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부, 부실에서.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속죄
봉사부, 부실에서.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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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교실에 들어가기 전 계단. 계단 중간에서 지나가다가 인사를 받았다. 평소라면 자신에게 올 인사가 아니라며 쓸데없는 방위기구가 작동했을테지만, 주위에 인기척은 없어 명백히 나에게 향해진 것이라는걸 알았다.
"아아, 안…녕…?"
일단 답변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였지? 뒷 모습을 바라보니 흑발을 뒤로 하나로 묶어, 교복은 제대로 차려입은 모양이었다.
같은 반에 이런 여자가 있었나? …모르겠다, 같은반 여자는 유이가하마랑 미우라, 거기다 에비나랑 카와…카와뭐시기. 그리고 토츠카 정도 밖에 모른다. …사가미 같은것도 있지만, 그건 나한테 말을 걸리가 없다.
뭐, 누군가랑 착각한거겠지. 사고에 끝을 내고 교실로 향한다.
………
……
…
"…히키가야 군? 다음, 이동 교실이야"
2교시 수업 후, 책상에 엎드려 꾸벅 졸고 있으니 아침에 봤던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검은색 웰링턴 플레임 안경을 낀, 화장끼 없는 얼굴. 하지만 앳된 얼굴이면서 구조는 꽤나 단정하여, 5년 후를 기대하게 만드는 외모다.
하지만, 이동교실을 깜빡했다니. 아싸치고는 꽤 위험한데… 요즘엔 토츠카가 가르쳐주니까 말걸어줬으면 싶어서 깨닫지 못한 척을 하는데…….
"…아아, 가르쳐줘서 땡큐"
"그래, 얼른 이동하지 않으면 늦는다?"
감사 인사를 하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무릎을 감출락말락할 길이의 치마를 나부끼며 빙 돌고 걸어갔다. …내 이름을 알고 있나?
…………
………
……
…
오전 수업이 끝나, 점심시간. 베스트 플레이스에서 점심 타임. 매점에서 입수한 카레빵을 물고 마찬가지로 매점에서 산 우유에 빨대를 꽂는다.
"…음, 맛있다"
카레빵과 우유를 교대로 먹으면서 익숙한 경치를 쳐다본다. 문득 새어나온 감상은 학교에 와서 처음 자신의 의지로 말한 말이었다.
"히키가야 군, 혼잣말? …후훗… 이상해…"
갑자기 말이 걸려와서 뒤돌아보니 오늘 3번째… 수수한 여자애가 있었다.
한쪽 손에는 여자 특유의, 딱봐도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을 사이즈의 지갑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두 개의 팩 주스를 들고 있다. 야채 주스와 밀크티다. 둘 모두 매점 옆 자판기에서 산걸테지.
"…아아"
"옆에 앉아도 돼?"
난데없이 이상하다고 들어도, 뭐라고 말을 못한다. 뒤돌아보아 굳어있는 그녀는 걸어와서 대뜸 그렇게 말했다.
"…아아…"
1미터 떨어진 곳에 손으로 치마를 털면서 앉는 그녀.
"……"
"……"
무언이 계속된다. 대체 그녀는 뭘까? 오늘 아침부터 되게 나한테 간섭해온다. 새로운 괴롭히기일까? 짐작가는게 없는건 아니지만, 그러한 계략치고는 주위 시선에 변화를 느낄 수 없다.
곁눈으로 그녀를 관찰하면서 남은 빵을 문다. 그녀는 뭘 하는것도 아니라 멍한 표정으로 먼 곳을 쳐다보고 있다.
"…히키가야 군은 말야, 지금도 여기서 빵을 먹고 있는구나?"
"…아아…"
'지금도'라고? 나를 알고 있는 녀석? 아니, 애시당초 같은 반인가… 흠, 문화제 실질 관계자인가? 아니면….
"후훗… 아까부터 히키가야 군 『아아』밖에 말 하는데? 평소엔 좀 더 여러 말을 하는데"
"아아…아니, 그렇군"
참지 못하겠다는듯 엷게 웃는 그녀. 그 미소를 곁눈으로 보고 있으니, 이쪽을 쳐다보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다.
"…뭘 보고 있는걸까나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런데 주스 2개 갖고 있는데…"
"안 줄건데?"
내가 그녀가 옆에 둔 팩 주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엉뚱한 소리를 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심부름 같은거 아니었어? 그거"
그녀의 체구로 팩 주스라고는 해도 야채 생활과 밀크 티 둘을 점심시간에 다 마신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마, 심부름 받은걸테지. 이대로 여기서 시간을 죽이고 있어선 안되지 않는걸까?
"앗! 깜빡했다~. 가위바위보에 져서 심부름 온거였어! 미안, 히키가야 군. 나 갈게"
"어, 어어"
기세 좋게 일어서서, 학교 안으로 달려간 그녀를 쳐다보면서 우유를 마신다.
…정말로, 누구였더라……?
…………
………
……
…
오늘 수업은 이걸로 끝, 이야아 길었다…, 남은게 자택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교과서류를 가방에 집어넣고 일어서고서 교실을 뒤로한다. 별로 의욕이 없는 발걸음을 특별동으로 향해 질질 걷는다. …재빠르게 3걸음…천천히 4걸음…이었나? 기척을 죽여서 복도 모퉁이를 걸어가니, 등 뒤에 발소리.
발소리의 주인은 내 뒤에 와서는 말을 걸었다.
"히키가야 군, 부활동 갈거지? 같이 가자"
뒤돌아보니 오늘 4번째. 소박한 그녀가 있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함박 미소를 짓는 그녀를 직시하지 못해 시선을 돌린다.
"아아…?"
부활동에 따라온다는건, 의뢰가 있는건가? 그래서 오늘 하루 나한테 참견하고 있던건가.
"빨리 가자"
그녀는 내 앞에 서서 걸어간다. 알기 힘든 봉사부실을 향해 망설임 없는 발걸음.
………
……
…
부실로 향하는 도중에, 순서를 바꾸어 내가 먼저 들어간다. 왜냐면 부실로 들어가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치마자락은 그런대로 길이는 있지만, 여자의 뒤를 잡으면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부실 앞에서 그렇게 말하고나서 문을 연다.
"여어"
내가 인사를 하고 부실로 들어가니 유키노시타가 고개를 들고 말한다.
"안녕, 유이가하마랑 히키가야 균"
"누가 히키가야 균이냐! 이게……아니, 유이가하마?"
"후훗… 역시 눈치 못챈거야?"
"그런 모양이네… 균류는 인류의 판별은 불가능한 모양이야"
유키노시타와 대화를 하는 수수한 그녀는, 멍하니 서 있는 내 옆을 지나 유키노시타의 옆에 서서 이쪽을 본다.
흑발을 묶어, 화장기 없는 단정한 얼굴에 웰링턴 프레임의 안경. 블레이저를 제대로 입고, 무릎길이의 치마에 지정된 감색 스타킹. 그리고… 유키노시타와 대비하고서 깨달았다. 첫 단추까지 제대로 잠겨있는 와이셔츠와, 블레이저를 밀어올리는 낯익은 쌍봉우리.
"유이가하마…인거야?"
"맞아! 힛키! 몰랐어?"
에헤헤 웃으면서 장식인 안경을 벗고서 묶은 머리를 내리는 그녀… 유이가하마다.
"……어째선지 굉장히 불쾌한 대비로 깨달은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이다, 유키노시타. 그보다 유이가하마는 어쩐 일이야? 이미지 체인지?"
"힛키가 맨날 빗치라고 하니까, 유키농이랑 상담해서 해봤어! 머리는 염색한거라구? 어때, 어울려?"
"…하아… 뭐야, 그랬던거냐… 아아, 어울린다 어울려. 조금만 더 밀었으면 반해버려서 고백하고 차여버렸을거다"
"히, 힛키? 정말로…에헤헤에"
"너같은 균류가 유이가하마에게 고백이라니, 신분을 알려무나…… 덧붙여, 어떤 점이 마음에 든거니?"
"…역시 짧지 않은 치마나? 제대로 차려입은 교복은 일부 남자에게 있어 포인트 높은데?"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 앉아 가방 안에서 문고본을 꺼내어 읽기 시작한다.
"…그래. 유이가하마, 이쪽으로 와줘. 머리를 빗겨줄게."
"고마워, 유키농!"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의 앞에 앉아 블래싱을 받는 유이가하마. 머리카락이 검은 유이가하마도 좋지만, 나의 평소 말이 그녀를 상처입히고 있었다는걸 알았다.
………
……
…
"…오늘은 슬슬 끝낼까"
유키노시타가 책을 덮고 부활동 종료를 선언한다. 요즘은 해가 일찍 저물어, 여름보다도 1시간 정도 빨리 부활동을 마치는게 요즘 경향이다. 가방에 짐을 집어넣고 일어선다. 둘도 준비가 다 되어서 부실을 나가니 유키노시타가 문을 잠그고 말한다.
"…히키가야, 알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유키노시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 그 말과 담겨진 언외의 의미에 대답을 한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노려보지마…"
"그래. 알고 있다면 됐어. ……유이가하마, 히키가야. 그럼 내일 봐… 나는 열쇠를 반납하고나서 갈게"
"유키농, 나도 갈까?"
"아니, 유이가하마. 나는 담임과 조금 할 얘기가 있으니까, 기다리게 되버릴거야. 신경쓰지말고 오늘은 먼저 돌아가줘. 그렇구나… 버스 정류장까지 마물 퇴치 대신으로 그 좀비를 데려가면 돼"
"엣? 엑?"
"누가 좀비냐!? …그런거다, 유이가하마 가자. 그럼 가마, 유키노시타"
"앗! …응… 그럼 갈게, 유키농!"
살짝 손을 흔드는 유키노시타에게 등을 돌려 한 손을 들고 걸어간다. 등 뒤로 유이가하마가 파닥파닥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현관을 향해 걷는다.
"…아-, 유이가하마?"
"왜에? 힛키"
"그, 뭐냐… 늘 빗치라고 해서 미안하다. 유이가하마가 그렇게 신경쓰고 있을줄은 생각 못해서…아니, 아니군… 결국,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어리광부리고 있던걸테지…"
주륜장에서 애차를 꺼내고, 교문에서 기다리는 그녀와 합류하고 바로, 해가 저무는 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말한다.
"…신경 쓰지마…라는것도 아니려나? 그런 식으로 듣고 상처입지 않는 여자애는 없다구?"
"…아아, 미안…"
"…그치만, 그치만 말야…"
"그치만?"
"…'어리광'인거지? 힛키의. …그럼 괜찮아… 나한테 어리광 부려도 돼, 힛키"
"…아아"
"후훗, 힛키 또 '아아'밖에 안 하잖아. 이상해"
그렇게 말하면서 걷는 그녀는 평소와 다른듯하면서 똑같다.
"…유이가하마는 다정하구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다.
"그건 아니야, 힛키. 나는 다정하지 않아. 오히려 반대. 엄청 사람을 고른다구?"
그렇게 말하면서 이쪽을 쳐다보는 그녀, 오전과 마찬가지로 착실하게 차려입은 교복. 하지만 오전과는 달리 세미롱의 흑발을 내리고, 옅은 화장. 그 영향인지, 아니면 석양의 마력인지, 5년후가 기대된다고 생각한 용모는, 이미 소녀라는걸 놓으려고 하는걸로 보인다.
"…힛키랑 유키농은 선택받은거야. 나한테 있어서 특별. 영어로 말하면 스페셜! …왠지 멋있지?"
그렇게 말한 그녀의 말과 표정은 '조금만 더'라는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그럼 힛키, 내일 봐! 내일은 머리카락도 원래대로 돌릴거니까. 이 모습도 나쁘지 않지만, 돌려놓지 않으면 유미코가 화낼거구. 내 입장으로도 좀 그래서"
"그렇군. 유이가하마는 역시 평소 모습이 최고다… 그럼 유이가하마, 조심해서 돌아가라"
"응, 힛키. 바이바이"
버스 정류장에서 유이가하마와 헤어지고, 자전거를 탄다. 페달을 밟으면서 생각했다.
…반했는데, 고백하지 않고 끝났다. 아마, 두번 다시 못 만날 그녀. 유이가하마가 하루만 연기했던 소박한 그녀에 대한 마음…이건 흑역사가 될까? 라고….
끝
후기
가하마 씨 미안, 나에겐 이게 한계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