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생활
신혼생활
히키가야 하치만.
23살의 아침은 빠르다.
아침 5시에 눈을 뜨고 아침밥을 만든다.
왜 이렇게 빠르냐고 하면 훌륭한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아내가 불평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일하러 나가게 되는 아내에게 불만이 있을리가 없다.
염원하는 전업주부가 도니거도 그 녀석의 덕분이다.
거기다 러브러브하고.
그 녀석을 위해서라면 설령 불 속이든 물 속이든 뭐든 한다는거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요리를 완성시킨다.
접시에 올리면 완성이다.
……슬슬 깨울 시간인가?
나는 아내를 깨우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일단 방을 노크한다.
어차피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아니나다를까 이불이 부풀어있다.
여기서 갑작스럽지만 설명을하자.
우리 집에선 내 아내, 유키노를 깨울때는 규칙이 있다.
그건 누가 먼저 동요를 하는지 승부를 한다, 라는 것이다.
유키노가 가능한 나랑 놀고 싶다는 이유로 만든 규칙이었지만, 의외로 이것이 뜨겁게 오른다.
이유는 유키노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처음에는 나의 압승이었지만 유키노가 가진 기량으로 허니 트랩이라고 불러도 좋을 수준의 함정을 파는 일이 있다.
덧붙여 내가 처참하게 패한것은 유키노가 내 에로책을 안은채고 자고 있을때다.
그때는 진짜 쫄았어. 깨우고 싶지 않았는걸.
오늘로 유키노는 4연패다.
슬슬 무슨 함정을 걸어올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유키노에게 다가간다.
"유키노-, 아침이야-, 일어나-"
……대답은 없다.
유키노는 굉장히 잘 일어나기 때문에 이걸로 일어나지 않는건, 요컨대 무슨 계획을 구미고 있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이상은 없다.
주위를 돌아봐도 평소와 다를게 없다.
정말로 피곤해서 숙면하고 있나?
전혀 움직일 기색이 없는 이불을 보고 그렇게 판단한다.
이거참. 오늘 승부는 그냥 받아간다.
"유키노. 일어나! 자!"
이불을팟! 하고 벗겨내니.
알몸으로 나를 쳐다보는 유키노가 있었다.
……………………….
졌는데요, 뭐가?
"요즘 너 조금 이상해……"
"사자는 토끼를 상대로도 전력을 다하는거야"
전력으로 죽이려고 하지마.
아침을 먹으면서 유키노와대화한다.
평소 풍경이다.
"……? 된장국의 된장, 바꾼거니?
"아, 역시 알겠나"
시간죽이기로 만들기 시작헤 최근에 완성한 된장이다.
그런대로 맛있다.
"맛, 괜찮아?"
"문제없어"
거기서 말있어, 라고 해주면 조은데.
둔감한 녀석이다.
"그런가, 그럼 다행이다"
나도 된장국을 마셔본다.
음, 맛있다. 가정의 맛이다.
유키노도 말하지 않을 뿐이지 그런대로 맛있게 먹고 있어서 내일부터는 이걸로 하자.
"그럼 갈아입고 올게"
굉장히 좋은 기분으로 유키노가 거실을 나간다.
이유는 알고 있다.
아침에 했던 승부인데, 그거에는 벌게임이 존재한다.
내용은 승자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이다.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리 대단한건 하지 않는다.
크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문제 투성이다.
무엇보다 유키노는 언제나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터무니없게 부끄러운 내용이고.
"하치마-안. 준비 다 됐어-"
……내가 다녀오세요 키스를 하고, 사랑의 말을 속삭여주는 것이다.
기분 좋게 집을 나가는 유키노를 배웅한다.
자, 오늘은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해가 떠올라 기온이 오르기 전에 가서 해치우자.
나는 미리 준비해둔 쓰레기 봉투를 들고 집에서 나갔다.
"……아"
"여, 카와사키"
쓰레기를 버리러 가니 먼저 와 있던 카와사키랑 만났다.
이웃이다.
카와사키는 현재 토츠카랑 동거중이다.
나로서는 언제나 가까이에 토츠카가 있다는건 기쁜 일이다.
"너도 쓰레기냐"
"어이, 마치 내가 쓰레기인것처럼 말하지 마"
"쓰레기 버리러 온거냐고 한거야"
"아아, 뭐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쓰레기를 던져버리는 나.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사이도 아니어서 평소라면 바로 헤어지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있잖아, 히키가야……지금은 유키노시타인가"
"딱히 히키가야여도 괜찮다. 뭔데?"
"묻고 싶은게 있는데……대답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호오, 나한테 질문이라.
이웃에게 질문받는다는건 나의 전업주부 레벨도 올랐다는 것이다.
"좋아. 말해봐"
"그럼 묻겠는데……"
카와사키의 말을 여유를 갖고 기다린다.
"히키가야네는 아이 안 만들어?"
여유따위 없었다.
"무무무뭇, 갑자기 뭘 뭇는거야, 너는!?"
"아냐! 그런게 아니라, 순수하게 아이는 어떻냐는 이야기야!"
둘이서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동요한다.
"나참,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라……"
"말할 겨를도 없이 네가 착각한거잖아"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이……아이라아"
"역시 아직 일러?"
"아니, 그러고보니 슬슬 임신하는거 모르나-"
"……하?"
…………왠지 나 지금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한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카와사키는 냉정한것 같다.
"너희들 아이 생겼어?"
"아니……생길것 같아, 정도인가"
"……그런가"
"……그쪽은 뭐 있었어?"
명백하게 카와사키 답지 않은 질문과 태도였기 때문에 물어본다.
"아니……요즘 토츠카가 기운차거든"
"어, 어어"
생각보다 생생한 이야기가 나와서 허둥대버린다.
"그래서 말야, 토츠카가 여러모로 해주는데, 역시 갖고 싶다는걸까- 생각해서……"
그래서 다른 남성에게 물어봤다고.
"나로서는 아직 이른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고민하는 카와사키.
거기에 나는.
"시시하군"
"……아?"
지금건 안다. 명확한 전투 모드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만두지 않는다.
"시시하다고 했어. 못 들은거냐?"
"……내 고민이 시시하다고 한거냐"
화낸느 카와사키.
바보냐.
내가 화났다고.
"아아, 시시하다. 고민하는건 맘대로다. 부정하지 않아. 토츠카에겐 하기 어려운 이야기니까. 나한테 상담해준것도 솔직히 기쁘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네 어투가 마음에 안 들어. 뭐야 그 어투. 마치 토츠카가 네 의견을 무시하는것처럼 들린다고"
"으! 그런건"
"아니긴뭐가. 사람은 간단하게 오해를 한다고"
그렇다.
어른이 되어도.
인간의 더러운 부분에서는 도망칠 수 없다.
"입은 재앙의 근원이다. 조금은 생각해라"
그 자리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걸 깬것은 카와사키다.
"……미안 히키가야. 내가 냉정하지 않았어"
"됐어, 용서할게"
"……그건 보통 나도 말이 지나쳤어. 라고 하는게 아니야?"
"바보냐. 토츠카를 상처입혔을지도 모를 녀석한테 내가 다정하게 대할까보냐"
"너, 얼마나 내 남친을 좋아하는거야……"
페이스가 돌아왔는지 기막힌듯 말하는 카와사키.
"세계 제일이다"
"아니, 내가 더 좋아해. 세계 제일은 나다"
후후후 거리며 둘이서 웃는다.
왠지 이런거 좋네.
"아아,그리고 아까전의 상담 말인. 본인이랑 잘 상담해라는것 밖에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됐어. 그렇게 할 생각이었고"
씨익 웃는카와사키.
행복해 보이는구나- 생각을 하니.
낯익은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켁……히키가야"
"지금은 유키노시타다. 오랜만이군 사가미"
"아, 정말이다. 오랜만 사가미"
낯익은 지인 사가미다.
이래저래 일이 있었지만 어찌됐든 화해했다.
그 때 유키노에게 무슨 혼줄이 났는지, 피하는 기미지만.
"……둘이서 무슨 얘길 한거야"
"음? 아니아니. 결혼안 한 너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좀"
"아아, 남친 없는 너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조금 했지"
"시비거는거지!?"
사가미는 지금은 이런 취급이다.
특히 이 지구에는리얼충이 많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치만 그 자이모쿠자마저도 여친이 있다고.
그런데 사가미는 없다.
"그건 그렇고 사가미……얼른 만들지 않으면 위험하다"
"진지한 톤으로 말하지마! 진짜로!"
"피부는 탄력이 없어지고,가슴은 중력을 거스르지 못해 시들어간다……"
"너희들이 스타일이 좋은것 뿐이야!"
"그런데다 체육복차림으로 쓰레기 버리러 오는 꼬라지"
"윽!"
"여자력(웃음)"
"시끄러워! 그보다, 카와사키. 너 캐릭터 바뀌지 않았어!?"
이거 참……아침부터 소란스럽구만.
"시끄럽네 이 녀석 같은 눈으로 보지 말아줄래!? 애시당초 히키가야 주제에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 주제에……성씨를 바꿔가지곤!"
울면서 달려가는 사가미.
카와사키와 눈을 맞대고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도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