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에게도 봉사를
"이, 있지 유키농"
"뭐니, 지금 독서하느라 바쁜데"
"방해해서 미안! 그치만 힛키의 상태가………"
"히키가야가?"
"왠지 드물게 침울해진것 같아"
"그러니? 창가를 쳐다보며 어디 아픈것 처럼 폼잡고 있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디 아픈거 아냐! 오히려 좀 멋져보일 정도로……가 아니라!"
"………확실히, 조금 침울해진것 처럼 보이는구나"
"그치? 역시, 그게 원인인가아………교실에서도 여러 소리 들었구………"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남이 좀 침울해진것 만으로 너희들 지나치게 유추하잖냐"
"드, 들려버렸다!"
"이 좁은 부실에서 못 듣는게 이상하잖아. 그보다 힛키의 상태가, 라니 뭐야. 진화라도 하는거냐. 원하지 않으면 B버튼을 눌러라고"
"B버튼? 어, 어 그게………이거?"
"그건 B는 B라도 TKB잖아………그러니까 빗치 소리 듣는거다, 빗치"
"또, 또 그런다!"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마, 남학생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바디 터치는 금지. 성희롱이다 그거"
"자의식과잉인 책임은 누구에게 물으면 좋을까………"
"바보냐, 남고생이라는건 몽땅 자이식과잉 생물이라고. 예를 들면 미소짓는것 만으로 반해버릴 수준이다"
"그런거야!?"
"태반은. 하지만 나는 달라. 이 외톨이 마이스터에게 걸리면 정신적쇄국도 여유다 여유"
"어머, 그럼 바디 터치는 몇 번을 해도 상관없는거구나, 에도막부가야"
"아, 아니 바디는 쿠로후네는 개국하지 않을 수 없달까, 아아 짜샤 그만해, 유이가하마! NO! 접촉 금지! 여기 그런 가게 아니거든!"
"어깨! 어깨 주무른것 뿐이야!"
"그런 배려 넘치는 녀석이 제일 틀렸다. 여러모로 상상의 폭이 넓으니까"
"거기는 그냥 솔직하게 망상이라고 하면 좋을거라고 생각해"
"아니, 딱히 에로한 생각은 안 하거든. 초 건전하니까. 일에서 돌아오고나서 조금 위로받는 느낌인 그거거든"
"어깨를 조금 주무른것 만으로, 그 사람과 결혼후를 상상하다니, 엄청난 망상력이구나"
"바보, 그만둬. 유이가하마의 안색이 굉장하게 변해버리잖아. 그만해"
"그러는 김에 네 안색도 엄청 심해졌구나. 꽃봉오리 같아"
"원흉이 뭐가 즐겁다고 웃어재끼냐………그보다 그거다. 딱히 침울해진것도 아니고. 문화제라던가 전혀 신경 안 쓰거든"
"또 그런 훤히 보이는 거짓말을………아아, 거짓말은 해도 되는거였지"
"윽………이건 그거다. 자이모쿠자한테 빌린 아마가미로 히비키 선배를 공략 못한게 분했던것 뿐이니까. 오히려 기분나쁘다고 매도해도 되거든"
"뭐, 확실히 너를 까대서 기쁘게 하는것도 좀 그렇지만………"
"아니, 까도 좋다고는 말했지만 기쁘다고는 안 했거든"
"얘, 유이가하마"
"엣!? 아, 어 그게………미안, 안 들었어………"
"괜찮아, 상상이 넓어서 바빴던거지?"
"으, 응………일단 계란프라이가 타버린걸 칭찬받은데 까지는"
"잠깐 유이가하마. 그런 소리 하지마라? 여기 있는게 진짜로 거북해지니까"
"힛키………껴안아주는건 좋지만, 밥이 식어버려………"
"네 안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무섭다"
"에, 에이프론 입은채로는 안 돼!"
"지나치게 오버히트 해버리지 않았냐………책임져라, 유키노시타………식혀주라고, 너 얼음속성이잖아"
"그래. 그러니까 지금 네 간담을 식혀주고 있는데"
"아아, 의도적이었구나……에, 뭐야. 나, 뭔가 너 화나게 했냐?"
"………………………딱히"
"또 그리 훤히 보이는………아아, 뭐 됐어. 유이가하마, 진짜로 돌아와라. 돈이라면 줄테니까"
"모, 몸은 안 팔았거든!"
"오오, 한방에 돌아왔다……여러모로 신경쓰는구나"
"힛키 변태! 에이프론 한 장이라니, 그건………불건전해!"
"불건전한건 네 머리 속이다"
"계속 해도 되겠니, 유이가하마"
"아아, 이 분위기로 계속하는거구나………"
"뭔데? 유키농"
"우리 봉사부 부활동 내용은 기억하고 있니?"
"………들은적 있었던가"
"나는 들었다. 분명히 쓸데없이 으스대던 얼굴인 유키노시타가 생각난다"
"망설이는 새끼양에게 구원을. 노블레스 오블리쥬. 그것이 우리 부의 이념이야"
"아아, 그런 느낌이었다. 너 자신은 이따끔 『구해 주지는 않아. 스스로 구해질뿐』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넘어졌을때 못 일어나잖니? 그러니까, 하는건 아주 조금의 도움 뿐이야"
"일리있군. 그래서 그게 뭐"
"나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걸을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만 손을 내밀 생각은 없었지만, 히키가야. 너 만큼은 달라"
"나? 그런가, 그러고보니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의뢰로 여기 맡겨졌었지………"
"썩어빠진 근성을 때려고친다. 그게 나에게 맡겨진 사명이고, 걸으려고, 바뀌려고 조차 하지 않겠다 한 너에게, 그래도 나는 마지못해 손을 내밀고 있어"
"아아, 불쌍한 남자 취급하는 말씀을 했었지"
"길잃은 어린양에게 해주는 봉사야.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하면, 너에게는 너에게 의지가 없어도 봉사를 할 의무가 나를 비롯해 봉사부에 있다는 이야기야"
"나한테 의지가 없어도………뭐, 봉사 내용적으로는 그렇군. 불쌍한 남자애로부터 바뀔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유이가하마. 조금 제안이 있는데"
"제안?"
"봉사부로서, 기운빠진 길잃은 어린양에게 봉사를 해주려고 생각해"
"봉사? ………읏! 찬성!"
"그럼 결정이구나. 기뻐하렴, 히키가야"
"뭐, 뭐야"
"우리 봉사부가, 학원에서 제일 밉상이 된 불쌍한 너에게 봉사를 해줄게"
"………엑, 뭐야 그거"
"비밀. 그저 너는 빈곤한 입장으로 부유한 자의 베품을 받으면 된단다"
"싫어, 괜시리 짜증나는 말투다………"
"보, 봉사라아………뭘 할까아………"
"뭐든 좋아, 유이가하마. 그에게 거부권은 없으니까"
"뭐야 그거 너무해"
"그치만 그렇잖니? 어디까지나 우리는 여학생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게 된 너를 상대해주는 처지니까. 다른 의견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유, 유키농! 리퀘스트 정도는 듣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래선 이 똥개는 기어오르잖니? 목줄은 놓지 않도록 해야지"
"………………………………"
"유키농! 힛키가 입을 다물어버렸어!?"
"괜찮아, 이 정도로 상처입을거면 진작에 뛰쳐나갔을거야. 오히려 그건 쾌감으로 떨고있는거야"
"날조 하지마. 이 부실에 묵비권은 없는거냐"
"있을리 없잖니. 양한테 인권은 없어"
"아아 그래. ………………고맙구만"
"신경쓰지마. 우리들은 그저 봉사부 활동에 힘쓸 뿐인걸"
"맞아, 힛키! 부활동이니까 괜찮아!"
"부활동 쩔어……부활동 쩌는구만"
"지금 왠지 저질 망상 재료로 쓰인 느낌이 드는구나"
"힛키 변태!"
"아니, 그게 아냐. 왜 너희들은 둘이서 나를 변태로 만들고 싶은건데. 오히려 바라고 있는거냐, 변태 힛키"
"짓밟아줄까, 그 빈상한 물건"
"맞아. 해치워버려, 유키농"
"진정해, 유키노시타. 분명 임팩트 있는 순간에 감촉이 엄청나니까 그만둬. ………그저, 그거다. 부활동에 들어간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기껏해야 전기의자에 앉은채 기다리면 된단다"
"저기, 그거 고문 조율잖아………뭐야, 너희들 마음속에서 봉사 = 고문이야?"
"그래, 맞아. 알고 있니? 고문은 도중에 희망을 갖게 하는 편이 좋은 모양이야"
"………현재진행형인 고문이냐"
"알고 있으면 됐어. 자, 시작할까, 유이가하마"
"아, 응. ………엣, 지금부터?"
"힘내자, 유이가하마. 불쌍한 그에게 한때의 평온함을 줄 수 있도록"
"에, 아니, 아직 마음의 준비가………"
"생각난 날이 길일이라고 하잖니. 자, 얼른"
"자, 잠깐만 유키농! 엣, 그쪽!? 어깨 주무르는게 아니라 넥타이를 푸는 쪽!? 그쪽이야!?"
"상대방에게 해주는 봉사는 당연하잖니. 그치, 히키가야"
"아니, 메이드 카페 같은데서 오무라이스에 글자 써주는것도 있잖아"
"당연하지? 끄덕이지 않으면 즉시 비명을 지를거야"
"아, 응. 오히려 그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다, 유이가하마"
"협박! 유키농, 그거 협박이야! 앗, 안 된다구, 유키농! 힛키한테 브래지어 보이고 말아!"
"내 것도 보이고 있으니까 괜찮아"
"뭐야, 그거 전혀 괜찮지 않아! 유, 유키농은 부끄럽지 않아!? 라고할까 제정신이야!?"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니까 필사적으로 흐름을 타는거잖니"
"여기서 흐름을 탈 필요 있어!? 조, 좀더 이런 단계를 밟는다거나!"
"그것도 생각했지만, 유이가하마가 계기를 만들어줬으니까………"
"나!? 내가 원인이야!?"
"하하하, 책임이 중대하구나, 유이가하마"
"그렇게 가볍게 웃지 말아줘, 힛키!? 힛키도 이상해! 그래도 돼!?"
"그래도 되냐니, 아니 너희들 봐라. 나도 남자 고등학생이니까………미안"
"사과받아도 곤란해!"
"농담인게 뻔하잖아. 자, 얼른 집에가라"
"에………"
"유키노시타는 내가 어떻게든 진정시킬테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 그럴수가………"
"원인으로 따지면 내가 침울한 모습을 보인게 잘못이니까.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염려말고 가주라"
"………또, 그렇게 모든걸 짊어지려고 해"
"아니, 처음이잖아. 너희들, 나한테 뭐 짊어지게할 만큼 약하지는 않잖아"
"………바보"
"잠깐, 와이셔츠를 반쯤 벗고 다가오지마. 싫다, 여체 무서워………"
"나는 남을거야. 여기서 내가 돌아가면 수치심으로 지금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유키농이 어떻게 될지 모르구"
"유이가하마………"
"이유로 따지면 내가 그런 소리를 해버린것도 있으니까. 책임은 질게"
"………고마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왠지 점점 즐거워졌구"
"후후, 실은 나도"
"에, 잠깐만? 지금 그만둘 분위기였지 이거. 뭐야? 에로 동인지 전개는 뭐야?"
"유키농한테 이렇게까지 해놓고 그만둔다는건 안 돼! 트라우마가 도리거야, 힛키!"
"뭐야 그거 무서워. 벗었으니까 이긴거 아니냐"
"그러니까 말하잖니. 엉덩이를 내민 아이에게 일등상이라고"
"아니 그런 소리 없거든. 아니, 바보 그 이상 벗지마. 속옷 보이잖아!"
"속옷 정도로 이렇게 흥분하다니………괜찮은걸까"
"의외로 속옷을 입고 있는 편이 야하게 보이는 모양인데? 힛키도 그런걸지도"
"어머, 그런거니 히키가야? 그럼 이대로여도 괜찮으려나"
"아니, 아니거든. 그런거 없거든. 그보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어이. 이거 놔. 진짜로 다가붙지마, 어이"
"싫으면 도망치면 될걸. 입으로는 그래도 행동은 솔직하구나"
"다정하구나, 힛키"
"………거기까지 알고 있으면서 왜"
"네가 싫어하는 젊음의 혈기로는 안 되겠니"
"………제대로 뒷일을 생각해라. 후회해도 모른다"
"아, 후회는 할지도"
"그럼 안 되잖아"
"좀 더 깨끗한데서 하는게 좋았을걸, 이라던가"
"괜찮아, 유이가하마. 우리 집이 있으니까"
"아, 그런가! 해냈구나, 힛키!"
"너……반쯤 자포자기지………"
"………그건 말 안하는게 약속이야"
"기세만 살아선 안 된다고 다들 말하는데………유키노시타도"
"감색, 잘 어울리니?"
"………잠깐, 진짜로 그만해. 그거 반칙이잖아"
"미인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건 언제 이래로 처음일까"
"스, 슬슬 시작하자 유키농! 더 이상 시간이 경과하면 제정신으로 돌아올거야!"
"그렇구나. 내가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목을 매기 전에 시작하자"
"결사적이잖아 좀………"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망 안 치는구나, 힛키"
"정말로 다정하다니까"
"………그거다. 나도 남고생이니까. 차려준 밥상을 먹지 않는건 남자의 수치라고도 하니까"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할 정도면 하지를 마라 진짜………진짜로 힘들어졌으니까 얼른 굽든 삶든해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럼, 당장"
"힘내서 기분 좋게 해줄테니까, 많이 귀여워해줘, 힛키………"
"끝난 뒤에 죽고 싶어질만큼, 행복하게 해줄게………"
"………아아, 부탁해"
"………뭐, 그런 꿈을 꿨다"
"헤에"
"흐응"
"꿈을, 꿨어"
"꿈이구나"
"꿈이라아"
"………꿈이라는 걸로"
"는 안 돼"
"는 말도 안돼"
"진짜냐………"
"진짜고 자시고, 지금 여기서 같은 침대 위에 셋이서 나란히 자고 있는게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증거라고 생각하는데"
"유키농의 침대 커! 거기다 푹신푹신하구!"
"역시 셋이 눕기엔 좁으니까 히키가야의 가슴판에 기대는게 크지만"
"미안, 토츠카. 나, 더럽혀졌어………
"너무하네, 그렇게나 남의 몸을 더럽혀놓고"
"그치-. 아직도 목 부근이 좀 묻어있어"
"체하지 않으면 좋겠어. 나도, 한동안은 머리카락을 몇 배는 조심스레 씻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아, 그거! 내가 씻어줄게! 에헤헤, 한번 유키농의 머리 씻겨주고 싶었어!"
"그러니? 그럼 대신에 유이가하마의 머리는 내가. 히키가야도 섞일래?"
"아니, 무리………"
"에-? 힛키 몸, 씻고 싶어-"
"포기하렴, 유이가하마. 그랑 같이 들어가면 씻기는 커녕 또 더럽혀질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 그건 그거대로 좋을지도………"
"라는데, 히키가야. 어때? 들어갈래?"
"…………………어"
"정말로 변태구나"
"할 말이 없다………"
"괘, 괜찮아, 힛키! 손놀림은 확실히 음란했지만!"
"그저 정말 할 말이 없다………"
"도움이 안 되는 말이야, 유이가하마. 뭐, 잘됐잖이 히키가야"
"에에?"
"이건 봉사활동. 하다못해, 오늘밤만큼은 우리를 좋을대로 해줘도 좋아"
"………아니, 너희들도 꽤 기뻐하면서"
"그런 사실은 존재하지 않아"
"……… 『히키가야, 거기, 좀 더 세게』"
"안 했어"
"유키농………"
"………뭐, 됐나. 그럼 오늘 밤 만큼은"
"그래, 오늘 밤 만큼은"
"………오늘밤 만이야?"
"그래. 그저, 하나만"
"뭔데"
"너도 봉사부원이고, 봉사활동에 힘써야한다는건 알고 있찌?"
"………뭐, 또 그런 때가 오면"
"다음주지? 예정을 비워둘게"
"약속이다?"
"발정난 고양이냐………너네는………"
"너한테 듣고 싶지는 않은데………"
"힛키는 싫어?"
"………의무감만으로 이런 일을 할 만큼 어른은 아니야"
"………"
"………"
"그만둬, 침묵으로 돌려주지마. 그대로 코를 비비지마, 너네는 새끼 동물이냐"
그렇게해서, 겨울의 방문을 느끼는 어느날.
나와 그녀들은 젊음의 혈기라는 변명을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