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흐르는 시간은 차밖의 풍경처럼.
A memory for 42days - 흐르는 시간은 차밖의 풍경처럼.
털모양을 깨끗하게 다듬는 테바사키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고양이 음식을 접시에 투르르 떨군다.
배합된 커피 콩의 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능한 무취한 고양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샤르는 움찔 귀를 떨었다.
"……. 음, 일찍 나왔네 잇시키"
"좋은 아침이에요. 여보"
"……약아빠졌다고. 어제 용건이라는건……"
"아! 선배!!"
"……뭔데"
"오늘도 한가한 시간 받아가도 되나요?"
개점전의 가게에 흐르는 아침놀의 분위기에 선배는 몰래 에이프런에 손을 찔러넣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 뭐, 상관없지만. 너무 늦어지진 마라?"
"네. 바로……, 바로 돌아올테니까요"
테바사키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고 나는 손을 씻고 가게를 나갔다.
성실하게 배웅해준 선배에게 손을 흔들면서.
.
…
……
………
…………
겨울도 끝이 가까운건지 눈이 쌓이는 지면과 반대로 하늘 높게 뜨는 태양빛은 기분 탓인지 따뜻하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때마다 꿈에서 깨어나듯이 내 몸은 긴장되어 간다.
정말이지, 정말로 저의 천적이라구요.
이 가족은.
"어머, 늦었구나. 잇시키 이로하 양"
이 부모고 딸이고.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유키노시타 선배의 어머니는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자, 얼른 타요. 할 얘기가 있잖아요? 장소를 바꾸죠"
"…네"
흑색의 세단은 천천히 달려간다.
밖에서 격리된 듯한 세계에서, 나는 유키노시타 선배의 어머니와 같은 공간에 틀어박혔다.
"……할 얘기라는건, 히키가야 씨의 일인가요?"
"네"
"후후. 그는 인기 많군요"
"……구원받았으니까요"
"…?"
유키노시타 선배의 어머니가 슬그머니 옮긴 시선 끝에 내 시선과 부딪친다.
"유키노시타 선배나 유이 선배, 저나 하루노 언니도 모두 선배에게 구원받았으니까요. ……저는 선배를 위해서 할 수 있는걸 하고 싶어요"
"……그래요"
갑갑했던 차안은 갑자기 차가워진다.
파워 윈도우가 열렸기 때문이다.
유키노시타 선배의 어머니는 열린 창으로 밖을 쳐다보고 작게 말한다.
"츠즈키, 세워요. 조금 심부름을 해오세요"
츠즈키 씨라 불린 운전수는 노변에 차를 세우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큰 서점 앞에서 멈춘 우리들은 어딘가 서로 태도를 보는듯이 신중한 자세를 관철한다.
"……히키가야 씨의 책임을 당신이 짊어질 수 있어요?"
"짊어질거에요. 무슨 일이든, 어떠한 때라도"
"그가 유키노를 위해 짊어진 책임, 저와의 약속은 그리 가벼운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각오한 바에요"
"……"
그녀는 귀에 걸린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입을 연다.
그 모습은 그 무렵의 유키노시타 선배를 연상케 한다.
"저는 딸들이 소중해요. 저는 어떻게 생각되어도 좋지만 그래도 그 딸들에게는 힘들지 않은 인생을 걸었으면 싶어요"
"……"
"그런 저의 보물을 빼앗으려고 하는 그를 정말 싫어합니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다정하고, 믿음직스러운, 그런 그를 정말 싫어해요"
"선배는……"
"알고 있어요. 그는 나쁘지 않아요. 그저 저의 오만이죠. 그래도, 십 몇년을 소중히 해온 그 아이를 빼앗기는건 너무나도 분해요. ……어머니이니까요"
어머니이니까…….
그 한마디는 비치듯이 내 가슴에 꽂힌다.
소중한 보물은 지금도 해외에서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
어른이 되었다고는 해도 소중한 딸은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많이 있잖아요. 그가 아니라도 다정한 사람은 썩을만큼 있어요. 지위나 명예도 가진 사람이 세상에는……, 유키노의 주위에는 많이 있는데"
"……후후. 지위나 명예따윈 선배하고는 정반대에 있는걸요"
"그에게는 욕심이 부족해요. 이야기 속에서마저도 행복을 잡지 못하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주머니속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낸다.
깨끗한 북커버로 감싸인 소설에는 하나의 스핀이 어떤 페이지에 꽂혀있었다.
『너는 행복해질 수 있어. 너를 위한 행복을 반드시 손에 넣을 수 있어. 그러니까, 작별이야』
쥬몬지 미쿠모는 해피엔딩을 만들지 않는다.
왜냐면 그가 누구보다도 남의 행복을 바라니까.
"유키노를 구한다고 말하면서, 그는 저도 포함해서 모두를 구하려고 해요.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요"
"선배, ……답네요"
"답다라. ……그도 참 곤란한 사람이군요"
그녀는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소설을 정중히 쓰다듬으면서 그녀는 한숨을 쉰다.
"저와 히키가야의 약속은 없애겠습니다. 유키노에게도 좋을대로 하도록 연락할게요"
"저, 정말인가요!?"
밖에 부는 차가운 바람이 멎듯이 차안에는 따듯한 말이 충만했다.
애매하게 미소짓는 그녀는 아직 미련이 가지 않은 모양이지만, 어딘가 독기가 빠진것처럼 후련한 얼굴을 하고 있다.
"후후. 유키노와 히키가야에게 전해줘요. 잔열이 식으면 둘이서 얼굴을 보이러 오세요, 라고"
"어이쿠야, 그렇게는 힘들겠는데요"
"에?"
"선배는 저의 낭군님이니까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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