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역시 나의 청춘 에로코메디는 잘못됐다.

역시 나의 청춘 에로코메디는 잘못됐다. - 자기혐오의 물에 어깨까지 잠긴다.

모래마녀 2015. 9. 16. 20:04

역시 나의 청춘 에로코메디는 잘못됐다. - 자기혐오의 물에 어깨까지 잠긴다.
 
자기혐오의 물에 어깨까지 잠긴다.
 
 
 
 
 
지장없는 문제가 쓰여진 교과서와 그저 작업적으로 새긴 노트.
 
그것들 둘을 쳐다보면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현재 하기 강습에 나오고 있다.
뭐라고 할까, 일단 마음을 딴곳에 돌리고 싶었다.
 
저번 임간학교에서 생긴 일을 싫어도 떠올리고 만다.
 
 
 
유키노시타에게 고백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타고 있던 검은 하이어.
자칫하면 사고 가해자 측에 유키노시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스로는 모를 감정에 휩싸인다.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온것 중에선 느낀적이 없었을 감정.
 
 
 
 
이름 없는 감정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를 감고 있었다.
 
 
 
 
 
 
 
 
 
 
 
 
 
 
 
 
 
 
 
 
 
 
 
 
 
 
 
 
 
 
 
 
 
 
"이봐, 히키가야"
"……………"
"이봐, 히키가야. 듣고 있어?"
"……어, 아아, 미안. 좀 멍때리고 있었어"
 
내 의식을 방해하듯이 말을 걸어온건 급우, 카와사키 사키.
확실히 이 녀석도 하기강습에 참가했었지.
 
라기보다 왜 나한테 말을 거는거야.
갑작스러워서 놀랬잖아. 반해버린다 이 자식아.
 
"그래서 왜?"
"이후에 시간 돼?"
"이후……? 아니, 딱히……"
"그래, 그럼 좀 어울려줘"
 
갑자기 어디로 데려간다니 얼마나 배짱있는거야.
 
뭐, 딱히 거절했다고 해도 고민이 해소되는건 아니다.
 
"딱히 상관없지만 말야. 어디 가는거야"
"이후에 타이시랑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시간죽이기로"
 
설마, 이 녀석에게 시간죽이기 위한 장난감 취급을 받다니.
 
"아, 그렇지. 네 동생도 오는 모양이야. 늦었지만"
 
 
 
 
 
 
일단 나는 눈 앞의 장해를 하나씩 치우는데 온 힘을 다할까.
 
 
 
 
 
 
 
 
 
 
 
 
 
 
 
 
 
 
 
 
 
 
 
 
 
 
 
 
 
 
 
 
 
나와 카와사키가 온 곳은 가까운 찻집.
 
특별히 아무 특징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카페.
역시 인간은 평범한게 가장 어렵다.
 
 
"그러고보니 말야, 유키노시타도 하기강습 받고 있었어"
"헤에, 그래"
 
입을 열자마자 나온 화제는 그녀에 대한 것.
왜 또 모두 다 그 녀석의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걸까.
 
"역시 가까이하기 힘들지, 그 사람"
"익숙해지면 그렇지도 않다고?"
 
카와사키는 창밖을 보더니 천천히 숨을 내쉬고 눈을 가늘게 떴다.
 
"저기 말야, 고맙다고 해주지 않을래? 말하지를 못하고 있으니까"
"아니, 그건 스스로 말하라고"
 
나는 주문한 커피를 마셨다.
적당한 쓴맛은 전혀 없고, 격렬하게 단맛으로 설정된 그 커피는 나의 의식을 깨우는데 최적이었다.
 
"그쪽은 나쁘지 않다는걸 알고 있어도, 사이 좋아질 수 없는 상대라는건 있잖아"
 
그 말은 내 마음에 깊게 꽂혔다.
 
카와사키가 말한 말은, 마치 무언가를 꿰뚫은듯한. 지금 나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결과로서 유키노시타가 가해자라는걸 알은 경우, 그때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그녀에게 죄는 없다는걸 알고 있어도 사이 좋아질 수 있는걸까?
 
 
 
 
애시당초 이전처럼 늘어진 관계를 계속할 수 있는걸까?
 
 
 
 
 
"음, 꽤나 고민하는것 같은데……유키노시타랑 무슨일 있었어?"
 
턱을 괴면서 이쪽을 쳐다보는 카와사키.
그 차가운 시선에 어딘가 그리움 같은걸 느낀다.
 
그런가, 이 녀석도 나나 유키노시타와 같은 타입이군.
 
그럼 말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그게 실은. 유키노시타에게 고백받았어"
"흐응-…………읭!?"
 
카와사키는 물고 있던 빨대를 입에서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심하게 놀란걸로 보인다.
뭐, 그야 그렇겠지.
 
"아니 ……어……진짜로……?"
"어, 진짜로"
 
카와사키는 유령이랑 우주인이랑 사토 켄을 단번에 목도한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보다 그렇게나 놀랄 일이냐, 꽤 상처받는다?
 
뭐, 내가 카와사키의 입장이었다면 비슷한 행동을 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짠가……뭐, 네가 거짓말을 하는 타입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으니까……뭐어, 믿겠지만"
"나는 그렇게나 신용이 안 되는거냐……"
"그래서, 너는 어떢했는데?"
"어, 아아……거절했어……본인은 포기하지 않은것 같지만……"
 
그러자 카와사키는 재미없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등을 기댔다.
 
"너 말야, '싸울 수 없는건 싸우지 않는 이유는 안 된다'라고 알고 있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이 녀석은.
 
"요컨대 발상의 전환이야. '질테니까 안 싸워'가 아니라, '지겠지만 싸운다'라는 식이지"
"뭐, 의미는 알겠지만 하고 싶은 말은 모르겠다"
 
카와사키는 올려다보고 있던 천장에서 눈을 떼어 나를 쳐다봤다.
 
올려단채로 눈만 움직였으므로 마치 나를 내려다보는것 같았다.
 
"너 말야, 결정하고놔서 결단에서 도망치는거 아냐?"
"결단에서……?"
"딱히 거절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마주보지 않고 안 싸운다는건, 때로는 무엇보다도 심한 폭력이라는 소리야"
 
 
 
 
 
 
 
 
 
 
 
 
 
 
 
 
 
 
 
 
 
 
 
 
 
 
 
 
 
 
고교생은 기본적으로 분류된다.
 
 
스쿨 카스트 상위.
 
여기에는 미우라, 토베 등이 포함된다.
 
 
특별히 눈에 띄지 않지만 그런대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여기에는 카와사키, 토츠카, 자이모쿠자 등이 포함된다.
 
 
외톨이, 혹은 그 이외.
 
나나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도 포함된다.
 
 
 
 
 
 
 
그리고 츠루미 루미가 말했던 그 둘도 아닌 사람이란,
 
하야마, 유이가하마 두 사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스쿨 카스트 상위에 있으면서도 깊은 어둠을 안고 있는건 아닐까.
 
결과, 그들도 나와 유키노시타처럼 '외톨이'인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생각한다.
외톨이라도 괜찮다고.
 
 
 
 
 
 
 
 
 
 
 
 
 
 
 
 
 
 
 
 
 
 
 
 
 
 
 
 
 
 
 
 
하지만 요즘엔 그런식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카와사키와 대담한 후일.
오전 10시.
 
방금 막 눈을 뜬 참이다.
 
 
 
여름방학도 이제 곧 끝난다.
그것과 동시에 나의 이 두리뭉실한 기분도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기 최근에 여러가지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리 아프다.
 
 
자신이 뿌린 씨앗이기에 고민이 커진거겠지만……
 
 
주위에서 해오는 말 하나하나가 무겁다.
 
 
나는 눈을 돌리고 싶어서 눈을 감았다.
 
 
 
 
 
그때 타이밍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휴대폰이 울었다.
 
게다가 형편이 나쁘게도 그건 메일이 아니라 착신이었다.
나는 장을 끊는 기분으로 휴대폰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댔다.
 
"……예이……"
"안녕, 히키가야. 아무래도 방금 막 일어난것 같네"
"…………유키노시타냐"
 
순간 눈이 뜨여 머리가 식는다.
그녀라고 인식한 시점에서 내 의식은 거의 각성했다.
 
"왜 그래, 갑자기 또 전화를 하고"
"그래, 뭐, 조금 말야……"
 
유키노시타는 평소하고는 다른 주섬거리는 말투였다.
아무래도 말이 분명치 않다.
 
그것도 상응해서 내 안에 두리뭉실한 기분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오늘은, 저기……예정같은거 있니?"
 
전에 한 약속이 떠오른다.
 
그것과 동시에 나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겨났다.
지금까지는 거부권은 있으나 마나였지만 지금 나는 거절한다와 받아인다는 의미를 두 개 선택할 수 있다.
 
이건 상당히 자유도가 높다고 넌지시 생각해버렸다.
 
 
뭐, 그렇다과 해도 거절하는게 최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전날에 카와사키가 말했던걸 떠올린다.
마주보지 않는걸로 유키노시타에게는 무언가 부담되는 압력같은게 걸리는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에겐 마주봐야한다는 의무…가 있는건 아닌가?
유키노시타가 답지도 않게 나를 요구한건 나에 대한 '동료 의식'과 그녀 자신의 '허무감'에서 이다.
 
나에게 있어서 책임이란 아마 이 일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특별한건 없어. 어디 갈거야?"
"그래, 그러네……음……"
 
전화 너머로 유키노시타는 어딘가 기뻐보였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과 전화하고 있는 듯한, 그런걸 느끼게 한다.
 
 
 
하지만 but, 이해해주려나.
 
 
 
 
 
 
 
 
 
 
 
 
 
 
 
 
 
 
 
 
 
 
 
 
 
 
 
 
 
 
 
 
 
 
연애감정과 의존심은≠낫 이퀄이라는 것을.
 
 
 
 
 
 
 
 
 
 
 
 
 
 
 
 
 
 
 
 
 
 
 
 
 
 
 
 
 
 
 
 
 
여름도 끝나가는 오늘 이맘.
나와 유키노시타는 버스에 흔들리고 있었다.
 
목적,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서 함께 어딘가로 간다는것밖에 확실하지 않다.
 
 
 
약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유키노시타와 함께 버스를 내렸다.
 
 
 
보이는건 바다.
해안을 따라 그 아스팔트 도로에는 아무도 없고, 나와 유키노시타 단 둘만이 서 있었다.
 
"가자"
"어, 아아, 응"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짓는 유키노시타.
나는 그 몇 걸음 뒤를 걸었다.
 
잠시 걸으니 거기에는 바다의 집같은 분위기를 두르는 가게가 있다.
 
고풍감이 감도는 앤티크같은 가게지만 호감을 가졌다.
 
"여기야"
"응? 무슨 가게야?"
"바다를 쳐다볼 수 있는 찻집이라고 하면 될까"
 
과연, 임간학교때의 약속 그 자체로군.
그나저나 일부러 이런 먼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
 
그걸 포함해서 유키노시타에게 물어본다.
 
"딱히. 그저 중립적인 곳이 좋았던것 뿐이야. 둘의 대화는 누구에게도 들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옮기는 그녀.
나도 그 뒤를 따라돈다.
 
뭐, 이유는 안다.
거리에서 지인(나에겐 기본적으로 없지만)에게 보이기라도 하면 성가시다.
 
나중에 깊은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가게로 들어간다.
예상이상의 경관과 차분한 분위기가 있는 실내.
 
유키노시타와 나는 창쪽 자리에 앉았다.
 
 
"자, 왜 오늘은 이런 곳에 온거야?"
"어머, 좋아하는 사람이랑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이유가 필요해?"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는 유키노시타.
역설적인 발상이다. 그렇다고도 해야할까.
 
 
나를 좋아'하기에' 어디로 가고 싶다.
 
 
라는 리얼충이 넘치는 대사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그걸 지적한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건 아마 연애감정이 아니라……"
"의존심이지"
 
그런건 알고 있어.
같은 말을 하고 싶어하는 그 표정에 나는 또 위화감을 느낀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인간은 이런 느낌이었나?
 
이게 그녀의 본질인가?
 
 
 
아니면 결과로서 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인간을 바꾸어버린게 아닌가.
 
 
 
 
그녀의 인생을 미치게 해버린건 아닌가?
 
 
 
 
"그럼 하치만, 너는 결혼한 남녀가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수 있는건 어째서라고 생각해?"
"에……그야, 사랑하고 있으니까……는 아닌가?"
"유감, 아깝네"
 
유키노시타는 머리카락을 귀에 걸며 얕보는듯한 시선을 이쪽로 향했다.
 
"의존과 타협. 이 두 가지야"
 
그건 마치 자신이 올바르다고 하고 싶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조금이지만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오랜 생활을 함께하는 것으로, 서로를 생활의 일부로 삼는거서으로 의존심이 생겨나. 또 하나는 이 이상의 사람은 얻을 수 업서다는 타협"
"타협이라니……자신이 선택한 가장 좋은 상대가 아니냐, 결혼은"
"그렇게 생각하는게 신기한 점이야. 뒤로가면 갈 수록 매력적인건 늘어나지만, 거기서 쌍방 다 생각하는거야"
 
그녀는  깨달은듯한 눈을 보였다.
 
 
"나에겐 이 사람이 맞아, 이 사람이면 돼"
 
 
그리고 마지막에 이 사람이라서 좋았다고 착각하고 죽는다.
그런 말을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연애란 일과성의 정신질환같은것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결혼이란 불치의 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잘못해갈때, 냉정해져서 생활을 고쳐보고, 그 일부로서 상대가 들어온다.
 
거기서 타협을 한 사람만이 평범을 손에 넣을 수 있는거겠지.
 
 
거서 타협을 허용할 수 사람이 이혼이라는 수단을 선택한다.
 
 
"너는 아마 도망칠 수 없어"
"그런건 알고 있어. 뭣하면 밀쳐내면 되잖아. 먼저 손을 댄건 나고, 그 이후의 일도 협박당했다고 하면 어떻게든 될거 아냐"
"그건 해결책으로서는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어"
"가장 나은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마, 나에게 있어서 최악의 선택이야말로 최선이었던것도 있어"
"그 방식은 적당히 그만두는 편이 좋아, 자기희생"
 
유키노시타는 시선을 떨구었다.
마치 모든것으로부터 눈을 돌리는듯한, 그런 눈.
 
"임간학교때도 그랬지만, 너는 조금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 좋아"
 
나는 거기에 몇 번이나 생각한 것을 그녀에게 전한다.
애시당초 무엇이 올바르다하는건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굳이 '그렇기에' 나는 이 녀석에게 말한다.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녀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또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있잖아, 하치만"
 
그때 표정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기쁜듯한, 쓸쓸한듯한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결단한다. 아니 목에 사슬을 이어지고 말았다.
 
 
 
 
 
 
 
 
 
 
 
 
 
 
 
 
 
 
 
 
 
 
 
 
 
 
 
 
 
 
 
 
 
 
"아이, 생긴걸지도 몰라……"
 
 
 
 
 
 
 
 
 
 
 
 
 
 
 
 
 
 
 
 
 
 
 
 
 
 
 
 
 
 
 
 
 
그저 녹은 얼음의 카랑 하는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나와 유키노시타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지만, 도무지 분위기가 무겁게 느낀다.
 
 
 
거기서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형편에 나쁜것이 눈 앞에 나타났다.
 
"……저거, 너네집 차 아냐?"
"……어?"
 
쳐다보니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 한대가.
말할것도 없이 검은색 하이어다.
 
그리고 그 차는 우리들의 눈 앞에서 멈췄다.
 
"안녕, 잘 지냈어?"
"언니, 왜 또 이런 곳에……"
"유키노가 멀리 나간다고 하니까 마중나온거야. 거기다"
 
하루노 씨는 이쪽을 본다.
마치 그건 사체를 보는 사체같은 눈이었다.
 
나하고는 다른 의미로 썩은걸지도 모른다.
 
"역시 히키가야랑 같이 있었구나……나는 이쪽에 있는 그에게 용건이 있는데, 괜찮아?"
 
유키노시타는 벌레씹은듯한 표정을 순간 짓고, 그리고 하루노 씨를 흘낏 봤다.
 
"딱히 상관없지만, 뭔가 한다면……"
"설마, 그런 짓은 안 해"
 
자매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의 차이에 눌린다.
하지만 나에겐 알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는 그리 차이없는걸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의 노멀 껍질을 뒤집어쓴 인기있는 외톨이라고 해야할까.
 
 
"그럼 히키가야. 나는 이제 돌아갈게, 그럼"
"어. 또 보자"
 
시종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는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유키노시타를 태운 차는 달려갔다.
남겨진건 나와 하루노 씨.
 
"그래서, 무슨 용건입니까?"
"에이차암, 스스로도 알고 있는거 아니야?"
 
눈을 가늘게 뜨는 그녀.
유키노시타하고는 전혀 다른 그 꺼림찍한 미소에 공포를 느낀다.
 
하루노 씨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날 사고, 유키노는 차에 타고 있었어"
"그렇슴까. 뭐, 딱히 놀라진 않지만요"
"아하하, 과연 히키가야네"
 
그리고 하루노 씨는 생긋 미소짓는다.
그마저도 가짜인게 아닐까 의심하고 싶을 정도다.
 
"정말로, 히키가야는 좋아. 왜냐면 꾸미지 않을 수 있는걸"
"그 말도 허구 가짜같다구요"
"에이, 나는 너에게 거짓말을 한적은 없어. 이것만큼은 사실이야"
"어떨련지"
 
나는 바다따라 방파제에 손을 두고 바다를 쳐다봤다.
 
"사고는 그 녀석의 탓이 아니라구요, 그러니까 그 녀석에게는 화 안 났어요"
"그건 거짓말이네"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로 하루노 씨는 말을 이었다.
 
"유키노가 거짓말을 한거엔 굉장히 화내고 있지?"
 
나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모든걸 꿰뚫어본듯한 그녀에게는 말 안해도 알겠지.
 
그렇기에 나는 생각한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도 거짓말을 한다.
 
그런 당연한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라고, 그것과 동시에.
 
 
 
나는 그 녀석을 실은 좋아했다고.
 
 
 
 
 
 
 
 
 
 
 
 
 
 
 
 

 
 
 
 
 
 
 
 
 
 
 
 
 
 
 
 
 
배신당하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 녀석이 싫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한 자신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