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단편

맹세를 하자.

모래마녀 2014. 10. 10. 15:24

맹세를 하자.
 
 
히키가야 하치만은 밤하늘을 공원 벤치에 앉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짐을 들고 옆에는 자전거를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늘을 쳐다보며 앉아있었다.
 
 
 
하치만"설마……"
 
 
 
그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홀로 말을 했다.
 
하치만"코마치한테 아앙- 받았다고, 그 질투로 쫓겨날 줄이야."
 
 
이 녀석! 나도 코마치한테 아앙 받지않았는데! 죽여버린다!
 
질투라기보단 순전한 분노였다.
 
 
 
하치만"돈은……장학금으로 모아둔걸 부수고 만화찻집에서 묵을까……. 알바도 시야에 넣어야하겠네."
 
 
흡사 정리해고 당한듯한 눈. 아니 아니, 눈은 관계없군. 정리해고 당한듯한 모습으로 그는 하늘을 쳐다보는걸 멈추고 앞을 돌아본다.
앞을 향하면 놀이기구가 펼쳐 보일테지만, 앞에는 사람이 서 있었다.
 
거기에 서 있던건……
 
 
 
유키노시타"안녕, 가출가야."
 
 
유키노시타 유키노이다.
왜 그녀가 여기에 있지? 라는 의문보다도 히키가야는 그녀의 말에 부정을 한다.
 
 
하치만"가출이 아냐. 쫓겨난거다."
 
유키노"설마……. 너, 코마치한테 손을……."
 
 
하아……. 한숨을 쉰다.
 
 
하치만"아냐. 그리고 그런 변질자를 보는 눈을 그만뒀으면 고맙겠다."
 
유키노"농담이야. 네가 코마치를 좋아하는건 알고 있고, 덮칠만한 배짱도 생각도 없다는것도 알고 있어. 그 이전에 네 혼잣말을 들었는걸."
 
하치만"그럼 그만둬라. 농담이라도 지금 상황으론 웃을 수 없으니까."
 
 
히키가야는 고개를 숙이고, 평소처럼 마음에 담아두지않는 태도가 아닌, 조금 괴오워보이는 목소리인게 듣고서 안다.
 
 
 
유키노"……그렇구나. 미안해."
 
 
 
하치만"………"
 
유키노"………"
 
 
 
침묵. 하지만 그리 길게는 이어지지 않고……
 
 
 
유키노"저기……, 히키가야."

하치만"음?"
 
유키노"괜찮으면 나의 집에 오지 않겠니?"
 
하치만"왜?"
 
유키노"왜라니, 가출당한 처지에 그걸 단순히 이해못하는것도 좀 아니라 생각하는데?"
 
하치만"큭! ……하지만 이성이고, 친구 카테고리에 등록도 안된 존재를 집에 묵게 하는거 간단히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는 당연하잖아, 라는듯한 태도로 그녀를 달래려고 했지만, 이건 역효과였다.
 
 
유키노"간……단? 내가 너를 집에 묵게하는게 간단하다고?"
 
하치만"어, 어어."
 
유키노"내,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너를 불렀는지도 모르고, 그런 소리 하지 말아줘."
 
 
조금 노기를 느껴지는 목소리로 듣고, 히키가야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이건 자인이 안이한 생각으로 말했다는게 문제였다. 그렇다면 해야할 일은 하나.
 
 
하치만"미안. 확실히 모르고 경솔하게 말한건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까…… 괜찮으면 좋아. 역시 묵게 해주겠어?"
 
 
상대에게 사과하는것, 상대가 바라고 있는걸 해주는게, 지금 히키가야가 할 수있는 사죄 방법이었다.
 
그녀는 홱 시선을 돌리고……
 
 
유키노"처음부터……그렇게 말해줬으면 싶었어."
 
 
그녀는 아마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발을 옮긴다.
 
히키가야는 그걸 지켜보고 앉아있었다.
 
조금 뒤돌아보고, 그걸 깨달은 유키노시타는……
 
 
유키노"뭐하고 있는거니. 얼른 와."
 
 
이쪽으로 다가와, 소매를 끌고 다시 유키노시타로 발을 옮겼다.
 
 
 
 
 
 
하치만"실례하빈다."
 
유키노"지나치게 긴장하는거 아니니?"
 

 
현관에 들어가 성대하게 씹은 히키가야.
그걸 평소라면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매도하는게 일상이지만, 지금의 그녀는 키득키득 웃으며 평소하고는 다르다. 다정한 눈을 하고 있었다.
 
 
 
하치만"외톨이는 가족 이외의 이성의 방은 기본적으로 쭈뼛거리며 긴장을 뺄 수 없다고."
 
유키노"그런것보다."
 
하치만"무시하는거냐……."
 
유키노"너는 나의 집에 이전에 온 적이 있었지?"
 
하치만"아아, 확실히 문화제 준비때 몸 컨디션이 안좋아졌을때 말이지."
 
유키노"그래. 그리고 이번걸로 2번째. 네 인생에 있어 2번이나 이성의 집에 온 적이 있니?"
 
하치만"……하하하."
 
 
 
유키노시타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히키가야는 그걸 웃음으로 답했기에 유키노시타는 살짝 뚱해진 표정을 짓는다.
그걸 히키가야의 시야에 보여, 바로 질문을 답한다.
 
 
 
하치만"너 말고 이성의 집에 간 적이 없어……."
 
유키노"………"
 
하치만"반응해주지 않으면 절대는 아니더라도 트라우마에 짓눌려 죽어버린다?"
 
유키노"내가……"
 
하치만"응?"
 
유키노"내가 처음이었구나."
 
하치만"어, 어어."
 
 
또 둘 모두 침묵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유키노"있잖아, 히키가야."
 
하치만"뭐, 뭔데?"
 
유키노"얼른 거실로 가자. 저녁 준비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치만"그, 그렇군."
 
 
 
유키노시타의 뒤를 따라 복도 안쪽의 방, 거실로 들어갔다.
 
이전에 왔을때와 마찬가지로 근처 여고생과 비교하면 어른스러운 느낌이 한산하다.
 
 
유키노"소파에 앉아있어주겠니? 나는 저녁 준비를 할테니까."
 
하치만"아니, 아무리 그래도 재워주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받는건 싫다."
 
유키노"이전에 말했지. 키워질 생각은 있어도 베품받을 생각은 없다고."
 
하치만"확실히 말했었지."
 
유키노"딱 이 상황이니?"
 
하치만"듣고보니 그럴지도. 집에서 쫓겨난걸 주워주고, 저녁밥까지 만들어준다. 그건 베품이라고 해도 틀린건 아닐테니까."
 
 
 
그걸 듣고 그녀는 살짝 눈을 감고, 손가락을 턱에 대고 생각을 했다.
 
 
 
하치만"왜 그래?"
 
유키노"……키워지는건 좋은거지?"
 
하치만"그렇지."
 
유키노"내가 키워주겠다고 하면?"
 
 
 
이걸 듣고 히키가야는 오늘 2번째가 되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게다가 아까전보다도 내용으로는, 총탄과 핵미사일 정도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히키가야는 망설임없이 그녀를 향해 대답을 한다.
 
 
 
하치만"무리다."
 
 
 
유키노"……그러니. 일단 이유를 들려주면 고맙겠는데."
 
하치만"나는 너한테 길러지기보다, 같이 협력하면서 사는 생활이 좋다고 생각하니까."
 
유키노"회사 동료같은 관계니?"
 
하치만"아니지. 어느쪽이냐고 하면, 결혼해서 맞벌이로 일하는걸까."
 
유키노"……내가 일하면 돈은 궁하지 않잖니."
 
하치만"자기가 번 돈으로 사지 않으면 안 되는것도 있잖아?
 
유키노"사줄거니?"
 
하치만"뭐든간에 사줄게."
 
 
 
유키노"기대하지 않고 기다려도 되겠니?"
 
하치만"거기는 기대하고 기다려줘."
 
 
 
서로를 쳐다보며, 유키노시타가 살짝 발돋음을 하고 눈을 감는다. 거기에 히키가야가 얼굴을 가져가……, 약속의 키스를 나눴다.
 
 
 
 
유키노"약속이라기보다, 네 경우엔 저주일까?"
 
하치만"약속을 끝날때까지 풀 수 없는 저주다. 안 됐구만."
 
유키노"안 됐구나. 끝내버리면 약속이 끝나버리는걸……."
 
하치만"그럼 끝난 후에는 맹세를 하면 되지."
 
유키노"그렇구나.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하치만"아아."
 
 
 
 
다시 둘은 얼굴을 가져가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