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내청춘SS『어쨌든 히키가야 하치만은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남친(가짜)에 적합한가』

내청춘SS『어쨌든 히키가야 하치만은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남친(가짜)에 적합한가』 - 01

모래마녀 2014. 10. 10. 15:25

내청춘SS『어쨌든 히키가야 하치만은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남친(가짜)에 적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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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가문고 와타리 와타루 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SS
 
6권과 7권 사이 이야기입니다.
 
예정보다도 길어져버렸습니다. 중간에 지루한 점이 있으면 용서해주시길.
 
  
 
 
 
 
 
유이"힛키, 오늘은 평소보다도 눈이 썩었네!? 무슨 일 있어?!"
 
방에 들어오자마자 유이가하마 유이가 인사도 대충하고 얼굴을 경직시켰다.
 
하치만"…아아, 기분전환으로 옛날 게임을 끄집어냈다가, 그만 푹 빠져버려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철야했다"
 
나는 스스로도 알 만큼 탁해진 눈을 유이가하마에게 향한다.
덕분에 수업 내용은 거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 그건 오늘에 한한것도 아니지만.
 
덧붙여 오늘 유이가하마의 머리형태는 평소와 똑같이 핑크색이 걸린 갈색 머리카락을 경단모양으로 묶어 있지만, 자세히보니 경단 위치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
만약 내가 모르는 공전주기가 있어서, 조금씩 이동하는걸지도 모른다. 뭐야 그거 엄청 무서운데.
 
유이"기분전환이라니, 시험전도 아닌데 공부했어?"
 
하치만"아니, 만화책 읽다가 질려서 기분전환으로"
 
유이"그거 기분전환 아냐…"
 
하치만"그보다, 너 일단 같은 반이니까 보통은 방과후가 되기 전이라도 눈치챌거 아냐"
 
유이"그치만 쉬는 시간에도 줄곧 혼자서 책상에 엎어져 있었잖아? 말을걸 타이밍이 없다고 할까…"우물쭈물
 
하치만"…잘 보고 있구만. "핫, 혹시 너 스토커니? 사회적으로 말살당하고 싶은거니?""
 
유이"아, 닮았-……앗, 본인 있잖아?!"
 
뒤돌아보니 내 반대측, 창측 자리에 앉은 흑발의 미소녀 ――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어느샌가 나에게 얼음같은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무심코 부실의 체감온도가 2도 정도 떨어져, 그러는 김에 내 수명도 3년정도 줄어든다. 그러는 김에 줄어드는거냐.
 
 
 
유키노"어머, 그랬니. 네 눈이 썩어있는건 평소 일이라서 전혀 깨닫지 못했어. 기르는 주인으로서 실격이구나"
 
하치만"뭐야 너 언제부터 내 주인이 된거야?" 혹시 네 정체는 인기복면 작가라도 되냐? 가위 같은거 휘두르냐?
 
유키노"교육시키지 않은 개를 조교하는건 주인의 역할이지? 안 그러니, 히키가야 견?"생긋
 
채찍 같은게 묘하게 어울릴것 같은 엄청 좋은 미소네요. 하지만 나한테 그런 취미는 없으니까. 전력으로 사양할테니까.
거기다 그거 이미 교육이 아니라 학대거든. 누가 동물 애호단체를 불러줘. 아니면 고다이 장군이라던가.
 
하지만 나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는게 아니다. 눈에는 눈을, 이에는 이를, 비아냥에는 비아냥으로 돌려주는게 나의 철칙. 설령 마지막에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하여 끝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내게는 궁극의 최종병기가 있다. 예를 들면 그렇다, 엎드려 빌기다.
 
 
 
하치만"그럼 유키노시타, 네가 나를 길러줄거냐?"
 
―――― 훗, 어때? 이거라면 뭐라 말 못하겠지? 아무튼간에 내 주인을 자청할거면 당연히 그 정도는…
 
유키노시타&유이"…에?"
 
…어, 어? 뭐야, 그 엄청 미묘한 반응.
 
유이"…그, 그건 유키농이 힛키를 기른다는 소리…?"
 
유키노"…가,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어도, 나, 나로서도, 고, 곤란하다고 할까…"///
 
하치만"…하? 너희들 대체 무슨 소리를…"
 
 
 
히라츠카"여어-"드르륵
 
아저씨스런 목소리를 내면서 봉사부의 고문, 히라츠카 선생님이 부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덕분에 미묘한 분위기도 운산무소한다.
 
유키노"선생님, 부실에 들어올때는 노크를…"
 
히라츠카"응? 아아, 그거말이냐? 뭐, 세세한건 신경쓰지 마라"
 
여전히 러프하고 프랭크하고 어바웃하고 와일드한 대응이군요. 내가 여자였다면 진짜로 반해버렸을것 같다. 이 선생님, 차라리 성전환하면 바로 결혼할 수 있는거 아냐?
 
유이"히, 히라츠카 선생님도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생겼는데요?"
 
히라츠카"'도'? …음, 교사 끼리 어울림이라는거지. 철야 마작이다" 나른하듯 한손으로 입을 덮으면서 하품을 한다. 어이, 이제 방과후라고. 뭐, 남말은 못하지만.
 
 
 
유이"히라츠카 선생님은 마작도 하나요?"
 
히라츠카"음. 이래봬도 '통곡의 시즈카'라고 하면 그런대로 이름이 퍼진 존재다"히라츠카 선생님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편다.
 
아니아니아니아니 확실히 그 가슴은 자랑스럽다고는 생각하지만, 뭔가 다르지 않아? 그건, 교사 이전에 여성으로서 좀 아니지않아?
 
하치만"…그런것만 하고 있으니까 점점 혼기가 늦어지는거 아닙니까?"
 
히라츠카"큭…그, 그러는 히키가야도 오늘은 평소보다 눈 썩은게 빛을 발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조만간 여자애가 아니라 파리가 꼬이게 될거다?"
 
"하하하…""후후후…"마른 웃음소리가 부실에 덧없게 울려퍼진다. 뭐야 이 완전 어른 대화.
 
 
 
유키노"규칙 바른 생활을 보내지 않으면 조만간 몸을 망가뜨릴거야"유키노시타가 문고책에 시선을 떨군채로 짐짓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히라츠카"호오, 유키노시타가 스스로 남 걱정을 하다니 드물구나"
 
유키노"아무도 그 남자 따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히라츠카"그러냐. 나도 히키가야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유키노"!"///
 
그러니까 새빨개져서 나를 노려본들 어쩌라고. 나도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곤란해지잖아. 일단 웃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하치만"…뭐, 나는 그렇다치고. 확실히 너는 오래 살것 같은데"
 
인류가 쇠퇴한 후에도 요정 씨들과 함께 평범하게 살것 같다. 뭐야 그거 어디의 조정관이야?
 
유키노"히키가야, 그건 무슨 의미니?"
 
하치만"…아니, 아무것도 아냐"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안그래도 마모되어가는 내 수명이 더욱 짧아질것 같으니까. 이미 바람 앞의 등불이지만. 누가 생명줄좀 늘려줘.
 
 
 
히라츠카"아-, 실은 오늘 봉사부에 손님이 올 예정인데…"
 
유이"호와와? 손님? …의뢰인이 아닌가요?"
 
히라츠카"뭐, 그렇다"
 
유키노"'손님'이라고 하는걸로 보아, 역시 외부 사람인가요?"
 
히라츠카"음. 부외자는 곤란하다고 했지만, 어떻게선지 총무에 억지로 부탁한 모양이라 말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치고는 평소와 달리 말 끝을 흐린다. 어쩌면 거북한 사람인걸까.
이 사람이 거북해하다니, 돌머리 교사랑 끈질긴 학년주임 제외하고는 다마구모 캐논이나 아칸비 가라스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하치만"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군요"
 
히라츠카"뭐, 그렇군…너희들도 잘 아는 인물이지만…"
 
유이"저희들도 아는 사람…인가요?"
 
하치만"부외자이고 선생님이 거북해하고 영향력이 있는데다 우리들이 아는 인물…? 그런가, 알았다! 범인은 집사다!"
 
유키노"…네 머리는 언제나 평화로워서 좋구나"
 
하치만"이 부활동은 필요 이상으로 살벌하지만 말이다"지금 당장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로.
 
물론 범인은 유키노시타고 희생자가 나. 희생자가 범인을 맞추다니 참신한데. 갈릴레오도 깜짝 놀란다고. 살아있는 동안 다잉메시지 남겨놓을까?
 
그렇게 말하고나니 부실 문을 누가 노크했다.
 
 
 
히라츠카"아무래도 온 모양이다…들어와도 좋다"
 
"실례합니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허락과 함께 문이 천천히 열린다.
 
"아, 있다있어. 히키가야, 얏하로-"
 
귀에 친숙하고 밝고 부드러운 목소리. 남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바디 라인. 여신처럼 아름다운 단정한 용모.
 
거기에는 강화외골격처럼 철벽의 외면을 둘러싼 미녀로서 봉사부 부장인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언니 ――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완벽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하치만"하, 하루노 씨?!"
 
눈 앞에 나타난 인물의 너무나 뜻밖의 등장에 무심코 그 이름을 말하니,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나란히 뚱한 얼굴을 내게 향한다.
 
뭔데, 내가 무슨 짓 했냐? 혹시 이름을 부르면 안 됐어? 볼드모드냐?
 
유키노"…왜 네가 언니를 가볍게 이름으로 부르는거니?"
 
하치만"아? 그야 너랑 같은 성씨고, 둘 다 성씨로 부르면 그거야 말로 헷갈리잖아?"
 
유키노"그건 그렇긴 하지만…"유키노시타가 석연치 않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하루노"어머, 그럼 그 경우, 보다 친한 쪽을 이름으로 부르는게 아닐까. 히키가야, 유키노도 이름으로 불러주는게 어떠니? 분명 기뻐할거야"
 
유키노"에?"///
 
하치만"하? 이 녀석을? 이름으로? 내가? 왜?" 의미불명이잖아 그거. 오히려 나이프에 찔리겠다.
 
그보다 무서워서 이름으로 부를리 없잖아. 긴장해서, 설령 세 글자라고 해도 절대로 깨물을 자신이 있다. 틀림없이, 깨문다. 아니,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나?
그러기는 커녕 부끄러운 나머지 기절해서, 부른 순간 자신의 혀를 깨물어 잘라버릴지도 모른다.
왜 여자애 이름을 부른것 만으로 적에게 사로잡힌 닌자같은 마지막을 맞이해야하는건.
 
 
 
영문도 모른채 당혹해하는 내 소매가, 꾸욱꾸욱 잡아당겨졌다.
 
하치만"아? 뭔데?"뒤돌아보자 유이가하마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유이"히, 힛키, 나, 나도 이름으로 불러도 되…거든…?"///우물쭈물
 
하치만"아니, 네 경우엔 애시당초 한 명 밖에 없으니까, 그야말로 이름으로 부를 필요성이 전혀 없잖아?"
 
유이"으윽…"
 
뭘 뚱해지는거야? 너, 복어야? 혹시 유이가하마가 아니라 복어가하마였어?
 
하루노"아-, 그래! 그럼 차라리 히키가야가 나를 '처형'이라고 부르는건 어때?"
 
유키노&하치만"!"///
 
하치만"…어째선지 그 단어에 불온한 악센트가 포함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데요"움찔
 
어때? 가 아니잖아. 얼렁뚱땅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사람.
 
핫!? 혹시 실은 동생인 코마치를 노리는거야?
나를 자기더러 누나라고 부르게 해서, 점차 코마치를 자신의 동생으로 삼을 생각이었다고 하면. 이 무시무시한 심모원려한 음모안. 제갈공명도 깜짝놀랄 책사다.
 
하지만 '코마치의 오빠'라는 칭호는 세계에서 단 한 명, 나 만의 것이다.
설령 상대가 누나라고 해도, 코마치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권리는 절대로 양보할 생각은 없다…뭐, 역시 양보되어도 곤란할지도 모르지만. 여자니까.
 
 
 
유키노"커, 커흠. …그런데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이야, 언니?"///
 
여느때처럼 유키노시타의 목소리는 친언니를 향해서 너무나도 쌀쌀맞게, 가시가 과잉으로 돋친듯한 느낌이 든다.
너 지나치게 가시돋쳤잖아. 밤 가시냐?
만약 이게 츤데레라면, 너무나도 츤츤거려서 데레 성분이 대체 어디 갔냐는 느낌이다.
 
하루노"어머, 유키노, 인사해줬구나. 언니가 귀여운 동생을 보러오는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잖니?"
 
하치만"음음. 그 마음 알지-. 나도 동생인 코마치가 너무 걱정되서, 가능하면 24시간 감시하고 싶어질 정도니까"
 
유이"우와아…. 나왔다, 시스콘…"어째선지 유이가하마가 깬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하치만"아아? 동생이 없는 네가 동생을 가진 오빠의 마음을 뭘 알겠냐?"
 
유이"힛키의 시스콘이 범죄 수준이라는것 정도는 알아!"
 
칫, 이러니까 외동자식은 곤란하다니까. 상식이 없어서.
이런건 아직 그레이 존이다.
 
덧붙여 어디의 전○문고의 오빠처럼 동생한테 고백하고, 그런데다 공개 프로포즈까지 해버리는건 노골적인 레드 존.
거기다 그리고나서는 트와일라이트 존에 돌입해버리는건 초보자인 오빠로서는 주의가 필요. 코미케에서 파는 얇고 그거한 책이라던가.
 
 
 
유키노"언니가 내 걱정을? 있을 수 없어. 이번에는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거야?"유키노시타가 쌀쌀맞게 말한다.
 
하루노"히키가야, 지금 들었어-? 유키노도 참 너무해-. 훌쩍훌쩍"
 
하치만"하하…" 물론 내 입으로는 사막처럼 마른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이 나온것만으로도 칭찬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웃는 하아치이만. 두둥!!!!
 
뭐, 이 사람의 경우, 평소 언동이 그거니까 동생이 이러한 태도를 취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래보여도 문화제 일건의뢰, 동생농의 태도는 부드러워지고 있는 편이다. 이걸로 부드러워지지 않았을 정도니까, 원래는 얼마나 딱딱한 경질이었던 느낌.
됐으니까 누가 이제 이 녀석을 위해 시카쿠이 타이드를 원만하게 하는 문제집 같은걸 만들어줘.
 
 
 
히라츠카"뭐, 기다려라 유키노시타. 하루노도 이렇게 일부러 학교까지 온거다.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는게 어때?"히라츠카 선생님이 수습하듯 끼어든다.
 
유키노"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유키노시타가 마지못한 느낌으로 끄덕였다.
 
하루노"우훗, 시즈카짱, 고마워"
 
히라츠카"그 이름으로 부르는건 그만두라고 했을텐데"///
 
어째선지 수줍어 하는 히라츠카 선생님.하지만 조금 귀여울지도. 시즈카와이. 나도 불러볼까. 순살당할것 같지만.
 
하루노"그치만 오늘은 말야, 실은 유키노가 아니라 히키가야에게 용건이라고 할까, 부탁이 있어서 왔어"
 
하치만&유키노&유이"엑?!"
 
하치만"…저에게 부탁? 당신이?"어째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보다 오히려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그거다, 나의 야생의 감이 전력으로 적신호를 키고 있다.
예를 든다면 사육된다면 사축이 되어도 천성적인 본능과 야생의 감을 바보취급해선 안 된다.
내 경우엔 적어도 시험칠때 연필 굴리기와 같은 적중률을 자랑한다. 아니 왠지 미묘한데 그거.
 
 
 
하치만"…도, 돈이라면 없다고요? 뭣하면 제자리에서 점프해볼까요?"
 
하루노"히키가야. 나한테 뭐 오해하는거 아냐?"
 
뭐,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다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다. 여성불신이 걸릴것 같으니. 아니 그 이전에 나, 인간불신인데.
 
유키노"히키가야한테 돈을 빌리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안심하렴. 네 지갑 사정은 불을 보듯 뻔한걸"유키노시타가 한숨 쉬며 중얼거린다.
 
하치만"왜 네가 내 지갑 사정까지 파악하는거야?!"불을보듯 뻔하다니, 실은 이미 불났지만 말이죠. 안됐습니다. 내가.
 
유키노"어머, 그치만 언제나 말붙일때마다 돈이 없어, 돈이 없어라고 하잖니?"
 
하치만"어? 진짜? 나, 그런 말 했어?"
 
유키노"네 경우, 일부러 말하지 않아도 제대로 얼굴에 쓰여 있단다?"
 
하치만"내 얼굴은 트위터 아니거든"
 
유키노"당연해. 왜냐면 네 얼굴은 팔로우 할 수가 없는걸"
 
하치만"그렇게 말할 생각이었냐!?"
 
유키노"적당히 용돈 관리 정도는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장래에 빚에 몸을 망치게 될거야.
    너처럼 계획성 없는 남자에게 돈을 빌려줄만한 기특한 사람이 있다면 하는 얘기지만"
 
응, 하치만 알아. 이용은 계획적으로, 소비자 금융도 밝은 가족도 말하니까.
 
 
 
하루노"어머, 그럼 장래는 유키노가 돌봐주면 되는거 아니야? 금전면에 한하지 말고 여러가지로, 응?"
 
유키노"뭣?"///
 
하치만"싫어…그것만큼은 싫어"
 
분명 재형저축이니 생명보험이니 내 수패에는 참새 눈물 만큼 밖에 남지 않는다.
점심값도 코인 하나로, 그러면서 나는 그늘에서 엄마 친구와 호화 런치할게 틀림없다. 뭐야 그거 너무 구체적인데. 대체 누구의 이야기야.
 
유키노"이 남자에게 빌려줄 돈은 1엔도 없어. 그럴거면 시궁창에 버리는 편이 훨씬 나아"
 
하치만"아니, 시궁창이 버릴바에야 은혜받지 못한 사람한테 기부해주라고. 그렇구만, 예를 들면 나라던가. 나라던가, 엄청 은혜받지 못했다고, 특히 친구한테"
 
유키노"네 경우, 은혜받고 자시고 이전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친구라고 부를 사람이 없는것 뿐이잖니?"
 
유이"…마지막까지 없구나"
 
하치만"그보다, 너한테 돈을 빌리게 되면 어지간한 뒷돈보다도 상당히 이자가 붙을것 같은데"
 
땅끝까지 쫓아오는데다, 지불 못하면 내장판매라던가 할지도 모른다.
폐나 신장이라면 둘 있으니까 괜찮지, 라던가. 전혀 괜찮지 않거든. 빚반제를 위해 장기판매로 내 몸에서 장기가 바이바이 해버릴것 같은데.
 
유키노"너야말로, 빌린 은혜를 10배로 갚아줄것 같구나………원수로"
 
뭐야 그거 어디의 버블 조냐.
 
 
 
하루노"어머머, 여전히 사이 좋구나-. 언니가 허락할테니까 차라리 얼른 사귀는게 어떠니?"
 
유이"엑?!"
 
유키노"그, 그러니까"///
 
하치만"아니라고요"///
 
왜 그렇게 되는거야. 눈이 썩은거 아냐? 아, 그건 나였습니다.
 
하치만"아-…,그래서 돈이 아니면, 저한테 부탁할거라는건 대체 뭡니까?"
 
그다지 심장에 좋을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물어본다.
애시당초 이 사람이 내게 부탁이라니 짐작도 가지 않는다. 동생 관련이 아니라면, 역시 억측해버리는건 어쩔 수 없잖아.
 
하루노"아, 맞다맞아!"생각났다는듯 가슴 앞에서 손을 탁 친다.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귀여운 몸짓이 도리어 약삭빠르다는 느낌도 들지만, 잘 어울리니까 곤란하다.아니, 딱히 내가 곤란할 필요는 없지만.
 
하루노"히키가야, 갑자기 난데없기는 하지만, 내 남친이 되어주지 않겠니?"
 
 
 
유키노"엣?!"
 
유이"헷?!"
 
하치만"하앗?!"
 
미소지은채로, 또 대수롭지 않게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셨다.
 
하루노"…라고는 해도 하루만 해줘도 괜찮은데"
 
하치만"무…"
 
유키노"무슨 소리야?"
 
아니, 그거 내 대산데.
 
하치만"다…"
 
유키노"당연히 이유를 설명해주겠지?"
 
그러니까 그거 내 대사지? 왜 네가 먼저 말하는건데? 멋대로 선수치지마. 카루타 퀸이냐?
 
하루노"어머, 왜 그런것까지 유키노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가. 혹시…질투하는거야?"
 
유키노"바, 바보같아. 여기는 봉사부 부실이고, 히키가야는 봉사부 부원이니까 봉사부 부장인 내가 알 권리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뭐, 바보같다는건 나도 같은 의견이지만, 봉사부 봉사부라고 무척이나 봉사부를 강조하는데, 이거 봉사부 활동하고 관계 있는거냐.
 
힐끔 히라츠카 선생님을 본다…네, 신경 안 쓰는군요. 알고 있었지만요. 멋대로 내가 지참한 만화책 읽지 말라고요.
 
 
 
하루노"만약 그렇다면 내가 히키가야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면 봉사부하고도 유키노하고도 관계없는일이 되는걸까?"
 
유키노"읏!"///
 
정론…이군. 하지만 왜 또 이 사람은 굳이 자신의 동생을 도발하는 말투를 쓰는걸까.
문화제 사건으로 조금은 다가가려고 보였다고 생각했지만, 아냐? 혹시 너무 다가가버려서 그대로 어긋나버렸다거나?
 
눈에서 불꽃이라도 튀길듯한 기세로 노려본다. 어느 의미로 대극이라고 할 수 있는 둘이지만, 역시 자매인만큼 이런 점은 많이 닮았다.
하지만 너희들, 그런건 집에 가고나서 해주지 않겠어?
 
하치만"아-, 오늘 MAX 커피는 또 특별히 맛있지-"
 
유이"힛키, 현실을 봐…"
 
하치만"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참을 수 없어져서 도피한거라고"
 
도피나 도망이나 도주나, 도망치는거 완전 특기. 문제는 도망친 뒤의 일이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니까.
일단 당면한 문제가 일시적으로 회피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겠지.
아무해결도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개는 시간이나 주변 사람이 어떻게든 해줄거라 생각한다. 아마.
어느정도 식은 후에,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돌아오면 완전히 OK. 돌아올 장소가 아직 남아있다면 하는 이야기지만.
 
하루노&유키노"어떠니, 히키가야?!"
 
하치만"어? 나?"어라, 그러고보니 나였지.
 
줄곧 모기장 밖 취급 당해서 깜빡했지. 그러는 김에 이 사람들도 까먹고 그대로 돌아가주지 않을까 옅은 기대를 했었지만 역시 무리였나.
오히려 내가 먼저 돌아갔어야 했어.
 
하지만 누구야 이런 트러블을 데려온거? 그러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내 만화책 보지 말고 뭐라 말을 해요.
 
 
 
하치만"…일단 저도 알 수 있도록 사정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세심한 문제인것 같아서, 지장없도록 말한다.
여러모로 지장이 생기거나 건드리기라도 하면 곤란한 부분도 있으니까. 특히 여성의 경우. 이제 대화에도 여성전용 차량 같은게 도입되어야겠지.
 
하루노"후우, 뭐, 됐나. 실은 말야, 나 어떤 자산가의 아드님한테 정식으로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가 들어왔어"
 
유키노"엣?"
 
유이"후왓?"
 
하치만"…굉장한데"
 
히라츠카"?!"움찔
 
삼인삼색 놀라는 한편, 약 한명. 귀를 쫑긋 세우면서 듣지 않는 척을 하던 사람도 있지만…. 흥미가 있으면 지금부터라도 대화에 끼어도 된다고요?
 
하루노"흐흥. 뭐어-" 이거 보라는 듯이 푹신해보이는 가슴을 편다.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생각하건데 그런 태도가 말이죠, 동생농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고요.
혹시 알면서 하는거 아닙니까?
거 봐, 유키노시타가 뚱해졌잖아. 파이팅이다, 동생농. 인생은 포기하면 패배라고? 우유라던가 마시면 좋은 모양이던데?
 
 
 
하치만"…하지만 당신에게 결혼을 제안할만한 배짱있는 남자가 정말로 있군요…세상 참 넓구만"끄덕
 
하루노"응? 어떠려나-? 그 발언 뒤에는 뭔가 다른 의미가 담겨있는것 처럼 들리는데?"생긋
 
하치만"아뇨…딱히"그러니까 그 미소가 무섭다니까요. 뭐냐고 이 자매. 미소 지은채로 살○ 당하는거야? 다른 교사의 암살교실이야?
 
하루노"하지만 나도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 나이에 벌써 장래 일까지 정해버리는건 좀 아니라 생각해"
 
하치만"…하고 싶은 일이라니, 혹시 정계출진같은거 생각하는겁니까?"
 
하루노"싫다 참! 히키가야도 참, 농담만 하네!"
 
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 눈이 웃지 않는다고요. 진짜인거냐, 어이.
덧붙여 영어로 하자면 oi! 이렇게까지 어이 연발하는거, 펑크 밴드 정도 밖에 모른다고. 가운데 손가락 세운다?
 
하루노"그러니까 나로서는 가능한 모나지 않도록 잘 거절하고 싶어"
 
그럼 그 전에 동생을 상대로 모나게 하지 마요. 가는곳마다 모난 미로는 물론 미궁같은 느낌이 되었다고. 최심부 레벨99 라스보스도 길을 잃을것 같다. 히스클리프라던가. 게다가 그 반동이 이쪽으로 와서 큰일이라고.
 
 
 
 
하치만"…그래서, 그게 저랑 무슨 관계가 있는겁니까?"
 
하루노"그게 말야, 순간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요' 라고 거절했는데…"
 
펄떡
 
부실에 책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히라츠카"거, 거절 했다…라고?" 히라츠카 선생님이 믿을 수 없는걸 보는 듯한 눈으로 하루노 씨를 응시하면서 경악하며 중얼거린다.
 
역시 듣고 있었군요. 그보다 그거 제 만화책이라니까요. 남의 물건은 좀더 조심스레 쓰라고 학교에서 안 배웠습니까.
 
 
 
하루노"그 때, 그만 히키가야의 이름을 말해버렸어"
 
하치만&유키노&유이"엑?!"
 
유키노"언니, 그건 대체…"
 
하치만"뭐, 잠깐만"나는 한손으로 유키노시타를 제…
 
유키노"무슨 생각이야?!"…아니 듣질 않고.
 
그렇지요-. 제가 유키노시타를 제어할리 없지요-.
이 녀석, 언니가 관련된 일이면 냉정하게 대응 못하니까. 언제나 쿨 뷰티한 유키노 씨는 어디간거야.
그보다 평소 나를 대하는 태도가 헤뷔 더티하잖아.
 
하치만"당신 정도의 재각이 있다면, 달리 어떻게서든 빠져나갈 수 있을텐데, 왜 또 하필이면 그런 뻔히 들킬만한 거짓말을 한겁니까?"
 
하루노"어머, 거짓말이 아니야. 나, 히키가야를 좋아하는건 사실이고"
 
유키노&유이"!"
 
하치만"…뭐, 좋아하는데도 여러가지로 있으니까요"
 
과거에 온갖 착각을 펼쳐온 내가 새삼 그런 초보적인 낚시에 낚일까보냐.
중학교때도 여자들 사이에서 나한테 고백하는 벌게임이 유행했을 정도고…아니, 나 잘도 지금까지 자○하지 않았구만. 나도 참 감탄한다.
 
 
 
하루노"흐-응, 의외로 반응이 옅네. 만약 여자애한테 좋아한다고 들으면, 그럴때는 좀 더 기뻐해줘도 되지 않니?"
 
하루노 씨가 재미없다는 얼굴을 하는 반면,
 
유키노"과연. 역시 겉멋으로 눈이 썩은건 아니라는거구나"유키노시타가 감탄했다는 듯이 끄덕인다.
 
하치만"뭐야 그거 혹시 칭찬하는거냐?"
 
유키노"어머, 최상급의 칭찬인데? 언니한테 좋아한다고 들어놓고서 기뻐하지 않는 남자는 처음 봤어…설령 그게 사회인사라고 알고 있어도"
 
하치만"바보냐 너. '좋아해'나 '사랑해' 같은 말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아주 기어올라서 매달려버리잖냐, 내가 코마치한테"
 
유이"앗, 역시 시스콘이다?!"
 
하치만"시스콘이 아니지? 나는 필요이상으로 동생을 사랑하는것 뿐이다"
 
유키노"…그걸 세간 일반적으로는 시스콘이라고 하는거야"유키노시타가 기막힌듯 한숨을 쉰다.
 
응, 뭐, 그렇다고도 할 지 모르지. 요즘은.
 
 
 
하루노"그치만 히키가야, 그래선 여차할때 여자애의 OK사인을 놓쳐버린다?"
 
하치만"훗, 좋습니다. 만약 그럴 기회가 있다면 부디 보고 싶네요"뭣하면 혈안이 되서 찾아보기까지 한다.
 
유이"말은 멋진데, 그 자신감이 너무 슬퍼…"
 
오히려 내가 여자애한테 고백했을때 KO당하지 않도록, 누군가 수건을 투입해야한다. 펀치 드링커가 되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더는 재기불능이잖아. 덧붙여 지금 전적은 올 KO승으로 무패. 상대가.
 
하루노"어머나, 꽤나 강하구나"하루노 씨가 즐거운듯이 미소짓는다. 그저, 쥐를 앞에 둔 고양이가 짓는 듯한 위험한 미소다.
 
애시당초 외톨이는 남의 호오 감정의 울타리 밖에 있는 존재니까. 타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또 자신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른바 무연의 경지.
그런 내가 새삼 연상의 여성에게 좋아한다고 들은 정도로 동요할리가할리 없다…어라? 혹시 나 지금 동요했어?
 
유키노"그래서 히키가야보고 언니의 남자친구인 척을 하라는건 무슨 소리야?"
 
하루노"내가 히키가야의 이야기를 했더니, 그 사람이 무슨 일이 있어도 한번 보고 싶다고 했어"
 
질린다는 얼굴을 하는 점을 보건데, 상대가 상당히 집요했을 것이다. 끈질긴 남자는 대개 미움산다. 딱히 끈질기지 않아도 미움살때는 미움사지만. 출처는 물론 나. 뭐야 그거 엄청 슬픈데.
 
 
 
 
하루노"그래서 미안하긴 하지만, 하루만이라도 히키가야에게 남자친구 역할을 부탁할 수 없을까 하는거야"
 
하치만"과연, 사정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애시당초 왜 난데? 그걸 잘 모르겠다.
 
유키노"그거라면 언니의 남아도는 인맥을 살려서 좀더 적합한 남성을 남친 역으로 세우면 되는거 아니야?"
 
하치만"뭐…그렇지?" 괴로운 나머지 했다고 해도 사람 선택이 이상하잖아. 미스 캐스팅 수준이 아니야. 혈통을 넘어선 선데 사일런스나 노스플라이트까지 하다.
 
하루노"그래? 예를 들면?"
 
하루노 씨는 동요하지도 않고, 반대로 되물었다. 뭐야 그 여유?
여기는 그녀에게 있어 어떤 의미로 적지인데, 마치 자신의 집처럼 차분하게 보인다. 연상의 관록이라는건가?
교실 구석에 주눅들어있는 어느 선생님하고는 굉장히 차이가 있다. 됐으니까 내 만화책 내놔요. 그리고 부탁이니까 누가 신부로 받아가줘. 슬프기 짝이 없잖아. 보고 있는 쪽이.
 
유키노"그렇구나, 하야마라면 어떨까. 그라면 적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유이"하야토라. 아, 그거 좋을지도!"무심코 "좋네!" 단추를 누를듯한 기세로 유이가하마가 찬동한다. 찬성표 2표. 동의적 지지.
 
과연, 확실히 하야마라면 무슨 일이든 대수롭지 않게 해치울것 같다. 확실히 집안 관련있다고 들었으니, 그 점으로는 아무 지장도 없을 것이다.
산뜻하고 잘생겼고 사교적이고, 그야말로 상남자의 원한을 사고 폭발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리얼충도이다. 아니, 폭발하는거냐, 어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가 하루노 씨가 생각 못할리가 없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야마한테 있고 나한테 없는것…유일하게 내가 하야마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면, 역시 그건 귀여운 동생이 있는 정도일까. 진짜 압도적인 대승리. 틀림없다.
 
 
 
하루노"하야토…라. 그것도 생각은 했지만, 이번 경우엔 그렇게는 안 돼"드물게도 하루노 씨의 얼굴이 흐려진다.
 
유키노"무슨 소리야?"
 
하루노"실은, 상대는 그 이와시미즈 씨야"
 
유키노"이와시미즈 씨라면, 그 이와시미즈 콘셰른의 이와시미즈 시즈오 씨?!"
 
유이"후에?…콘체르?"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동시에 놀란 목소리를 낸다. 유이가하마의 경우엔 아마 의미를 잘 모르는거다.
문자면으로서 치바역 서구의 서서 먹는 국수 가게랑 착각하는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거기는 굳이 방치. 왜냐면 착각시켜두는 편이 재미있으니까.
덧붙여 그건 잇○웰이다.
 
 
 
하지만 이와시미즈 콘셰른인가…일개 고등학생인 나도 이와시미즈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확실히 제 1차 세계대전의 불황으로 경제위기에 빠진 이와시미즈 재벌을 이은 걸물. 이와시미즈 시즈미로 인해 재건되었다고 하는 기업 그룹이다.
방목을 되풀이하여 그룹 경영을 기울인 장남. 차남을 중구에서 실각시켜, 기업재건할때 상당한 솜씨를 휘둘렀다고 들었다.
 
석유, 천연가스, 철강, 전자부품에서 의류,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손을 벌려 경제면은 물론, 정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 이와시미즈의 이름을 자청한 이상, 필시 하루노 씨의 구혼자라는것도 이와시미즈의 본가나, 적어도 친척쯤 될 것이다.
어쨌든 초가 붙을 만큼 부자라는건 거의 틀림없다.
 
 
 
하루노"맞아. 하야토의 아버지도 일 관계로 알고 있으니까, 그는 좀 그래"
 
유키노"그래…나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와시미즈 씨라면 여러모로 이야기는 들었어…"
 
하루노"그럼 유키노도 사태의 중대함을 알겠지?"
 
유키노"…그렇구나"드물게도 유키노시타의 말이 막힌다. 어지간히도 분했을 것이다. 입술을 깨물고 있다.
 
하치만"상대가 상대인 만큼, 이후 일도 생각해서, 가능한 심증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라는 겁니까"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세심한 문제인 모양이다.
 
하루노"그래. 과연 히키가야. 고등학생답지 않은 혜안이네"
 
하치만"자주 듣습니다…………눈이 썩었다고"주로 당신의 동생한테 말이지만요.
 
유키노"그렇다고해서 아무리…"
 
하루노"그렇기때문에 그런거야. 차라리 전혀 면식이 없는 히키가야라면 되지 않을까, 그만 이름을 꺼내버렸는데…"
 
유키노"저, 정말로 이유는 그것 뿐이야?"
 
하루노"어머, 뭘 걱정하는거니? 아무리 나여도 그렇지 동생의 것을 가로챌 만큼 악취미는 아니란다?"
 
유키노"따, 딱히 내거라는건…"///
 
하치만"어이, 아까부터 애완견 취급하던건 어디의 누구야?"
 
유이"…힛키는 상당히 오래 품는 타입이구나"
 
하치만"그런건 아니다. 절대용서 노트는 아직 3권째고"
 
유이"3권이나 있구나…"
 
 
 
유키노"확실히 아무리 그래도 언니의 취미가 그렇게까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유키노시타가 복잡한 얼굴로 나를 본다.
 
아니 복잡한건 오히려 나잖아. 본인이 눈 앞에 있으니까, 그 부분은 좀 더 배려해서 오브라이트로 오던가 대화를 하라고.
 
하치만"그보다, 단순히 면식이 없는것 뿐이라면 딱히 제가 아니라도 되잖습니까. 그렇네요, 예를 들면 자이모쿠자라던가?"
 
유이"엣, 중2?!"
 
유키노"…히키가야. 이건 진지한 이야긴데"
 
하치만"그 녀석의 존재는 그렇게나 진지하지 않냐?"
 
유키노"어머, 아니니?"유키노시타가 바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지 말라고.
 
하치만"…대충 맞지"
 
유이"맞구나?!"
 
하치만"뭐, 기다려라 유이가하마. 나는 그 녀석의 존재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건 아니야"
 
유이"그, 그런거야?"
 
하치만"긍정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하는것 뿐이다"
 
유이"그거 의미 같잖아?!"
 
하치만"그럼 너, 자이모쿠자의 장점 말해봐"
 
유이"그건……………그게………아-…………미안. 내가 잘못했…을지도?"
 
자이모쿠자 순살이구만. 망설이지 말고 성불해라. 같은 외톨이의 정분으로 뼈는 내가 주워주마.
 
 
 
유키노"됐어, 유이가하마. 자이모쿠자든 히키가야든 분명 남들은 이해못할 부분에서 세상의 도움이 되는 점이 있을지도 모르잖니?"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를 다정하게 도와준다.
 
유이"유키농…"///
 
나왔다, 백합유리. 유리노시타 유리노와 유리가하마 유리. 거기 언니. 당신의 동생이 공중의 면전에서 백합행위에 빠지고 있다고요? 뭐라 말해주는게 어때요?
 
유키노"…예를 들면, 그래. 죽으면 밭의 비료가 된다거나"
 
유이"그거 죽지 않는한 세상에 도움 안된다는 소리지?!"
 
하치만"게다가 아무렇지 않게 나도 같은 취급이냐…"백합은 백합이더라도 유키노시타의 경우엔 흑백합이구나. 꽃말은 '저주'였던가?
 
하루노"자이모쿠자는, 얼마전 문화제 뒤풀이때 만났던, 그 재미있는 애?"
 
하치만"그걸 재미있다고 말하는 당신은 솔직히 존경할 수 있습니다"덧붙여 머리 속은 좀 더 재미있다. 오히려 너무 재미있어서 반대로 웃을 수 없는 것이다.
 
하루노"그렇구나. 하지만 그의 경우엔 좀…다른 의미로 문제가 있어…"형태 좋은 눈썹을 모으며,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다.
 
하치만"다른 문제? 자이모쿠자한테?"
 
우리들은 무심코 얼굴을 마주봤다. 자이모쿠자한테 문제라니…
 
하치만"너무 많아서 짐작도 안 가…"
 
유이"짐작가는게 너무 많아…"
 
유키노"오히려 문제밖에 없다고 하는 편이 좋을 정도야…"
 
솔직히 자이모쿠자 일로 이렇게까지 심각한 이야기가 될줄은 예상도 못했다. 역시 그 녀석은 없을때가 훨씬 진지한 취급이 되는건가.
 
잘하면 자이모쿠자에게 이 역할을 떠넘기려고 생각했지만, 역시 무리인 모양이다. 처음부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진짜 못 써먹을 놈이네. 알고 있었지만.
 
뭐, 어쨌든간에 그 녀석이 관련되면 언제나 제대로 된 일이 안 되니까. 애시당초 있는것 만으로도 더워지는데다 짱난다.
하지만 다행이라고할까, 이번 일에 관해서만 말하자면 자이모쿠자가 관여해올 여지는 1미리도 없어 보인다.
뭐라고 해도 상대는 자산가의 도련님이다. 불확실한 요소가 난립하는 가운데, 그것 만큼은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하치만"그래서, 오늘은 그걸 위해서 일부러 학교까지 온겁니까?"연줄까지 써서 고생하셨다.
 
하루노"그런거야. 실은 다른 장소에서 히키가야를 붙잡아도 괜찮았지만…"
 
하치만"잠깐, 그거 내가 있는 곳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있다는겁니까, 혹시?"움찔
 
유이"힛키, 뭘 허둥대는거야?"
 
하치만"아니, 발신기라도 붙어있나 생각해서…"
 
하루노"에이 참,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아도 달리 방법은 많이 있잖아?"
 
하치만"그 편이 더 무서운데요?"뭡니까 그 많은 방법이라니. 혹시 이 인근에 길들인 닌자 같은거라도 숨겨뒀어? 다다미바닥 같은거 밟으면 안 되는거야?
 
하루노"하지만 그래선 역시 공정하지 않구, 이상한 오해받아도 곤란하니까-"
 
하치만"하? 이 경우, 딱히 공정하든 아니든 관계없잖습니까?"
 
애시당초 공정하다니 뭐가. 장막 메세지 콘서트라도 열 생각인가? 차라리 치바 군도 불러보지?
 
하루노"그럴까. 아마,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가 힐끔 의미심장한 시선을 향한 곳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어째선지 더 이상 없을 만큼 불만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이"그, 그치만, 역시 그건 좀…어떨까나…"
 
하루노"어머, 어째서니?"
 
유키노"부적합하다기보다 오히려 부적절해. 애시당초 남녀교제는 커녕 제대로된 친구조차 없는 이 남자한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언니가 부끄러움을 살 뿐이야"
 
하치만"어이, 잠깐 유키노시타. 아무리 그래도 지금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키노"그렇구나. 미안해. 정정할게"왠일로 유키노시타가 솔직하게 사과한다.
 
하치만"알면 됐어"
 
유키노"너에겐 제대로되지 않은 친구조차 없는걸"
 
하치만"그 발언에는 좀 더 문제가 있잖아!?"
 
유키노"진실이란 언제나 잔혹한거구나"나한테서 시선을 피하고 슬프다는 듯한숨을 쉰다.
 
하치만"잔혹한건 진실이 아니라, 그걸 말하는 너 자신이라는걸 슬슬 깨닫는게 어때?! 그리고 그 태도 관둬라 진짜로 상처입으니까"
 
유이"진실이라는건 부정하지 않는구나…"
 
 
 
하루노"그럴까?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치만 얼마전에 유키노랑 데이트할때도 꽤 즐거워보였는데?"
 
하치만&유키노"!"///
 
유이"헷? 데, 데이트?"유이가하마가 바둥거리며 나와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교대로 본다.
 
유키노"그, 그건, 데, 데이트…같은게 아니야"///
 
하치만"…유이가하마의 생일 선물을 고르던것 뿐이고"
 
유이"두, 둘이서 골랐구나…"
 
하치만"코마치도 같이 있었지만 말야"도중까지였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 하치만 거짓말 안했어. 인디안 떡 찧지 않아.
 
어째선지 무척이나 거북한 분위기가 흐른다. 예를든다면 마치 내가 여자애한테 말을 걸었을때 같은 완전 미묘한 분위기. 뭐야 그거 예시가 너무 슬프지 않아?
 
하루노"어머머, 나 뭔가 안좋은 소리라도 한걸까?"
 
그러니까 슈퍼급 폭탄을 떨궈놓고 새삼 테헤페로 거리며 끝내려고 하지 마요.
 
 
 
유키노"유, 유이가하마,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유이"으, 응"
 
그래그래, 그 정도로 평상시부터 백합유리 하던 둘의 관계에 금이 갈리 없는 것이다. 무르다고, 하루노 ㅆ…
 
하루노"어머, 유이가하마도 유키노 몰래 여름방학때 히키가야랑 불꽃놀이 데이트했잖니?"
 
유키노"엣?! 그, 그랬어?"
 
하치만"끄――――――――악! 아니야!"
 
그러니까 왜 이 사람은 그런 오해를 부를법한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거야?! 그것도 이 타이밍이라니, 완전히 일부러지?! 그보다 괴롭히기지?! 실은 나 싫어하는거지?! 내가 대체 뭘 했다는거야?!
 
유이"그, 그건 코마치한테 사브레를 맡겼던 답례로!"///허둥지둥
 
유키노"…히키가야. 일단 그 이야기도 나중에 천천히"생긋
 
유키노시타 씨, 엄청 무섭슴다, 그 미소. 그 이야기 후에 내 인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지 굉장히 걱정되는데? 무심코 노트에 유서를 쓰고 싶어진다. 감자 마시씁미다….
 
내가 도끼눈으로 노려보는걸 하루노 씨가 시원스럽게 받아흘린다. 마치 버들나무에 부는 바람같다. 역시 한수 높은 모양이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내가 여름방학 중에 하루노 씨랑 만난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건 완전히 끝난 얘기라고 생각해서 방심했었다.
 
정보를 조금 흘려놓고 여차할때 우리들을 뒤흔들다니, 유키노시타 하루노 ―― 역시 천사같은 외모와 반대로 악마처럼 속이 시커면 여자다. 이렇게 배가 시커먼건 치바 동물 공원의 레서 팬더 정도 밖에 본 적이 없다. ○타냐.
 
 
 
하치만"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잘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 저한테 어떤 메릿트가 있습니까?"
 
오히려 이대로라면 디메릿트가 많다. 무심코 5명의 갓핸드를 소환해버릴 정도. 그건 베힐릿이지만.
 
상시 손득계산으로 움직이는 나는 아니지만, 수고와 시간을 생각하면 이번 일은 역시 리스크가 크다.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을 그려서 액면에 쓰여진채로 2과전에 출품할 수준이다.
 
불필요한 리스크는 극력 회피하는데는 외톨이가 아니더라도 처세술에 있어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럼 어찌 생각해보아도 거절하는 편이 무난할 것이다.
 
 
 
하루노"…그렇구나. 유키노의 말을 빌리자면, 내게 은헤를 팔아둘 수 있는데?"
 
하치만"은혜?"
 
하루노"빚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라고 생각해도 좋아"
 
하치만"빚…입니까"예상밖의 제안에 무심코 당혹하고 만다.
 
하루노"그래, 빚이야.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빚을 만들 수 있어. 결코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가슴에 손을 대고, 오만하게 말하는 모습은 어느 의미로 불손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 매력에 한 점의 흐림도 보이지 않는건, 역시 천성적인 카리스마가 보이는 기술일 것이다.
 
유키노"언니, 이 남자한테 빚을 만들어놓으면 제대로 된 일이 안 될건데?"
 
하루노"어머, 그러니?"
 
유키노"빚은 모, 몸으로 갚으라고 할지도 모르고…"
 
하치만"과연, 여성의 약점을 잡다니 정말로 비겁하고 비열하고 최악인 놈이구만. 그것도 정말로 말할지도 모르는 점이…엇, 혹시 그거 나 말하는거냐?"
 
유이"엣?! 그런거야? 히, 힛키는 최악! 변태! 진짜 말도 안 돼!"
 
하치만"잠깐, 기다려 너희들. 나는 아직 아무말도 안 했는데, 왜 그런거라고 결론짓는거야?!"
 
유키노"이거 봐. '아직'이라는건 앞으로 말할 생각이었다는거지? 무심결에 진실을 말했구나"
 
하치만"그러니까 들고자시고! 누명이다 누명! 나는 단연코 무죄를 주장한다!"
 
유키노"공소각하야. 원망할거면 네 평소 언동을 원망하렴. 그리고 그 썩은 눈이라던가"
 
하치만"어느틈에 유죄판결?! 그보다 왜 내가 피고같은 취급을 받는건데?!"
 
유키노"무슨 변명은 있니? 피고가야?"
 
하치만"그러니까 그거 이름 아니거든!"
 
 
 
 
뭐야 이거 혹시 마녀재판이나 그런거였어? 나, 남자인데 마녀야? 어느샌가 남녀평등이 이런데까지 침투한거야?
그보다 유이가하마도 바로 받아들이지 마. 딱봐도 풍평피해가 발생하잖아.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보도규제를 해야한다.
너희들, 정보 리테라시라고알고 있냐? 아무리 평소부터 백합유리하고 있다고 해도, 마이너스 리테라시는 하지마라?
 
하치만"애, 애시당초 말이다, 페미니스트를 자인하는 내가 여성에게 그런 짓을…"
 
유키노"전혀 생각도 안 했다고 할 수 있니?"
 
하치만"다, 당연하지! 천지신명에 맹세코…"
 
유이"힛키, 눈이 굉장이 흔들리고 있는데?"
 
유키노"흐-응, 썩은 주제에 활기가 있다니, 네 눈은 꽤나 재주 좋은 짓을 할 수 있구나?"
 
…이 흐름은 혹시, 나를 몰아붙이는거 아냐? 이대로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유죄판결 받고 화형에 처해지는거야?
일본은 법치국가 아니었어? 정의는 어디로 간거야?
 
 
 
 
 
하루노"어머, 그건 그거대로, 나는 딱히 상관없는데. 후훗"하루노 씨가 요염하게 웃는다.
 
하치만"…………"
 
유키노"………히키가야, 왜 거기서 침묵하는거니?"
 
아, 완전히 막혔다. 이거.
 
 
 
 
하치만"끄악-! 잠깐! 그러니까 오해라고"
 
유키노"가시관, 오이밭 신발…이구나. 역시 너에겐 한번 크게 뜸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교육 일환으로"
 
하치만"우왓-, 아직도 애완견 드립을 치는거냐?!"죄송함다, 이제 역의 계단에서 스마트폰 안볼테니까 용서해주세요.
 
하루노"그래서, 어떠니? 히키가야라면 이 제안의 가치는 잘 알거라 생각하는데?"
 
천사의 미소를 지으면서 소악마가 귓가에서 속삭인다. 무심코 등골이 오싹해졌다.
유명한 괴테의 '파우스트'를 예를 들것도 없이, 악마와 거래한 남자는 대저, 비참한 말로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하치만"…좋겠죠.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나는 힘없이 말했다.
 
 
 
유키노&유이"엣?!"
 
하루노"꺄-, 고마워-!"하루노 씨가 내 팔에 안겨붙는다.
 
가까워가까워가까워가깝다니까. 왜 그렇게나 단번에 거리를 좁히는거야? 축지법 쓴거야? 멋대로 내 AT필드 무효화하지마.
게다가 여전히 부드럽고, 좋은 냄새구나ー…앗, 그게 아니지.
 
유이"힛키, 너무 가까워!"
 
유키노"히키가야, ○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언니한테서 떨어져!"
 
바로 얼음같은 질책이 날아왔다. 지금 왠지 무서운 소리를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물러선다. 뭐야 이거, 파블로프의 개 상태 아냐? 어느샌가 애완견 근성이 스며들었어?
 
하루노"후후. 너라면 분명 받아줄거라 생각했어"이겼다는듯 하루노 씨가 미소를 짓는 한 편에,
 
유키노"정말이지 이 남자는, 대체 어디까지 실망시켜야 내키려나…"유키노시타가 경멸하는듯한 차가운 시선을 내게 향한다.
 
하치만"…그러니까 아니라고"
 
잽싸게 뿌려쳤다고는 해도 팔에는 아직 하루노 씨의 부드러운 감촉이 남아 있었다.
확실히 하루노 씨의 제안은 남자로서 매력을 느끼지 않을리는 없지만…아니, 지나치게 충분할만큼 느끼지만, 나에게는 또다른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이 자리에서 말할 생각은 없다. 적어도 유키노시타가 있는 앞에서는.
 
어째선지 불쾌함의 절정을 찍은 얼굴을 하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겐 미안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하루노 씨와 나의 거래다.
 
그리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카드는 만일의 사태에, 내게 있어 유일한 조커가 될지도 모르니까.
 
 
 
하루노"그렇게 정해졌으면 이야기는 빠르구나. 이와시미즈 씨와 만나는건 일요일에 세팅해줄테니까, 토요일에 같이 옷을 고르러 가자"
 
하치만&유키노&유이"엑?!"
 
하루노"아무리 그래도 내 남친 역할이니까, 속은 그렇다치더라도 겉은 그런대로 멋져져야지. 속은 그렇다치고"
 
과연 이 경우, 속은 아무래도 좋은거군요. 그보다 왜 굳이 2번이나 말할 필요가 있는거야.
 
하치만"저한테 그렇게 여유로운 돈은 없다고 했는데요"실제로 필요한 돈조차도 없다. 다음 용돈 받을 날까지 코마치한테 돈을 빌릴까 생각했을 정도고.
 
하루노"어머, 괜찮아. 이번에는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는거니까, 그 정도는 내가 내줄게"
 
하치만"아니, 그건 그래도 좀…저한테도 남자로서 자존심이라는게…"
 
유키노"너에게 자존심이라는 고상한게 있다니 처음 들었는데?"
 
하치만"너 바보냐. 남자한테는 자존심이 중요하거든? …여차할때 버릴때를 위해서라던가, 엄청 필요하다고?"
 
유이"버리는게 전제구나?!"
 
하치만"자존심을 버릴때는 전력으로 버리는게 내 자존심이니까"
 
물론 사과할때는 엎드려 비는게 기본. 상황에 따라선 뒤로 눕기까지 한다. 어디의 사형수냐.
 
유키노"네 자존심은 제거 가능한 옵션 기능 같은거구나…"
 
덧붙여 양심이나 양식도 상황에 따라서 캐스트 오프 할 수 있다. 마치 가면라이더 카○토라던가, 미소녀 피규어 콘파치 옵션같다, 그거.
 
 
 
 
하루노"나로서는 이번 일에 관해서, 가능한 만전을 기하고 싶어"
 
하치만"그런거라면…뭐…어쩔 수 없군요…저, 교복 말고는 그다지 공적인 옷은 갖고 있지 않고"
 
유키노"하지만 이 참에 아버지 수트같은걸 입어도 되지 않니?"
 
하치만"아버지 수트는 사이즈 커. 애시당초 곰팡내가 스며있으니까…"그러는 김에 처자식 딸린 사축 중년남의 인생의 비애도 스며있기도하다. 가능하면 평생 입고 싶지 않다. 사축이 감염(윽)되기라도 하면 싫으니까.
 
유이"후에? 힛키네 아버지는 그렇게나 인도 요리를 좋아해?"
 
하치만"카레 냄새가 아냐! 그렇게 향긋한 냄새도 아니고! 우리 아버지, 인도 사람이냐?"
 
유키노"인도 사람도 깜짝 놀라겠구나"중얼
 
하치만"…너, 진짜 나이는 몇살인냐"과연 유키페디아. 히라츠카 선생님도 그런 드립은 모를거다…아마.
 
하루노"아, 모처럼이니까 공통 화제를 만들기 위해서 영화같은거 같이 볼래? 물론 식사를 제공해줘도 되는데?"
 
유키노&유이"뭣?!"
 
하치만"아니, 그건 마치…"
 
하루노"그래, 데이트야. 남친인걸"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일순 마치 지구가 정지한듯한 침묵에 둘러쌓였다. 헛기침도 주저할만한 거북함.
 
자이모쿠자가 있었으면 "으음, 결계인가!?" 라고 말할지도 모를 수준. 정말로 다행이다. 없어서.
 
반대로 귀가 아플만큼 깊은 정적 가운데 유키노시타가 아연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평소엔 온후한 유이가하마마저 드물게도 비난섞인 눈을 향해온다.
이런 눈으로 보여지면 보통이라면 큰 남자여도 주저하고 말 것이다. 연약한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러니까 왜 너희들은 나를 쳐다보는건데? 그거 노려볼 상대 다르지 않냐?
 
 
 
하치만"커흠…죄송하지만 저, 코마치 말고 다른 여자랑 데이트는 미연시로 밖에 경험한 적이 없다고요?"그것도 강제 이벤트 뿐이었고."
 
유키노"코마치랑 외출은 데이트라고 쉽사리 인정하는구나…"
 
유이"힛키, 미연시 하는구나…"
 
하치만"그야, 여차할때 시뮬레이션…아니 너희들 진짜 유도심문 쩌는데?! 하마터면 몽땅 털어놓을뻔했잖아?!"
 
유이"스스로 멋대로 고백한것 뿐이고…"
 
하치만"하지만 신기하게도 언제나 어째선지 배드 엔딩이 되어버린단 말이지, 이게…"
 
유이"우와ー…게임인데 리얼하구나…"그러니까 나를 불쌍하단 눈으로 쳐다보지마. 정말로 울고 싶어지잖아.
 
그보다, 소프트 회사는 좀 더 기업노력의 일환으로서 게임 난이도를 낮춰서 좀 더 상남에게 꿈을 갖게 해야하는거 아냐? 특히 나라던가.
 
하치만"핫, 혹시 버그가 있었나?! …내가 샀던 게임 전부!"
 
유이"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도 안 되구…"
 
유키노"버그가 있다고 하면, 그건 오히려 너 자신이라고 생각하는데"고개를 저으면서 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쉰다.
 
하치만"움직이면 되잖아, 움직이면"
 
유키노"납기직전에 재개봉한 프로그래머같은 말을 하는구나…"
 
하치만"괜찮아. 문제가 일어나도 '아, 나 그런거니까'…라고 말해두면 어떻게든 되니까"매뉴얼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고.
 
유키노"그 이상으로 폭주하기 전에, 너라는 존재채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딜리트 해두는 편이 좋을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하치만"너라면 딜리트는 물론이고 포맷할지도 모르지. 이 세상채로"
 
유키노"그건 최종수단이야"
 
하치만"일단 생각은 하고 있구나…"너 혹시 매트릭스의 두목이냐.
 
 
 
하루노"그럼 그야말로 당일에 실수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여러모로 연습해두는 편이 좋지?"
 
하치만"켁, 진짜로 할겁니까…"
 
하루노"괜찮아, 내가 리드해줄테니까. 히키가야는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어째선지 안심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혼자서 마음편하게 보낼터인 귀중한 휴일이 사라지는걸까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이 잠긴다.
네거티브한 생각에 잠겨버리는 것이다.
 
유키노"그럼 나도 같이 가도록 할게"
 
유이"나, 나도 갈래"
 
하치만"그러니까 왜 그렇게 되는건데!? 너희들 나를 너무 좋아하잖아?!"
 
유키노&유이"읏!?"///
 
하루노"아-아, 말해버렸다…"중얼
 
 
 
…잠깐만 기다려봐. 뭐야 이거 미묘한 분위기는. 너희들 그렇게나 나 싫어하냐? 진짜로 울것 같은데. 아니, 진짜로 조금이지만 눈가에 눈물 맺혔고.
 
유이"그, 그치만 힛키가 하루노 언니랑 단 둘이서 데이트라니…"
 
유키노"누, 누가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너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니?"
 
하치만"나는 그렇게나 신용 못 받는거냐?"
 
유키노"어머, 나는 네 인간으로서 쓰레기 부분을 전폭으로 신뢰를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니? 쓰레기가야?"
 
하치만"그런 신뢰는 필요없어! 그보다 이름도 틀렸고! 얼마나 바리에이션이 있는거야?!"
 
유키노"거기다 이 남자를 제대로 일으켜 세울거면, 제 3자의 기탄없는 의견을 참고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치만"너는 반대로 조금 사양하는 편이 좋다고. 나한테 대하는 수많은 폭언이라던가"
 
유이"아, 그렇지! 힛키의 경우, 비뚤어졌으니까 솔직하게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거라고는 생각이 안들구"
 
하치만"너도 평소부터 남의 얘기를 들어라, 특히 수업중이라던가"
 
크…, 그럼 숫자에 맡겨 내 퇴로를 막으려는 혼담이로군. 모처럼 데이트를 한다고 보여주고 틈을 보고 도중에 도망치려고 생각했는데, 계산이 틀어졌다.
 
 
 
하치만"…무르구만, 너희들. 항상 소수파에 속하는 내 경우, 자신의 의견이 통한적은 좀처럼 없다고?"
 
유키노"네 경우, 그 소수파에 마저 속하지 않는, 단순한 외톨이잖니?"
 
하치만"뭐, 그렇다고도 하지"
 
하루노"어머머, 모처럼 토요일은 단 둘이서 즐겁게 데이트 하려고 생각했는데, 예정이 틀어져버렸네"
 
하치만"하하하…. 그것만큼은 절대로 싫습니다. 용서해주세요"전신전령을 다해 전력전속도로 거절한다.
 
이 사람과 둘이서만 데이트라니, 오히려 고행이나 황행에 가까운 일이다. 한겨울에 폭포나 천일회봉이, 물놀이나 바이킹을 생각할 정도로.
내 안에서 새로운 파워가 눈을 뜨면 어떡할건데. 무심코 레벨6에 도달한다고.
 
하루노"흐-응, 아, 그래. 하지만 히키가야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어쨌든 나는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여기서 절대로 말썽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더니, 의외로 쉽게 하루노 씨가 물러섰다.
너무나도 쉽게 물러서서 뒤에서 뭐 꾸미고 있지 않을까 무서울 정도다.
 
혹시 일부러 잘못된 집합장소를 가르쳐준다거나…나한테. 혹은 일부러 틀린 집합시간을 가르쳐준다거나…나한테.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나인건데.
 
확실히 옛날에 다같이 놀러가는 약속을 할때 그런 일도 있었지만…앗, 어째서 멋대로 트라우마가 뒤집기가 된거야?
그보다 나, 지뢰 너무 많잖아. 분쟁지대뿐이다. ODA라던가 인도지원으로 제거해주지 않는거냐?
 
 
 
하루노"…그저, 한가지 조건이 있어"하루노 씨가 그렇게 말하면서 형태 좋은 손가락을 척 세웠다.
 
역시 굴러도 그냥 일어서지 않는구나, 이 사람. 지푸라기 엮어서 장자가 될 타입이다. 덧붙여 내 경우엔 지푸라기 잡고 빠질 타입.
 
유키노"…뭐지?"당연하듯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그런 그녀를 수상쩍게 쳐다본다.
 
하루노"일요일에 이와시미즈 씨와 만날때는 둘 다 따라와선 안 돼.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우리 방해를 하지 말것"
 
유키노&유이"…읏!"
 
하루노"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일에 관해선 만전을 기해두고 싶어. 어때? 약속할 수 있어?"
 
잠시 무겁고 깊은 침묵이 이어졌지만,
 
유키노"…알았어"유키노시타가 체념한듯 답하고, 세게 입술을 문다. 유이가하마도 말없이 끄덕였다.
 
어이어이, 고작 하루만 남친인척 하는것 정도로 뭘 그렇게까지 염두를 둘 필요가 있는거야? 도리어 축시 참배에서 지푸라기 인형에 못을 찔리잖냐, 내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위태로워진 느낌이 드는건 기분 탓일까.
 
어딘가에서 근본적인 선택지를 잘못한걸지도 모른다.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서 다시 해도 될까? 그렇구만, 인생 처음부근 부터.
 
하지만 이유는 그렇다치고 미녀 3명과 외출이라니, 대체 무슨 게임 이벤트야.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아. 그보다 솔직히 고통 말고 그 무엇도 아니다.
보통 여자와 데이트는 좀 더 가슴이 뛰는거 아니었어? 아-…, 아니 아무리 봐도 혼자만 물리적으로 무리한 사람도 있지만….
힘내라, 동생농! 인생을 내던지면 안 된다고 프로 야구 투수도 말했다고. 말 안했나. 그리고, 이소호라본 같은것도 좋은 모양이라고?
 
 
 
 
하치만"아ー…, 그런데 그 이와시미즈 씨는 실제로 어떤 분입니까?"만일을 위해 사람과 생김새 정도는 들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고인 말하길, 나를 알고 적을 알면 포기한다…아니, 포기하면 어쩌라고.
 
하루노"그렇구나, 참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진을 갖고 왔어"
 
그렇게 말하며 깨끗하게 장정된 사진을 꺼낸다. 일단이라고 하면서 꽤나 준비성이 좋다.
 
하치만"어디, 이건…?"그 체제는 마치 맞선 사진처럼 보인다.
 
하루노"본인이 보내왔어. …장미 다발과 함께"
 
유이"호와와, 그건, 좀 멋질지도…"///
 
칫, 이러니까 브루주아 리얼충이라는 놈은…. 폭발하면 좋을텐데. 아니 오히려 지금 당장 박살나라. 나는 원한을 담은 눈으로 하루노 씨한테 받아든 사진을 노려본다.
 
유키노"히키가야, 네 썩은 눈에 살기가 깃들어 있는데?"
 
하치만"아니, 살기가 아니라 틀림없는 살의다"
 
리얼충, 죽어라. 세상 상남의 질투를 온몸에 알아라.
 
하치만"…그보다, 하나하나 썩은 눈이라고 하지마. 그거 나한테 하는 수식어냐"
 
유키노"그러는김에 말하자면 계절어구로서는 "영원의 겨울"이구나…왜냐면 너에겐 봄이 안 오니까"
 
하치만"냅둬!"
 
 
 
 
내가 자신의 생령이 찍히는게 아닐까 생각할 만큼의 기세로 노려보는 그 사진에는, 가는 얼굴형에 안경을 낀 30세쯤 되는 호청년이 찍혀 있었다.
입가에서 엿보이는 희고 정연된 이빨이 무척이나 눈부시다. 아마 직사일광 아래에서 보면 난반사해서 위험하게 된다.
사고 방지를 위해, 이빨에 먹을 칠해둬야한다. 그런 느낌에 눈썹도 밀어라. 갈아버려. 수레로 이동해라.
 
하루노 씨와 나이 차이는 10살 정도인가. 조금 차이나는 느낌은 있지만, 부자연스런 정도는 아닐 것이다.
 
유이"호와~ 좀 잘 생겼을지도…"유이가하마가 내 어깨너머 사진을 들여다본다.
 
…얼굴 가까워. 덤으로 머리카락이 내 볼에 닿아서 간지럽고. 그보다 대수롭지 않게 내 어깨에 손 올리지 마, 착각해서 차이기라도 하면 어쩔건데?
아니 우선 차이기 전에 반하는것부터 시작하자고, 나. 여러모로 뛰어넘기고 결론에 너무 날아들었잖아.
 
유키노"나, 나도 봐도 될까?"유키노시타가 내 옆에 서서 머뭇거리고 있다.
 
하치만"오오, 좋아. 자"나는 유키노시타가 보기 쉽도록 사진을 건낸다.
 
유키노"………………"어째선지 갑자기 뚱해진 표정을 짓고, 빼앗듯이 사진을 받아들었다.
 
뭐야, 나한테 직접 건내받는게 그렇게나 싫은거냐? 그러고보니 있었지, 중학교 시절에 그런 여자.
'히키가야한테 프린트 받고 싶지 않으니까, 거기 놔줘'라고 주눅들지도 않고 말하고. 자의식 과잉이라고.
뭐, 문제는 같은반의 여자 대부분에 나한테 자의식 과잉이었다는 점이지만. …어라? 혹시 단순히 내가 미움산것 뿐인가?
 
하루노"이와시미즈 씨 본인은 파티 자리같은데서 몇번 만나기는 했지만…"
 
유키노"과연. 거기서 언니를 봤다는걸까?"
 
하루노"뭐, 그렇게 된걸까…"
 
어째선지 애매하게 말을 흐리는 하루노 씨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유키노시타는 사진에 집중하고 있어서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하치만"그건…"
 
 
 
 
히라츠카"커흠…아ー…하루노?"내 말을 가로막듯 히라츠카 선생님이 끼어든다. 그보다, 아직 있었군요.
 
하루노"어라, 무슨 일이야, 시즈카짱?"
 
히라츠카"나를 그 이름으로…아니, 뭐 됐다…하루노는 그 얘기 거절했지?"
 
하루노"어? 어어. 그럴 생각인데?"
 
히라츠카"거, 거절했다면, 그, 그게, 나, 나한테, 소개시켜줘도 되는데?"///중얼중얼
 
하루노&하치만&유키노&유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그, 그렇게까지 떨어졌나, 히라츠카 시즈카?!
 
 
 
마치 티라노 사우루스가 강력한 프레데터(포식자)가 아니라 실은 스카벤져(썩은고기 사냥꾼)였을지도 모른다는 학설을 들었을때 같은 경악.
 
하루노"아ー…, 저기…미안해, 이번 일은 좀…"역시 하루노 씨도 질겁하고 있다.
 
굉장하다고, 히라츠카 선생님. 그 하루노 씨를 이렇게까지 당황하게 만들다니, 혹시 지온의 붉은 혜성하고 맞먹는거 아냐?
 
히라츠카"그, 그걸 어떻게든…"물고 늘어지는 히라츠카 선생님. 필 사 적 이 로 군 .
 
하루노"…거, 거기다 이와시즈미 씨, 젊은 애가 취향인 모양이구…"
 
…아, 이걸로 끝장이군요. 감사합니다.
 
히라츠카"…이, 이래보여도 이 학교에서는 젊은 편인데"히라츠카 선생님이 울상지으며 어깨를 풀썩 떨어뜨린다.
 
우으, 가여워 보여서 보고 있을 수 없다. 만약 영화화 되기라도 하면 틀림없이 전세계가 운다.
 
이제 됐어요, 선생님. 여차여차하면 제가 분명 받아줄테니까요…. 아니, 오히려 나를 받아줘서 길러줘도 되는데요 ?
 
 
 
간단하게 토요일 약속을 한 후에 하루노 씨는 겨우 부실을 뒤로했다.
 
나는 이미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천재에 말려들어서 모든걸 포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포기하는것만큼은 완전 특기고.
과거에 유일하게 포기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하면 포기하는걸 포기하는것 뿐이었고, 그마저도 마지막에는 포기하는걸 포기하기를 포기한것으로 인해 무실을 알았다.
나도 참 의미불명하지만, 이미 의미불명마저 포기하고 있으므로 문제 없다.
 
아무튼 요컨대 즉 말이다. 인생 만사 포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결혼생활에 있어선 필수사항. 무겁구만, 그거, 대체 어디의 누군데. 나중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가르쳐주자. 필요없는 참견이라고 얻어맞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이번 인적손해(특히 나)의 반성점을 살려서, 기상청은 유키노시타 하루노 주의보라던가 내야할 것이다. 메일 주소 등록하니까 내 스마트폰에 배신해줘. 7초 있으면 도망칠테니까…엇, 역시 도망치는게 전제냐.
 
하루노"그럼 히키가야, 토요일 기대하고 있을게"갈때 한 손을 흔들면서 긴 속눈썹 달린 한 쪽 눈을 감는다.
 
하치만"아ー…, 네"움찔
 
무거운 소리를 내듯 부실의 기압이 올라간다. 뭐야 이거, 내 주위만 G가 높지 않아? 어깨 뭉치는데?
 
 
 
이어서 히라츠카 선생님도 길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어슬렁어슬렁 부실을 나간다. 게다가 내 만화책 가져갔어. 나중에 회수해야겠다.
 
그리고나서 잠시 뒤 하교 종이 울고서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읏하며 뚱해진 표정을 지은채로 내 앞을 지나간다.
 
신발장에서 일단 발을 멈추고, 내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않고 그대로 부실에서 나가버렸다. 물론 인사는 커녕 몸짓도 없다. 어이어이, 요즘 ATM이나 자동판매기도 좀 더 붙임성 있게 인사같은거 해준다고? 맥이면 스마일 0엔이라고.
 
아무래도 아까전 일로 오해받은 모양이지만, 그거라면 그거대로 방도가 있다. 오해라고 하도 하나의 해결법이다. 이미 회답란이 채워진 이상,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새삼 다른 해답을 구할 수는 없다.
 
 
 
 
하치만"자, 나도 돌아가기로 할까…"덜컥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하면서 일어서자, 불만스런 표정을 지은 유이가하마와 눈이 마주친다.
 
하치만"뭔데? 너도 나한테 뭐 불만이 있냐?"
 
유이"딱히 불만이 있는건 아니…지만"
 
하치만"그럼 뭔데?"여전히 거짓말이 서툰 녀석이다.
 
유이"…힛키 말야, 하루노 언니를 어떻게 생각해?"조심조심 말을 꺼낸다.
 
하치만"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까, 솔직히 '무서운 여자'…일까"그보다 진심으로 무섭고.
 
유이"흐-응. 그럼 유키농은?"
 
하치만"그야……… '께름찍한 여자'겠지"
 
유이"너무해!"
 
하치만"아니, 오히려 내가 평소 심한 꼴을 당하고 있잖아…"
 
 
 
유이"그, 그럼…나, 나…는?"///
 
하치만"하아? 뭐야 그거. 역시 '바보 여자'잖아?"
 
유이"뭐야 그거?! 진짜 말도 안 되는데?!"뿡뿡
 
하치만"아, 알았으니까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그, 그럼 빗치는 어때?"미우라도 좀 들어있다고? 근주자흑이라는것도 있지 않냐?
 
유이"어떠냐니…아니, 그러니까 빗치라고 하지마!"
 
뭐야, 질문해서 대답한것 뿐이잖아. 솔직하게 대답해서 혼난다면 남에게 길을 물어도, 수업 중에 선생님한테 지적받아도 무시하는 수 밖에 없잖아.
 
유이"…어째서 하루노 언니의 부탁을 들어준거야? 왠지 평소 힛키 답지 않다고 할까…"
 
하치만"네가 말하는 평소 나는 어떤 놈인데"어중간한 지식으로 멋대로 나를 말하진 마라. 그런게 제일 짜증나니까.
 
유이"에? 예, 예를 들면, 적당한 소리 하고, 얼렁뚱땅 얼버무리고 도망친다…거나?"
 
하치만"…반론하고 싶지만 표현이 정확한 만큼 뭐라 반박할 수 없다는게 참 슬프다…"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히키가야 검정같은거 받고 있었냐.
 
 
 
뭐, 이 녀석이라면 말해줘도 괜찮나…
 
하치만"유이가하마, 너, 문화제때 했던 말 기억하지?"
 
유이"아, 그러고보니 둘이서 어디 놀러가기로 약속했지?!"
 
하치만"아ー…그러고보니 그런것도 있었지…"(먼산)
 
유이"벌써 잊었어?!"
 
하치만"아, 아니, 그게 아니라. 유키노시타가 학교 쉬고, 둘이서 집까지 병문안 갔을때 말이다?"
 
유이"그렇구나. 그때 큰일이었지. 정말, 사가밍도 참…"뿡뿡
 
유키노시타의 일인데, 마치 자신의 일마냥 화내는 유이가하마를 보고 무심코 쓴웃음을 짓는다.
 
하치만"뭐, 확실히 직접적인 원인은 사가미지만, 솔직히 유키노시타의 성격상 언젠간 저렇게 될거라고 알고 있으면서 제지 못했던 내 책임이라고도 생각한다"
 
유이"그, 그런거 아냐. 나, 나도…"
 
하치만"뭐, 기다려라. 하지만 그렇게 될 원인을 만든건 실은 하루노 씨다"
 
유이"어? 무, 무슨 소리?"
 
나는 문화제 실행위원회에 없었던 유이가하마를 위해, 사정을 어느정도 얘기한다. 조금 나의 억측도 섞여있지만 아마 대강은 맞을 것이다.
 
 
 
유이"…흐-응. 그랬구나"
 
하치만"뭐, 하루노 씨에겐 하루노 씨의 생각이 있던것 같지만…"
 
유이"하지만, 그래도…"
 
유이가하마가 하고 싶은 말은 잘 안다. 이 녀석은 정말로 좋은 녀석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세계가 평등하게 우리들에게 다정하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내게 대해서는 엄청 엄격하다. 조금 더 어리광부려도 되지 않냐? 나. 칭찬받으면 열심히 하는 타입인데. 아니, 지금은 나는 딱히 아무래도 좋다.
 
하치만"그러니까 또 같은 일이 일어났을때를 생각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유키노시타의 서포트를 할 수 있도록 해두고 싶어"
 
유이"아, 혹시 그래서…?"
 
하치만"하루노 씨에게 만드는 빚도, 언젠가는 무슨 도움이 될때가 올지도 모르니까…"
 
외톨이이기에 갖는 메릿트는 인간관계가 희박한 만큼, 타인의 영향력을 받지 않고 끝난다는 점에 있지만, 동시에 그건 타인에게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디메릿트도 내포한다. 요컨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향력을 가진 인간의 힘을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인간은 나에게는 없는 남에게 주는 영향력이라는걸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걸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이"…그런걸 생각했구나. 여, 역시 힛키는 유키농을…"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습기를 띠기 시작하고 작아진다.
 
 
 
 
하치만"…하아? 무슨 소리하는거야 너? 역시 바보냐?"
 
유이"그러니까 바보라고 하지마!…어, 헤?"
 
하치만"여차할때 유키노시타를 도와주라고 했던건 너잖아? 벌써 까먹었냐?"
 
유이"엣? 아, 그, 그렇긴하지만…"
 
하치만"약속한 이상은 지켜야지. 뭐야? 그…외톨이 주의에 반한다고 할까…"
 
유이"그, 그렇구나? 아, 그, 그런거지? 힛키, 기본 인간 쓰레기지만 그런 점은 이상하게 성실하다니까?!"
 
하치만"인간 쓰레기라고 하지마"
 
유이"그치만, 그런가아-, 그랬구나"…얘길 듣지 않고 있고.
 
어째선지 갑자기 유이가하마의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다. 잘 모르겠지만 속물적인 녀석이다.
 
하치만"역시 너는 그런 식으로 기뻐할때가 귀엽다니까…"중얼
 
유이"엣?!"///
 
하치만"아니, 아무것도 아냐"///
 
앗,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유이"아! 그럼 둘이서 놀러가는 약속도 잊지 마?"
 
하치만"아ー…그건 또 다음에 적당하게…"나는 순간 시선을 피했지만, 유이가하마가 뒤쫓듯이 고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저기, 얼굴 가까운데….
 
유이"그래서, 언제 갈래?! 응? 응?"
 
후에엥, 유이가하마, 그 미소 완전 무섭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