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버린 두 사람
갇혀버린 두 사람
"히키가야, 유이가하마는 조금 늦는 모양이야. 먼저 우리들끼리 시작하자"
"뭐야, 땡땡이냐. 그 녀석이 오고나서 해도 되지 않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붙잡혀버린 모양이야. 그런대로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해. 일단 청소만이라도 끝내두자"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부실 청소 날이다.
이 빈 교실에도 청소용구용 로커가 상비되어 있다.
쓸데없이 큰 타입이다.
나로서는 청소같은건 안해도 되지만, 우리 부장은 상당히 결벽증이다.
쓸기 청소와 닦기 청소, 거기다 창틀까지 닦고 있다.
특히 창닦기는 키가 필요해서 내 부담이 크다.
한번 튄적이 있었지만 다음 날에 유키노시타의 감독하에 혼자서 전부 청소하게 됐다.
그 지옥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이 녀석, 장래에 좋은 시어머니가 될거다. 라고할까 우선 아내가 되겠지만.
"뭘 멍때리는거니? 빗자루를 받으렴"
유키노시타는 로커에서 빗자루를 꺼내고 내게 건낸다.
빗자루는 필요없다, 던져버리고 싶지만 뭐, 얼른 끝낼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건 안다. 나도 고전부가 좋았는데.
유키노시타가 로커에서 청소도구를 모두 꺼냈을때, 내 시야가 흔들렸다.
딱히 휘청거린게 아니다.
지면이 흔들리고 있다. 크구만, 이거!
로커도 덜컹덜컹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유키노시타도 갑작스런 충격에 대응하지 못한다.지금이라도 쓰러질것 같다.
흔들림은 점점 커져간다. 이런, 더는 서 있을 수 없다.
그 때, 유키노시타의 등 뒤로 위험이 닥쳐오는걸 눈치챘다.
로커가 지금이라도 쓰러지려고 한다.
유키노시타는 로커를 등지고 있던 탓에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허나 지진의 흔들림 탓에 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던건 유키노시타를 잡아끌어 그녀를 감싸듯이 안는것 뿐이었다.
그리고 머리에 둔한 통증이 달린 감각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끊겼다.
"히키가야? 정신차려! 히키가야!"
무언가가 얼굴을 찰딱찰딱 치고 있다.
천천히 눈을 뜨자, 거기에는……
특별히 아무것도 없었다. 새까맸다.
그저 자신이 등지고 누워있는 감각과 자신의 위에 무언가가 올라탄 감각. 그리고 강렬한 두통만을 느끼고 있었다.
"히키가야? 괜찮아?"
"유키노시타야?"
"다행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움직일 수 없는데"
"아니, 나도 뭐가 뭔지. 왠지 무겁"
"그 이상 말하면 어떻게 될지 알지?"
"……내 위에 올라탄거냐, 너"
"……불본의하지만"
뭐야 이 상황?
뭔가 부드럽고 따뜻한게 올라탔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유키노시타였을 줄이야…….
유키노시타는 빈ㅅ, 커흠커흠, 슬렌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달라붙어있으니 제대로 있는건 있다고 느낀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이런 상황에서 만약 무슨 사태가 일어나면 확실하게 통보당한다.
유키노시타의 머리는 가슴부근에 놓여져있는 모양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일까, 여자애 특유의 냄새가 비공을 간지른다.
틀렸다.그만 필요없는 생각을 해버린다.
아무튼 일단은 상황 확인이다.
확실히 우리는…….
"그래, 지진이지"
"그래. 지진이 일어나서, 그, 너한테 안겼다는것 까지는 기억해"
"생각났다. 로커가 쓰러져서 그만 그렇게해버렸다. 그게, 미안하다"
"왜 네가 사과하는거니? 너는 나를 구해준거지? ……저기, 고마워"
감사를 말한 유키노시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전례없이 그녀와 거리가 가깝다.
와이셔츠도 T셔츠도 입고 있을텐데, 마치 그녀의 뺨과 직접 맞닿는듯한 착각을 느낀다.
"너, 심장고동이 빠르구나. 혹시, 이 상황에 흥분하는거니?"
"……아냐. 머리를 부딪쳤으니까 그 탓이다"
"에!? 괜찮아? 다치진 않았어!?"
부끄럼 감추기로 말할 생각이었지만, 도리어 유키노시타에게 걱정을 끼치고 말았다.
이 녀석은 자신을 감싼 탓에 다쳤다고 생각하는거겠지.
평소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놀라움과 초조함이 느껴졌다.
"거짓말이다. 실은 유키노시타랑 붙어있는 탓에 두근거리고 있다. 방금 그건 부끄럼 감추기야"
"네가 거짓말을 하다니. 그래, 그거라면 됐어"
그거라면 됐어
뭐가 됐다는거야? 다치지 않았다는거?
아니면 두근거리고 있는거?
"또 고동이 조금 빨라졌어"
누구 탓이냐, 누구탓.
이대로라면 움직일 수 없다.
아무튼 여기서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있잖냐. 아마 여기는 로커 안이지"
"아마 그럴거야"
"내 위치에선 밖이 보이지 않는다는건, 로커 문은 내 등에 있다는 소린가?"
등에는 금속 특유의 무기질적인 차가움을 느낀다.
이 상태로는 문은 닫혀있는 거겠지.
"……나갈 수 없겠네"
"둘이서 체중을 실어서 회전한다는건 어때?"
"이 로커는 그런대로 크니까, 둘의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어"
"무슨 의미야?물리 이야기는 몰라"
"두 사람이 하나가 될 필요가 있어. ……요컨대 네가 나를 껴안는다는 소리지"
"……각하다"
"……싫은거니"
"싫은건 너겠지"
"……그럼 다른 작전은?"
"휴대폰 갖고 있지 않아?"
"책상위에 올려둔 상태야"
"그렇지"
"아마 유이가하마나 히라츠카 선생님이 바로 상태를 보러 와줄거라고 생각해. 그때까지 기다리자"
"그것밖에 없나……"
결국 우리들은 아무 수도 쓰지 못하고, 유이가하마와 히라츠카 선생님이 와주는걸 비는 수 밖에 할 수 없었다.
로커가 쓸데없이 큰 덕분에 숨쉬기 곤란하지 않은것만이 도움이었다.
"새까맣구나"
"그렇군. 이렇게 빛도 들어오지 않으면 눈이 익숙해질 일도 없겠지"
"눈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감각이 연마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정말인 모양이구나"
"……예를 들면?"
"네 목소리나, 네 체온이나, 네 냄새가 평소보다도 진하게 느껴져"
"잠깐만. 목소리 말고는평소 나를 모를거 아냐"
"그렇지도 않잖니? 너도 내 체온이나 냄새, 알고 있는게 아니니?"
……알고있습니다. 찻잔을 건내받을때, 살짝 닿아버린 손끝이나. 바람에 실려오는 유키노시타의 냄새를 느낀 적은 있다.
"설마, 맛까지 알려져 있을 줄은 몰랐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몰라! 알면 문제 있잖아!"
"라는건, 체온이나 냄새는 알고 있다는 소리지?"
"유도심문 쩌는구만 너. 통보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나도 알고 있으니 서로 마찬가지라는걸로 해줄게"
"살았다……. 라고할까 너, 어두운거 무섭지 않냐? 호러나 유령같은거 너 거북해하잖아?"
"딱히 거북한건 아니야. 유령 따윈 존재하지 않고 유령의 정체를 보면 시든 참억새라고 하는 말도 있고 애시당초"
"아- 알았다알았어"
"……애시당초 지금은 너도 있으니까"중얼
중얼거려도 다 들리는데요!
감각이 연마된다고 한건 너잖아.
확실히 지금까지 느낀적이 없을 만큼 유키노시타의 냄새나 체온을 느끼고 만다.
도리어 나의 체향이나 체온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뜨거워진다.
유키노시타의 한 마디로 깨달아버린 감각 탓에,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버렸다.
우리들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건 자신의 심장고동뿐.
"……심심하네"
"나한테 말해도. 소부선 게임이라도 할까?"
"굉장히 재미 없어 보이는 게임이네. 조금 더 흥미 깊은걸……"
유키노시타는 뭔가 생각에 잠겨있다.
뭔가 좋은 시간죽이기라도 생각하고 있나?
"생각났어. 흥미깊은 게임"
"무슨 게임인데?"
"너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게임"
"하?"
"아까, 네 심장고동이 빨라진걸 느끼고 나는 조금 재미있었어. 그러니까 그걸로 게임을 하자"
"……나한텐 전혀 재미없어보이는데"
"규칙은 간단해.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서, 네가 두근거리면 나의 승리"
"그런건 심판은 너니까 절대로 니가 이길거 아냐"
"내가 그런 부정을 할거라 생각하니?"
그런 생각은 안 하지만, 그저 단순히 하고 싶지 않은거라고!
"잠깐! 내가 다른 재미있는 게임을 생각함! 어 음, 나홀로 끝말잇기라거나?"
"그럼 게임 개시야"
어느 게임!?
나홀로 끝말잇기는 별로였나? 라고할까 나 기본적으로 혼자서 노는 게임 밖에 몰라.
아, 평범하게 끝말잇기를 할걸 그랬다…….
내가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에 유키노시타는 다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이상하네. 두근거리지 않아"
그건 아까부터 당했으니까. 나는 한번 당한 기술은 두번 통하진 않아!
훈련된 외톨이는 성투사나 버서커랑 같은 행렬이다. 역시 최강.
유키노시타는 묻은 얼굴을 슥슥 비비고 있다.
아, 틀렸다.
"후후. 조금 두근거렸네"
왜 그렇게 즐거워합니까. 유키노시타 씨.
"역시, 스킨쉽이 효과적인거니?"
큰일이다. 유키페디아 씨가 착실하게 히키가야 공략유키를 만들고 있어.
이어서 유키노시타는 내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덧그린다.
그녀의 손가락이 귀여움 부리듯 가슴판을 만지고 있다.
그 감촉은 간지럽기도 하지만, 어딘가 기분 좋다고 생각해버렸다.
"과연. 이런것도 좋아하는구나"
틀렸다. 더 이상 마음대로 당할 수는 없다.
"기다려줘. 역시 나만 공격 당하는건 불공평하다"
그러니까, 이런 게임은 그만두자.
그렇게 말하려고 생각했다.
"그럼, 너도 공격해도 좋아"
하?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얼이 빠지고 말았다.
"너도 나를 두근거리게 할만한걸 하면 돼"
"에 그게, 그건, 판정은 어떻게?"
유키노시타의 심장소리를 듣는거야? 그래도 돼?
"너,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두근거리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시키지 않아. 나는 자기신고야. 애시당초 이 게임의 심판은 나니까"
절대로 못 이기잖아…….
뭐, 그래도 당하기만 하는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알았다. 그걸로 좋아. 각오해라"
"……그, 어디까지나 두근거리게 하는게 목적이지, 네 정욕을 나한테 휘두른건 아니란다?"
"알고있어! 그럼 이렇게 하자. 나는 내가 할걸 사전에 너한테 말하마. OK라면 그걸 한다는건 어때?"
"그건, 나한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되는거지"
"그래. 그럼 네 차례야"
하지만 어떡하지. 어디까지라면 OK를 받을 수 있지?
일단 뭔가 말해보는 수 밖에 없나. 거기서부터 허들을 찾아가자.
"……그럼 나는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알았어. 그보다 바로 NO라고 하지 않으면 해도좋아"
"그런가"
의외로 머리카락을 만지는데 허가를 받았다.
여성에게 있어 머리카락을 만지게 하는건 이러쿵저러쿵 들은 적도 있지만, 도시전설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하나 착각을 하고 있다.
이 사전신고는 언뜻 유키노시타에게 유리하게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당하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불리해지는것도 있는 것이다.
나는 바로 행동으로 이행하지 않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때때로 몸을 움직이는 페이크를 끼운다.
이 빛이 없는 어둠속에선 서로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조금의 진동이나 감촉으로 판단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마침내 왔다.
"저기, 히키가ㅇ"
나는 이 순간, 유키노시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히얏"
유키노시타의 얼빠진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때? 두근거렸지?"
"……그래, 두근거렸어. 하지만 그건 기다릴때의 이야기. 지금은 네게 머리를 만져져서 굉장히 마음이 편해"
"어, 어어. 그러냐"
"후후. 너 두근거리고 있지? 내 승리야"
젠장, 예상 이상으로 강하다.
설마 카운터를 당할줄이야.
이런 속임수는 별로 효과가 없나?
그럼 이번에는 힘기술이다.
"나, 나는 유키노시타를 껴, 껴안는다"
말하는게 부끄러워서 더듬고 말했다.
대답은 없다.
OK라는 것이다.
이것도 허용인거냐.
스스로 말했지만 긴장해서 두근거렸다.
두근거리면 안 되잖아! 안 돼!
이렇게 되면 과감하게 할 뿐이다.
나는 유키노시타를 가능한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조금 더 세게 해줘"
나는 팔의 힘을 조금 세게 한다.
"……응. 그 정도가 좋아"
"저기-, 두근거리고 있습니까?"
"아마도"
"……아마도라니 뭐야. 부정은 하지 않는거 아니냐"
"네 심장고동이 너무 커서 내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쿡 웃고 있다.
아- 알았다. 나, 이 게임에 절대로 이길 수 없어.
뼈를 끊어 살조차 벨 수 없는 나로선 승산이 없다.
"아까부터 너 자폭만 하는구나"
해줄 말도 없습니다.
"그럼 다음은 내 선공이구나"
그리고선 유키노시타는 어둠속에서 무언가를 찾듯 내 팔을 잡는다.
그 팔끝에 있는것을 찾아내고, 마치 그걸 정말 찾고 있던 보물이라도 되듯 살살 감싼다.
손과 손의 접촉은 심장을 크게 울리는게 아니었다.
한편으로 그녀의 손가락의 냉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유키노시타의 손가락은 차갑다. 하지만 그건 금속 특유의 차가움과는 전혀 다르다.
차가움 속에 어딘가 온기를 느낀다. 피가 통하고 있다는걸까.
하지만 부족하다. 그녀의 온기를 좀 더 깊게 알고 싶다.
그 후에는 거의 무의식으로 움직였다.
나는 감싸주는 유키노시타의 손에서 벗어나, 손가락과 손가락을 얽듯 형태를 바꾸어봤다. 그 후에 꼬옥 소리가 들릴만한 힘으로 움켜쥐어본다.
"……히키가야 주제에 건방져"
"그게, 두근거렸나?"
"……그래. 지금도 두근거리고 있어. 하지만 이건 반칙이야"
"어째선데"
"너, 사전신고 하지 않았잖니. 멋대로 바꿔잡았어. 그러니까 반칙"
그러고보니 그랬다.
무의식중에 해버렸다.
말하지 않아도 OK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착각으로 지금까지 아픈꼴을 겪었는데.
"반칙에는 벌이 필요하구나. ……그래, 손을 잡은채로"
다 듣기 전에 나는 유키노시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째선지 그녀가 할 말을 알아버렸다.
이것도 착각일지도 모르는데.
"……히키가야 주제에"
그리고선 유키노시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버렸다.
유키노시타는 무슨 생각을 해서 이런 게임을 시작한걸까?
생각해봐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
나랑 유키노시타는 게임 속에서 껴안았다.
그렇다면 그대로, 로커에서 탈출한다는 선택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선택에 이르렀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유키노시타와 조금 더, 이 게임을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녀는 어떨까.
내가 눈치챈걸 유키노시타가 깨닫지 못했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쩌면 그녀도.
나는 본심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심장고동은 거짓말을 해주지 않는다.
유키노시타의 심장고동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진정한 마음을 얘기한걸지도 모른다.
눈은 입 만큼이나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마음을 전하는건 심장일 것이다.
이 가슴 고동만큼은 착각은 아닐것이다.
"있잖니, 히키가야.이걸로 2 대 2 동점이야"
"아? 그랬나?"
"그래. 그러니까 다음 승부에 이긴 쪽이 이 게임의 승자가 될거야"
"과연"
"……히키가야, 나는 완벽주의자야"
"아니, 알고 있는데"
"우리들은 서로 모습, 목소리, 냄새, 체온을 알고 있지만……맛은 몰라"
"……그렇군"
"……거기다 최종게임에 선공이 있다는것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그렇군"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 승부. 보다 두근거린 쪽의 패배"
나는 아무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는게 아니다.
……그래. 이 게임에 있어 침묵은 긍정.
유키노시타는 몸을 조금 일으켜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흔들릴때 냄새가, 뺨을 누르는 손의 감촉이, 그녀의 숨결 소리가, 바로 그곳에 그녀가 있다는걸 가르쳐준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그녀와 접촉하고 있었는데, 그런건 속임수고, 진정한 접촉은 차원이 다르다는걸 생각들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맛.
홍차의 쓴맛 속에 미미하게 느껴지는 달콤한.
그 미약한 달콤함은, 그 기준을 아득히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녀와 접촉은 아주 짧은 순간.
그 짧은 순간이 오늘의 모든 것을 초월해간다.
머리를 쓰다듬은것, 껴안은것, 손을 잡은것.
모든 시간을 다 더해도 도저히 닿지않는다.
그만큼 행복.
그 행복을 한번 더, 하다못해 한번 더 맛보고 싶다.
나는 떨어져가는 유키노시타의 볼에 손을 댄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번째 접촉.
방금전보다도 훨씬 길고, 훨씬 달다.
이걸로 오감 모두 그녀를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소중한것은,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 것.
나의 마음을 전해진것.
오감을 넘은 제 육감까지 전해진것.
그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의 감각.
서로를 완벽 이상으로 느낀 우리들의, 승부 결과는 물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