 내습할때마다 소근소근 입을 모았지만, 그것도 점차 사라졌다.
익숙해졌다, 라기보다도 뭐라고 해야할까, 말을 해선 안 될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다.
…………유키노시타가 아닌 어째선지 하야마에게.
리얼충의 왕, 줄여서 리어왕인 그는 유키노시타가 내게 도시락을 가져올때마다 표현하기 힘든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걸 본 같은 반 녀석들은 왠지 모르게 화제로 삼아선 안 된다며 분위기 읽기를 발동하여 결과로서 뒷손가락질 당하는것도 줄었다.
정말 하야마 짱짱님, 하야마 님이다.
반의 평온을 사랑하는 하야마다. 배려해준거라고 생각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가려고 했지만 유이가하마에게 저지당했다.
 
"아니, 힛키. 그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심해. 심하다구"
 
심하다니 뭐가. 심하다고 해도 잘 몰라. 2단층이 좋다면 된장이라도 써줘라.
필사적으로 저지당해버려서 감사는 다음에 전하기로 하고.
유키노시타와 승부가 어느 정도 침정화된 움직임을 보이던 때의 일이었다.
 
"……유이가하마, 얼마 후면 생일인 모양이야"
"좀, 먹으면서 말하는건 그만두렴. 너는 좋은 집안 아가씨잖니?"
"뭐니 그 여성 말씨……… 녹음했는데, 유이가하마나 토츠카에게 건내줘도 되겠니?"
"그만해주세요 죽어버려요. 더 이상 평가가 떨어지면 내 입장이 위태롭다"
"뭐, 확실히 상스럽구나. 앞으로는 조심할게"
"어, 남녀 둘다 해당되는 말이지만, 사소한 걸로 사랑이 식어버리는 모양이니까 조심해야지"
"…………진심으로 조심할게"
"그렇게 살기 띄우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서, 뭐였더라?
 
"그러니까, 유이가하마의 생일이 가까워진다는 소리야"
 
달걀말이를 이쪽으로 내밀면서 유키노시타가 말한다.
나는 그걸 입으로 받으면서 의문부를 띄웠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유키노시타는 입을 다물었다.
 
"너, 축하하려고는 생각 안 해?"
 
축하해? 뭘?
 
"………………아아, 그런가. 생일이군, 아 그래. 그렇군, 생일이라면 축하해줘야지. 응"
"…………너, 혹시 생일에 축하받지 못"
"아니, 그런건 아니라고? 물론 매년 축하받는다고? 하지만 말야, 거, 친구를 축하해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렇구나"
"응………"
 
조금 슬퍼져서 고개를 숙이니 유키노시타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독설을 내뱉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다정한 힘조절.
 
"유키노시타………"
"침울해하는 자신을 달래주는 여자애는 싫어?"
 
짖궂게 쿡 웃는 유키노시타.
순전히 약한 곳을 찌르거나 경멸받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의외다.
이런 다정한 면도 있는건가………….
 
"…………"
"…………"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유키노시타에게 쓰다듬어지길 3분.
 
"…………그래서, 무슨 이야기였더라"
 
슬슬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대로라면 점심시간이 끝난다.
 
"유이가하마의 생일이야"
"생일에는 안 불릴테니까 선물이라도 사야겠군"
"안 불리는건 전제구나………"
 
기막히다는듯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에게 "아니아니" 라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치만 너, 유이가하마의 생일이라고 하면 틀림없이 미우라도 올거 아냐? 거기에 너를 데리고 갈 수도 없잖아. 분위기가 무거워져서 유이가하마에게 마음 고생시킬테니까"
 
유키노시타와 미우라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 다른 녀석들에게 대미지 카운터가 쌓인다. 다들 사이 좋게 커맨드인 유이가하마라면 한 개로 쓰러질 것이다. 혹은 대미지 카운터 제거를 위해 고생해서 중화제가 되거나. 어느쪽이든 축하받아야할 그녀를 피로하게 만들어버린다. 그건 유키노시타도 미우라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데려가주는건 전제구나"
"아?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 아-앙"
"어, 어어…………"
 
왜 이 녀석, 기분 좋아진거야? 그렇게 미소 지으면서 책상 아래로 손 잡아오는거 그만두지 않을래요? 부끄럽거든요?
무리하게 떼어놓으려고 하는것도 화가 나서 내버려두기로 하고.
 
"그래서, 선물인가. 뭘 살까"
"그거 말인데"
"오, 뭐야. 명안이 있어? 과연 유키노시타다"
"그래, 맡겨주렴"
 
우쭐댄 얼굴로 없는 가슴을 펴는 유키노시타. 여전히 눈에 다정한 가슴이다.
 
"히키가야는 코마치에게 여성에게 줄 선물 액수 상한을 물을 수 있니?"
"액수 상한?"
"어느 정도 가격의 물건을 선물로 줄지에 대한거야"
"아아, 너 좋은 집안의 아가씨니까………"
 
그래, 라며 선뜻 끄덕이는 유키노시타.
비아냥 거릴 생각은 없지만, 서민인 우리들과는 금전감각이 달라지는건 당연하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해도 좋다.
 
"일단 나도 뭘 선물할지는 생각해봤는데………"
"호오. 덧붙여서 뭘 선물할건데?"
"자신이 받아도 기뻐하는거라고 생각해서 판씨 인형을 선물하려고 하는데"
"판씨? 아-, 그 디스티니 캐릭터인가. 에, 뭐야 너, 판씨 받으면 기뻐?"
"이상, 한거니…………"
"아니, 남의 취향에 이상하다고 하는 녀석은 죽어라고 생각하는데………그거 가격은?"
"큰거라면 1만엔 정도야"
"그건 좀 비싼데에………"
 
더치페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선물 받은 쪽이 곤란해할 수준이다.
 
"그렇구나…………"
 
하아, 라며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뭐, 그리 침울해 하지마. 과연, 그래서 코마치한테 상한 금액을 듣고 딱 좋은 가격대를 찾는다라"
"그래. ………부탁할 수 있을까"
 
유키노시타에게 가슴을 편다.
 
"맡겨줘. 그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어. 코마치에게 아양떠는건 내 18번 특기야"
"오, 오빠의 위엄은 없니………?"
"있으면 무섭잖아. 나란 말이다?"
"…………어떠려나"
"거기는 동의해줘………"
"내가 네 동생이라면 어댔을까?"
"어, 뭐야? 동생플레이라도 해줄거야?"
"네가 그걸로 나한테 반해준다면"
"진심이냐…………"
 
동생 플레이 좋네에.
 
"유키노시타는 동생이랑 어울릴것 같다고 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이지이………"
"…………그런걸 생각했었니? 엄청 변태구나"
"아, 아니, 기분 상했다면 사과할게. 딱히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동생 플레이라고 말한 시점에서 이상한 의미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막힌듯 한숨을 쉬고,
 
"애시당초, 나는 어엿한 동생이란다?"
"내 동생?"
"그건 너무 무섭잖니………"
"이복 동생이라던가, 있다고 하면"
"아니니까 안심해줘. 나 언니가 있어"
"진짜 여동생이었나………내 관찰안도 아직 녹슬지 않았군"
"쓸데없는 기술이구나"
"어라, 잠깐만? 그 유키노시타 언니랑 결혼하면 유키노시타는 자동적으로 내 동생이………?"
"그렇게나 동생이 됐으면 좋겠어?"
"…………네"
"숙고한 끝에 끄덕일 줄은 생갇 못했어……"
 
쓰레기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본 후,
 
"그럼, 체험판으로 해줄까?"
"어, 그래도 돼?"
"조금이라도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나쁜건 없어"
"그, 그렇게까지 승리에 집착할 줄이야………과연, 유키노시타"
"칭찬하지 않아도 돼. 그래서? 어떡할거니? 체험판, 해볼래?"
"부탁합니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부실을 나갔다.
 
"………유키노시타가 내 동생이 된다니"
 
다시 생각해보니 뭘 하고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지만 뭐 됐다.
이 시스콘 하치만. 어떤 동생이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소재다.
………아니, 딱히 여동생이라고 다 좋다는게 아니라, 코마치니까 좋은것 뿐이지만.
하지만 동생 플레이는 왠지 단어의 울림에서 동경을 한다.
코마치도 귀엽지만, 가끔은 다른 느낌의 동생도 접해보고 싶다.
스테이크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꽁치도 먹고 싶어지는 셈이다.
그런고로 비교적 기대가 들었다.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내 앞에, 유키노시타는 마침내 나타났다.
 
"기다렸지…………오, 빠?"
"오오………"
 
마침내 강림된 동생은,
 
"………머리 묶은건가"
 
물어보니 유키노시타는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손으로 포니테일을 흔들었다.
 
"그래. ………머리형태를 바꿔서 기분을 바꿔봤어"
"뭐야 그거 굉장해
 
폼 체인지 같아.
 
"그래서, 어떠니……아니, 어때, 오빠야"
 
올려다보기로 쳐다보는 유키노시타에게 불끈 기학심이 솟았다.
 
"너무 아양떨어. 20점"
"짜, 짜구나………"
"아니, 그치만 오빠야 부르는건 코마치하고 겹치고"
"그걸 말하면 코마치가 아양떤다는게 되는데………"
"그런 녀석이니까. 달리, 그 밖에는 없어?"
"의외로 휙휙 오는구나………뭐, 좋아. 에 그럼………오라, 버니?"
"오오, 유키노시타의 아가씨 다운 점이 나와서 좋네. 계속할래?"
"그렇구나, 에 그럼………………………에 그럼……"
"………왜 그래, 현역 여동생"
"어, 어쩔 수 없잖니. 언니하고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그러니까 별로 동생다운 행동은 안 해봤다고?"
"맞아………"
 
…………호오.
그 때, 내 머리에 묘안이 떠올랐다.
 
"그건 아까운데에"
"에?"
 
어리벙한 유키노시타에게 말해준다.
 
"아니 봐, 여동생은 오빠언니한테 귀여움 떨잖아. 그걸 안 했다니, 손해보는거다 유키노시타"
"그, 그런걸까………"
"어. 뭣하면 체험해볼래?"
"체험?"
"동생을 사랑하는 오빠가 있을 경우, 얼마나 귀여움을 떨 수 있는지. 조금 체감해보는게 어때?"
 
내 진의를 깨닫지 못하고 유키노시타는 잠시 고민한 끝에,
 
"그렇구나…………그렇게 말해준다면, 모처럼이니까 고맙게"
"좋아"
 
그렇게 결정되면 이야기는 빠르다.
 
"자, 이리로 와, 유키노"
"후에!?"
"뭐, 이리로 와서 앉아"
"이리로라니………"
"됐으니까 얼른"
 
컴컴, 손으로 나타내자 유키노시타는 당혹해하면서도 다가왔다.
 
"여기, 의지가 없으니까 앉을 수 없잖아. ………설마 바닥에 앉게할 생각이야? 터무니 없는 오빠네. 죽으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겠냐. ………자"
"왓………"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 무릎 위에 앉혔다.
 
"히, 히키가야………"
"인마, 히키가야가 아니라 오라버니잖아? 안 그래?"
"에, 아…………"
"자, 입 벌려, 유키노. 오빠랑 같이 점심 먹자고?"
 
쉴세없는 말에 유키노시타는 들은대로 입을 벌려 내밀어진 비엔나를 먹었다.
 
"맛있어?"
"마, 맛있어………아, 아니, 맛있어요, 오라버니"
"그런가그런가. 그건 다행이다"
"후와………"
 
비어있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유키노시타는 몸을 굳혔지만, 바로 이완되듯 풀어졌다.
………예상대로.
평상시 무뚝뚝해하니까 별로 친애를 받지 못해보이는 그녀라서, 소꿉놀이 종류라고는 해도 이렇게 양껏 사랑을 받는데는 약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적중했던 모양이다.
아니, 유키노시타에게는 좋을대로 당하기만 했으니까 가끔은 이렇게 공세를 바꾸는것도 좋겠지.
응, 그래, 공세. 기세만으로 유키노시타를 무릎에 앉히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있지만, 이건 전부 공세다. 딱히 좋아서 그러는게 아니니까.
라고할까 슬슬 원래대로 돌아갈것 같아서 무섭다. 옆에서 보면 지나치게 성희롱 해서 신고하면 평범하게 패소할 수준이다.
 
"…………과연"
 
아,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 인생은 타임 엔드군요, 압니다.
 
"확실히, 시스콘을 자처하는 만큼 포용력은 있구나"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다. 어떘어, 체험은?"
"………………나쁘지는 않았어. 오히려 편안할 정도야"
"진짜냐. 나 오빠력 높은건가………"
"분명 내가 사랑에 굶주린것 뿐이라고 생각해"
 
유키노시타는 빙글 반전하여, 대수롭지 않게 포니테일로 나를 싸다귀 치면서 이쪽을 돌아봤다.
 
"오라버니………"
"…………좀, 체험판에선 포옹은 금지인데'
"부끄러운거니? 이러니까 동정은………"
"끄으윽………"
 
신음하는 나의 가슴에 유키노시타는 머리를 문지르며,
 
"이렇게, 누군가에게 몸을 기댄 기억도 없어. …………부탁했으면 언니는 안아줬을까"
 
쓸쓸한듯, 후회하는듯한 목소리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등에 팔을 감았다.
 
"…………체험판에선 포옹은 금지 아니었니?"
"특별 대 서비스입니다, 손님"
"그래…………그럼 사양않고"
 
꼬옥, 안겨져 그녀의 부드러운 감촉이 앞면으로 전해온다.
뇌내에서 반야심경을 외우면서 그녀의 등을 퐁퐁 두드려줬다.
 
 
 
"그래서, 선물 이야기로 돌아가겠는데"
 
포니테일을 풀며 유키노시타는 동생이 아니게 됐다.
 
"너 전환 빠르구만…………"
"익숙해지면 이런거야. 히키가야도 연습하는게 어떠니?"
"아니, 그런 가면을 쓸 필요없고. 페르소나 같은거 안 외치거든"
 
마요나카 텔레비전에 돌입하는 친구도 없고.
오히려 내가 섀도우지. 그래선 진짜 나는 좀 더 이렇게, 리얼충같을텐데.
왠지 희망이 솟아왔다. 끈 같은건 없어도 어떻게든 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코마치한테는 내가 물어둘게"
"고마워. ………대신에 라기엔 뭐하지만, 물건은 내가 고를테니까, 둘이서 산걸로 하자꾸나?"
"어?"
 
의문부를 띄운 내게 유키노시타가 설명한다.
 
"봐, 히키가야는 여자애가 기뻐할만한 물건은 모르잖아? 그러니까, 내가 고른걸 둘이서 더치페이로 사서 유이가하마에게 선물하자"
"아-, 가격 상한을 가르쳐주는 대신에 선물할 물품 상한을 배우는 느낌인가"
"기브 앤 테이크야"
"딱히 테이크는 필요없지만 말야. 유키노시타에겐 늘 신세지고 있고"
 
아까 동생 플레이도 받았고. 유키노시타의 태도로 보아 결국 성과는 없었던 모양이지만, 아무 미련도 없다. ………이래저래 미소녀와 얘기하고 접하는건 행복한거다. 마음이 맞는 상대라면 더더욱.
 
"그런건 아니야. 내가 좋아서 하는것 뿐이니까"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거구만. 너 혼자 맡기는것도 미안하니까, 선물 사러갈때는 나도 갈게"
"그래도 되니?"
"뭐, 나도 유이가하마에게는 신세 졌고, 더치페이라고 해도 돈만 지불하는건 좀 그러니까"
"………그렇게 말해줄거라 생각했어"
"아?"
"암궛도 아니야.그럼 이번주 일요일에 갈까"
"어, 어어…………"
 
묘하게 깔끔한 미소를 짓고 있구나, 라고는 생각했다.
생각은 했지만 위화감 정도 밖에 느끼지 않았다.
 
 
그런고로.
 
"…………유키노시타 씨"
"왜?"
"…………이거, 데이트인가요"
"옆에서 보면 그럴거라고 생각해"
"그렇지이………"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방심했다…………"
"에, 이제 깨달은거야?"
 
약속 장소 역앞 로타리.
귀여운 사복을 입은 유키노시타가 이리로 손을 흔들면서 달려올때 겨우 그 가능성을 떠올린 나는, 아무래도 생각 이상으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행위에 흥분을 안고 있던 모양이다.
몇 년만이라고 할까,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야 두근두근 밤잠도 못자게 되니까 어쩔 수 없는걸테지.
 
"과연 유키노시타, 더럽다. 책사 유키노시타. 책사농 책사농"
"딱시 책략도 뭐도 아니잖니………"
"거짓말 마. 너 그 날에 '그렇게 말해줄거라 생각했어'라고 했잖아. 이 전개를 완전히 읽고 있었잖아"
"으…………"
 
정답인 모양이라,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래, 맞아. 함정에 빠진 쪽이 나쁜거야"
"정색했다………"
"더치페이라고 해서 돈만 지불하고 끝낼만한 슬픈 인간은 아니라고 믿었기에 성공한 책략이야"
"좀, 변명중에 추켜세우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칭찬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용서해버릴것 같은데"
"딱히 괜찮잖니. 나같은 미소녀와 데이트 할 수 있는거란다? 뭐가 불만인거니"
"미소녀와 데이트를 하니까 문제잖아"
 
지금도 유키노시타와 승부중이다.
아무리 아-앙을 비교적 부드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성과 접촉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학교내 이야기.
깔끔하게 차려 입은 교복 차림과 달리, 유키노시타가 내포하는 귀여움을 전면에 내세운 복장과 트윈테일레 이미 흔들리기 시작하는 나로선 반나절도 못 버티는게 아닐까.
코마치, 그리고 과거의 나. 미안.
나, 오늘 쯤에 함락될지도………….
하늘로 돌아갈 때가 온거다, 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의 눈 앞에, 유키노시타는 머리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너는 나를 미소녀라고 부르는데 주저가 없구나"
"그야 네가 나를 외톨이라고 말하는거랑 똑같잖아.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라는 인간은 외톨이일것이다.
설령 입학식에 사고를 겪어서 급우와 친해질 타이밍을 잃는 일이 없어도, 십이분 외톨이가 된다.
늘어난 가치관이 욑톨이 이외의 선택지를 준비하지 않는다.
그런 절대는 분명히 있다.
안 그러면 내가 외톨이인건 노력부족이라는 소리를 들을것 같아서 싫어-.
 
"………………절대적이라면 어쩔 수 없구나"
 
하아, 라며 한숨을 쉬고나서 유키노시타는 팔을 끼어왔다.
 
"우오…………"
"가자, 히키가야. 모처럼 데이트니까 시간이 아까워"
 
허둥대는 내 옆에서 유키노시타는 부끄러워 보이면서도 내 팔에 몸을 기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