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 3. 떨릴만큼 아직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 3. 떨릴만큼 아직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여름.
시험기간을 마치고 남은건 게으른 행사만을 남긴 1학기 마지막 휴일.
습기를 띤 바람을 피부로 느끼면서 나는 지나가버린 비의 계절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부수입이 많은 장마였다고 생각한다.
『켁, 내리기 시작했다』
부실에서 끙끙대는 나에게 우리의 사랑하는 부장님,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여전히 소악마의 웃음으로,
『어라, 히키가야 우산 깜빡했어? ……앗, 아이아이카사 노리는거야? 후후, 소문나버린다?』
『그렇게까지 목숨 아깝지 않거든 우산 쓰는게 귀찮은것 뿐이라고. 그리고 소문에 관해서는 이제 새삼스럽잖아. 정정하는것도 귀찮으니까 그대로 둘 뿐이야』
『실은 기쁘다거나?』
『바보같은 소리마. 그보다 너도 그 정도 알고 있을거 아냐. 나조차도 알고 있으니까』
『아하하, 뭐 그래-』
『나조차 들을 정도니까 너라면 발신지까지 특정했잖아?』
『발신지……아-, 뭐어, 응……』
『……그거, 큰일이지 않냐? 나같은거랑 거』
『아니, 그 점은 딱히』
『어, 어어, 그러냐……』
즉답받아서 일단 안심하면서.
『유키노시타는? 우산 갖고 왔냐』
『깜빡했어!』
『에엥……?』
『물도 적시는 좋은 여자가 되어올거야, 응……』
『리부진 마중은 어떻게 된거냐, 부루주아』
『여러 사정으로 학교에는 못 온다는 느낌으로 됐어. 굳이 부르는것도 뭐하고.』
『……부장님에게 감기 걸리게 할 수는 없나』
『……부원님에게 감기 걸려선 안 되는건데』
『아니아니』
『아니아니아니』
그런 응착 끝에.
『음, 그게……실례합니다……』
『어, 어서오세요……』
묘한 긴장감을 공유하면서 어색하게 아이아이카사를 했지만.
옆을 걷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마치 '이성과 아이아이카사에 수줍어하는 초심의 여자애' 그 자체였지만 헤어질때는,
『손……잡지 않았네……』
『잡았으면 어떻게 되는건데』
『사회적으로 홀로 사망하게 됐으려나』
『신고구만, 과연』
이런식으로 평소대로였으므로 9할9푼9리 연기겠지. 오히려 평상운전인가. 정말로 남자의 적을 체현한것 같은 여자라고 생각한다.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괜찮지만. 아니, 곁눈으로 쳐다봤을때 순간 사랑에 빠질 정도로는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그리 몇 번이나 빠져버리겠냐.
그런 식으로,
『또 잊고 와버렸어』
『접이식은?』
『저번에 강풍으로 우리 애도는……』
『……가는 길에 사러 가자』
몇 번이나,
『히, 히키가야……』
『뭐야 너, 얼빵이 캐릭터라고 노리는거야?』
『감기, 걸리고 싶지 않아요……매일 학교 오고 싶어요……』
『어, 어어……』
몇 번이나,
『오늘만, 오늘만이니까……』
『아니, 딱히 상관없어……괜찮아? 건망증이 아니겠지 설마』
『중간고사 1위였는데?』
『이 우등생놈……』
도합 8번 정도 함께 그녀와 귀가길에 어울리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3일에 1번 정도의 페이스였지.
"뭐 3일에 1번 정도라면 까먹을 수도 있나" 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뭔가 작위적인걸 느끼지 않는것도 아니다.
왜 그때 거기서 생각하지 못했던거야 나. 뭐, 평범하게 생각해서 들떴으니까군요 죄송합니다. 그치만, 그치만 아이아이카사는 남자의 낭만인걸…….
어쩔 수 없었다.
의중의 상대에게 아이아이카사를 부탁받으면 거절할 수 있을리가 없다.
생각하는만큼 쓸데없다며 머리를 흔들고, 겸사라는듯이 질릴 정도로(질렸다고는 하지 않는다) 쳐다본 그 예쁜 옆 얼굴을 떠올리고 있으니,
"앗"
"아? ……켁"
목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자마자 눈이 마주쳤다.
"히키가야-! 이봐-, 히키가-야-아!"
야, 소문내지 말라고. 애시당초 소문낼 상대가 없지만.
열심히 떠올리면서 기쁨에 잠겨있던 정도가 아니잖냐, 세이프잖아 이거.
생각해내 세이프, 라고 할까 세이프가 아니면 곤란하다.
"이런 길거리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아아, 그렇군……"
"응? 왜 눈 피하는거야?"
"여러모로 있어서……"
"? 이상한 히키가야"
아니, 나는 이상하지 않아. 어떤 남자라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 눈을 피하고 싶어질거야.
홀딱 반하고 있는 멋진 여자애가 마침 그 애를 생각하고 있을때 다가와서.
그런데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엄청 귀여운 사복차림으로 오면 직시할 수는 없다.
반쯤 시스템 다운한 사고회로를 어떻게든 복구시키면서 하지만 복구하자마자 셧아웃을 반복하는 나에게 정상적인 판단력이 존재할리도 없다.
"밥 먹었어?"
"아니……"
"같이 먹으러 가도 돼?"
"아아……"
"아쌋, 그럼 한 분 안내애-♪"
웃을만큼 쉽사리 그녀의 독아에 걸려든 것이었다.
"……독아라고 하기에는 절품이었지만"
"무슨 소리?"
"이쪽 얘기야"
피자 맛있습니다, 피자. 갓 구워서 엄청 맛있어. 그보다 내가 알고 있는 피자(택배)와 달라…….
『맛있어……피자 맛있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그보다도 자! 히키가야, 아앙!』
『아, 됐습니다』
『비교하면서 먹어보는게 좋아. 이쪽도 맛있잖아?』
『아아, 평범하게 권해주는구나……그럼 그릇부터』
『히키가야, 뭐든지 다 약아빠진 연기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나라도 울거야』
『미안해』
『그러니까 사죄로 히키가야의 파스타 먹여줬으면 싶은데?』
『전언 철회. 아아, 의심이란 악이구만』
『심해라……하지만 여기 파스타는 정말로 맛있으니까』
『……아앙』
『아앙! ……에헤헤』
응, 피자 맛있다.
파스타 쪽은 도중에 사이 둔 악센트 탓에 맛을 전혀 모르게 되어버렸다.
먹여주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목적 달성 못했다구요, 유키노시타 씨.
뭐,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보다 사준거니까 뭐라 불평 못해…….
지갑을 꺼낼틈도 없이 『아, 지불은 빚 같은거니까』라고 들었다……뭐야, 부루주아 무서워…….
"남자는 우선 위장을 잡아라. 후후, 격언이야"
"어느쪽이냐고 하면 셰프한테 잡혔다고 생각한다"
"댄디해서 멋지지, 셰프"
"잠깐, 유키노시타. 나한테 그럴 생각은 없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애, 특히 같은 부활동하는 여자애를 좋아한다고? 정말-, 히키가야도 참. 솜씨 좋다니깐"
"멋대로 곡해된데다 칭찬받아도 전혀 기쁘지 않아……"
난데없이 팔을 안긴데 관해서는 기쁨을 받아들이는것도 적이 나쁘진 않지만.
얇아, 생지가 얇아……교복보다 얇아…….
"이제부터 어떡할까. 어디 가고 싶어?"
"엥, 뭐야. 에스코트 하라는거냐 너. 진짜냐"
"그럴리 없잖아, 그런 터무니 없는걸 히키가야가 응답할리도 없고"
"심해라……"
"모처럼 만났으니까 말야.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유키노시타……"
"가고 싶은데 갈래? 어디라도 따라갈테니까"
응? 하며 미소지어진 나는 드물게도 약아빠진 느낌을 받지 않았던 그녀의 행동에 가슴을 쿵쾅거리며,
"……아까 그건 뒷골목의 수상쩍은 '휴게소'로 데려가는 흐름이었다고 생각하는데에"
"어디라도 따라오는거 아니었냐. 자, 티켓"
"고마워. 얼마야?"
"여기는 사주는거야. 아까 얻어먹었으니까"
"딱히 괜찮은데……"
엄청 위험한 플래그를 회피하고 영화간에 도착했다.
"팝콘 먹고 싶어"
"아까 밥 먹었잖아. 들어가냐?"
"다른 배거든"
"……너도 여자애구만"
"뭐 그래. 체중도 신경쓰긴 하지만, 오늘은 안 따질거야"
"뭐 기븐 일이라도 있어?"
"기쁜일, 그보다 축제? 들뜬다는 느낌"
"두리뭉실하구만……"
"아, 주스는 큰거 하나로. 같이 마실래?"
"실례합니다-, 이 캐러맬 팝톤 M이랑 콜라 M 둘요"
"넘해라"
빨대는 역시 좀……그렇지?
커플이라도 빨대 공유는 아프다고 할까 눈도 마주칠 수 없다고할까 뭘까 가슴이 아파졌다. 구심제를 먹고 싶어.
"하지만 연애영화로 괜찮았어, 히키가야? 괜찮아? 안 힘들어?"
"안 힘들어 그렇게까지 꼬이진 않았거든……"
"사양말고 찢어버려도 되거든? 그걸 안주로 삼아 즐거운 방향으로 시프트 할테니까"
"뭐야 그 엄청 심한 틈을 만들지 않는 이단구조. 나에게 주는 대미지가 늘어났잖야. 좋긴 개뿔"
주절주절 얘기를 하고 있으니 극장에 어둠이 떨어졌다.
"어두우니까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할 수 있어, 히키가야"
"진정해, 아직 예고 장면이야. 미묘하게 밝아"
"아, 응……그러네……"
아직 출입하기 쉽도록 약간 밝단 말이지, 예고할때는.
그리고 예고의 완성도의 안정감은 꽤나 자랑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영화도 다 보고 싶어지니까 곤란하다.
"음, 시작하나……"
마침내 어두워졌다.
옆에 앉은 유키노시타의 얼굴도 죄다 흐릿하게 보이게 된다.
"…………"
그래도 어딘가 진지한 얼굴만큼은 보였다.
이 녀석도 연애영화는 보는구나.
그 부근은 차갑게 만들어낸거라고 일소해서 엎어버릴법한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보는건 놀랬다.
……좋아.
그런거라면 나도 진지하게 보기로 하자.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걸 아는것도 중요하다고 들으니까.
다 보고나서 찻집에서 얘기할 정도로는 제대로 보자.
콜라를 한 손에 들고 나는 혼자 끄덕이며 시청을 개시했다.
그래서.
"꽤 좋았지. 그 마지막 장면에서 나 조금 울어버렸어"
"으, 응! 그러네!"
"설마 메인 히로인은 물론 주인공도 사망자였다고는 생각 못했어"
"정말로 그러게! 좀비계라고는 생각 못했어!"
"좀비? 아니, 저건 오히려 망령계라고 할까 일본풍이라고 할까……"
"그래! 일본풍! 기모노 예뻤지!"
"……뭐야 너 잤어?"
"……자진, 않았지만, 응…………"
어째선지 유키노시타는 영화 내용을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깝네, 모처럼 얘기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햇는데……"
"미, 미안……"
"아니, 뭐, 그럴때도 있으니까. 응. 어쩔 수 없지 뭐. 안습안습"
조금 미안해하기는 했지만 조언 하나 해주는 나는 유키노시타에게 약하다.
"뭐, 그거다. 렌탈 시작하면 빌려서 보면 되잖아. 응?"
"같이 봐줄래?"
"엑"
"……다음번에는 제대로 같이 보고 싶으니까"
"……뭐, 우리집이라도 괜찮다면"
그 틈을 찔러 집에 부르는게 확정해버렸다.
"모처럼 찻집에 들어왔으니까 얘기하자. 시간 괜찮아?"
"아직 일몰까지 시간 있으니까"
"그 후에 알콩달콩 므흐흐?"
"안 해"
평소처럼 질질,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런 느낌으로 내 휴일은 흘러갔다.
…………아아.
이건 여담이라고 할까,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유키노시타가 안고 있던 팝콘에 손을 뻗을때마다 의자가 약간 흔들렸지만, 그건 뭐였을까.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왼손으로 내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팔 거치대를 점령하고 있었는데, 한 손으로 팝콘을 들고 불안정하지 않았을까. 라고할까 콜라는 마셨던걸까.
집에 돌아가고나서 생각했지만 좀처럼 대답은 찾을 수 없었다.
코마치에게 물어도 "몰라" 라고 들어버렸다.
또 물어보기로 하자.
한번 더 영화관에라도 데려가서.
"쿠으……"
분하다는 닷이 자신의 왼손을 움켜쥐면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오늘 하루 반성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오늘대로 멋진 하루였다.
오랜만에 휘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더니 마찬가지로 돌아다니고 있던 그를 발견.
어떤 종류의 운명마저 느껴버리는 소녀스런 자신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를 놓칠 수 없다며 황급히 쫓아가서 무사히 하루를 함께 보낼 수가 있었다.
마음에 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데려갔고, 같이 연애영화도 봤고, 그 후에 찻집에서 차도 마셨다.
대충 충실하게 채워진, 데이트라고 불러도 지장없는 행복한 하루였지만.
"손, 못 잡았지……"
문제는 거기만.
전조는 줬다.
의식도 시켰다.
더 말하자면 그쪽에서 그럴법한 말도 들었다.
『어두우니까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할 수 있어, 히키가야』
『진정해, 아직 예고 장면이야. 미묘하게 밝아』
『아, 응……그러네……』
뜨거워지는 뺨에 콜라를 대어 식히면서 만전의 기대와 준비를 하고 왼손을 그 쪽에 올렸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스치지도 않았다.
"여기는 억지로라도 잡으러 가는 편이 좋았으려나아……"
평소 그녀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모션을 거는데 그녀는 아무 망설임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심하게 소녀라서.
"……안심, 하고 싶은걸"
거절당하는게 무서워서, 그만 수동적은 자세를 취해버릴 정도로 가련한 사춘기 여자애였다.
"뭐, 불안은 없지만"
오늘도 권유에 즉답을 해줬고.
밥도 즐겨줬고.
오랜 시간 차에 어울려서 오히려 기뻐보였고.
"응, 괜찮아. 완전 할 수 있어. 괜찮아"
본래 남에게 해야할 말로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그녀.
안심시키려고 하는 시점에서 불안이 생긴다는걸 암묵적으로 인정해버린다는 사실에 그녀는 제대로 깨닫고 있다.
그러니까,
"……확인하자"
영화직후, 긴장하면서도 대뜸 정한, 결전의 무대에서.
"히키가야의 집이라아……방에 들여보내줄려나-……단 둘이려나-……"
둥실둥실 시뮬레이트를 하면서 그대로 흐르듯이 빨개진다.
"……과자 뭐 갖고 가지"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생각해버릴 정도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에에-"
"영화관에서 손 잡은것 만으로……?"
"초심에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모를것도 아니지 않으려나?"
"…………진심이라면"
"…………히키가야는 바아보"