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단편

그리고 나의 청춘 러브 코메디는 시작하지 않는다.

모래마녀 2014. 10. 10. 16:32

그리고 나의 청춘 러브 코메디는 시작하지 않는다.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의 ~ if ~ 스토리입니다.
 
이 이야기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여동생, 히키가야 코마치 주체로 그려갑니다.
 
분위기 타서 써버려서, 치졸한 문장이 될거라 생각하지만, 괜찮으면 봐주세요.
 
 
 
 
 
 
 
중학교 하기방학 과제 독서감상문
 
나츠메 소세키의 '코코로'를 읽고
 
2학년 C반 히키가야 하치만
 
나츠케 소세키의 '코코로'는 절대적으로 외톨이 소설이다.
 
이 작품의 본질은 결코 삼각관계 실타레 등이 아니다.
 
좀 더 절실한 인간불신의 이야기이며, 개인과 세상의 격절을 그린 이야기이며, 거기에 한 줌의 구원도 주지 않는 진리의 이야기이다.
 
(중략)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이 말을 새겨두고 싶다.
 
주형에 들어갈법한 악인은 세상에 있을리가 없습니다. 히라세이는 모두 선인입니다. 적어도 다들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것이 여차할때 갑자기 악인으로 바뀌니까 무서운겁니다. 그러니까 방심을 할 수 없습니다.
 
믿지 말거라. 출처는 나츠메 소세키.
 
 
 
 
이 문장을 보고 알다시피, 코마치의 오빠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만큼 비뚤어져있다.
 
썩은 생선같은 눈을 하고 있고, 외톨이고, 약간 히키코모리고. ……썩은 생선같은 눈을 하고 있고.
 
아무튼 코마치의 오빠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줘. 코마치는 딱히 오빠를 싫어하는게 아니야. 오히려 평범한 남매보다는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성실한 점이나, 이상하게 다정한건,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기도 하고.
 
만약 오빠가 고등학교에서도 외톨이라면, 코마치만이라도 다정하게 대해주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게 되버렸다.
 
 
 
 
 
 
 
오빠의 고등학교 첫날 아침. 코마치가 눈을 뜨자 오빠는 이미 없었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벌써 나가버린 모양이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1시간은 빨리 나간 모양이다.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거야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짓는다.
 
남의 몇 배 청춘을 바보취급하면서. 외톨이 중의 외톨이면서.
 
코마치는 오빠의 그런점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 지금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엄마가 준비해준 아침밥을 먹는다.
 
평소엔 집을 지키고 있지만, 오늘은 오빠의 입학식에 가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그 정도로 다정하게 대해주면 좋을텐데.
 
"잘 먹었습니다"
 
코마치도 오늘부터 중학교 2학년. 지각하지 않도록 시간에 여유를 갖고 갈아입는다.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려고 할때, 집의 전화가 울었다.
 
"코마치~ 미안하지만 받아주겠니"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전화를 받았다.
 
 
 
 
 
 
 
 
"――엣…………………?"
 
 
 
 
 
 
전화를 받은 코마치를 기다리고 있던건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눈에 띈 외상은 없다. 그저 맞은 곳이 나빴다.
 
담당한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닫았다.
 
지금 오빠는 푹 잠들어 있다. 이렇게 보면, 오빠의 얼굴은 단정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썩은 생선같은 눈은 닫혀있고. 이제 눈을 뜨는 일은 두번 다신 없다.
 
코마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은 차갑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갑자기 아다치 미츠루의 '친구'라는 만화의 대사가 생각났다.
 
 
 
――아름답지? 그걸로 죽은거야.
 
 
 
 

그 후에는, 시간의 흐름이 느린건지, 빠른건지 잘 몰랐다.
 
그저 알고 있는건 엄마랑 아빠가 울고 있고, 오빠가 죽어버렸다는것 뿐이다.
 
아빠는 후회하고 있다. 왜 좀 더 신경써주지 못했나.
 
엄마는 분개하고 있다. 어째서 우리 아이가. 어째서.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일어나버린 일을 바꿀 수는 없다. 설령 하느님이라도.
 
지금쯤 오빠의 혼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걸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따뜻한 햇살이 내려붓고 있다.
 
――다행이다. 이거라면 오빠가 좋아하는 치바가 잘 보일거야. 코마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유이가하마 유이라는 가슴 큰 미인이 왔다.
 
유이가하마 언니는 몇번이고 사과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저 때문이에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제가 제대로 사브레를 보고 있었으면.
 
울면서 몇번이나 사과했다.
 
아무래도 오빠는 차도로 뛰어든 개를 감싸다 치여버린것 같다.
 
그걸 듣고 코마치는 웃었다. 아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중에서 가장 크게 웃었다.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빠답다. 오빠는, 마지막까지 역시 오빠였다.
 
한결같이 웃고, 계속 웃어서……,
 
 
 
 
 
――코마치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다음으로 찾아온건 오빠를 죽인 운전수를 고용했던 유키노시타 씨와 하야마 씨라는 사람들이었다.
 
유키노시타 씨는 현회의원이고 하야마 씨는 그 고문 변호사인 모양이다.
 
"이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유키노시타 씨가 깊게 고개를 숙인다.
 
"그 일에 관해서는 적습니다만 이건 사죄의 마음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시타 씨는 품에서 봉투를 꺼낸다. 내용은 보지 않아도 안다. 돈이다.
 
코마치는 그걸 보고 봉투를 내려쳤다. 오빠의 인생을 돈으로 사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다.
 
주위 사람은 그걸 탓하지도 않고 코마치를 가엾다는 눈으로 보고있다.
 
그런 시선을 견딜 수 없어서 코마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오빠의 장례식이 시작됐다.
 
오빠의 사진에 시선을 준다. 여전히 썩은 물고기같은 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눈을 보는건 더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퍼졌다.
 
친구도 와주었다. 다들 코마치를 걱정해주고 있다. 기쁘다. 하지만, 달래면 달랠수록, 오빠가 죽어버렸다는걸 실감한다.
 
여기서 우스운건, 오빠의 지인이 그다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빠는 진짜로 외톨이다.
 
그리고, 오빠의 장례식이 끝났다.
 
 
그리고 오빠를 실은 차가 천천히 멈췄다.
 
오빠와 이별의 시간이 마침내 온 것이다.
 
오빠가 잠들어있는 관이 코마치의 앞에 있다.
 
마치 그냥 잠들어 있을 뿐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그 눈을 뜨는게 아닐까. 그런 환상이 머리를 스친다. 그렇게 생각해버릴 만큼, 오빠는 깨끗했다.
 
관이 닫히기 전에, 코마치는 오빠에게 다가가서……
 
 
 
――그 입술에 살며시 키스를 했다.
 
 
――지금 이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오빠의 몸은, 오빠의 혼을 쫓듯이, 하얀 연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코마치의 퍼스트 키스 줬으니까, 길잃지 말고 천국으로 가"
 
 
 
 
 
 
 
분명, 지금 이 대사도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다녀왔습니다"
 
장례식후. 코마치는 혼자서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오빠가 돌아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련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도 아무 소리도 없다.
 
텔레비전 소리도, 게임 소리도.
 
언제나 듣고 있던 소리가 없는것 만으로, 이렇게까지 조용해지는걸까.
 
2층으로 올라가 오빠의 방으로 들어간다.
 
오빠가 사용하던 침대에는 작은 부풀음이 있었다.
 
이불을 걷어보니 카마쿠라가 둥글게 말아 자고 있다.
 
드문 일도 있다. 코마치는 그 옆에 누웠다.
 
――――오빠의 냄새다.
 
이 방에는 오빠가 살고 있었던 '흔적'이 있다.
 
언젠간 이것들과 함께, 코마치의 안에서 오빠는 사라져버리는걸까?
 
말 못할 공포로부터 도망치듯, 코마치는 깊은 잠에 들었다.
 
 
 
――――하다못해 한번 더, 오빠의 '어서와'를 듣고 싶어………
 

 
 
 

 
코멘트
1. 서두의 사고는 자칫 잘못하면 이런 일이 됐겠는데…
2. 꿈결말이나 자이모쿠자의 라노벨 원작이 아닌거냐
  가슴이 아프다능
3. 자이모쿠자, 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