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의 실타레
봉사부의 부실, 한가함을 못 이긴 유이가하마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유키농, 끝말잇기하자!"
"안 해"
유키노시타는 문고본에서 시선을 틀지도 않고 대답한다.
"에~ 왜~? 그럼 나부터 할게, 끝말잇기의 『리!』"
굉장한데, 이 녀석. 멋대로 시작했다.
"이혼離婚"
"증말! 유키농 제대로 해줘-. 한번 더 할게, 끝말잇기의 『리!』"
보통은 말이다, 끝말잇기의 『리』 다음에 네가 말하고 시작하는거 아냐?
"이연離縁"
끝말잇기를 바로 끝내려고 하는건 유키노시답지만, 선택하는 말이 너무 치우치지 않았냐? 결혼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냐. 히라츠카 선생님도 아니고.
"으-! 유키노~옹……"
두번이나 거절당한 유이가하마는 반쯤 울상을 짓고 있다.
귀찮구만, 이 녀석.
"한번 더 할게! 끝말잇기의 리!"
"이산離散"
"은자메나(ンジャメナ)"
"힛키 갑자기 뭐야!? 완전 밥맛이네"
이 녀석……. 남이 도와줬는데…….
그 깬다는 얼굴 그만두지 않을래?
"은자메나라는건 채드라는 나라의 수도야"
"채드? 토벳치?"
"왜 거기서 토베가 나오는거냐……"
"히키가야도 끝말잇기에 참가하고 싶은거니?"
"딱히 참가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너 때문에 유이가하마가 시끄러우니 말이다"
"그래, 네가 참가한다면 조금 의욕이 생기겠어"
문고본을 탁 덮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너의 의욕 스위치는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그거냐, 끝말잇기로 나를 패배시키고 싶은거냐.
"그럼 힛키도 포함해서 셋이서 하자! 그게, 은자, 은자?"
"은자메나야"
"그래그래 그거! 『나』니까……『가지!』"
유이가하마 다음은 유키노시타다. 끝말잇기의 왕도로 하면 『리』형으로 오려나?
그렇다면 유키노시타가 다음할 말은 『소매치기』나 『추리』겠지. 『스와힐리』같은것도 말할것 같다. 혹은 『루』형이나. 그렇게 되면 『스톨』이나 『스컬』도 있으려나?
『패스』는 『루』인건지 『우』인건지. 뭐지?
뭐, 어느걸로 하든 나는 홀로 끝말잇기로 늘린 어휘력이 있으니까. 여유롭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키노시타의 표정을 엿보니, 어째선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유키노시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훗, 미소를 짓고 입술을 열었다.
"히키가야……좋아해"
"하아!?" "에엣!?"
유이가하마와 둘이서 큰 소리를 내며,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서버렸다.
그 기세탓에 앉아있던 의자는 꽈당, 뒤로 쓰러졌다.
그나저나, 이 녀석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유, 유키농!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런다니. 단순한 끝말잇기를 한것 뿐이야. 내가 말한건 농작업에 사용하기 위한 『호미鋤』인걸"
"아, 뭐야~ 깜짝이야~"
유이가하마는 안심하고 있지만, 나는 전혀 진정이 되지 않는다.
왜냐면 지금도 쳐다보고 있는 그 시선에는 나를 도발하는 색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왜 그러니, 히키가야? 『키』인데? 키스라도 할거니?"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요염하게 입술을 매만지고 있다.
『라도』라는 부근에만 음량이 작았던건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진정해라. 이것도 저 녀석의 작전일 것이다.
나를 동요시키고 나서 『리』형이나 『루』형으로 공격할 심산인게 틀림없다.
"30초 이내로 대답하지 못하면 네 패배란다?"
뭐야, 그 규칙!
홀로 끝말잇기에는 그런건 없었어!
아무튼 『키』다.
키, 키, 키스라……. 아니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다음 단어다! 키, 키, 키스……이런 아무것도 생각 안 나!
"남은 5초"
"유, 유이가하마……『키, 키스』"
"힛키도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이건 그거다! 보리멸鱚 고기야! 네가 생각하는 키스가 아냐!"
"증말! 키스키스 거리지마! 유키농도 힛키도 이상한 소리만해! 에, 그러니까……『수박!』
"히키가야……『귀여워?』"
말과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긋 미소짓고 있다.
"어째서 의문형인건데……"
그리고 하나하나 내 이름 부르지마.
"어머, 네가 잘못 들은거 아니니? 그보다, 네 차례야. 『귀여워?』"
"『아니오』. 자, 유이가하마의 차례다"
왜 유키노시타는 뚱해진건데.
『예스』라고 해주길 바랬냐? 바보냐.
"왠지 나만 따돌려지는 느낌이 들어……. 『에』지? 으-음, 『새우!』"
너는 먹는거 말고는 할줄 모르냐.
"새우……대하……커흠, 이 경우엔 탁음은 빼도 되지?"
"응, 『히』여도 괜찮아!"
"그래, 그러면…… 『히키가야 유키노///』"
그건 히키가야 하치만……은 안 되니까, 코마치면 되잖아…….
왜 굳이 자기 이름으로 한거야…….
그리고 지가 말해놓고 얼굴 붉히지 마!
"우-!! 역시! 유키농 힛키한테 메세지 보내고 있어!"
거봐, 바보도 눈치채고 말잖아.
"유키농만 치사해! 힛키도 나한테 뭐 해줘-! 나는 유키농한테 할테니까!"
"뭔가라니 뭘 말이냐……"
"그건 힛키가 생각해! 거, 거봐! 나의 좋은점이라던가……『노』잖아?///"
뭘 기대하는거야, 이 녀석은……. 볼을 붉히지 마.
이 녀석의 좋은 점이라아…….
"그거구만, 『태평하다』"
"『밥맛』"
"『좀 더 함께 있고 싶어』 히키가야, 제대로 대답해주렴. 자, 『노』야"
왠지 잘 모르겠지만 『노』가 돌아왔다.
그리고, 유키노시타. 대수롭지 않게 굉장한 소리 하지 않았냐?
"유키노시타, 지금 뭐라고 했냐? 그보다 그거 문장 아니냐?"
"그, 글쎄 무슨 소리니?/// 거기다, 딱히 문장으로 해도 괜찮지 않니?"
"아니, 그건 끝말잇기로서 좀 아니지않냐?"
"괜찮아! 거, 거봐! 로컬 룰이라는거잖아! 그거그거!"
"지나치게 로컬이잖아……"
"그리고, 히키가야. 이건 어디까지나 끝말잇기야. 너 자신의 말이 아니니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러니까 나도……///"
과연, 유키노시타는 『끝말잇기』라는 면죄부가 있으니까, 평소에는 말 못할 소리를 했던건가…….
아니, 그건 좀 아니지 않아?
그럼 마치 실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것 같잖아.
아- 그만그만. 깊게 생각하는건 그만두자.
아무튼 이건 끝말잇기이지, 유키노시타의 말이 아니다.
내가 하는 말도 나의 말이 아니다.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끝말잇기다.
자신에게 변명을 하면서, 유이가하마의 표정을 엿본다.
"『태평……하지만, 거기에 도움받고 있다고 할까, 너의 밝은 점은 뭐……그, 괜찮지 않냐?』"
"힛키……"
뭐야 이거……뭐냐고 이거…….
완전히 내가 하는 말이잖아…….
"저, 저기, 그럼 다음은 내가 유키농한테 하는 말이지. 『귀여운 점도 멋진 점도 정말 좋아해!』"
에헤헤, 수줍어 하고 있지만, 네가 하는 그 말은 평상운전이다.
뭐, 그래도 유키노시타에게는 효과즉효였던 모양이라, 얼굴에서 불이 나올것 처럼 빨개졌다.
"커흠. 『키』…구나. 『키스해도 되니?///』"
"『예ㅅ』커흠커흠!! 『이』……아, 어쩐다아~"
……위험했다.
좀 머뭇거리면서 말하지 마라…….
방금처럼 도발적인 편이 아직 낫다.
"왠지 유키농만 좋겠다~. 힛키도 나한테 하고 싶은거 말해줄래?///"
유이가하마도 이 분위기에 휘쓸려서 그런지, 요즘 사그라들던 빗치 캐릭터가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하고 싶은것……하고 싶은거라…….
"『함께 있어줘』"
뭐가 함께 있어줘야……이 분위기에 가장 휩쓸린건 나잖아…….
"에헤헤/// 그럼 유키농한테도! 『함께 있어줘!』"
유이가하마한테 돌려주니, 얼마나 자신이 부끄러운 소리를 했는지 알겠다…….
"있잖냐. 이제 그만두지 않겠어? 너무 그거해서 그렇다……"
"그럼, 다음으로 네가 대답하면 끝난걸로 해줄게"
"알았다. 남은 한 번이지"
"그럼 『네』구나. 『……얘, 너는 우리 중에 누구를 고를거니?』"
그거 『네』하고 관계 없지 않냐?
라고해서 얼버무리고 싶었지만, 이 둘의 시선이 그걸 허락해주지 않았다.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굉장히 진지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건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유키노시타를 고를가, 유이가하마를 고를까…….
……정했다.
각오를 다짐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였지. 알겠냐? 내 대답은 말이다……
『끝!』
""째릿
""째릿
……까지 둘을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토호호』
『정말로 끝』
응, 기세 들여서 썼으니까. 이런 결말이라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