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짧은 시리즈물(완결)

재삼 갇혀버린 두 사람

모래마녀 2014. 10. 10. 16:46

재삼 갇혀버린 두 사람
 
 
이쪽은 스네이크, 잠입 임무를 개시한다.
 
현재 오후 3시 지나, 6교시도 30분 후에 종료한다는 시간이다.
나는 자랑스런 스텔스 능력을 구사하여 교실을 빠져와있다.
나의 잠입 목적지는 여자 탈의실. 남학생에게 있어선 비밀의 화원인 장소다.
 
소부 고등학교에선 체육 수업때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간에 체육 수업을 하고 있는건 국제교양과 J반. 유키노시타의 반이다.

그래, 나의 타겟은 유키노시타 유키노다.
딱히 그녀의 사물을 훔치려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 왜, 내가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탈의실에 잠입하려고 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점심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상)
나와 유키노시타는 부실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요즘엔 유키노시타가 도시락을 만들어줘서 그걸 함께 먹는다는 이유다.
 
"히키가야, 여기에 서명해주겠니?"
 
무릎 위의 유키노시타가 갑자기 무언가를 건내왔다.
 
"뭐야 이거?"
 
"봉사부로서 어떤 자원봉사 활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걸 위한 서명이야"
 
확실히 잘 모르는 자원봉사에 대해 꼼꼼하게 쓰여있다.
서류도 몇장이나 있는것 같고, 전혀 읽을 생각은 안 드는데.
뭐, 봉사부로서 참가하라면 내게 거부권은 없을테지.
 
유키노시타가 건낸 계란말이를 먹으면서 술술 사인을 마친다.
 
"자. 이거면 돼?"
 
"그래, 고마워"
 
유키노시타는 나한테서 그 서류를 받고 가방에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서류를 가방에 넣기 직전에 작게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유키노시타가 승리 포즈라고? 단순한 서명으로? 수상쩍다.
여기에는 뭔가 비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방에 집어넣기 직전에 그 서류를 낚아챘다.
 
"앗, 잠깐"
 
첫 장은 확실히 봉사활동 서명 활동이다.
두 장째는……이건 카본지 인가?
그리고 가장 아래에 놓여있는 서류를 보고 나는 경악했다.
 
혼인 신고서.
 
그 서류에는 또렷하게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제출인의 서명란에는 나의 필적으로 히키가야 하치만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자원봉사 서류가 아니었냐?"
 
나는 비엔나를 유키노시타에게 먹이면서 그녀의 의도를 묻는다.
 
"너를 남편으로 받아주는건 충분히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카본지를 끼우면서까지 너 뭐하는거야……"
 
"제출인 서명란 만큼은 네 필적이 필요한거야, 귀찮게도 말이지"
 
그 관자놀이를 잡는 포즈 그만둬줄래? 그거 하고 싶은건 오히려 나거든?
확실히 그 이외의 란은 유키노시타의 필적으로 기입되어 있다.
라고할까 증인 란은 우리 부모잖아! 그 인간들, 아들 몰래 무슨 짓을 한거야!
 
"네가 18살이 되는대로 제출할 생각이야"
 
"하?"
 
벌려진 입이 닫히지 않는 내게 튀김을 던져넣으면서 그녀는 말했다.
 
"그때까지는 집의 금고에 엄중하게 보관해둘게. 그러니까 돌려줘"
 
그 대사를 다 들었을때는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분위기 몽땅 내던졌다.
 
유키노시타는 내 손에서 혼인 신고서를 낚아채고 그걸 작게 접어, 가슴 주머니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옷 위로 소중하다는듯 퐁퐁 두드렸다.
 
 
이것이 오늘 점심시간에 생긴 일이다.
딱히 그녀와 하나가 되는건 싫은게 아니다. 하지만 학생 결혼은 그래도 싫다.
제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유키노시타가 큰 기업에 쥐직하여, 수입이 안정되고나서 하지 않으면 싫다.
 
그래서, 제군들도 알았을 것이다. 이 임무의 의미를.
요컨대 나의 목적은 유키노시타의 교복으로부터 혼인 신고서를 회수하는것.
그걸 위해 탈의실로 잠입한다.
……나 누구를 향해 말하는거야?
 
 
 
 
탈의실에 도착하여 주위를 확인한다.
역시 수업중이라는것도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문을 열려고 했지만 당연히 문이 잠겨있었다.
나는 바로 품에서 피킹 세트를 꺼낸다.
자이모쿠자 사랑한다!
그보다 왜 이런걸 갖고 있는거야. 깬다.
 
 
여기부터는 스텔스 힛키의 단독무대, 중학교 시절에 단련한 기술을 보여주마.
피킹 세트를 끼워넣어 몇번인가 달칵달칵하니 문이 열렸다.
천천히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본다. 좋아, 아무도 없다.
재빠르게 침입하여 문을 잠갔다.
 
탈의실에는 약 30개의 로커가 놓여있다.
유키노시타가 쓰고 있는건 어느거지?
나는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귀를 기울인다.
작게 부-부-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가장 안쪽 로커에서 들리는 모양이다.
서둘러라, 15분만 지나면 수업이 끝나버린다.
초조해지는 마음을 참으면서 로커 열쇠도 피킹으로 틀어연다.
문을 여니 바이브레이션 소리가 커졌다.
좋아, 목표는 정확했던 모양이다.
스마트폰의 호출을 멈추고 옷걸이에 걸려진 유키노시타의 교복을 손에 들고, 가슴 주머니를 뒤진다.
있다! 있어! 나는 이겼다!
목적하던 물건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로커를 닫으려던 그 순간.
 
달칵
 
입구 잠금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이어이! 아직 수업 안 끝났잖아! 어쩌지? 무슨 수를 쓰지?
 
 
 
――히키가야 하치만은 고르지 않는다. 애초에 고를 선택지가 없어서 하나의 행동밖에 취할 수 없으니까.
 
 
 
나는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멋지게 말해봤지만, 단순히 로커에 숨는 수 밖에 없었다고!
아무래도 들어온 여자는 한명뿐인 모양이다. 옷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옷갈아입고 나가줘!
 
 
……그런 바램도 허무하게 나는 눈부신 빛에 비추어졌다.
 
 
"너, 너, 너 지금 이런데서 뭘 하는거야!?"
 
이쪽은 스네이크.
아니, 역시 나는 단순한 두꺼비였던 모양이다.
눈 앞에 있는 뱀에게 노려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로커 문을 연 것은 유키노시타였다
당연하다고하면 당연하다. 여기는 유키노시타의 로커니까.
그 유키노시타는 기막힌 얼굴을 하고 있다……상하 모두 속옷차림으로.
흰색을 기본으로 하여 곳곳에 꽃무늬가 있는 무척이나 소녀스런 속옷이었다.
음?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지, 이거?
라고할까, 벗고나서 로커를 여는 타입이구나.
 
"아, 아니, 여기에는 깊은 이유가……"
 
어떻게든 변명하려고 하니, 탈의실 밖에 웅성거리고 있다.
이런! 다른 학생도 돌아왔다!
 
유키노시타도 그걸 깨달았을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허둥대고 있다.
 
그리고 재삼 탈의실 문이 열린다.
 
그 탈의실 안에는……아무도 없었다.
 
 
 
"왜 너도 들어오는거야!"
 
"어, 어쩔 수 없잖니! 이 차림으로 계속 서 있으라고 할거니!?"
 
우리들은 목소리를 죽이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말을 한다.
 
다른 학생이 돌아왔을때, 무슨 생각을 한건지 유키노시타는 자신의 로커로 들어왔다.
그것도 속옷차림으로.
 
"아, 아니 내가 잘못했다"
 
"……알면 됐어"
 
"그보다 아직 수업시간 중인거 아냐?"
 
"선생님이 빨리 마쳐줬어"
 
진짜냐……급료만큼 일해라고.
 
하지만 이 상황은 위험하다.
탈의실 로커는 청소용구 로커만큼 크지 않다.
둘 다 인간이 들어갈만한 크기는 아닌 것이다.
요컨대 나는 속옷차림의 유키노시타와 거의 밀착한 상태다.
유키노시타는 내 가슴에 묻혀 있고, 그 양손은 내 어깨를 잡고 있다.
내 양손은 둘 곳이 없어 로커에 갖다대는 형태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인건 내 오른다리가 유키노시타의 양 다리 사이에 끼여있다는 것이다.
허벅지에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만다.
 
 
 
 
이전에는 교복 너머였으니까 참을 수 있지만, 이 상태로는 하치만의 하치만이 언제 하.치.만!이 될지 모른다. 의미 알아? 알지?
게다가 체육한 뒤라서 유키노시타의 땀냄새도 나고 있다.
왜 이렇게나 좋은 냄새가 나? 유키노시타 균은 땀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합성하는거야?
 
"너, 그, 혹시가 아니라, 봤어?"
 
어? 뭐라고? 라고 하고 싶은 참이지만, 솔직하게 말하자.
 
"……봤어"
 
"……아이 같았지?"
 
유키노시타는 자학적으로 웃었다.
 
"그렇지 않아"
 
"어?"
 
"그, 흰색을 기초로한 느낌은 너의 청초한 느낌과 잘 맞다고 생각하고, 꽃무늬 디자인도 귀여웠다, 고 생각해"
 
"하지만, 남성은 화려한 속옷을 좋아하잖니?"
 
"딱히 화려하니까 좋다는것도 아냐. 그 사람에게 어울리나 아닌가가 중요하지. 그러니까 나는 네, 그, 좋았다고 생각해"
 
"후후"
 
"……뭐가 이상한데. 나도 자각하고 있어. 어울리지 않는 소리 한다는거"
 
"그게 아니라, 이전에 읽었던 잡지에 쓰여 있었어. 남성에게 속옷차림을 칭찬받으면 기뻐진다고. 그 때는 바보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던것 같군"
 
유키노시타는 가슴에 묻은 얼굴을 문지른다.
이건 그녀가 자주 하는 애정표현이다. 어지간히도 기뻤던 것이다. 왠지 이쪽까지 기뻐지고 만다.
 
"그나저나, 그 짧은 시간에 속옷 디자인까지 외우다니, 무척이나 음란한 남자구나"
 
"아니, 보면 그렇게 되잖아. 나도 한참 사춘기 중이니까……"
 
거기다, 네 옷차림이고. 라고는 말하지 말자. 부끄러우니까.
 
"이건 신중해야할 사태구나. 너의 속옷을 대하는 내성을 조교할 필요가 있어"
 
"조교라니 뭘 할 생각이야……"
 
"……다음에 다, 다른것도 보여줄게. 그, 그래서 여성의 속옷차림에 익숙해지면 되잖니"
 
"……그건 무리다"
 
"어머, 어째서?"
 
"……네 속옷차림으로 흥분하지 않게 된다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러, 니"
 
어이, 얼굴을 문지르는 페이스가 빨라졌다.
 
 
 
 
 
"그러고보니, 너 왜 이런데 있는거니?"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다물어줘. 밖의 상태를 보자"
 
그녀의 언급을 얼버무리고 바깥 녀석들의 상태를 엿보려고 귀를 기울인다.
몇 명의 여자 대화가 들려온다.
 
――에- 그런거 아니야-.
――으응, 절대로 커졌어!
――확실히 E정도 되는거 아냐?
――실은……F야
――F!?
――F!?
 
F!?
A.B.C.D.E.F!?
고2인데 F!?
F는 톱과 앤더의 차이 몇이지?
F(x)의 x에 뭘 대유하면 구해집니까!?
젠장, 제대로 수학 공부했어야했다…….
 
"히키가야"
 
이런.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각오를 굳힌 내게 예상밖의 말을 한다.
 
"……나로는 안 돼?"
 
이미 밀착해있는 유키노시타가 더욱 기대온다.
 
"너, 뭐하는거야!"
 
"……역시 너도 큰 가슴이 좋아?"
 
팔 속에 있는 유키노시타가 중얼거렸다. 굉장히 슬픈것 같다.
 
"……먼저 말해두마. 화내지 마"
 
"……그래"
 
한층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지금, 네 가슴이 닿고 있는 상태는 몹시 기쁘다"
 
"에?"
 
예상밖의 대답이었는지 유키노시타는 놀란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 크기가 아니라, 네 가슴이 좋다고할까, 뭐라고 할까"
 
"……그러니"
 
그렇게 말한 유키노시타는 더욱 몸을 밀어온다.
 
"그만해 바보! 상황을 모르는거냐!?"
 
"알고 있어. 들키고 싶지 않으면 소리지르지 마"
 
이거, 남자가 할 소리 아냐?
 
유키노시타는 어깨에 올려뒀던 손을 내 후두부로 감아, 자신의 가슴으로 꾸욱 잡아끌었다.
내 머리에 푹신 부드러운 감촉이 퍼졌다.
 
"후훗. 즐겁니?"
 
그러니까 즐거워보이는건 너잖아? 유키노시타 씨?
 
하지만 실제로 나도 즐겁다.
천의 매끄러운 감촉 너머로, 푹신한 부드러운 감촉이 있다.
거기다 가슴팍에서 풍기는 냄새에도 두근거리고 만다.
이 달콤한 냄새를 맡고 있음녀 어떻게 되버릴것 같다.
 
나는 유혹을 뿌리치듯이 유키노시타의 가슴팍으로부터 떨어진다.
 
유키노시타의 팔은 목 뒤로 감겨있어,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 짓고 있다.
 
아아, 어떻게든 되버렸다.
가슴 감촉보다도, 달콤한 체향보다도, 무엇보다도 이 미소가 나를 매혹한다.
그녀와 함께 있다면 어디까지 추락해도 상관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천천히. 굳이 초조해하지 말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기대감을 참을 수 없는지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내밀어온다.
그 순간, 나는 살짝 얼굴을 뒤로 뺐다. 당하기만 하는건 분하니까.
그녀는 순간 뚱해진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표정을 깼다고 생각하니, 얽은 팔도 사용해서 나를 끌어당긴다. 나도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는다.
 
다정한 키스였다.
입술을 맞대고는 조금 떨어져서 서로의 표정을 살핀다. 그리고 또 입술을 맞댄다. 그 반복이다.
 
키스를 하면서 내 손은 유키노시타의 허리를 손으로 그리고 있다.
매끈한 피부와 가느다란 잘록함이 남자의 본능을 자극한다.
행위를 격하게 하고 싶어지는걸 필사적으로 참는다.
 
하지만 무리였다.
유키노시타가 더 불타올라버렸다.
내 입술을 혀로 찌르며 원해온다. 이 욕심쟁이.
 
"이런데서 거기까지 하면 들킬거야"
 
"천천히 할테니까……부탁해……"
 
유키노시타는 무척이나 애타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얼굴을 보아서야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되고만다.
나도 무르게 되버렸다.
 
하지만 나 이상으로 그녀는 달콤하다.
그 단맛을 받아들인다. 감수하는것이 아니라, 나도 그녀를 원했다.
 
가능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천천히 혀를 얽는다.
하지만 그 완만한 움직임은 무척이나 아쉽다. 좀 더 뭔가 자극을 원한다.
그렇게 생각한건 유키노시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나의 오른팔을 잡아 천천히 그녀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오른손바닥에 질이 좋은 천 감촉이 퍼졌다.
매끈한 감촉은 기분 좋고 부드럽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천의 감촉이다.
굉장히 안타깝다. 마음이 불타는듯 생각에 사로잡혀간다.
 
입술을 떼어 유키노시타에게 시선만으로 나의 의도를 보낸다.
그녀는 끄덕 수긍해주었다.
 
나는 일단 오른손을 그녀의 허리춤으로 내린다.
그녀의 잘록함은 좋다. 이걸로 10년은 싸울 수 있다.
거기에서 손바닥을 기어올리듯 하여, 그녀의 몸을 천천히 타고간다.
등산가라도 된 기분이다.
옛날 등산가는 멋진 격언을 남기고 있다. 그래,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 오르는 것이다.
그 살집있는 얇은 몸은 갈빗뼈 감촉도 알 수 있다.
하나, 또 하나 그 산을 올라가는 것으로, 정상에 가까워지는걸 느끼고 만다.
그리고 손끝에 불룩 딱딱한것이 부딪쳤다.
이걸 넘으면 절경을 볼 수있는 것이다.
아직 아무도 도달한 적이 없는 비경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손끝에 힘을 넣어, 진입금지의 금줄을 넘었다.
 
 
 
 
 
 
 
그 순간, 침입자를 베제하기 위한 경보가 울려퍼진다.
 
부-!! 부-!! 부-!!
 
"뭐, 무야!?" "뭐, 뭐니?"
 
놀란 우리들은 엄청 놀래버렸다.
덜컹덜컹 로커를 흔들어버렸다.
 
경보의 정체는 유키노시타의 휴대전화였다.
이 자세로는 휴대전화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바이브 소리가 울리고 있다.
 
 
 
―얘, 지금 저기 로커에서 소리나지 않았어?
―났어났어! 덜컹 거렸어!
―왠지 부- 부- 거리지 않아?
―휴대폰 아냐?
―저거 누가 썼던가?
―유키노시타였는데?
―어라? 그러고보니 유키노시타는?
―글쎄?
―그보다, 아까 덜컹 거린 소리 이상하지 않아? 휴대폰이 울어도 저런 소리는 안 나지?
―잠깐, 무서운 소리 마!
―설마 범죄자?
―누가 선생님 불러와!!
 
이런, 큰일이다, 큰일!
들켜버렸다, 어이!!
 
 
 
몇분 후, 여학생들이 교사를 데리고 왔습니다.
여기는 여자 탈의실이니까 아마 여성 교수일테지.
그리고 범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이 상황.
이런 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사는 한 명밖에 없다.
 
틀림없다……놈이다, 놈이 왔다! 셸블릿트의 시즈카가!
 
 
―그래서, 수상한 로커는 어떤거지?
―저쪽 가장 안쪽의 로커에요!
―저 로커는 누가 썼던거지?
―유키노시타에요.
―그런데, 그 유키노시타는 어디에 있지?
―글쎄요? 수업이 끝나고나서 보이지 않아요.
―흠.
―선생님?
―너희들은 교실로 돌아가거라.
―에, 그치만!
―너희들이 있으면 발목잡힐지도 모른다.
―아, 네.
 
 
학생들이 탈의실을 나간다.
그리고 문이 끼익 닫히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다.
 
 
 
―하아, 유키노시타. 그리고 아마 히키가야도 있겠지? 나오거라.
 
나는 로커 문을 천천히 연다.
 
"역시 그런가. 너희들은 정말이지……유키노시타는 왜 속옷 차림인거냐!?"
 
"바, 바로 교복을 입을게요!"
 
유키노시타는 곧장 갈아입기 시작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정학이나 퇴학같은 벌을 주는건 저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나 때문에 유키노시타에게 상처를 입히는것 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히키가야……"
 
잠시간 침묵.
그걸 깬것은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히키가야……소부 고등학교는 연애금지 교칙은 없다"
 
"하?"
 
히라츠카 선생님이 하는 말의 의미를 몰랐다.
 
"……교내에서 학생이 시시덕거려도, 우리는 그걸 벌할 권리는 갖지 않는다"
 
"아니, 그래도 저는 여자 탈의실에 들어갔다고요!?"
 
"너는 다른 여학생의 갈아입는 모습을 봤나?"
 
"……아니요"
 
"그럴테지. 아무래도 너는 유키노시타의 속옷차림에 몰입했던 모양이니까"
 
선생님이 놀리듯이 히쭉웃고 있다.
 
"요컨대. 너희들은 그저 교내에서 시시덕대고 있었다. 그게 우연히 이 로커였다는거다"
 
"히라츠카 선생님……"
 
"그저, 조금 더 절도를 갖고 교제를 했으면 싶구나. 이건 연장자로서 부탁이다"
 
"죄송합니다"
 
한번 더 고개를 숙인 후, 나는 왼뺨을 내민다.
 
"……뭐지?"
 
"아뇨, 슬슬 평소 하던게 오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하아, 정말이지 너라는 녀석은.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기쁘기도 한다. 고고하고 고독을 관철하던 너희들이, 지금 이렇게 둘이서 있는걸 보면 말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내게 딱밤을 먹였다.
 
"이번에는 이걸로 용서해주마"
 
히라츠카 선생님……당신, 멋져요. 시즈카 멋쟁이.
 
감사를 담아 나는 한번 더 깊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이제 됐으니까 고개를 들어라. 음? 뭐 떨어뜨렸는데?"
 
히라츠카 선생님은 내가 떨어뜨렸다는걸 줍고 있다.
뭐지? 뭘 떨어뜨렸지?
그리고 선생님은 작게 접혀진 종이를 펼치고 있다.
 
"뭐,뭐, 뭐, 뭐냐 이건!? 호, 호, 혼인 신고서라고!?"
 
그랬었다. 그거 때문에 침입했었다. 깜빡했다, 테헤페로.
 
"히- 키- 가- 야-"
 
"뭐, 뭔가요?"
 
"절도를 갖고 교제하라고 했지!?
 
"선생님은 안 때린다고 말했죠!?"
 
"안 때린다고는 말 안했다!"
 
확실히 말은 안했지만, 그런 분위기였잖아!
불량 학생과 열혈교사가 마음이 통한 순간이었잖아!
 
"이게, 연장자로서 부탁이다!"
 
그렇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아까 들었던건 굉장히 좋은 말이었는데!
이젠 늦깍이 아라사의 질투의 말로밖에 들리지 않아…….
 
"내 이 손이 붉게 타오른다!! 승리를 움켜쥐어라고 소리를 지른다!! 간다아! 배애애애액열……!! 가아아앗!! 핑거어어어어어!!!"
 
유키노시타! 얼른 와줘! 나와 함께 러브러브 천경수를! 늦어버려도 모른다! 라고할까 셸블릿트가 아닌거냐!
 
 
"히이이이트! 엔드!!"
 
그리고 히키가야 하치만과 혼인 신고서는 불타버렸다.
 
 
 
 
미션 컴플릿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