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속닥속닥 시리즈

속닥속닥 시리즈 - 하치만"속닥속닥에는 이길 수 없었다"7

모래마녀 2015. 9. 16. 20:18

속닥속닥 시리즈 - 하치만"속닥속닥에는 이길 수 없었다"7
 
푸근폭신 선배는 얕볼 수 없다
 
 
 
정신을 차리니 새하얀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머리만 움직여서 주위를 돌아본다. 왠지 낯이 있는데…….
낯이 있다고 해도 주위는 커튼으로 둘러싸여있지만 그 색과 틈새로 보이는 약품란에서 여기가 보건실이라고 추측했다.
적어도 구급차로 실려온건 아닌것 같다.
 
우선 안심한다.
연하의 여자애한테 귀를 자극당했더니 기절해서 반송당했습니다, 라는건 흑역사 수준이 아니니까.
일단 진정은 했지만 왠지 몸은 나른하고, 귀에도 아직, 잇시키에게 받은 열이 지이잉 남아있다.
떠올리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지르고 싶어지지만 역시 나른하므로 얌전히 눕기로 한다. 지금이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종하교 시간이 되면 누가 부르러 오겠지. ……오겠지? 원찬 잊혀져서 아침을 맞이할것 같다. 내 스텔스도 생각해봐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적어도 옆을 돌아볼까 생각해서 몸을 뒤척이니 몸에 힘이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커튼이 샥 열렸다.
 
 
"아, 정신이 들었어?"
 
"……메구리 선배"
 
 
커튼을 연건 푸근폭신 오러를 포근하게 뿜는 유일한 상급생 지인, 시로메구리 메구리 선배였다.
그녀는 자신의 학생 가방하고는 다른, 또 하나의 같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아마 내건가.
 
 
"그거, 제 가방인가요?"
 
"맞아-. 학생회실에서 갖고 왔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포근, 미소를 보이면서 가방을 바닥에 두고 등받이가 없는 둥근 파이프 의자에 앉고서, 살짝 이쪽으로 손을 내밀어왓다. 그대로 이마를 만지고 잠시 움직이지 않게 된다. 차가워서 기분 좋다.
 
 
"으응-, 조금 뜨거운걸까?"
 
"그, 그렇네요"
 
 
아마, 라고할까 확정으로 감기나 그런류가 아니라는건 자각하고 있다.
잇시키의 속닥속닥을 넘어선 속닥속닥 공격으로 인해 함락한 나의 뇌가 방출한 아드레날린……아니, 엔돌핀인가?
아무튼 뇌내 마약같은 후유증이겠지.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하다. 마약, 안 돼, 절대로.
 
 
"잇시키가 황급히 연락해왔어. 선배가 쓰러졌어요, 라고"
 
"……그런가요"
 
 
쓰러뜨린걸 잘못 말한거 아닌가. 뭐, 나를 쓰러뜨린다한들 경험치를 건낼만큼 갖고 있지 않지만!
나도 자신의 일을 불면 날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날아가버렸다. 뭐야 이거 무서워.
그러고보니 학생회실에서 잇시키가 이상한 소리를 했었지……. 하지만 나도 그 녀석도 이상해졌다고 자각이 있고, 그야말로 착각이지, 응.
조심조심 잇시키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게, 잇시키는요?"
 
"잇시키랑 내가 너를 여기에 옮긴 후에 학생회실로 돌아갔어. 깨어날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얼굴을 마주볼 수 없어요』래"
 
"……"
 
 
착각이지? 있는대로 의식할것 같은데. 잇시키인만큼, 아니 왠지 죄송합니다.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그때 약아빠진 후배의 얼굴을 떠올리고 열이 도로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저기, 히키가야……"
 
"핫. 네. 뭔가요?"
 
 
메구리 선배가 포근포근한 분위기를 집어넣고 약간 침울한 톤으로 나를 불렀다.
이 사람이 어두운 얼굴을 짓다니, 좀처럼 없다. 라기보다 애시당초 별로 만나지 않지만 그 표정은 낯이 있었다. 그녀의 어두워진 얼굴은――그 문화제 마지막날 이래로 처음이었다.
 
 
"나 말야,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문화제때, 어째서 너를 알아주지 못했던걸까하고"
 
 
아무래도 그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모양이다. 어쩐지 낯이 있다해다.
 
 
"그건 제가 그렇게 했기 때문이에요"
 
 
사가미한테서 이쪽으로, 어그로를 모으는 행위.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아선 안 됐다. 그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거기다 메구리 선배는 체육대회에서 알아주셨으니까 신경쓰지 않아요"
 
 
그래. 그녀는 알아주었다.
그런, 비난당해도 당연한 일을 보여주놓고도 나를 이해해줫다.
보통은 그런 상대라고 생각해버리면 두번 다신 접근하고 싶지 않다는게 당연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메구리 선배는 나에게 있어서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나는 말야……이런 치사한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음……무슨……?"
 
"체육대회때, 히키가야가 한 짓을 알았어. 문화제가 성공한것도, 사가미가 나쁜 소리를 듣지 않고 끝난것도, 네가 희생해준것으로 성립했다는걸"
 
"……"
 
"나는, 알았기만 했지 히키가야에게 아무것도 못 해줬어……. 그런데 너에게는 여러가지 부탁을 해서……미안해"
 
 
그것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앉은채로 무릎을 움켜쥐며 고개를 숙인다.
황급히 제지하려고, 나는 어떻게든 상반신만이라도 일으켜서 양손을 흔들었다. 난처한 얼굴 W 노 땡큐.
 
 
"아니, 정말로 신경쓰지 않는다니깐요. 얼굴 들어주세요"
 
"응……"
 
 
그래도 아직 납득이 가지 않아보이는 그녀에게 어떡해야할까 무거운 머리를 어떻게든 회전시키려고 하니 메구리 선배가 또 툭툭 말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단 말야?"
 
"하아……"
 
"하루 선배한테도 상담해봤는데……"
 
"유키노시타 씨한테……"
 
 
어라,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그게, 히키가야는 귓가에서 속삭이면 기뻐해준다고……"
 
"…………"
 
 
이 순간, 내 안에서 라스보스가 결정됐다.
그 사람은 정말로 마구 휘저어준다…….
 
 
"잇시키도 히키가야에게 도움받는다고 했으니까 가르쳐줬는데"
 
 
그런거였군…….
요컨대 "코마치→하루노 씨→메구리 선배→잇시키" 라는 전달 게임이 되었던 것이다.
전달 게임이기 때문에 정보의 정확성이 애매한건가. 약점이라는 얘기였는데 왜 기뻐한다는게 된거야. 아니 뭐, 그런 면도 없다는거도 아니지 말이야?
아무 말도 못하는 나에게 메구리 선배는 어두운 얼굴에서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바꾸며 어떤 질문을 했다.
 
 
"그게……기뻐해준다는건, 그런 의미, 인걸까"
 
 
무슨 얘기야?
수상쩍게 메구리 선배에게 눈을 향하니, 선배는 빨개진 얼굴로 어떤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복부가 모포를 밀어올리고 있다.
 
 
"오와아아아아아!?"
 
"꺄악!?"
 
 
순간 무릎을 둥글게 모아 부끄러운 부풀음을 가린다.
생각해보니 잇시키한테 속닥속닥 당했을때부터 파열할 정도로 부풀어있었지만 기절후에도 아침의 그거같은 의미로 사그라들지 않았던걸지도 모른다.
그보다 잠깐만. 옮겨질때도 이 상태였나. 진짜로 죽고 싶다.
 
 
"죄, 제, 죄송합니다……"
 
"으, 으응, 나야말로……?"
 
"저기, 그게, 잇시키하고는……하, 한거야?"
 
"아니, 그건, 그겁니다, 그런 사실은"
 
"했구나……"
 
 
정말로 죽고 싶다.
연하 여자(학생회장)한테 속닥속닥 당해서 고간이 부풀어져 있던걸 연상 여자(옛 학생회장)에게 알려진다니 무슨 미연시의 설정이야. 위가 아프다.
 
 
"학교에서, 그, 그것도 학생회실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아니, 제가 한게……"
 
"……뭔가 해주고 싶다고는 말했지만……이런 거라니……하루 선배……"
 
 
메구리 선배가 아무래도 혼자서 중얼중얼 말하고 있다.
그 틈에 어떻게든 그걸 진정시키려고 명상같은 짓을 시작해본다. 사그라들어라…….
 
 
"아무튼, 히키가야에게 보답은 뭔가 생각해둘테니까"
 
 
커흠, 하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도 숨을 다듬어 그렇게 말하는 메구리 선배. 여자의 성희롱은 얄짤없다고 말하지만, 메구리 선배는 이런 얘기에는 익숙치 않은거겠지.
그런 그녀를 보고 있더니 어째선지 기학심이 불끈불끈 솟아버렸다.
 
 
"메구리 선배는 안 해주는건가요. ……조금 안타깝네요"
 
"에엣!?"
 
 
연기라고도 부를 수 없는, 거의 책읽기 대사에 메구리 선배는 재미있을 정도로 반응했다. 만족.
여기서 라는건 농담! 이라고 하기 위해 농담이라고 강조하듯이 책읽기 연기를 한 것이다. 역시 나. 리스크 리벤지는 제대로 하고 있다.
 
 
"……해, 해줬으면, 싶어?"
 
 
제대로……. 얼뤠에-?
 
 
"아니, 농담이에요, 농담!"
 
"히키가야……"
 
"메, 메구리 선배!?"
 
 
얼굴을 상기시킨 메구리 선배가 다가온다.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은 몸으로는 도망칠 수도 없다.
닿을락하는 정도로 다가오는 그녀의, 살짝 입을 벌리는 기척이 났다.
 
 
"――너는 역시, 불성실하고 최악, 이네……"
 
 
속닥속닥.
선배가 힌 말이 문화제와 체육대회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둘때하고도 다른 음색이 나의 등을 찌리릿 달려나갔다.
포근한 메구링 아토모스피어는 평소 포근폭신한 부드러움이 아닌, 명확한 열기로서 진정되기 시작한 나의 몸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었다.
 
 
 
 
"죄, 죄송합미댜……"
 
 
사랑해야할 포근폭신 선배에게 속닥여지고 저도 모르게 사과해버리는 나. 혀는 꼬였지만.
메구리 선배는 쿡 웃고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선배를 놀리면 안 돼"
 
 
그렇게 말하고 함박 웃은 메구리 선배의 얼굴은 살짝 붉고, 남자라면 누구든 뭔가 떨어져버릴법할 정도로 요염했다.
 
 
"그럼 또 봐"
 
"……안녕히 가세요"
 
 
혼자 보건실에 남겨진 나는 일말의 쓸쓸함을 느끼고 모포를 뒤집어썼다. 선배의 오러 의존성 진짜 높아.
벌려진 커튼으로 시계를 엿본다. 최종하교 시간까지는 이제 조금 있나.
 
메구리 선배에 의한 다시 점화되어버린 몸의 열을 빨리 식히지 않으면, 귀가 길에 통보당할것 같다, 라며 머리만큼은 냉정하게 회피해야할 최악의 패턴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떠오른 후배와 선배의 얼굴이 힐끔거리는것 만으로 산소를 얻은 화로처럼 모포 속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버리는 것이었다.
 
 
 
 
 
 
 
 
 
 
 
 
선생님에게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 * *
 
 
 
어떻게든 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최종하교 시간 전에 보건실을 뒤로 한다.
그러고보니 결국 잇시키의 일도 내팽겨친 상태였고, 봉사부에도 아무 연락도 안 했다.
 
……내일 일은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할거야!
글러먹은 분의 명언으로 정신적 도피를 완료시키고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몇 건인가 메일과 전화 착신이력이 있었다.
 
From【★☆ 유이 ☆★】
 
제목 : 힛키?
 
본문 : 오늘은 봉사부 안 와?(´・ω・`)
 
 
그리고 몇 건의 착신이력.
 
 
From【★☆ 유이 ☆★】
 
제목 : 무슨 일 있었어?
 
본문 : 전화 못 받아?
 
 
그리고 몇 건의 착신이력.
 
 
From【★☆ 유이 ☆★】
 
제목 : 지금 어디
 
본문 : 뭐하는거야
 
 
 
무서워. 무서워.
 
삑삑 손가락을 내려 스크롤 시켜서 그 메일을 전부 날린후에 보니 낯선 주소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
 
 
 
From【***@...】
 
제목 : 잇시키 이로하에요♪
 
본문 : 유이 선배한테 메일 주소를 들었어요. 등록해주세요.
 
 
   오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비밀이에요☆
 
   또 저의 일을 도와주시면 사례, 해드릴게요♡
 
 
 
…….
딱 소리를 내며 슬립 버튼을 누른다.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할거야!
다시 현실로부터 눈을 피해 신발장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니 흡연실에서 돌아왔는지 담배 냄새를 풍긴 히라츠카 선생님과 마주쳤다.
봉사부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으니까 인사겸 설명해둘까.
 
 
"아, 선생님. 마침 다행이다. 실은 오늘은"
 
"아아, 학생회 도우미 중에 쓰러졌었지. 괜찮느냐?"
 
 
아무래도 잇시키인지 메구리 선배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에게 보고해줬던 모양이다.
 
 
"네, 이제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다.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너를 걱정했다"
 
"……엥, 그 녀석들도 알고 있었습니까?"
 
"부활동하러 오지 않는 너를 찾으러 나한테 왔으니 말이다. 그 후에 잇시키가 숨을 헐떡이면서 뛰어들어와서 히키가야가 쓰러졌다고 보고를 받았지"
 
"그랬습니까……"
 
 
메일을 보는한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잇시키는 잇시키대로 초조했던걸까. 뭐, 남이 기절하는 모습을 평범하게 보내면 거의 경험못할 장면이니까……그 녀석탓이지만.
그럼 유이가하마의 메일과 전화는 내가 쓰러지기 전에 보낸건가. 거의 흘려읽어서 시간까지 보진 않았다.
 
 
"히키가야가 깨어날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언제가 될지 몰랐으니까. 먼저 돌려보냈다"
 
"하아, 알겠습니다"
 
 
마음 없는 대답을 해버렸지만 솔직히 굿잡 히라츠카 선생님이다.
지금 상태로 그 녀석들에게 질문공세라도 당하면 진짜 의미로 머리가 아파질것 같다.
 
 
"그럼 저도 돌아갈게요"
 
"잠깐 기다리거라"
 
 
마음속으로 굿잡을 한채로 선생님의 옆을 지나가려던 차에 팔을 붙잡혔다.
 
 
"뭡니까……"
 
"네 동생이 뭐 재미있는 정보를 줬다만……"
 
 
코마치이이이이이이!!
하필이면 선생님한테야! 진짜로 그냥, 왜 토츠카한테만 한정해주지 않았던거야!
 
팔을 잡혀서 선생님의 얼굴 앞에 끌려간다.
담배와 여성다운 향수 냄새가 섞여서 약해진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좀 위험할지도.
 
 
"……――읏"
 
"……으"
 
 
스으, 숨을 들이키는 소리. 그것만으로도 다른 여자들하고는 일선을 긋는 요염함이 배어나왔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팔을 잡은 힘을 빼고 몇 걸음 떨어지고나서 깔깔 웃었다.
 
 
"――그만두마. 나는 너하고는 지금 관계가 마음에 드니 말이다"
 
"……히라츠카 선생님"
 
 
그렇게 말하고 하얀 이를 보인 그녀는 석양을 받아서 무척이나 빛나보였다.
……너무 멋지잖아.
 
 
"선생님한테는 이길 수 있을것 같지 않네요, 여러가지 의미로"
 
"후후, 히키가야따위로는 몇 년이 지나든 추월당하진 않는다"
 
 
핸섬남 스마일로 미소지은 후, 스스로 말한 "몇 년이 지나든"이라는 부분에 침울해하는 선생님을 달래면서 나는 귀로에 이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